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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02 01:41:34
Name 솔빈
Subject [일반] 삼례 나라 슈퍼 사건
1999년 2월 6일 전주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 슈퍼에 3인조 강도가 들었다. 강도들은 유 할머니를 살해하고 금품과 패물을 훔쳐서 달아났다. 당시 경찰은 수사 끝에 삼례에 거주하던 강인구(18살), 최대열(19살), 임명선(20살)을 범인으로 지목, 구속 수사 끝에 범행을 자백받았다. 대법원은 그해 10월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고 이들은 각각 징역 3~6년 형을 선고받았다. 앞에 적은 사실만을 보면 경찰의 빠른 수사 덕분에 흉악한 범죄자들을 사회와 격리할 수 있게 된 권선징악의 얘기다. 하지만 삼례 나라 슈퍼 사건에 이면에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

강인구와 최대열은 한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둘은 불우한 가정형편으로 최소한의 보살핌조차 받지 못하는 `사회의 약자`라는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지적장애가 있지만 남을 해치지 않는 순박한 품성을 가지고 있었다. 임명선은 지적 장애는 없었지만, 중학교 중퇴 이후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사건 당일에 다른 지역에서 건설노동을 하고 있었다. 경찰이 범인으로 판단한 3인 조는 돈도 백도 없었기에 변호인의 도움 없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범행 사실을 부정하는 삼인조를 몽둥이로 살인범으로 만들었다.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강인구, 최대열에게 경찰이 직접 쓴 자백서를 똑같이 그리게 하고 범행을 부인할 때마다 주먹과 발길질로 허위자백을 하게 만들었다. 과학적 수사 없이 폭력과 고문으로 받아낸 허위자백은 당연하게도 범행 도구나 장물 등 물증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찰은 물증을 조작하여 자백과 끼워 맞췄다. 어설프게 조작된 수사 기록과 증거물을 검찰은 그대로 수용했다. 법원은 3인조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최대열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까지 상고했다.

그 와중에 부산지검 소속 최종원 검사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진범들의 자백은 범죄 현장 상황은 물론이고 피해자 진술과 일치했다. 그리고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최종원 검사가 진범 3인조를 기소할 무렵, 이종찬 부산지검장(전 전주지검장)이 진범 3인조를 기소하지 말고 전주로 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마도 이종찬 그는 자신이 전주지검장 시절 잘못된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길 원치 않았을 것이다.

진범 3인조는 전주지검으로 보내진 뒤 삼례 3인조를 범인으로 기소한 최성우 검사에게 수사를 받는다. 진범 3인조는 역시 최성우 검사에게 모든 걸 자백했지만, 도리어 진범들에게`너희는 범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삼례 3인조의 지적장애에 대해 이렇게 적어 놨다.

"임명선, 최대열, 강인구의 지능에 관하여 보면, 아이큐가 70을 약간 상회할 정도로 지능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지능이 낮을 뿐 범죄적 지능은 발달한 것으로 보여 종전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허위 자백했다고 단정하기가 어려움"

`범죄적 지능`을 말하는 서울대 법대 출신 최성우 검사는 살인 누명을 쓴 지적장애인 삼례 3인조를 교도소에 다시 넣었다. 그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을 `인간의 양심`조차 없었다.

이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세 사람은 2015년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6년 10월 28일 법원은 삼례 3인조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진범은 자진해서 법정에 나와 증언하고 삼례 3인조, 피해자, 유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고, 돌아가신 할머니 무덤을 찾아 참회했다. 진범을 만난 피해자들은 그 용기에 고마워했다. 그리고 그를 용서했다.

하지만 가짜 살인범을 만들고, 자백한 진범을 풀어 준 과정에는 수많은 공권력이 관여되어 있다. 폭행, 고문, 회유, 기망으로 허위자백을 하게 만든 경찰, 부실한 수사인걸 알면서도 기소를 하고 도리어 진범을 풀어준 최성우 검사, 그리고 유죄를 선고한 판사, 국선 변호인까지 아직 그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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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2 01:44
수정 아이콘
박범계 : 아닝뎅 ㅠ
17/06/02 01:45
수정 아이콘
아 박범계 의원 따로 사과를 했죠.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48132
17/06/02 01:45
수정 아이콘
근데 솔직히 재심 변호사가 박범계 저격한거는 진짜 치졸했죠..
17/06/02 01:4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박준영 변호사 덕분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풀었기에 이 정도는 익스큐즈 해야죠.
17/06/02 01:49
수정 아이콘
문제는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없었던 사람에게, 정치적 입장상 (민주개혁진영) 사과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저격해서 억지로 사과시킨 거는 좀.. 그렇죠.. 그 3인조 분들이 원한것도 아니고..
17/06/02 01:51
수정 아이콘
그건, 그렇네요. 그래도 좋은 선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17/06/02 01:54
수정 아이콘
차라리 박범계 한테 '당신도 그 당시 있어봐서 알지 않느냐, 당사자들에게 사과받는 것을 도와달라' 라고 합리적인 제안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서건창
17/06/02 01:59
수정 아이콘
1심 배석 판사면 실질적 영향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판결문에 이름이 오른 이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요? 법적 책임이야 없겠습니다만, 도의적 책임이야 져야죠.
17/06/02 02:04
수정 아이콘
배석판사로 기록표지도 못본 사람에게 그건 너무 가혹한 잣대 같습니다
서건창
17/06/02 02:06
수정 아이콘
z23251 님// 저도 다소나마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판사 내지는 정치인들에게는 그 정도 잣대를 들이대도 괜찮지 않을까요.
단순히 관행이었다고 하기에는 직업윤리에도 심각한 흠결이 있었던 셈이죠. 사법부 전체가 반성할 일이지만, 그 사법부를 구성했던 개개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지 의문입니다.
17/06/02 02:09
수정 아이콘
서건창 님// 음.. 소위 연대책임 이라는 건데, 박범계가 그정도로 연대책임을 질 만큼 똥볼을 차면서 판사생활 했다고는 보지 않아서.. 오히려 사법부 내에서 활동한거 보면 거의 MBC해직 기자들 급으로 개혁적이었는데 말입니다
서건창
17/06/02 07:57
수정 아이콘
z23251 님// 연대책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박범계 의원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재판하지 않고도 이름을 올린 건 명백히 그의 잘못이죠. 사법부의 잘못이라고 했던 건 도리어 정상참작 차원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고, 괜찮던 시절이었겠죠. 저도 그런 측면에서 신입 판사가 관행에 맞서기를 기대하는 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헌법과 소송법 위반인 건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17/06/02 01:47
수정 아이콘
정작 최성우씨는 김&장 가서 잘 살고 있네요 어이구
심지어 박준영 변호사가 쓴 지연된 정의 발췌문을 보니까 작년 초, 이 사건이 공론화되니까 김&장 나가서 면피한 다음 다시 들어갔다고 하는군요.
정의란 무엇인지.
17/06/02 01:49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이종찬 지검장은 mb정권 민정수석에 오릅니다.
17/06/02 01:50
수정 아이콘
구신은 뭐하는지 몰라요
러블리너스
17/06/02 02:21
수정 아이콘
후..
17/06/02 05:40
수정 아이콘
그알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17/06/02 08:01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볼때마다 살인의 추억의 수사가 지금도 없다고 이야기를 못하겠어요.
유애나
17/06/02 08:54
수정 아이콘
한 15년쯤 뒤에 지금배경으로 검찰/경찰의 부패함, 무능함을 다루는 영화가 나올것같습니다.
17/06/02 10:07
수정 아이콘
요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이런 사법당국의 잘못으로 점철된 사건을 보면, 사형제에 대하여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모리건 앤슬랜드
17/06/02 10:55
수정 아이콘
착한죽창 정의구현죽창 인정합니다. 이젠 정말 죽창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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