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7/03/10 16:25:15
Name 져투
Subject [일반] 아버지께 국밥을 사드렸습니다.
오늘 어머니랑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출출해서 직장근처의 맛있다고 소문난 국밥집을 갔었습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서 근 30분의 시간을 참은 후에 겨우 국밥 두 그릇을 시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맛있게 먹다가 어머니께서
"너거 아버지도 국밥좋아하는데, 한그릇 포장해가자. 여기 포장안되나?"
하시길래 한그릇 포장해서 돌아왔었죠.
집에와서 국밥을 데워서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아버지, 우리회사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국밥집인데예, 드셔보이소, 난 별로 맛있는 줄 모르겠드마는, 사람들이 줄서서 먹거든예...."

아버지는 말그대로, 국물까지 몽땅 다드시고,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맛있네! 니가 사온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진짜로 맛있다!"
하시며 웃으시면서 땀을 닦으셨습니다.

제가 30평생(?) 살아오면서, 직장 동료들, 친구, 애인에게 수없이 밥을 사와 봤지만 이렇게 가슴찡하고 보람되게 느껴본적은 없었습니다.
애인에게는 거의 매일 밥을 사다시피 하면서 왜 아버지껜 국밥한그릇도 제대로 대접해드리지 못했는지 이제야 아쉬움이 듭니다. 오늘따라 아버지의 주름은 왜 이렇게 많이 보이는지, 흰머리는 또 언제 저렇게 자리잡았는지....
좀전에 아버지께서 밖에 볼일보러 나가시며
"장남! 오늘 니 덕분에 잘 묵었다!"
라고 하시는데 왜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부터라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 보다, 먼저 저를 이 세상으로 초대해주신 아버지를 먼저 생각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여러분은 애인,친구 말고 아버지를 항상 먼저 생각하고 챙겨드리겠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KnightBaran.K
07/03/10 16:31
수정 아이콘
카......글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기쁜 표정을 지으셨을지 상상이 되는군요. 저도 서울가서 아버지께 밥 한 끼 사드려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저웃지요.
07/03/10 16:49
수정 아이콘
며칠전에 아들이 저녁 사주려고..? 농담 삼아 하시던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아버지가 사줘야지 웃으면서 했는데..
생각해보니, 치킨 족발 이런거는 제 돈으로 많이 시켜봤는데..
밥 챙겨 드린적은 없는것 같네염. 왠지 의미가 틀리달까..
Timeless
07/03/10 16:56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까 저도 마찬가지네요. 지금까지 "당연히" 밥, 용돈, 선물 등은 아버지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봐요.

저도 이번에 아버지께 한 턱 쏴야겠습니다.

남자들은 부정(父情)에 약하다더니 이 글을 보니 찡합니다^^
07/03/10 17:02
수정 아이콘
저도 제 돈으로 양주 한병 사갔더니 그때는 몰랐는데 친구분들하고 엄청 자랑하시면서 즐겁게 드셨다네요..^^ 다음엔 따뜻한 설렁탕이라도 한그릇 같이 먹으러 가야겠네요~
07/03/10 21:36
수정 아이콘
부자는 밥, 모녀는 목욕탕인 것입죠[...][?]
블러디샤인
07/03/10 21:40
수정 아이콘
큰일 하셨습니다 ^^;; 이제부터 잘하시면 더 많이 사드리시면 되죠 ^^;;
Paisano5
07/03/11 04:48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바뀔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결혼하고 애기가 생겨보니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쪼금이라도 바뀌더라구요...실천이 중요하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5516 [일반] 한일전 축구 국가 대표팀 소집명단!! [40] Bikini5864 10/10/04 5864 0
25117 [일반] 엄마한테 스마트폰 사준 이야기 [4] ShuRA4345 10/09/15 4345 0
24782 [일반] 아버지께 선물한 전자담배 [10] 아지노스5188 10/09/01 5188 2
24727 [일반] 축구대표팀 이란전 친선 경기 명단 발표 [22] 반니스텔루이4028 10/08/30 4028 0
24003 [일반] 조광래호의 첫 선원들이 공개됬습니다. [14] Special one.3922 10/08/05 3922 0
23745 [일반] [펌글] 최저생계비로 황제처럼 살았다 [106] 위그드라실7509 10/07/26 7509 0
22617 [일반] 이번월드컵 강팀들의 모습이 좋지 않네요 [27] 케이윌6031 10/06/05 6031 0
21998 [일반] 남자의 자격 [12] 박루미5197 10/05/18 5197 0
18104 [일반] 2010 AFC 챔피언스리그 조추첨 결과 [14] 랩교3152 09/12/07 3152 0
17463 [일반] [모듬잡담] 빼빼로 사드리고 꾸중 들었습니다 外 [23] The xian4320 09/11/12 4320 1
14683 [일반] 미디어법 100분 토론합니다. [24] Zhard4747 09/07/24 4747 0
14200 [일반] 훈내나는 바자회, 홍보글입니다. [6] 로즈마리3852 09/07/03 3852 0
13795 [일반] 여러분, 편법 좋아하세요?[뱀다리 추가] [32] nickyo3902 09/06/18 3902 1
13164 [일반]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4] 주먹이뜨거워2927 09/05/29 2927 0
7197 [일반] 이게 헌팅인가요? [68] Timeless8881 08/07/06 8881 1
6460 [일반] 쇠고기 재협상 요청은 거짓말 [20] 누리군4917 08/06/03 4917 0
5626 [일반] 안녕하세요. 무거운 뉴스들로만 가득한데, 조금 가벼운 글입니다. 어버이날 선물 무엇이 좋을까요? [14] kedge993121 08/05/02 3121 0
3979 [일반] 10년을 찾아 헤매였던 명곡 [11] Lunatic Love6745 08/01/10 6745 2
2275 [일반] "남의 고통을 보며 쾌락을 얻는다", 새디즘에 대한 영화소개. [23] 사디11409 07/08/09 11409 0
792 [일반] 아버지께 국밥을 사드렸습니다. [7] 져투4586 07/03/10 458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