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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0/29 03:23:17
Name 카바티나
Subject [일반] 의미가 되고싶다.
웹 서핑을 하다 우연히 '국내 저소득 가정의 10대 소녀들에게 반짠반짝 상자를 선물해주세요'라는 배너를 보게 되었다.
원래의 성격이라면 '뭐야 이게 왜 소년은 무시함?' 이라거나 무시하고 지나쳤을텐데 이상하게 그날엔 무언가에 홀린듯 배너를 누르게 되고 보게 되었다.
내용은 생리대 살돈이 없는 저소득 가정의 소녀들, 낡은 속옷 두벌이 전부인 이야기..등등...

왜 그랬을까.
오늘 같이 일하던 여 알바생이 생리통이 심해서 일하는게 너무 힘들어 보였기때문일까.
한달전에 여자친구사람에게 들었던 생리대 인간적으로 너무 비쌈이라는 푸념이 떠올라서일까.

갑자기 피식하며 생각난 웹툰 '오늘의 낭만부'.
죽음을 앞둔 나형은의 대사가 떠올랐다.
'난 50년 가까이 살면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긴 걸까요.'
'내가 살아온 것에 뭔가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 그 대사가 갑자기 떠올랐을까 난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한 30대인데.

갑자기 무언가 울컥하면서 '나도 내가 살아온 날에 하나라도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고
정신을 차려보니 정기후원을 지원했다.
생에 첫 후원. 매달 2만원...
큰돈은 아니지만, 한달에 한번 치킨 안사먹으면 되는 돈이지만(심지어 전 치킨집에서 일합니다...)
너네에겐 정말 필요한, 의미가 되는 일을 하게되어 기쁘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떳떳하게 사소하지만 이런일도 했다고..

오히려 내가 큰 의미가 되었구나. 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밤.
내가 스쳐갔던 많은 인연들에 난 어떤기억으로 남게될까..
의미있는 만남,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중2병에 걸린듯 오그라 들지만 스스로 '오늘 일은 잘했어' 하고 쓰다듬어주고 자야겠다.

크지는 않더라도 무언가 의미있는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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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아이
18/10/29 03:50
수정 아이콘
역시 치킨과 함께하는 사람은 훌륭합니다? 크크크
좋은 일 시작하셨네요! 저도 평소 기부하는 것 말고도 가끔 뭔가에 홀린듯이 기부하게 될 때구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 의심도 많아지고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사고들도 자꾸 생기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정말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저는 좀 이기적인 이유로 기부하지만요. 예를 들어 버스에서 어른들한테 자리 양보할때마다 항상 누군가 우리 할머니한테 나처럼 해주는게 자연스러운 환경이 조성되었으면~하고 바라는 것처럼... 내 가족이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국가의 복지혜택도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사회이길 바라요. 그리고 또 한가지 이기심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았던 처지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정말 좋더라고요. 크크크.
좋은 글 살짝 쓰담쓰담하고 갑니다!
잉크부스
18/10/30 08:38
수정 아이콘
치킨은 사람을 위대(胃大) 하게도 말들고 이런식으로 위대하게도 만드네요..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나는 제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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