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2/09 13:50:16
Name JiAn
Subject [일반]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지만 그 깊음은 이제야 알았네
#1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형제,자매가 무척 많았습니다. 그리고 친척누나, 형들도 많았지요. 그에 따라 슬픈일과 기쁜일도 생기기 마련.

결혼, 임신, 출산, 돌잔치, 그리고 이혼, 보이지않는 유산 싸움, 저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시는 부모님들의 부모님 모시는 일 등등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요.

사실 잘 와닿지는 않더라구요. 멀리 살기도 했거니와 어릴때엔 스스럼없이 지냈던 또래의 친척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색해지더라구요. 집안 어른들의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

친형이 결혼을 하였습니다.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화환에는 축하의 말과 친구가 보낸것 같아 보이는 장난스러운 문구들이 보이고 식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형태로 잘 치루었습니다.


#3

형의 허니문과 동시에 찾아온 형수님의 임신, 그리고 9개월 반이 지나 친조카가 태어났습니다.
아주 사랑스럽고 이쁜 여아에요. 태어난 다음날 부드럽고 고와보이는 천에 둘러쌓여 창문너머로 간호사가 보여준 친조카는 저에게 눈물을 떨어트리게 했습니다. 전에도 많은 친척들이 아이를 낳고 돌잔치를 치루고 했었지만 '친'조카가 태어난 그 순간은 정말이지 형용 할 수 없는 기분이더군요. 어찌 제 문장력으론 설명 하기 힘든 무엇 이였습니다.

#4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의 친조카는 생후 10개월, 주말 새벽 갑자기 온몸에서 열이 펄펄 끓기 시작했었다고 합니다. 응급실에
바로 아이를 데려갔다고 해서 떠오른게 아이들은 한번씩 열병에 걸릴때가 있다고 했으니 심한병은 아니겠거니 하고 일단은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난 아침. 늦잠을 잔건지 가족이 전부 외출 해있었는데 전화해보니 모두 병원에 갔답니다. 왜 저는 깨우지 않고 가셨어요 하고 부모님께 여쭤보니 이른아침에 깨우니 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급한 마음에 바로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분명 새벽에 갔었다면 병실에 있어야할진데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음에도 응급실에 있었습니다. 낮이 가까워지는 시각이였는데도요. 날이 급격하게 추워져서 큰 병원의 병실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영유아들이 입원 했다더군요.

방문기록을 작성하고 면회하러 들어갔는데, 병상에는 많은 인원이 들어 갈 수 없는지 부모님은 나와계시고 저는 그 사이에 들어갔습니다.

병상은 정말 비좁았습니다. 보호자가 쉴 수 있는 간이침대도 없고 병상조차 조그마해서 몸을 눕히기도 힘든. 첫 아이의 첫 응급실 생활은 형과 형수님을 하루만에 초췌하게 만들었습니다. 묘사하기도 힘들만큼.

조카의 병명은 가와사키병. 거기다 급성이라서 심장쪽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말에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더군요. 병명을 듣기전에도 아이는 들어온 저를보고 환하게 웃어 주었는데 말입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부모님과 형님부부가 오히려 저를 다독여주더군요.

#5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그렁그렁 납니다. 조카는 아마도 자기가 왜 아프고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지요. 어른들을 스스로 애교부리게끔 만드는 해맑은 아기의 웃음에 눈물과 미소가 같이 피어납니다.

첫째날, 둘째날에도 온몸에 열이나고 아픈 나의조카. 앞으로 거진 5일동안은 더 아플거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고 가셨습니다.대신 아프지는 못하지만 아이와 형님부부를 위해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병원에 가서 형님부부의 힘듬을 나누고 아이의 쾌유를 위해 잔뜩 업어주고 재롱도 부려줄 것 입니다.

아플때에 기도하던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질만큼 저는 무교인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무사히 쾌유하길 간절히 기도하고 신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아플때에도 찾지않던 것은요.

글을 쓴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픈 아이를 위해 단 몇초만 이 아이가 무사히 퇴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망설여 왔던 pgr의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이제서야 누릅니다.

두서없이 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날이 추운데 부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냉면과열무
17/12/09 13:56
수정 아이콘
정말 별 일 없을거예요. 아이를 위해서 지안님을 위해서.
닉네임세탁기
17/12/09 13:56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쾌유를 기원합니다.!
17/12/09 14:02
수정 아이콘
아무 문제없이 방실방실 웃으며 일어날겁니다.
Maria Joaquina
17/12/09 14:06
수정 아이콘
첫 조카가 생겼을 때가 떠오르네요.
아이가 빨리 나아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堀未央奈
17/12/09 14:26
수정 아이콘
쾌유를 기원합니다.
무가당
17/12/09 14:33
수정 아이콘
쾌유할 수 있을 겁니다. 힘내요.
사악군
17/12/09 14:34
수정 아이콘
조카가 어서 쾌유하여 예쁜 미소를 계속계속 보여주길 기도합니다.
유지애
17/12/09 14:49
수정 아이콘
쾌유하기를 빕니다.
태연이
17/12/09 14:52
수정 아이콘
쾌유를 기원합니다!!
낭만없는 마법사
17/12/09 14:56
수정 아이콘
조카가 얼른 쾌유하길 기원합니다.
kogang2001
17/12/09 15:00
수정 아이콘
쾌유를 기원합니다!!
사슴왕 말로른
17/12/09 15:20
수정 아이콘
무사히 건강해져서 퇴원할겁니다!
민머리요정
17/12/09 17:22
수정 아이콘
집에 이제 3개월된 조카가 와있는 입장에서 너무 공감되요 ㅠㅠ
얼마전에 조카가 맘마도 안먹고 막 울기만하고, 열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서,
어머니랑 같이 급하게 병원을 데리고 간 기억이 있네요 ㅠㅠ

조카가 잘 이겨낼꺼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견뎌내고, 이전보다 더 건강하게 될껍니다 :) 힘내세요 !
블루시안
17/12/09 19:14
수정 아이콘
피는 물 보다 진하다곤 하지만 물보다 옅어질 때가 확실히 있져
조카 이야기가 나오니까 제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히
블루투스 너마저
17/12/09 19:57
수정 아이콘
쾌유를 빕니다. 아이들이 아픈 것은 정말 안쓰럽지요. 하아...
Phlying Dolphin
17/12/09 20:29
수정 아이콘
저도 어릴 때 가와사키열병에 걸려서 빈사지경에 이른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는 진단조차 어려워서 의사들도 원인 파악이 안 되니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래도 제가 이렇게 잘 나아서 커 온 것처럼 조카분도 잘 나을 거라 믿습니다.
17/12/09 21:39
수정 아이콘
댓글달아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열이 좀 내려갔는지 많이 웃어주네요. 감사합니다
보들보들해요
17/12/09 23:27
수정 아이콘
쾌유를 기원합니다. 삼촌이 간절히 바라는 대로 아무 일 없이 씻은 듯 나을거에요.
애플망고
17/12/09 23:32
수정 아이콘
저도 잘 나아서 잘 지냅니당 넘 걱정 마세요
진산월(陳山月)
17/12/10 00: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기가 아픈건 정말로 보는 사람의 가슴이 찢어집니다. 빨리 낫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서쪽으로가자
17/12/10 00:49
수정 아이콘
저희 애도 1년전쯤에 가와사키 병을 앓았습니다. (당시 거의 1년 9개월쯤이었겠네요)
잘 치유되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솔이자감바보
17/12/10 01:02
수정 아이콘
저도 어릴 때 가와사키병을 앓았습니다. 심지어 처음엔 다르게 진단해서 가와사키병이라는 것으로 판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었어요.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으니, 걱정마셔요! 조카분도 그럴겁니다.
17/12/10 02:39
수정 아이콘
주삿바늘 꼽은쪽이 자꾸 간지러운지 물고 뜯고 난리입니다. 그래도 기운이 나보이는게 더 좋은거 같습니다!
잉크부스
17/12/10 09:31
수정 아이콘
요즘은 애들 아픈이야기만 들어도 눈에 눈물이
잘이겨낼겁니다
건강한 후기 부탁드려요
17/12/10 12:18
수정 아이콘
쾌유하고 퇴원해서 잘 자랄거에요.
그리고 어른이 되서까지 그때 엄마 아빠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때문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고 구박들을겁니다.
제가 돌 때쯤 일주일인가 아파서 입원했었는데 30대인 지금도 엄마아빠가 얼마나 놀라고 걱정했었는지 아냐고 한소리들어요. 지금 전 돌 이후론 입원 한번 안하고 튼튼하게 잘 살고 있어요.
RookieKid
17/12/10 21:18
수정 아이콘
저 어릴때 가와사키병이라고 엄마아부지 막 정신없이 그랬는데 자세히보니 딱 한가지 증상이 없어서 다른쪽으로 치료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네요. 괜찮을거에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933 [일반] 미투운동 ) 오달수 입장 표명 전문 + 주저리주저리 [243] VrynsProgidy25793 18/02/26 25793 54
75858 [일반] 중국 청소년 게임중독치료를 위한 군대식 사설 합숙소 성황 [90] 염력 천만13037 18/02/19 13037 11
75760 [일반] 딥러닝 창시자 제프리힌튼"영상의학과 전문의 양성 당장 멈춰야" [91] imemyminmdsad15689 18/02/08 15689 3
75561 [일반] 수가문제와 이대목동병원 [91] 여왕의심복11178 18/01/24 11178 41
75549 [일반]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고 합니다 [85] 홍승식11919 18/01/23 11919 1
75522 [일반]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이슈는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일까요? [193] 光海12664 18/01/21 12664 11
75508 [일반] 삭감이란/ 돈보단 생명입니다.(정말 그런가요?) [102] 삭제됨12078 18/01/20 12078 26
75506 [일반] 이대목동병원 수사에 대한 안타까움 (내용추가) [69] 홍승식11325 18/01/20 11325 3
75451 [일반]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수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33] 사업드래군9285 18/01/16 9285 17
75450 [일반] 제천 화재 참사사건에 대한 소방관 경찰 수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01] metaljet12684 18/01/16 12684 4
75409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결혼비용 평등부담에 대한 생각 [373] Julia30008 18/01/13 30008 19
75329 [일반] 안과의사가 말하는 라식/라섹에 대한 설명 및 위험성 [76] 홍승식18713 18/01/08 18713 3
75324 [일반] 왕따 치과의사 강창용 [103] Cafe_Seokguram16781 18/01/08 16781 6
75160 [일반] 의료용 대마란 무엇인가? [200] kurt18943 17/12/27 18943 8
75153 [일반]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의료과실에 한발자국 더 다가선것같습니다. [19] 키토10861 17/12/26 10861 2
75120 [일반] 시작된 문빠 낙인 찍기 [330] 삭제됨20334 17/12/23 20334 77
75104 [일반] 수가제가 개선되면 과연 의료사고가 줄어들까요? (민사소송비율추가) [152] 아이n10674 17/12/22 10674 14
75098 [일반] 보고 울화 치미는 제천 화재 관련 기사 하나 [149] 드라고나18489 17/12/22 18489 20
75078 [일반] 이대 사건에 대한 현직 소아과 의사의 글 [305] 정신건강의학23447 17/12/21 23447 61
75063 [일반] 이대 목동병원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73] 아유11665 17/12/20 11665 6
75015 [일반] [초스압, 15.9mb] 썰전 - 청와대 국민청원 [8] 렌야8734 17/12/16 8734 7
74930 [일반] 문재인 케어 - 왜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나? [140] 여왕의심복32762 17/12/11 32762 84
74918 [일반]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지만 그 깊음은 이제야 알았네 [26] JiAn8883 17/12/09 8883 5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