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4/11 22:14:53
Name 얀코
Subject [일반] TV를 틀었다
채널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볼 채널이 없었다. 어쩌면 좋을까 싶다가 오늘은 도전을 안 해본 채널을 보기로 했다.
올라가다 올라가다가 채널이 멈췄다. TBS, 교실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3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시리즈"라는 제목이 다시 눈에 띄었다.

내용은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오리엔테이션 때 추모 교실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리엔테이션이 미뤄진 모습을 봤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항의에 맞서서 새빨간 욕으로 대꾸하는 어르신들...

사실 나는 세월호를 뉴스와 짤방으로 배웠다.
몇 건의 뉴스들, 그리고 일베 폭식 짤방과 어버이 연합 막말 등을 보고 그저 나쁜 놈들이라고 욕했던 것들.
그런데 나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 세월호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본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이 사건에 내가 이렇게 무관심했구나. 그리고 화가 났다. 왜 내가 이런 상태가 된 건지.

내가 이상한 건가. 세상이 이상한 건가.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 세상의 자극에 민감했던 게 아닐까.
머리가 아팠다. 분명히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나뉘어져 서로 극렬하게 싸우겠지.
나는 거기에 내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론 중립에 선다. 누가 나쁜지는 알지만. 참 위선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는 TV로만 촛불 집회를 봤었다. 내가 손해 보기 싫으니깐. 귀찮으니깐. 뭐 바뀔 거니깐..
나는 사회와 나를 분리해서 보호했던 것 같다.
요즘 사회는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선비라고 부르더라. 쿨한 척해야 한다. 그런 시선이 싫어서 숨었던 건 아닐까.

적고 보니 이글은 세상에 무관심하고 그저 무임승차를 기대했던 반성문 같은 글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적고도 다시 그랬던 것처럼 방관자가 될 것 같아 겁이 난다. 아니, 이 글로 내 변명을 하는 것 같아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모니터, 교실에는 울고 있는 학생들과, 빈 자리들, 그리고 학부모가 보인다. 그들은 모두 울고 있다.
결국 교실은 지켜지지 못하고, 별관으로 옮겨졌다.
저런 아수라장을 나는 왜 지금까지 외면했던 걸까. 언론의 탓도, 정부의 탓도 하고 싶다. 그런데 그 전에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정말 제대로 이 삶을 사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살아 가고 있는걸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윌로우
17/04/11 22:39
수정 아이콘
아픔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자괴감 안 가져도 될 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512 [일반] 성적 지향인가 성적 취향인가. [159] 와인하우스17385 17/04/20 17385 9
71511 [일반] 오늘 보도된 두 건의 형사판결 [54] Marcion11257 17/04/20 11257 2
71510 [일반] 주원장 "중국의 군주들이여! 다른 나라를 치지 마라. 의미 없다!" [38] 신불해15022 17/04/20 15022 20
71509 [일반] [강스포]원피스 밀짚모자 해적단 9번째 동료가 나왔네요. [90] Manchester United19064 17/04/20 19064 0
71508 [일반] 동성 혐오 표현과 동성 결혼 반대도 표현의 자유의 영역인가. [61] 이라세오날8287 17/04/20 8287 5
71507 [일반] 요즘 자주 듣는 서브컬쳐 노래들 [1] cluefake4627 17/04/20 4627 0
71506 [일반] 슬픈 애니메이션을 두 개 더 추천해 봅니다. [13] 카페알파9112 17/04/20 9112 2
71505 [일반] 곤장과 응아 볶음에 대한 전혀 비과학적 추론 [22] 미사쯔모6687 17/04/20 6687 0
71504 [일반] 동물의 고백(6) [6] 깐딩5872 17/04/20 5872 9
71503 [일반] 고소득자 증세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224] 삭제됨14687 17/04/20 14687 8
71502 [일반] 리뷰 만화 리뷰하는 글 [21] 보영님9455 17/04/20 9455 6
71501 [일반] 사진 취미를 가진 지 3개월 [24] 모모스20138805 17/04/20 8805 10
71500 [일반] 눈팅족에서 키보드 워리어로 흑화한 경험 [23] 놀라운직관7042 17/04/20 7042 12
71499 [일반] 군사법원의 동성애자 군인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관한 게이법조회 논평 [29] 세이야8376 17/04/19 8376 8
71498 [일반] 이상이 밥 먹여주냐? 극도의 현실주의를 추구한 초한쟁패기의 '사상계' [9] 신불해9399 17/04/20 9399 18
71497 [일반] 나는 왜 취미가 없을까 [45] 곰돌이우유11852 17/04/19 11852 2
71496 [일반] 타미플루 복용 소아·청소년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 [18] Fin.7746 17/04/19 7746 1
71495 [일반] 일본서 편의점 알바생 사라진다..2025년까지 전 점포 무인화 [41] 군디츠마라11355 17/04/19 11355 3
71494 [일반] 오늘의 해돋이 [13] 름바름5838 17/04/19 5838 8
71493 [일반] 오늘 서울 하늘이 정말 맑군요(사진8장) [22] 파츠8802 17/04/19 8802 16
71490 [일반] [MARVEL]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예고편 모음 [26] 빵pro점쟁이8243 17/04/19 8243 2
71488 [일반] [드래곤볼 슈퍼 /스포주의] 똥은 애니가 싸고 코믹스가 치운다. [17] 바스테트10851 17/04/19 10851 1
71487 [일반] 트럼프 "시진핑이 말하길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 원문 [27] 테이스터9083 17/04/19 9083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