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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8/05 21:11:37
Name 물탄푹설
Subject [일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허나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또 역사가 보여주고있다.
  
요즘 자칭 보수라는 이름을 거침없이 써대는 분들의
믿어라 무조건 믿어라 미국은 믿어야 한다는 논리에 참 머리에 열이 많이
올라오는 참에 부시가 왔다는 소식과 함께 잠시 안보이던
분도 보이고 몇몇 그리워 지기까지 하는 분들도 생각나고 해서
제나름의 생각을 한번 적습니다.
요즘 만년떡밥 삼국지가 자주 오르기도 해서 저도 삼국지를 가지고 적어보겠습니다.
바로 역사=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그리고 배워야 한다는(대한민국의 자칭 보수란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문구중하나일듯) 것이 얼마나 지당한가 허나
반대로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이 또한 얼마나 어렵고 그것을 교훈으로
행동하고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지도 바로 역사가 보여준다는 겁니다.
중국의 삼국시대는 외관상 영웅호걸이 활약하고 도원의 로맨스에서 낙양의 스펙타클한 대탈주등
참 낭만이 넘치고 멋있습니다.
허나 중국의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중국역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피보라가 날리면서 인간의 삶이 지옥 그자체로 변한
최악의 시기가 바로 삼국시대라고
그 지옥의 시대도 유비가 죽고 80이 넘게까지 살며 말년에 노망끼좀 보이는듯한 손권이
약간 그 티가 나기시작할때 쯤해서는 사실 판세는 위나라로 결정났고
게임도 안되는 압도적인 힘의 차로 오와 촉을 접수하는 일만 남았다고 하더군요
공명이 비바람부르고 촉의 수십만 대군으로 오장원까지 나가고 하지만 다 허풍이고
조조라는 초세의 걸물이 창업해
인격적으론 문제가 있는듯 했지만 통치자로선 보기드문 능력을 지녔다는 조비
위나라의 강성함은 적미의 대란을 넘어 세워진 광무제의 후한왕조에 비해
더 굳건했다고 봅니다만 이 강성하기 그저없던 위나라가 그냥 하루아침에 사마씨의
진나라로 바뀝니다.
왜 바뀌었을까?
진나라의 사마씨가 정말 그렇게 강했나?
조조,조비양대 30여년의 기반으로 다져진 위나라의 모든 정치,행정,관료시스템을 그렇게 빠른시간안에
허물정도로 사마씨의 지지기반이 강했었나?
허나 의외로 중국학자의 책에서는 사마씨의 지지기반이 처음부터 조조,조비사후 위나라를 단숨에
장악할정도로 강했다고 하지도 않고 애초 사마씨는 원소나 원술 유표등의 토호적 지지기반이
강한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사마씨는 조비때까지 별볼일 없다
조비죽고 명제(이때까지도 뭐 경계도 많이 받고 조신해야 하는 몸)때까지 그렇게
전면에 나서지 못하다 명제가 정한 황제 방(사마중달에게 폐위되 호가 없음)때
쿠데타로 집권 이후 아들 사마사, 사마소, 손자 염때 진으로 개국하며
위나라를 먹어버립니다만 문제는 위나라가 한나라같이 정말 만신창이 되고
죽을병에 걸린 환자상태가 아니라 기운빵빵하고 나라 잘돌아가는데도
무너져야 했다는 겁니다.
바로 이게 문제죠
최절정의 기세로 뻗어가던 나라가 그렇게 간단히 한가문에 접수된 이유가 무엇인가 였습니다.
여기에 나온 답이 정말 의외로 바로 영명하기 짝이없던
문제 조비때문에 위나라가 사마씨에게 먹혀야 했다는 답이 나옵니다.
국정운영에 있어 빈틈이 없고
철저한 계획과 실천에 의해 사실상 아버지 조조보다 위나라의 국가기반을 건실하게해
이후 중국일통의 기본체력을 만들었다는 이 똑똑한 황제때문에 위나라가  망했다.
이거였습니다.
아이러니한 답이었지만 바로 이해가 가는것이
위나라가 진나라로 바뀐것은
위나라의 힘이 약해서도 아니었고 사마씨의 힘이 강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조비에 의해 강력한 국가체제를 이룬 위나라는 강해졌을지는 몰라도
그 체제로 인해 정작 정권의 축 조씨의 힘은 약해졌다는 거였습니다.
조비는 황제의 자리 즉 절대권력의 기반을 다지고 강화하기 위해선
철저한 안배가 필요하고 그 최우선 타켓트로 자신의 형제,일족을 뽑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대에서 부터 오랜 전란을 함께한 일족은 상당한 사병을 지닌 말그대로
모두 국가의 주요요소에 자리한 존재였고 그만한 힘을 지닌
황제인 자신을 언제든지 밀어낼수 있는 존재들이였기에
조비는 등극후 바로 형제를 비롯한 일족의 숙청 그리고 말그대로 싹 밟아 부스기 작전에
들어가 나중엔 아예 황족들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그들을 철저히 정권에서
배제해 아예 힘의 집약이 이루어질수 없도록 체제를 만들었다는 거지요
바로 이게 문제였다는 겁니다.
아직 전란은 끝나지 않았는데
조비역시 100%의 인간은 아니었기에 이런 실수 아닌 실수를 했고
그로인해 위나라는 황족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는 체제를 이룩합니다.
끊임없는 영지교체, 황족간의 교제금지, 관직등용 절대 노등등
위급시엔 황제를 지킬 번병이 될수있는 황족무력화작업은 조비에 의해
세워져 시행되고 이 능력있는 황제의 작품답게 그의 사후에도 아주
확실하고 철저하게 시스템은 돌아갑니다.
그리고 사마씨는 아주쉽게 있으나 마나한 조씨들을 비웃으면서 차례차례 조정을 장악하고
아무런 간섭도 견제도 없이 구렁이 담넘듯 가볍게 위나라를 진나라로 바꾸어 버리는데 성공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역사에서 과거에서 배우고 이를 반면교사로 현재의 나를 대비한다는 이일을
사마씨역시 행하기 시작합니다.
전임 조씨의 위나라가 왜 자신들에게 먹혔는지를 누구보다 잘아는 사마씨들은
조비의 대황족무력화체제와는 정반대로 대황족강화체제로 바꾼다는거지요
황제의 방패로서 번병으로서의 역활을 해야할 황족을 지나치게 견제, 힘을 빼았음으로서
권력을 지키려던 조비의 정책은 잘못됬다.
우린 그런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황족은 각자의 영지에서 충분한 군사력을 보유하며 힘을 갖춘다.
이들은 서로 피로 이어진 형제자매 이들의 결속속에 사마씨의 진나라는 천년만년을 가리라....
우리의 정책은 체제는 이렇게 한다였는데
그댓가는 정말 참혹한것이죠
뭐 다들 아시리라 보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골육상쟁 팔왕의 난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다시 분열 이후 5호16국 남북조등 길고긴 분열,전란의 시대를 보냅니다만
역사에서 배워 그에 대비하겠다던 진나라의 강력한 군사력에
국정의 권력을 분배해주어 황제를 수호하는 번병으로 키우려던 황족강화체제는
강해진 황족이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국정을 농단함으로써(조비가 가장 우려했던)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찢고 심지어 불에 구어죽이는(끔직합니다. 궁금하신분 챃아보세요 팔왕이 서로를
어떻게 죽이고 죽였나) 대전란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역사에서 배우는것 부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사가 보여준 일례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전 현정권이 대놓고 미국을 믿어라 그 지지기반을 이루는 이들의 저 광신적이고 맹목적인
미국사랑을 보면 어쩔땐 현기증이 납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어떤 상상이 교차됩니다.
바로 백여년전이
역사에서 배우라고 우리보고 과거를 모른다고 하는 그들의 돌아서 보이는 미국맹신이
일본의 강제개항이후
그들이 보이는 노골적 침략행위에 대해
당시의 무능했던 집권세력이 보였던 그행동이지요
일본을 믿어라 일본을 믿어라 양이들만 하겠는냐 그들이 있어야
양이들로 부터 우리를 지킬수 있다. 믿어야 한다던....
역사에서 배우고 과거를 잊지말아야 한다면서 심심풀이 땅콩식으로 안보관을
주입시키던 그들이 보이는 저 해괴한 자태
누가 정말 역사에서 배워야 되지
나인가? 아님 권력을 가진 저들인가?
답은 그냥 역사에서 과거에서 배우고 지금의 나를 준비하는건 불가능?
아님 정권과 자칭보수란 이들은 모든걸 계산하고 행하는 정략적인 말그대로
우리의 국익을 위해 살신성인(모든 욕을 떠안고 가는)하는
진정한 지도자들 일까? 등등
상상이 쉴새없이 오갑니다.
다만 무언가 걱정되는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정말 역사에서 배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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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희
08/08/06 00:51
수정 아이콘
어렵군요.
좋은 글엔 첨언이 없는 법.. 이지만
무플이 안타까워 짧은 감상문 남깁니다.

역사에서 배운 결과물이 실패한 역사가 되더라도 그 또한 역사로 남아 배우기 때문에 현재를 역사적 눈으로 분석할 수 있는것이겠죠.
저는 세상이, 사회가 늘 발전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실패가 그 실패로 퇴보가 아니라는 굳은 신념!!
역사가 기록되는한 실패가 거듭되더라도 그 어떤 '멍청이'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고 해도, 역사를 기억하는 민중이 있는 한 그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게다가, 민주주의잖아요^^
양념반후라이
08/08/06 01:04
수정 아이콘
흠.. 조상이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사마의한테 관광당했나가 의문이었는데
그런 뒷배경이 있었군요.
자유감성
08/08/06 01:21
수정 아이콘
잘몰랐던 조비 사마씨쪽 알게되어 너무 재밌었어요
무채색
08/08/06 07:57
수정 아이콘
괜히 당시 죽림칠현이 나온게 아니지요. 제가 혜강에 관심이 있어서 알게 된 관련 것을 소개합니다.

[... 사마씨가 정권..을 찬탈하는 과정에서 그 목적을 위해서는 정적은 물론 무고한 사대부를 죽이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가평(嘉平) 원년...에 천자(天子) 조방이 조상, 조희 등의 형제는 물론 측근 대다수의 고관들과 함께 고평릉(지명: 현재 낙양근처)에서 명제(明帝) 조예에게 제(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이 기회를 틈타 사마의는 중호군(군대 직제명)이었던 아들 사마사를 시켜 태후에게 백관을 소집하여 조상을 폐하도록 상주케 한 뒤, 비밀리에 양성한 삼천의 병사를 도성 요소요소에 배치시켰다....
형세가 어쩔 수 없음을 느낀 조상은, 면관(免官)으로 끝낼 것임을 '낙수(洛水)를 두고 맹세한다'는 사마의의 회유를 밑고 마침내 투항한다. 그러나 사마의는 며칠 후에 이들을 모두 반역죄를 씌워 사저(私邸)에 유폐시켰던 조상 일족을 모조리 살육하고, 하안(청담사상가이자 정치가)을 위시한 조정의 고위관료들을 삼족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살해한다. 정변의 시작부터 살육까지 불과 1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날의 살육으로 당시의 명사(名士:명사는 당시 이름있는 선비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와 같이 쓰입니다)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니 유례 없는 잔혹함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혜강집에서 인용(괄호안은 본인설명)//이것이 이른바 가평 정변입니다.

흔히 정통성 없는 집권자들이 표방하는 것이 자신들의 결점을 덮는 이데올로기의 유포지요. 전두환 전대통령은 '정의사회 구현'이란 모토를 걸고 삼청대로 깡패들을 몰아넣었 듯이 사마씨 정권도 효(孝)사상을 강조했습니다. 유가의 덕목 중 충은 스스로 내세우기 꺼림직할 테니 효를 들먹인거죠. 당시대의 도가나 청담이 유행한 것은 유가의 통치질서를 이용해 지식인들을 탄압한 사마씨에 대한 반동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두미키
08/08/06 08:3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냥 한숨만 나오네요
점박이멍멍이
08/08/06 11:57
수정 아이콘
소위 보수라 자칭하는 세력이 진정한 보수가 아님을 이 글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군요...
삼국지 뒷부분 내용은 잘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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