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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8/07 21:52:17
Name 공부맨
Link #1 http://www.shakeyourbodymoveyourbody.com/mainframe.asp
Subject [일반] 밴드 언니네 이발관 해체
2017년 8월 7일    

소식이 늦었습니다.
어려운 말씀을 드려야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예전에 써 둔 편지를 올립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미안해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그만 두길 바래왔어요.
하지만 어딘가에 내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털어놓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한번만
이번 한장만 하다가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그간 실천하지 못한 계획들도 있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서 인사드리고 떠나면 좋겠지만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항상 벗어나고 싶어했기에
음악을 할때면
늘 나 자신과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습니다.

더이상은 그런 기분으로 무대에 서고 싶지 않음을..
이렇게밖에 맺음을 할 수 없는
제 사정을..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는 음악을 그만 두고
더이상 뮤지션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23년동안 음악을 했던 기억이
모두 다
즐겁고 행복했었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기억만은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훗날 언젠가
세월이 정말 오래 흘러서
내가 더이상 이 일이 고통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죄를 짓는 기분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 뵐게요.

감사합니다.

23년동안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것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주신것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2017년 8월 6일 저녁 이석원 올림

출처 http://www.shakeyourbodymoveyourbody.com/mainframe.asp
-특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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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음악, 특히 록밴드하면 뭔가 돈버는 일은 아니더라도 열정? 꿈? 으로 지속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언니네 이발관은 정반대로 오래전부터 일로 받아들였나 보네요.

저도 지금이야 직장인 5년차지만,
과거 꿈과 일사이에서 갈등을 많이했고, 그럴때마다 항상 하고 싶은것보다는 내가 잘하는 쪽, 잘될거 같은쪽 을 선택한 소시민이였습니다만
언니네 이발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공식적으로만 20년이상 활동했으니까요.

또, 오늘은 삼겹살에 맥주한잔하면서, 일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한다는 동기의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기분이 살짝 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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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zisuka
17/08/07 22:02
수정 아이콘
안녕...
17/08/07 22:08
수정 아이콘
적극 지지하고 그럼에도 훗날 다시 또 만나기를 바래봅니다
Finding Joe
17/08/07 22:10
수정 아이콘
김동률이 음악한다고 했을 때 김동률 부친이 "네가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면 더 이상 그 일을 예전처럼 좋아할 수 없을 텐데, 그래도 좋으면 해라" 라고 조언한 일화가 생각나네요.
다른 일 하다가 또 음악이 좋아질 때쯤 불쑥 찾아올 수도 있겠죠.
17/08/07 22:13
수정 아이콘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이석원 편이 있는데 들어보시면 어떤 심경의 변화들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거에요.
자기는 앞으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없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를 진단내리고 있더라구요.
작가로의 전업에 대한 이야기도 있구요.
다빈치
17/08/07 22:16
수정 아이콘
예전에 라일락 선수 프로 데뷔할때 개인적으로 얘기했던게 생각나네요
'호지나 뭐가 제일 힘드냐?'
'취미가 롤이였는데 취미가 없어진게 제일 힘들다'
시네라스
17/08/07 22:24
수정 아이콘
그동안 토로하던것들도 있고 6집 내놓고 공연도 안잡는거보면서 미처 선언을 못하던 것이란 생각은 언니네팬들이라면 다들 짐작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쉽지만 안녕히.
Morning Glory
17/08/07 22:25
수정 아이콘
사실 알고 있었죠 다들.. 그냥..
6집 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이 하고싶습니다. 석원이형 부디 건강하세요
말다했죠
17/08/07 22:30
수정 아이콘
인디파워라는 리메이크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이 분들 노래를 처음 접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그때 그 앨범 참여했던 밴드들 이름만 들어도 뭉클하네요. 그동안 좋은 노래 들려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랑어랑
17/08/07 22:39
수정 아이콘
그만두겠다는 그 아쉬운 말조차도 아련한 노래가사처럼 써버리니 못내 미련이 남지만,
고마운 가사들 잘 들어놓고 잡고자하는 말 한마디라도 적으려하는 게 참 주제넘어서....
감사했고 여태까지의 이야기들, 잘 듣겠다는 말을 써야겠네요.
임시닉네임
17/08/07 22:39
수정 아이콘
이럴줄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닥쳐오니 아쉽고 쓸쓸하네요
17/08/07 23:09
수정 아이콘
정말 고마워요.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듣고 있을 앨범들이에요.
아스미카나
17/08/07 23:09
수정 아이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래도 제일 힘들때 그나마 위안을 줬던건 당신들의 음악이었어요.
점박이멍멍이
17/08/07 23:56
수정 아이콘
언니네이발관 음악들과 더불어 살아와서 즐거웠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들의 음악은 제 인생에 길이 남을 것이기에 팬으로써 잘 떠나보내려 합니다.
하와이
17/08/08 00:33
수정 아이콘
비교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주류가 아닌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너무나 유명해져버려서 괴로워 했다던 커트 코베인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본인들을 스타로 만들어준 Smells Like Teen Spirit 를 그렇게 싫어했다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취미로 조용히 연주하시는 그날이 오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집에서나오지맙시다
17/08/08 02:36
수정 아이콘
영원히 레전드로 남을 겁니다
SwordMan.KT_T
17/08/08 04:30
수정 아이콘
건강도 큰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더구나 공연 때문에 목 관리를 위해 육성 대화
자체를 자제하신다던 일기도 본 적이 있고... 좀 더 행복하고 편하게 사셔도 좋지 않을지
생각했는데 기어이 쉬러 가시네요.
cute.doggiestyle
17/08/08 08:43
수정 아이콘
야구 SK 팬이었는데 한국 시리즈 결승에서 끝내기 홈런 맞았을 때, 수변 무대에서 언니네 이발관 공연 보면서 히죽 거리면서 괜찮아 그깟 공놀이 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로랑보두앵
17/08/08 10:01
수정 아이콘
맙소사... 원래부터 해체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나요? 충격적이네요
임시닉네임
17/08/08 18:23
수정 아이콘
6집이 마지막일거란 말은 이전부터 여러번 했죠 그래서 팬들 중에는 6집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았을 정도에요
로랑보두앵
17/08/09 05:35
수정 아이콘
아 그랬었군요. 오늘 날씨도 우중충해서 그런가, 애도를 듣고 있는데, 유난히 아쉽고 그렇네요
도토루
17/08/08 10:40
수정 아이콘
저는 꽤 늦은 4집 "순간을 믿어요"를 듣고 반하게 되었었네요.02년도 쯤이었을까요?
한창 대학교 들어가고 학교 밴드에 들어가면서 동아리 동기의 텔레캐스터 기타를 보았고 같은 해 소요락 페스티발에 갔을 때 언니네 이발관에서 동일한 텔레캐스터를 쓰고 있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덧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그간 때로는 잊고 지냈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가늠이 되질 않네요.
지금이라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고 음악을 취미로 접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신지민커여워
17/08/08 12:21
수정 아이콘
야주 먼 길이었지 나쁜 꿈을 꾼거 같아
꿈속에서 만났던 너처럼
17/08/08 21:27
수정 아이콘
아.. 많이 아쉽지만, 앞으로 더 행복하지시길 응원합니다! 반복해서 듣고 들어도 언니네 이발관 노래들은 좋아서 괜찮아유!!
수면왕 김수면
17/08/08 23:35
수정 아이콘
고통스러우면 가끔은 (좀 길게) 떠나있거나 그만 두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좋아하기에 시작해서 직업이 되면서 고통스러워진 일을 좀 떠나있는데 시간이 지나서 고통도 좀 희석되고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아지면 돌아가려고요. 과연 그 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운동화12
17/08/09 01:31
수정 아이콘
저는 이 분 정신적으로 조금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인만 들을수 있는 소리를 찾을때까지 녹음에 녹음을 하다 다 완성된 음반을 뒤엎은게 벌써 몇년째인지... 음반이란게 한번 내놓으면 수정을 하기가 어려운 성질의 작품이라, 완벽주의자/편집증적인 본인에겐 엄청난 스트레스 였던거 같아요. 제작사에서 더이상 미루면 정신병원에 처 넣겠다고 농담을 했다는데, 백퍼 농담만은 아닌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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