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5/20 22:47:34
Name 강희최고
Subject [일반] 30살의 되먹지 못한 성인의 평범한 이야기, 그리고 대한민국
1984년... 내가 태어난 년도이며, 아무렇지 않은 그저 특별한게 있다면 올림픽이 열렸던 해이며, 아마도 몇가지의 다이나믹한 정치상황과
경제 현황등이 공유 되었던 특별하지 않은 연도와 월과 일에 태어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모두가 그러하듯 머리도 커지고 몸도 커졌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속을 썩이며,
아무생각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친구들과 어울리고 어떤 재미있는 놀이를 할까를 생각할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이 챙겨오라는 준비물을 챙기고 숙제를 하고 시간표에 맞춘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교실에서 노는것.. 그것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전부였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른것이 있다면 그쯤 IMF라는 것이 터져 뭔가 큰일이 났구나 생각할 뿐 나의 주변에 큰일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아마도 그리고 적어도 최소한 몇몇사람에게는 엄청난 큰일 이었지만 머리가 나쁜 탓인지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내 주변의 공기는 아무렇지 않게 그저 10년전의 어떤 평범한 날처럼 흐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바뀐 부분이라면 아마 중학교부터 나에게 게임이라는 것이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다지 공부는 하기 싫었고, 다만 게임이라는 것이 정말 나에게 흥미를 돋우는 일이라 매일 게임을 하거나 혹은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생각없이 중학교 3년의 시간이 가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시기가 되었다.
그때조차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고등학교 가야지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직업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얼마의 연봉을 받을것인지는
17살이 되었을 때 조차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만 지금처럼 아무 생각없이 그저 하루하루 평온하게, 또한 내가 하고싶은 게임도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쯤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속을 썩이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내가 볼 면목이 없었다고 느꼇던 것 같다.

아버지는 툭하면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기 일쑤였고, 어머니는 생활비가 부족하여 안해본 일이 없었다.
어머니의 남동생이 하던 인쇄소에서 몸이 힘들어도 야근을 하고, 백화점 식품코너에서도 일을 해봤으며,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두부도 팔아보고, 요양보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18살이 되어 철이 들었던 걸까? 라고 지금의 나에게 되물어봐도 잘 모르겠지만... 그쯤부터 죄송스럽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인생과는 별개로 하루하루 생활하기도 힘들어 자식의 성적이 어떤지 자식의 장래는 어떤지 신경쓰기도 힘들었던 어머니,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아버지, 어머니를 잃은 우리 아버지에게서 나는 내가 이제 겪어야 할 시대적 상황, 적어도 내가 준비해야 할
능력과 덕목을 배우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가서 회계학과에 지원을 했다. 그래도 나름 생각한다고 18살쯤부터 문과에 가면 회계학과를 가야 회계일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1년 신입생 시절동안 어정쩡 하지만 친구들과 여행도 가보고, 공부도 나름 하기도 했다.

21살때 군대를 가서 2년동안 군복무를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안 가겠다, 가지 않으려면 무슨 짓을 해야 될까? 라는 생각보다는 가라는데 가야지 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의무가 주어지면 받아들이고 수행했다. 군대가기 직전까지 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싫어했지만 하라고 하면 억지로라도 하는 그런 인간 부류였다.

군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다. 거의 20년동안 생각없이 살아온 내가 눈치를 보며 어떤 상황에는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욕도 많이 먹고, 구타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군생활이 후회되냐고 물어보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래도 최소한 나에게 "너도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라" 라는 것을 1%라도 깨닫게 해준 곳이 군대였기 때문인것 같다.

군대를 갔다와서 복학해 대학교를 다니며 봉사활동도 해보고, 학생회 간부로도 일해보고 취업 활동을 위해 준비를 했다.
웃기게도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사회의 패러다임과 분위기가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해야 된다는 수동적인 생각을
자연스럽게 그냥 받아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지방사립대 출신으로 그 당시 학벌이 좋은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취업을 했다.
현재 기업에 7년째 다니고 있으면서 우리집에서도 많은 일이 생겼다.
누나가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뇌경색을 겪고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아버지가 도박을 해서 잠시 인연을 끊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인생에 대한 배움은 산술급수적이 아닌 시간이 많이 지난후 기하급수적으로 배우는 것인가보다.
어머니가 아프고 힘들어서야 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어머니를 도와주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꼈고,
2년전 도박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아버지에 대한 나의 분노는 이제는 아버지의 어렸을 적 배경과 살아왔던 과정들을 되새겨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살아온 근 30년의 시간동안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내 스스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열정을 쏟은 일은
무엇이 있을까?
자문자답하자면 아직은 아무것도 없다. 겉으로 친구들에게는 강한척 하지만 나는 정말 나약한 존재다. 아직은 모든 책임과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결혼, 미래,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지만 수동적인 인생을 살아왔던 내가 무언가를 선택 혹은 결정한다는 것은 항상 할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고 힘겨워 한다. 다만 이것이 내가 살아왔던 인생 30여년간의 결과물이고 내가 성장해야만 하는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최소한 70대에 죽더라도 나에게는 아직 40년이라는 기간이 남아 있다.
여태까지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내 인생에 있어서 지금이라도 능동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힘든 일일지라도 앞을 헤치고 나가야 더 앞으로 나가야 하는 길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제목에서 거창하게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적은건 적어도 이 글에서는 거창한게 아니다.
이번 19대 투표에서 나는 문재인을 투표했다. 그리고 사전투표를 했다.

사람이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지지하는 후보를 가지고 투표하는 것은 틀린것은 아니다.
다만, 내 스스로 나에게 "능동적"으로 질문했다.
"어떤 대통령이 되든 너의 재산 혹은 수익창출에 반하는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너는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그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나"라고 질문 했다.

나는 Yes라고 "내 판단에 근거한 스스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한민국 전체의 공정성, 투명성을 위해서말이다.
다만 세부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참 판단하기 어렵다. 대략적인 맥락에 의해서는 동의 하지만....
왜냐하면 나는 교육, 문화, 경제, 정치, 사회, 노동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어떤 명확한 결론이나, 정치적 성향, 결론을 내려고 한 글은 아니다.

다만 내가 최소한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건 나 같은 일개 소시민이 내 나라는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 후대에 물려줘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
이미 60대이신 어머니, 아버지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 할 수 있는 나라, 내 자식이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부담없이 시작하고 개발할 수 있는 나라를 이번 정부에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행동할 수 있는 "능동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말이다.

존대를 쓰지 않고, 반말을 써서 죄송합니다^^;;;;
술김에 주저리 주저리 써보았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iguelCabrera
17/05/21 00:11
수정 아이콘
강희초고님보다 어려서 무슨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더 행복해질거라 믿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구요. :)
마구마구도도새
17/05/21 05:11
수정 아이콘
화이팅 입니다~~
17/05/21 04:35
수정 아이콘
대통령 선거에 참가했다는 내용 전 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데 선거에 누굴 찍었는지는 왜 쓰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7/05/21 05:12
수정 아이콘
어째 배가 잘 가다가 갑자기 산으로 가는 기분이...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 철이 들어 앞으로 공익을 위한 문재인 투표로 해결할것이다 정도인가요
17/05/21 09:58
수정 아이콘
강희 중에 최고는 강희제 아니겠습니까?!!!
이러는 개그 하려고 왔는데...

공감가는게 많은 것은 저와 같은 세대(저는 85년생 이해찬 세대 막차...ㅠ_ㅠ)라서 그런거 같네요...
군대에 대해서는 공감은 어느정도 합니다.
이유는 군대 가기 전에는 전 하고 싶은거 하면서 하고 싶은 말 하고 살았거든요...
군대가서 그걸 배웠습니다... 그건 군대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에 브레이크를 달았다는 데에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과 별개로 저의 인생에 대해 최선을 다 한 때가 제일 좋은거 같네요.
제가 투표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을 올바르게 가게 만들 대표자를 뽑고자 하는 것이지, 대한민국의 방향을 제가 이리 저리 바꾸고 싶다는건 아니니까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올바른 길로 가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대표를 뽑는 투표를 행하는 그정도 만으로 나라의 미래와 개인의 미래를 대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요...
아무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17/05/21 12:44
수정 아이콘
으음...84년생이면 30대 중반 아닙...읍읍....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3207 [일반] 밴드 언니네 이발관 해체 [25] 공부맨10321 17/08/07 10321 3
73203 [일반] (스포) 택시운전사 감상! 역시 영화는 아무 것도 모른 체로 봐야 제맛! [23] 마음속의빛8403 17/08/07 8403 5
73187 [일반] [영화공간] 사이다 : 신파의 교묘한 진화 [13] Eternity8311 17/08/06 8311 18
73147 [일반] 택시운전사 감상평 - 충분하다. [35] 유유히9886 17/08/03 9886 6
73096 [일반] 악마를 보았다 [1] catharine6544 17/07/30 6544 2
72891 [일반] 2008~2017 년도별 내가 들었던 숨겨진(?) 걸그룹(여성) 노래들 [25] spike666966 17/07/17 6966 2
72629 [일반] [잡글] 11년 동안 지금까지 여행한 도시 후기 [29] aurelius8051 17/06/30 8051 4
72501 [일반] [뉴스 모음] 매를 버는 자유한국당 페이스북 이벤트 외 [21] The xian10476 17/06/22 10476 18
72436 [일반] 첫 해외여행 다녀온 이야기(3) (스압주의) [9] 업보5853 17/06/17 5853 13
72269 [일반] [영화 추천] 조난자들 [10] 목화씨내놔5376 17/06/07 5376 2
71963 [일반] 30살의 되먹지 못한 성인의 평범한 이야기, 그리고 대한민국 [6] 강희최고6027 17/05/20 6027 7
71800 [일반] [단편] 공간, 죽음 [6] 수면왕 김수면3769 17/05/14 3769 2
71705 [일반] cu 도시락 리뷰 [43] 세이젤13450 17/05/08 13450 6
71697 [일반] 무료한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서 써보는 애니메이션 추천글... [38] 푸른늑대11290 17/05/07 11290 4
70843 [일반] 맨체스터 바이 더 씨(스포 포함) [5] 새님9765 17/02/26 9765 5
70727 [일반] 사회적 약자를 가장한 이기적 개인에 대하여. [37] 유유히8060 17/02/21 8060 17
70646 [일반] 내가 보는 양병거 반대,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찬성하며... [286] 이아무개8858 17/02/17 8858 3
70296 [일반] 연휴기간동안 뒤늦게 곡성을 봤습니다.(스포 있음) [13] tjsrnjsdlf4853 17/01/31 4853 1
70061 [일반] 명나라 시인 고계, 여섯 살 딸을 가슴 속에 묻고 꽃을 바라보다 [15] 신불해9143 17/01/18 9143 56
70002 [일반] [영화공간] 2017년 개봉 예정 한국영화 기대작 Top10 [39] Eternity15718 17/01/14 15718 9
69831 [일반] 영화와 감기의 상관관계 [93] 마스터충달8503 17/01/05 8503 5
69728 [일반] [짤평] 2016년 올해의 영화 [118] 마스터충달14724 16/12/31 14724 30
69702 [일반] [영화 토크] 2016 PGR 아재 무비 어워즈 (PAMA) - 하 [30] 마스터충달6771 16/12/30 6771 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