밑에 글을 보고 저도 좀 써보고 싶어서 씁니다.
교과서같은데도 나오듯, 외래사상이 유입되어 대중화될때는 토착화 과정을 거치게 마련입니다.
초기에는 지식인들에 의해 오리지날 그대로가 들어오지만 대중화 과정에서 많이 바뀝니다. 도교의 사당과 비슷한 곳에 예수상을 갖다놓는 모습도 그와 비슷한 것이 되겠고, 기독교의 교리를 그대로 베끼고 거기에 토착신앙을 결합시켜 종교를 새로 만든다거나 하는 것도 그런 예가 되겠습니다.
사회주의같은 경우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 내지는 중반까지는 비교적 오리지날(?)그대로가 전파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중후반쯤부터 한국의 토착사상인 민족주의, 군국주의, 유교 문화 등과 본격적으로 결합, 대중화됩니다. 그 이전에는 다소의 경향 정도에 머물렀고 대중화의 정도도 낮았지만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페미니즘은 어떨까요. 201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된것 같습니다.
토착화는 거치지만 사상의 본질은 어느정도 보존이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예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토착화된 외래사상이 아니라, 토착사상인데 외래사상의 외피만 살짝 두르게 되는거죠.
https://pgr21.com/pb/pb.php?id=humor&no=341386&divpage=60&sn=on&ss=on&sc=on&keyword=lunasea
이런 것도 페미니즘이 거의 사라져 껍질이 되고 오로지 토착사상만 남은 현장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대중화된 사회주의의 90년대 모습과 별로 다르지가 않습니다.
일반적인 외래사상+토착사상의 결합에서는 외래사상이 비록 외피만 남게 된다 하더라도 토착사상이 딱히 부정적으로 극단화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기존에 존재하던 그 정도만 딱 남게되죠.
그런데 페미니즘은 특이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것 같습니다. 대중화의 동력 자체가 부정적 극단화였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과 오히려 정반대되는 것 같은 언동을 대중화의 동력으로 삼았는데, 그 상태에서 페미니즘이 사라져버리면 '페미니즘과 정반대되는 극단적 언동'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위의 현장입니다. 非페미니즘을 넘어 反페미니즘인데, 그걸 가지고 페미니즘이라고 부르고 있는거죠.
사회주의+민족주의에서 사회주의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것이 반사회주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사회주의가 사라지고 종교적 우상숭배, 반민주적 이념같은 것만 남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反사회주의가 됩니다.
그것과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페미니즘 유입과 대중화는 한차례가 아니라 적어도 두차례 이상이었던것 같습니다.
물론 19세기 페미니즘이 20세기에 들어온것 등까지 포함하면 늘어나겠으나, 그런건 논외로 하고 최근 수십년 정도로 한정합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차로 보면 되겠고, 1차 유입과 대중화는 2차에 비해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차와 같은 단기간내 폭발적 대중화는 아니지만 상당히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뿌리깊게 대중화가 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형성된 것이 2차 이전의 대중 정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2차가 안좋은 방향으로 대중화가 되었고, 그 대중화의 결과 2차쪽은 페미니즘이 사라지고 오히려 반페미니즘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리되면 1차와 2차로 형성된 두개의 정서는 각각 대립을 하게되죠.
그런데 1차쪽은 자신들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였다는 자각이 거의 없고,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이데올로그로 규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건 페미니즘을 받아들여 체화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죠.
그러다보니 페미니스트로서는 실체가 아예 없다 싶을 정도로 모호한 1차쪽과 달리 2차쪽이 페미니스트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실체가 없고 한쪽은 실체가 뚜렷하니 싸움이 잘 안됩니다.
정리하자면,
결합이 이상하게 되었다는 문제가 일단 있고, 사상의 유입 시기와 관련된 역사적 문제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문제로 인해 아주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