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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8/27 00:56:30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한때 전유럽을 발아래에 두던 나폴레옹의 말년


베르트랑 회고록 中

1821년 4월 29일





 황제는 밤새 네 번 토하셨다. 황제는 휘하에 있다 전사한 장군들에 대해 몽똘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섯 시와 여덟 시에도 토하자 의사들은 관장을 권했다. 어제는 너무 기력이 없어 관장을 할 수 없었다. 의사들은 황제의 배에 고약을 붙이고, 불편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붙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황제는 집사장 삐에롱을 불러 어제 시내에 가서 도착한 물자보급 선박으로 오렌지가 온 것을 봤느냐고 물으셨다. 삐에롱은 봤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황제께 오렌지를 몇 개 가지고 왔는데, 황제는 오렌지가 너무 시어서 설탕을 쳐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황제는 삐에롱에게 오렌지를 그냥 놔두면 익느냐고 물으셨다. 삐에롱은 보름이나 한달 정도 놔두면 익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황제: “그럼 몇 개는 놔둬서 익히고, 나머지는 설탕조림이나 즙을 만들어. 그 배에 레몬도 있어?”



 하인: “없습니다.”



 황제: “아몬드는?”



 하인: “없습니다.”



 황제: "석류는?“



 하인: “없습니다.”



 황제: “포도는?”



 하인: “없습니다.”



 황제: “포도주는?”



 하인: “병으로는 없고 통으로는 있습니다.”



 황제: “그럼 아무 것도 없어?”



 하인: “짐승들이 있습니다.”



 황제: “소는 몇 마리?”



 하인: “사십 마리.”



 황제: “양은 몇 마리?”



 하인: “이백 마리.”



 황제: “염소는 몇 마리?”



 하인: “한 마리도 없습니다.”



 황제: “닭은?”



 하인: “없습니다.”



 황제: “그럼 아무 것도 없어?



 하인: “호두는?”



 황제: “호두는 추운 나라에서 나지, 아몬드는 더운 나라에서 나고. 여기 레몬은 좋아?”



 하인: “네.”



 황제: “석류는?”



 하인: “좋은 걸 못 봤습니다.”



 황제: “레몬, 석류, 아몬드를 가져왔어?”



황제는 세 번이나 삐에롱을 불러 똑같은 질문과 답을 반복하셨다. 기억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처럼. 황제는 연속적인 질문을 계속 하신다. 아노트 의사는 황제의 목소리가 변한 것을 감지하고, 이미 대답한 질문을 계속 반복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황제가 기억력이 없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황제는 자기에게 파리에 간 적이 있느냐고 또 물으셨다고 했다: “나는 어제 당장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오늘 보니 병의 성격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금방 사망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심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황제는 오른쪽 옆구리로 누우셨는데, 앓기 시작한 후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 바깥쪽을 바라보기 위해 항상 왼쪽으로 누우셨다.



 청력이 어제부터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큰 소리로 말해야 했고, 황제도 귀먹은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황제는 오렌지를 드신 후 토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먹은 오렌지 값을 치루는군.” 황제는 삐에롱을 불러 똑같은 질문과 대답을 더 큰소리로 반복했다.



 정오, 황제에게 수프, 달걀, 비스킷, 포도주 한 숟가락을 드시게 했다. 앙또마르키가 커피 세 숟갈을 마시게 했다. 몽똘롱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황제에게 왕창 드시게 해요. 서명하실 게 있어요.” 그것은 황후에게 앙또마르키 의사를 추천하는 편지였다. 두 시 반, 앙또마르키는 몽똘롱에게 황제에게 서명시킬 게 있으면 지금이 찬스라고 하며,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내 아내가 와서 눈물을 흘렸다. 몽똘롱은 내 아내가 예쁜 새를 가지고 왔는데 황제에게 보이고 싶어하는데 지금 보시겠느냐고 여쭸다. 황제는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고 하시고는 토하셨다.



 황제: “이것 봐, 내가 그녀를 접견할 수 없다고 했잖아. 오늘 아침 내가 정원을 산책하지 않았어?”



 몽똘롱: “산책 안 하셨습니다, 폐하.”



 황제: “뭐라고! 내가 오늘 아침 정원을 산책하지 않았다고?”



 몽똘롱: “안 하셨습니다.”



 황제: “앙또마르키, 내가 너한테 정원 이야기를 안 했어?”



 앙또마르키: “안 하셨습니다.”



 황제: “이상하다. 희망봉의 오렌지는 달아?”



 몽똘롱: “네.”



 황제: “나한테 가져와 봐.”



 베르트랑: “폐하께서 오늘 아침 맛을 보셨습니다. 시다고 하시고는 토하셨습니다.”



 황제: “아냐, 나는 먹지 않았어. 아! 정말 시군. 이건 레몬이지 오렌지가 아냐. 설탕조림은 하고, 나머지는 익게 나둬.”



 삐에롱: “네, 폐하.”



 의사들이 관장을 하려고 했더니 “당신들은 내가 멍청인 줄 알아, 여자인 줄 알아?”라고 하셨다. 황제는 배에 붙여둔 고약을 떼버렸다.



 두 시, 내가 황제의 앞에 있는데, 황제는 몽똘롱에게 물으셨다: “당신, 베르트랑이 추가유언서에 서명했는지 알아?” 몽똘롱은 “네, 폐하”라고 대답했다.



 황제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도 나를 못 알아보셨다. 아침에는 커피를 마셔도 되느냐고 스무 번쯤 물으셨다.



 베르트랑: “안됩니다, 폐하.”



 황제: “의사들이 한 숟갈 먹어도 된다고 하지 않을까?”



 베르트랑: “아닙니다, 폐하, 지금은 안됩니다, 위가 너무 자극을 받아서 곧 토하실 겁니다.”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니!



 그렇게 자랑스럽게, 그렇게 절대적으로 세상을 지배했고, 그렇게 무서웠던 분이 커피 한 숟갈을 받아먹기 위해 어린애처럼 애원하고, 거절 받으니 참을성 있게 또 애원하는 것을 보고,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병환이 깊어지고 나서도 의사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셨던 분이다.



 아, 위대한 나폴레옹. 불쌍하고, 겸손한 나폴레옹.














이 일지가 기록된 날 이후 5일 뒤에 나폴레옹은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며)사망합니다.



한때 전 유럽을 발아래에 두고, 세상을 좌지우지 하고, 왕들을 벌벌떨게 하고 천둥처럼 일격을 가하던 나폴레옹도 6년 가량 이어진 세인트 헬레나 생활 말년에 이르러 완전히 몸져 누었고,





가장 기본적인 똥오줌도 자력으로 가리지 못해 


침대에 누워 요강으로 해결하고(회고록을 쓴 베르트랑은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나폴레옹의 말년의 대변 색이나 상태도 기록해 두어서 후대에서 건강을 추측해볼 수 있는 자료를 남겼습니다)


먹으면 토하고, 귀도 들리지 않고,


치매에 걸려 정신도 오락가락해서 방금 한 말도 기억 못하고, 지금 눈 앞에 보는 사람이 누군지도 분간을 못하고, 



한때 아우스터리츠에 휘날리던 수 많은 군기와 틸지트에 모인 군주들을 내려다보던 그가 종내에는 침대에 누워 "커피 한잔만 마시면 안되느냐" 고 주위 사람들에게 애걸합니다.





나폴레옹처럼 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조종하고 세상을 좌지우지 하던 사람도 죽을때가 되선 누워서 



자기 마음대로 똥도 못 가리고 먹지도 못하고 귀먹고 눈먹고 정신도 혼미해지고 고통에 시달리며 무력하고 누추하게 다가올 운명의 날만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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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라비
18/08/27 00:59
수정 아이콘
자기전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류지나
18/08/27 01:06
수정 아이콘
덕분에 독살설이 좀 있었죠.
18/08/27 01:10
수정 아이콘
몇십년 후에는 존엄사가 보편화되있길 바랄 뿐입니다..
잉크부스
18/08/27 01:11
수정 아이콘
사인은 위암일 것으로 추측되는 천공성 위염 합병증 이군요
18/08/27 01:15
수정 아이콘
이거 무슨 병일까요? 그리고 이 당시에 의사가 효용이 있기는 했나요? 수술 불가 했을거고, 약도 현재처럼 제조 못 했을꺼고, 항생제도 없고, 수액도 없었을 것 같고 거의 토템 같은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cluefake
18/08/27 01:20
수정 아이콘
영국 왕 진료하는 의사들 봤는데
하-나도 도움 안되고 없는 게 더 낫더군요. 이상한 것만 먹이고 이상한 조치만 취해서..
18/08/27 01:24
수정 아이콘
??? 연세가?
cluefake
18/08/27 01:58
수정 아이콘
책에서 봤습니다 책에서!
실제로 봤으면 제가 흡혈귀입니까?!
Dark and Mary(닭한마리)
18/08/27 06:59
수정 아이콘
아니 이 티키타카는 뭐죠 크크크
아마데
18/08/27 07:18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하시죠. 마늘 못 드시죠?
Been & hive
18/08/27 09:14
수정 아이콘
안늙고 오래사는 비법좀 알려주십시...
cluefake
18/08/27 13:48
수정 아이콘
어..그건..어..
밀가루 튀김 이런거 안 먹고 그곳을 자르면 읍읍읍
Chandler
18/08/27 01:58
수정 아이콘
장어젤리같은걸 끼얹나..?
cluefake
18/08/27 02:01
수정 아이콘
뭐 피뽑기 뼈 갈은 가루 먹이기 설사시키기 등이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좀 역겨운 것도 먹이고 환자 진을 다 빼버리던데.
비연회상
18/08/27 09:23
수정 아이콘
네? 뭘....보셨다고요..?
포프의대모험
18/08/27 01:16
수정 아이콘
머리카락에 비소 왕창 검출됐다는건 구라인가요?
전자수도승
18/08/27 02:31
수정 아이콘
그건 비소를 먹인게 아니라 당시 벽지인가 페인트인가에 비소 성분이 듬뿍 함유돼서 거기서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독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사실이 확인된 바는 아니고, 다만 영국의사들의 치료 시도가 위에 분들이 적어주셨듯이 독살 소리가 나올 수준이라서.......
akb는사랑입니다
18/08/27 11:49
수정 아이콘
그 시대는 들어보면 얼굴에 납 바르고 페인트에 비소가 들어가고 거의 독극물의 시대군요. 60세 이상이면 하늘의 가호를 받았다는게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하고
18/08/27 05:03
수정 아이콘
나폴레옹의 사인은 위암인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 시대에 저런 고통은 어마어마해서 차라리 죽어달라고 마음속으로 소리늘 몇번이나 질렀을지도...
18/08/27 06:00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의사들이 치료하는 행위와 암살범이 독살하는 방법이 큰 차이가 없었던 시대였군요
Mr.Doctor
18/08/27 06: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나폴레옹의 평소 초상화를 보면 얼굴을 찡그린채 한 손을 상복부에 올려놓은 모습이 많습니다. 아마 평소부터 위염이나 위궤양을 앓아왔고 마지막에는 위암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파핀폐인
18/08/27 08:49
수정 아이콘
그 잘나가던 양반도 마지막은 사뭇 초라했군요
능숙한문제해결사
18/08/27 10:31
수정 아이콘
베르트랑의 황제는 임요환 아닌가요?


......

죄송합니다.
형광굴비
18/08/27 12:31
수정 아이콘
세상사 정말 허무하다 느껴져는 글이네요
남한산성
18/08/27 15:21
수정 아이콘
현대의학이 최고시다..
18/08/27 19:08
수정 아이콘
역시 효자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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