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5/14 11:15:04
Name 종이사진
Subject [일반] 운수좋은 날.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씻고 밖에 나가려 했다.

딸이 나가는 길에 바나나킥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평소에 가던 미용실이 닫혀있었는데, 맞은편 채소가게 아저씨는 교회에 갔으니 곧 돌아올거라 했다.

먼저 바나나 킥이나 사려고 근처 마트와 구멍가게, 편의점을 세군데 돌았는데 바나나킥은 없었다.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 근처에 괜찮은 미용실이 있다는 아내의 추천에 가봤으나 역시 닫았다.

돌아오는 길에 단골미용실 앞을 지나치는데 열려있길래 들어가봤더니 일요일은 쉰단다.

그래 맞아. 일요일은 쉬어야지. 그래야 일을 하지.

문득 석달전까지 주말과 휴일에도 일을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기분전환삼아 단골 분식집에 순대나 포장해 가려고 들렀다.

주인 아주머니는 '뭐 드릴까요'하고 나에게 물어놓고 다른 곳을 쳐다보시더니,

[순대 조금, 내장 많이]라는 주문에 [순대 많이, 내장 조금]을 주셨다.

집까지 오는 길에 세군데의 마트와 두군데의 편의점을 들렀으나 바나나 킥은 없었다.

결국 집을 지나쳐 하나로마트까지 가서야 바나나 킥을 손에 넣었다(총 아홉군데를 들른 셈이다).


왠지 모르게 지친 나는 통밀빵을 먹고 싶어 평소 자주가던 동네 빵집에 들렀는데,

오늘따라 발효가 잘못되어서 통밀빵이 안나왔단다.

이쯤되니 헛웃음이 나올지경.


집에 돌아와 딸에게 바나나킥을 내밀자, 웃으며 달려와 고맙습니다하면서 받아갔다.

딸을 웃음에 조금 마음이 풀어졌다.

어제 못 본 농구경기나 봐야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껀후이
17/05/14 11:32
수정 아이콘
바쁜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여유로운 일상에도 행복함을 느낄 때가 있죠 주말 휴일 없이 일하시던 삶에서 찾으신 여유로운 일상에 웃음 짓고 갑니다
모노크롬
17/05/14 14:27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2815 [일반] 성매매 그런거 나쁜거 아니야, 할수도 있는거야 [289] 리니시아17641 17/07/13 17641 10
72433 [일반] [의학] 왕을 살려라! [80] 토니토니쵸파10229 17/06/17 10229 13
72297 [일반] 병원은 왜 그곳에 있을까? [25] 토니토니쵸파7655 17/06/08 7655 27
72283 [일반] [번역]왜 한국의 젊은이들은 교회를 외면하는가? [220] 군디츠마라16479 17/06/08 16479 9
72033 [일반]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아이다호 데이) 성명 2가지 [44] jjohny=쿠마7302 17/05/24 7302 0
71793 [일반] 운수좋은 날. [2] 종이사진5170 17/05/14 5170 4
71762 [일반] 가정의 달 특선 단편소설 : 운수 좋은 날 [10] 글곰5088 17/05/12 5088 3
71691 [일반] [모난조각] 봄이라서 그를 봄 [2] 할러퀸4100 17/05/06 4100 2
71628 [일반] 내가 교회를 가지 않게 된 계기 [148] 솔빈13643 17/04/30 13643 29
71365 [일반] 일부 보수 개신교 교회의 이상한 세계관 [22] Anyname9162 17/04/07 9162 1
71212 [일반] 유럽은 왜 세속화에 성공하고 이슬람은 실패했나 [39] aurelius10670 17/03/23 10670 5
71166 [일반] 3.1 운동 33인 민족지도자 비판글 [28] 서현우11361 17/03/19 11361 20
71143 [일반] [영어 기사, 부분 번역] 남성의 몰락 [28] OrBef11288 17/03/17 11288 7
70949 [일반] 최초로 삼국지를 본 서양인들,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34] 신불해24357 17/03/06 24357 37
70105 [일반] 개신교인의 착각 vs 비개신교인의 착각 [133] 소주꼬뿌11026 17/01/20 11026 38
70080 [일반] 반기문, 성소수자, 개신교, 그리고 대선. [47] jjohny=쿠마12226 17/01/18 12226 23
70008 [일반] [픽션] 나의 이름은. -上- [2] Jace T MndSclptr4297 17/01/15 4297 6
69691 [일반] 임칙서, 그리고 신사의 나라. [52] 신불해18262 16/12/29 18262 73
69632 [일반] 러일전쟁 - 완. 포츠머스 조약 [17] 눈시H7327 16/12/26 7327 15
69561 [일반] 눈팅만 하고 지내려다 씁니다. 대형 교회들 왜 저럴까요.. [60] 닭엘8541 16/12/22 8541 4
69556 [일반] 제 피아노 협주곡을 소개합니다.. [26] 표절작곡가4890 16/12/22 4890 20
69417 [일반] [번역] 세계 시민 사상이라는 신화 [23] OrBef8299 16/12/15 8299 18
69339 [일반] 어머니에게 [7] lenakim4149 16/12/11 4149 1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