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0회째에 '오지 않을 것 같던 200회째가 왔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도 살아서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라는 건 좀 과장이 심하고,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시기도 있고 요즘은 건강보다도 개인적인 문제로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해서 과연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추세만 봐도 아실 수 있습니다만, 그 전에는 못해도 3~4일에 한 번씩 쓰던 게 최근엔 너무 더뎌졌습니다. 188번 이후부터 특히 빈도가 더뎌졌는데, 188번부터 200번까지 오는 데에 거의 3개월이 걸린 것만 봐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뭐 그래도 일단 200은 채웠습니다.
Q. 아직도 눈이 가고 가장 재미있는 주제가 정치인가요?
A. 슬픈 일이지만 그렇습니다.
Q. 왜 그게 슬픈 일인가요??
A. 아직도 치워야 할 것들이 한가득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직 다 치우지도 않았는데 '적폐놀이' 운운하는 자유한국당 같은 자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Q.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완벽히 해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A. 그랬으면 좋겠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우선 상식적으로, 어떤 잘못이 쌓인 것을 되돌리는 데에는 잘못이 쌓일 때보다 그것을 되돌리는 데에 몇 배의 시간과 힘이 드는 법입니다. 따라서 저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 9년간의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계속 얼마를 더 이어가야 치워질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일이며,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박근혜씨나 그 둘에게 빌붙어서 역적질 해 먹은 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야 할 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그것으로 적폐청산이 과연 끝나는 일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범법자와 책임자를 단죄하는 건 적폐청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이명박근혜 정부 9년간의 적폐를 5년 내에 청산 완료하라는 요구를 문재인 정부에게 하는 건, 문재인 정부에게 또다른 한반도 대운하 파라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는 엄연히 나라의 모든 일을 이끌어가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은 중요한 과제이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게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하는 임무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엄연히 잘 하는 일과 잘 하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경제 문제만 봐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든, 아니면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금 들어내느라 아픈 것이든 지금 경제 문제로 곤란을 겪는 건 엄연한 사실이지요.
Q. 농담이든 진담이든 기자나 언론인을 해 보는 건 어떻느냐 하는 댓글이 달리는 때가 있는데요...?
A. 솔직히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으로 따지면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월간지나 신문 연재 경력이 10년 이상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제가 기자나 언론인을 하게 되었을 때 지금 있는 기존의 그 분들보다 과연 나은 퀄리티를 낼 수 있느냐 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기자들이 조회수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거나 팩트체크를 부실하게 하거나 속된 말로 '우라까이'(남의 기사 베끼기)를 하거나 하는 것은 기자들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언론사 및 언론 구조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기자분들이 헛짓거리를 하는 게 싫고 짜증나지만, 저도 저 속에 들어가면 그것보다 낫거나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면 저 같이 기사들을 읽으며 까대기 좋아하는 사람을 기자로 써먹을 사람들이 과연 누가 있을까 싶습니다. 저를 기자나 언론인으로 쓰려는 사람보다는 기존 기자나 언론인들 중에 저를 죽이고 싶거나 버릇을 고치겠다고 벼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봐야 정상 아닐까 싶군요.
Q. [뉴스 모음] 글에 대한 개인의 평가는?
A. 어디까지나 PGR의 분위기에서 용인될 만한 수준의 글이라고 생각하고 점수를 매기면 60점 이상은 주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제 글에 대해 돈 이야기가 잊을 만 하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뉴스 모음]글은 돈을 벌 만한 퀄리티는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정치 글을 보기 언짢아하는 생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정치 글 자체를 싫어하시는 건 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관한 것이므로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쓰다가 다 집어 치우고 싶을 때가 많은 게 정치나 사건사고 뉴스들인데, 다른 분들께서는 오죽할까요.
Q. 정말로 정치 이슈가 없어지고 평온해지는 세상이 온다면?
A. 그 때는 다른 소재로 글을 쓰면 됩니다.
Q. 다른 종류의 글을 연재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A. 생각을 하나 하고 있는 건 있습니다만 본업에 치여서 작업을 하기는 커녕 근근이 구상이나 이어가고 습작이나 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다만 좀 건방진 희망이겠지만, 만일 지금 구상하는 글이 완성된다면 전문 웹소설 사이트에 올려서 반응을 보고 싶습니다.
Q. [뉴스 모음] 말고 요새의 관심사는?
A. 앞으로의 장래 문제와 돈 문제입니다. 돈 문제 때문에 요즘 가진 콜렉션들을 많이 내다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돈 문제가 아니더라도 안정된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 모로 뼈저리게 느끼는 일들이 최근에 많이 발생해서 그것 때문에 마음이 괴롭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저만의 괴로움이라면 또 모르지만 제 가족들까지 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 되는 건 엄연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제 가족과 제 자신의 삶에 안정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좋은 기반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뜻대로 안 됩니다.
Q. 300회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A. 그건 지금 이야기할 성격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이나 다음 주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세상 일인데 말이지요. 300회가 왔을 때 다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그 때가 온다면, 어쨌든 살아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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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R 을 빛내고 있는 분들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에 대해 항상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쪽으로 판단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글들이었습니다. PGR 의 가장 큰 장점이 많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그리고 전문적인) 관점들인데, 특히 정치와 시사 문제에 있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멋진 요약과 감상들이 많았습니다.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써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