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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26 18:26:23
Name 사과씨
Link #1 https://youtu.be/oQEYuI6eUeQ
Subject [일반]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정말 많이 생각했었다. 그땐 나를 공감해 줄 누군가가 없는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고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나 스스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 할 수 없다고 믿었다. 누군가 날 구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때의 나는 누군가 내 눈을 들여다보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줘도 믿지 못했을것이다. 한숨 섞인 격려나 위로도 또 다른 비난과 질책의 형태라 굳게 믿었으니까. 절실하게 누군가를 의지하고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증언을 듣고 싶어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타인을 믿지 못하고 타인이 믿는 나를 믿지 못하는 상태였다. 난 나 스스로를 기소해서 법정에 세우는 검사 같았다.


이젠 꼭 누군가로부터 이 모든 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혹여 나를 생각하는 누군가가 그렇게 위로의 말을 전해 준다면 그 말 그대로 마음에 새기고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비난과 죄의식으로 남은 인생을 온통 채울 정도로 몹쓸 인간은 결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를 둘러싼 세계는 나를 비난하고 죄의식을 불어넣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각자의 목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난 나를 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조금씩 병에서 벗어나기 시작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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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6 18:34
수정 아이콘
좋습니다.
사악군
18/04/26 18:44
수정 아이콘
건강해지셨네요!
유지애
18/04/26 19:39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글이 너무 좋아서 인용하고 싶을 정도네요
사과씨
18/04/26 21:0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용노사빨리책써라
18/04/26 21:28
수정 아이콘
제목 보자마자 생각나는 영화
곰돌이우유
18/04/26 22:50
수정 아이콘
사랑에 대하여 글을 올렸다가... 이 글을 보고 지웠습니다...

지금의 이 상황은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 보려구요..
사과씨
18/04/26 23:51
수정 아이콘
힘들때는 그냥 순수하게 힘들어 하는 것이 오히려 좋아요. 왜 난 이것밖에 안될까... 난 이래도 싼 사람이야... 그 힘듬의 원인을 끝없이 자신에게 돌리는 그 쳇바퀴 같은 흐름이 사람 망가지게 합니다. 어리광도 부리고 주변 사람들 귀찮게도 하고 그러세요. 글도 지우지 마시고 그냥 충고 받고 넋두리도 하고 그러세요.
곰돌이우유
18/04/27 06:19
수정 아이콘
이 글이 큰 도움 됐어요.
리스베트
18/04/26 23:17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도 저 자신이 싫습니다.
어떻게 자기자신이 좋아지시게 되신건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언젠가는 저도 그럴수 있길 바랍니다..
사과씨
18/04/26 23:47
수정 아이콘
일단은... 의지만으로는 변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충격적인 일도 본의아니게 겪었고... 꽤 오랫동안 처방 받은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했죠. 그렇다고 뭐 인격이 개조된 정도로 변화된 건 아니고 슬슬 감각이 돌아오고 정상적으로 상황을 인지하는 수준으로 이제 막 돌아온 수준이라고 해야할까요? 뭔가 텅빈 상태인데 조금만 정줄 놓으면 다시 우울감으로 가득찰 것 같은 그런 상태라... 어떻게든 자기 최면이든 아님 의도적으로 만드는 즐거운 상황이든 행복감을 채워넣으려고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
혼자 어떻게 노력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뭐 성공할 수도 있겠으나 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을 때 후폭풍은 정말 너무 심해요.
아마데
18/04/27 00:09
수정 아이콘
상담은 상담해주는 사람마다 케바케고 약물치료도 사람마다 듣는 약이 있고 악효과만 불러오는 약이 있어서 계속 시도를 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사과씨님은 어땠나요?
사과씨
18/04/27 00:17
수정 아이콘
저는 운이 좋았는 지 몰라도 약빨이 좀 잘 받는 편이었어요. 자율신경 실조증도 좀 심했고 약간 망상장애끼도 있었는데 약물 처방 후 생각자체가 줄어들고 잠을 자기 시작하니까 우울한 생각이 무슨 스노우볼 마냥 굴러가면서 커지는게 좀 브레이크가 걸리더군요. 원래는 약물 치료 없이 상담만으로 어떻게 해볼려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가다간 진짜 죽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하다 말고 뛰쳐나가서 회사 근처 정신의학과 찾아가서 다짜고짜 약 달라고 때를 썼었거든요. 돌이켜 보면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아요.
창조신
18/04/27 14:57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에요. 북받쳐 오르네요.
소린이
18/04/27 19:59
수정 아이콘
제가 알고 있는 영화 장면 중 가장 눈물나는 장면에 글까지 ......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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