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꿨다고 해서 꼭 악몽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그 꿈의 길이입니다.
악몽은 악몽인데, 전체 줄거리가 약 3박 4일정도 되는 꿈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잠잔 시간은 약 1시간... 처음에 선잠 잔 시간동안 꿈을 꾸진 않았을테니, 약 20분 이하의 시간에 50시간 어치의 내용을 꾼 것이죠. 약 150 배의 시간을 압축해서 경험한 셈입니다.
사실 20분이라는 것은 제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꿈이라는 것은 실제로 극히 짧은 시간에 꾼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부와의 실제 신경을 통한 자극이 필요없이 상상으로만 만들어내는 꿈이라는 것은, 평소 사고의 속도를 능가하여 진행되기 때문이죠. 저런 시간 흐름의 불일치라는 매력적인 요소 때문에, 외부와의 자극을 차단하고 절대 사고의 영역으로 들어갔다가 뭔가 일이 틀어지는 소설이나 영화도 제법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스티븐 킹씨의 'Jaunt' 라는 단편소설입니다만.. 한번 시간나면 보세요.
근데 이어서 든 생각은, 만약에 '꿈'을 꾸고있는 수면상태를 인위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매일 매일 몇년에 해당하는 경험을 해보면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사고에 필적하는 속도를 지닌 컴퓨터 서버와 인간의 두뇌를 접속할 수 있다면, 현재의 조잡한 온라인 게임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진정한 '현실' 수준의 '비현실'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겠죠.
생각해보세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면서 log in -
밤 사이에 사라센의 영주로 태어나 십자군과의 대 전쟁의 소용돌이를 뚫고 800 번의 승리를 거두는 영광된 인생을 사는 것이죠. 물론 미리 설정해놓은 대로 흘러가는 인생이기 때문에 실패 따위는 존재하지 않거나, 양념 수준으로만 존재합니다. 어차피 꿈 속에서는 이것이 꿈인 줄도 모르기 때문에, 진짜 인생을 사는 것이죠. 나비가 사람의 꿈을 꾸는 것인지, 사람이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다음 날에는 가슴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인생, 다음 날에는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정복하는 산악인의 인생, 다음 날에는 또 다른 인생..
하지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니, 저런 식으로 인생을 밤마다 50년씩 살다보면, 일주일도 못되어 애늙은이가 되어버릴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해서.. 이런 불로불사 서비스는 70세 이상의 은퇴 인력에게만 제공해주는 방안을 정부에서 강구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다 쓰고나니 저질짝퉁 무라카미씨 식의 글이 되어버렸다능... 하지만 그분은 걍 상상이고, 전 정말로 저런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는 점에서 좀 다르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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