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타크래프트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걸쳐서 다녔던 제가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던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친구들과 팀을 짜서 게임을 몇판 했었는데 굉장히 재밌었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플레이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단계는 굉장히
짧았고, 관두기까지 1년이 조금 안걸렸습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를 관둔 것과는 별개로 쌈장 선전 같은 것도 종종 보았고, 온게임넷에서 대회도 가끔씩 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는 것에 매력을 조금씩 느끼고 있을 때 쯤에 황제가 군림하셨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
프로가 보여주는 게임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시간이 될 때 종종 찾아 보는 정도였지 본방사수 개념은 딱히 없었어요.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난 뒤에는 프로 경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는데다가, 방송까지 꼭꼭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야자 등에 시달려서
못 보게 된 경우에는 vod 재방 등을 통해서 꼭 봤었죠. 언제고 저기 직관을 가야겠다.. 고 생각을 했었는데
질레트 스타리그의 결승전이 대구에서 열리게 되었고 당시에 스타 빠를 자처하던 친구들과 같이 직관을 갔습니다.
화면으로만 보던 영웅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수박머리의 파격적인 투신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결승전은 재밌었고 직관을 할 때 느꼈던 그 감정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난 뒤에는 서울에 올라오게 되어, 더더욱 시간을 많이 쏟아 경기들을 챙겨봤습니다. 프로리그는 물론 osl, msl 양대리그도
챙겨 보게 되었고 저도 이쯤부터는 자연스레 프로 팀들간의 경쟁구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게 되었죠.
스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제가 팬이었던 선수는 이영호 선수입니다.
이게 참 아이러니 한 것이, 황제-천재-괴물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유수한 선수들의 등장에도 팬임을 자처하지는 않았는데
이영호 선수의 경우에는 '팬의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흠을 잡을데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상대방을 찍어누르는 듯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다고 할까요..
이영호 선수를 좋아하게 되니 자연스레 kt의 팬이 되었고 프로리그에서 kt의 선전을 기대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나쁜 성적은 아니었습니다만, 황신의 가호가 아무래도 kt에 좀 강하게 있었다는 인상을 받은 채 꽤나 자주
응원하다 혈압 뻗친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재밌게 경기를 보다 보니 어느샌가 사건이 터졌고, 그 이후로는 자연스레 리그가 침체되기 시작하더군요.
허영무 선수가 우승했던 티빙 스타리그를 끝으로, 저도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대해서 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kt팬질을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답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기억이었다..는 생각이네요.
1.5. 판타지스타의 등장(장재호 선수 아닙니다.)
저에게 스타는 플레이하는 것이 재밌는 게임이 아닌, 프로선수들의 경기가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를 보는 것과는 별개로 제가 하고 싶은 게임을 찾게 되었는데 그게 워3였죠.
나름 빡세게 할 때는 3:3으로 워3 비교적 앞페이지까지 순위를 올렸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워3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워3내에서의 커스텀 게임에 빠지게 되었고 그 게임은 '카오스'였습니다.
카오스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정말 많습니다. 햇수로만 쳐도 약 8년이상을 그 게임에 바쳤거든요.
하지만 본문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으니 짧게 말씀드리자면, 저를 푹 빠지게 만든 저만의 판타지스타가 이 게임에서 등장했습니다.
구 Coach(현 푸만두), 이정현 선수였었죠.
엄청난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코치의 빠를 자청하게 되었습니다.
2. 리그 오브 레전드
시간이 지나 저의 판타지스타가 카오스를 관두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게이머로 데뷔를 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워낙에 좋아했던 선수인지라 근황이나 소식 등은 계속해서 접했습니다.
롤에 관심자체가 없으니 우승했다 소식을 들어도 '오 역시 이 선수는 난 선수구나'하는 생각만 들지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2015년 9월? 10월쯤부터 저도 카오스를 관두고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카오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은 챔피언과 다른 인터페이스에 적응하자니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하지만 결국 적응을 했고, 게임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재밌어 하는 게임이니 당연히 프로 경기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구요.
제가 롤을 시작했을 때 이정현 선수는 이미 선수로서는 은퇴를 하고 난 뒤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아했던 프로게이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가 몸을 담고 있던 skt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스타 때는 kt, 롤에서는 skt라니.. 아예 반대로 갈아탄 느낌이라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선수를 좋아해 해당 팀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저의 일반적인 패턴인지라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마침 제가 롤에 관심을 두었을 때 skt는 독보적인 팀으로서 롤드컵에서 우승을 하고 제가 팬질할 맛을 나게 해주었습니다.
2.5. 2016년 이후
스타 때와는 달리 중간부터 경기에 관심을 두게 되어 이전의 경기들을 모두 챙겨보지는 못했습니다. 커리어 정도만 대략 알고 있는
상태로 skt의 팬으로서 2016년을 맞이했는데, 15년과는 다르게 자꾸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더라구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lck 스프링 우승도
하고 16년 롤드컵 우승도 했으니 팬으로서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17년이 되어.. 스프링 우승까지는 팬으로서 빵끗했지만 최근의 케스파컵까지는 아무래도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들의 성적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기에 비난받을 여지는 전혀 없지만 애정을 가진 팬으로서 아쉽다는 말은 당연한거겠죠.
그래서 답답했습니다, 열심히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았어요.
3. 취업 이야기
전혀 관련없을 것 같은 취업 이야기가 은근히 본문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전 앞으로도 롤이 망하기 전까지는 프로 경기를 보면서 특정 팀을 응원하게 될 것이니까요
스타에서 kt를 응원하다 롤에서 skt를 응원하는 중인데..
최근에 kt로 갈아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구절절하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취업하기가 정말 힘든 시기예요.
그러다보니 어디든 붙여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는 노예 마인드가 날이 서있는 상태인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kt에 붙었습니다.
1차 면접 결과 발표 전에 우스갯소리로 제가 kt가 케스파컵 우승하고, 나도 입사하게 되면 갈아타야지 했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일과 취미는 별개의 문제이니 상관이 없지 않겠나 싶지만.. 어쩐지 kt로 갈아타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취뽀성공을 하니, 굉장히 후련합니다.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4. 결론
두서없는 이 글의 결론은 그냥 적지 않은 시간을 봐왔던 프로 경기들에 대한 제 개인적인 잡생각일뿐입니다.
취준이 끝나면 꼭 한번 피쟐의 자게에 글을 써보자 했는데 저도 쓰고 나니 무슨 글인지 도통 의문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pgr을 하면서 글을 써보고 싶었다는 생각에 끄적여 보았습니다.
개인의 일기장을 슥 들여본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