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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3/14 21:54:47
Name 누텔라에토스트
Subject [일반] 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는다면?
  처음 PGR에서 글을 써보네요. 우연한 기회로 사이트를 알게 된 후, 사용자분들의 성숙하신 모습에 감명받아 당장 회원가입을 했더랬죠. "뭐가 성숙하다는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다니던 곳에 비하면 여긴 천국입니다. 대화는 되니까요.

  저는 게시글의 논리력이나 설득력이 뒷바침이 되어야 좋은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인 글에 반대하고 싶다면 반론도 논리적이어야 할테니까요. 그렇기에 여타 사이트들보다 PGR의 글에 큰 책임감이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 버튼은 누를 때, 마치 부장님에게 서류결제 받으러 가는 신입사원의 기분을 느꼈습니다. 하하하

  제가 쓴 글은 독후감입니다.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입니다. 혹시나 제목의 모호성 때문에 최근 정치권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노린겁니다. 첫글이라 조회수 많이 받고 싶었습니다.

  원래 "고전은 따분하다!"고 생각했던 저였으나, 죄와 벌은 저의 생각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정말 틀에 박힌 멘트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이라서요.

독후감인지라 줄거리에 대한 서술이많으니 바쁘신 분들은 점선 다음만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책을 읽고 혼자 끄적거린  글이라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양해부탁드려요.




  세상에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꼭 해야만 하는 '필수 과제'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가령 "느와르광이라면 대부를 모를 수 없다."라던가, "비틀즈를 듣지 않고는 영국 음악을 논할 수 없다."와 같은 말들이 그렇다. 세상을 경험한 사람과 경험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는 위대한 작품은 어느 장르에 건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것을 걸작, 혹은 고전이라고 부른다. 이번에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도 그중 하나다. 너무나 위대한 소설들이 많기 때문에,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일 테지만, '죄와 벌'이 그중 하나라는 주장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장엄함은 다른 문학 작품들에 견주어 봐도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사실 '죄와 벌'이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책이 '셜록 홈즈'같은 소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죄와 벌'은 보통은 추리소설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추리소설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 집중 한다면, '죄와 벌'은 살인자의 정신에 집중한다.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 저자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책을 두고 한 말이다.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니코프는 백수다.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촉망받는 법학도였던 그는,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가난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보통의 휴학생들처럼 소일거리나 과외를 하여 학비를 버는 대신, 골방에만 틀어박힌 채 시간을 보낸다. 세상과 연을 끓은 채 거미 굴에서 번민하던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들게 된다. 라스콜니코프는 대학생 시절 자신이 쓴 논문을 떠올린다.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뉘는 세상, 비범한 사람들은 세상의 규범을 초월한 존재라는 생각,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피로 세계를 진보시킨다는 본인의 이론을 떠올린다. 그는 이불 속 공상을 발전시켜 본인은 비범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열망하게 되었으며, 이외의 사람들을 자신과는 다른 종, 평범한 사람으로 여기며 혐오하기에 이른다.

  라스콜니코프는 알료나 이바노브나라는 이름을 가진 노파가 운영하는 전당포에 자신의 물품을 담보로 돈을 구했는데, 그는 노파의 속물적 근성을 보며 그녀에게 혐오 이상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본인의 논문에서 주장했던 비범한 사람의 초월성에 대해 집착스럽게 고민하던 그는 결국 자신의, 비범한 존재의 진보를 위해 범인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살해한다.

  그는 살인을 오랜 시간 동안 계획하여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상황은 항상 그렇듯,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살인 후 허둥지둥하던 사이 노파의 동생인 리자베타가 집에 돌아오게 되고, 라스콜니코프는 그녀도 같이 살해하게 된다. 하늘의 도움으로 무사히 현장을 빠져오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는 죄책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사건 후 돌아온 자취방에서 환청을 듣는다던지, 현장을 다시 찾아가서 핏자국에 대해 물어보는 등, 그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기 힘든 행동을 일삼게 된다. 라스콜니코프의 편집증적 면모는 술집에서 경찰관 서기 자묘트프를 만났을 때 잘 드러난다. 마치 내가 광인의 눈을 마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대화는 숨 막히게 진행된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광기가 잦아들 즈음, 라스콜니코프는 사건 담당 판사 포르 피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첫 만남부터 라스콜니코프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포르피리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문학지에 실린 논문을 언급하며 라스콜니코프의 살인 동기, 행동,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지적한다. 증거가 없기에 자신을 몰아세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라스콜니코프는 포르피리의 등장으로 끝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소냐를 만나게 된다.

  소냐, 부르기만 해도 가슴 시린 이름이여. 그녀는 매춘부다. 그것은 거지나 다름없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녀는 자신의 존엄성을 포기하고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선택했던 것이다. 자취방에서의 뜻하지 않았던 만남 이후, 라스콜니코프는 그녀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그의 불안 증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괴감 때문이었다. 죄책감 아닌 자괴감, 그것이 그를 파멸시키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만들어낸 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살인 이후 죄책감에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며, 자신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는 절망했던 것이다.

  자신이 쌓아올린 세계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그는 소냐를 찾아간다. 그는 소냐의 앞에서 범죄를 고백한다. 왜 소냐에게 말하고 싶었을까. 그는 깨닫는다. 그녀도 넘어섰기 때문이다. 라스콜니코프 본인처럼, 그녀도 세상의 금기를 넘어선 존재였기 때문이다. 비범한 사람이니까, 평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이유는 너무나 달랐지만 그들은 결국 같은 존재였다. 소냐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들은 이 순간부터 같은 운명이 되었다는걸. 사건이 마무리되어가던 어느 날, 라스콜니코프에게 포르피리가 찾아온다. 그는 자수를 권한다. 인생은 길다며, 겁쟁이가 되지 말라고 충고한다. 추방당한 자에게 안식이란 없다는 걸 라스콜니코프는 알고 있었다. 자살과 자수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결국 자수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에게 분노를 느꼈다. 그는 단 한 번도 살인을 뉘우치지 않는다. 소냐에게 범죄를 고백하며 본인이 죽인 건 벌레일 뿐이라고 말할 때, 그의 가치관은 명확히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을 멸시하는 그의 태도는 형량이 확정되고도 변하지 않는다. 시베리아의 수용소에서 그는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죄수들이 소냐를 찬양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는 왜 알지 못했을까? 나는 그가 삶의 숭고함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라스콜니코프는 본인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사이의 괴리감을 참지 못했다. 욕망의 시작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였는지, 본인의 허영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는 욕망에 잡아먹혀 버렸기 때문이다. 살인 전 골방에만 틀어박혀있던 그의 모습도 그렇다. 그는 비범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노동을 본인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성공을 원했던 뒤틀린 욕망 때문에 그는 자신의 삶을 파괴해버렸던 것이다.

  소설 속,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스비가일도르프다. 앞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또한 욕망의 무서움을 잘 보여준다. 스비가일도르프는 원래 방탕한 생활을 하던 망나니였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현재 부인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 때문에 그녀와 결혼하여 어울리지 않는 지역 유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본인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온 라스콜니코프의 동생 두냐를 본 순간, 그는 몸속에 잠들어 있던 욕망을 일깨우게 된다. 그는 두냐를 원했다. 그녀를 얻기 위해서 온갖 계략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이 성공하기 전 마지막 순간, 자신은 결코 두냐의 진실한 사랑을 받지 못할 것임을 깨닫게 되고, 절망한 그는 결국 자살한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삶의 숭고함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의 최후는 얼마나 비참한가.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욕망을 이루지 못한 삶은 얼마나 허무한가. 라스콜니코프와 스비가일도르프가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라스콜니코프에게는 소냐가 있었다. 숭고한 존재. 그녀는 그를 자살로부터 구하고, 욕망으로부터 삶을 되찾게 한다. 라스콜니코프도 결국 깨닫게 된다. 유배지 시베리아에서, 도시와는 다른 공기 속에서 그는 본인의 망상 속 세계가 거짓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비범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소냐의 발치에 몸을 내던졌다. 그녀의 세계를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떼쓰는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이제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 순간, '변증법 대신 삶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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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규범을 초월한 존재가 있을 수 있는가?" "그 존재는 더 큰 선을 위해 악을 행할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으로부터 소설은 시작한다. 우리는 작가의 대답도 알고 있다. 그런 건 없다. 단언할 수 있다. 왜 그러한가? 위대함은 평범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점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서로의 일상을 쉽게 볼 수 있게 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한껏 차려입은 채,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친구들의 사진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평범한 인생에 비참함을 느끼곤 한다. 유명해지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며, 그렇지 못한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린다. 하지만 궁금하다. 진정 우리는 불필요한 존재인가?

  나는 유명인들이 아닌, 권력자들이 아닌 우리를 볼 때 위대함을 느낀다.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한 사람들인가. 이른 새벽, 거리를 청소하는 미화원들, 인력소의 셔터를 올리는 사람들, 졸린 눈을 비비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수험생들, 그들에게서 삶의 숭고함을 느낀다.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존경을 느낀다. '우리'들이 세상을 진보시킨 사람들이다. 우리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63빌딩을 세웠으며, 우리가 잔인한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다. 역사는 소수의 위정자들이 아닌, 평범한 다수의 힘으로 진보했다. 평범한 것이 진정 위대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전을 읽는 것이 거의 처음이라, 번역의 중요성도 깨닫지 못한 채 독서를 시작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알라딘에서 가장 최근 출판본을 구매했다. 민음사판이었다. 이후 인터넷을 뒤져보니 열린책들판이 번역에 호평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민음사판도 나쁘진 않았다. 처음에는 워낙에 호흡이 긴 것이 의아했지만, 읽다 보니 오히려 긴 문장들이 작품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해를 힘들게 했던 작중 인물들의 여러 가지 애칭도 후반부에는 정겹게 느껴졌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흥분이 가시질 않았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이었지만, 완독하는데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라주미힌의 우정은 날 미소 짓게 했고, 풀리냐의 모정은 날 눈물짓게 했다. 페테르부르크의 모습도 눈을 감으면 그려지는 듯하다. 두냐와 라주미힌의 가게는 성공했을까? 라스콜니코프는 죄를 뉘우치게 되었을까? 소냐는 행복해졌을까? 그들 모두의 안녕을 바라며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으로 글을 끝맺고자 한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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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jyess
17/03/14 22:13
수정 아이콘
범인의 입장에서 내 범죄가 들킨 것인가 아닌 것인가 하는 조마조마함이 잘 느껴지는 추리소설..크 문학동네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이 나온것이 없는데 아마 열린책들을 잘못 적으신게 아닐까 싶네요. 문음사는 민음사의 오타일듯?
누텔라에토스트
17/03/14 22:19
수정 아이콘
지적 감사합니다. 출판사들을 다 엉망으로 적었었네요. 수정했습니다.
시작버튼
17/03/14 23:21
수정 아이콘
소설의 주인공과 본문에서 비난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전자는 스스로 망상을 해서 만든 비범함이고
후자는 사회가 만들어 주는 비범함이라는거죠.

마약을 하고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표절을 해도 천재라고 추앙하는 현실이 성공한 사람을 법 위에 선 비범한 인물로 만들고 있는 거죠
이런 사람들과 대통령이면 사소한? 허물 정도는 봐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 시각에도 사저를 지키고 있는 부류들과는 같은것일테구요
누텔라에토스트
17/03/15 13:07
수정 아이콘
흠 본문이 제 글을 뜻하는게 맞지요? 결국 모두가 같은 존재라는 의도로 쓴 글이긴 하지만 시작버튼님 말씀대로 바라볼수도 있겠군요. 사실 사회가 만들어준 비범함이란것도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음속에서 특별한 존재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자는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적 풍토로 인해서 예외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순 있겠지만 본인들이 꾸준히 자각한다면 인간 이하의 행동과 규범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하며 살아야지 사는대로 생각해선 안되지요. 인간이라면.
안스브저그
17/03/15 00:12
수정 아이콘
고전이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은 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그것을 묘사하는 절륜한 문장력에 있지요.
죄와 벌을 읽진 않앗지만 글쓴분의 풍부한 감상평을 읽으니 구미가 동하네요.
누텔라에토스트
17/03/15 13:10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오래 읽히는 책에는 이유가 있다는걸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죠.
다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모르겠으나 죄와 벌 만큼은 정말 추천드리고 싶군요. 고전이고 뭐고를 떠나 일단 겁나 재미집니다.
17/03/15 01:35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죄인 줄 알아차리지 못하는 죄... 를 뉘우친 다면 그 때부터 진정한 인간이 되는 거라는 기독교스러운 메시지를 담은 책같이 느껴지네요.
누텔라에토스트
17/03/15 13:21
수정 아이콘
작가가 실제로 유배생활 이후 열렬한 국수주의자, 복음주의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에 비추어보면 the3j님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작품의 해석에는 작가의 의도 만큼이나 독자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읽고 소화시키는 사람은 독자니까요. 그래서 무교인 제가 책을 접했을 때는 원죄와 속죄보단 인간의 숭고함을 발견했던것 같습니다.
17/03/15 15:16
수정 아이콘
아, 참고로 저도 무교입니당~.
The Special One
17/03/15 13:17
수정 아이콘
아직 안본책인데 흥미가 생깁니다. 좋은 글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텔라에토스트
17/03/15 13:24
수정 아이콘
힘이 나네요. 이 맛에 글 올리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콘트롤 아티스
17/03/15 16:14
수정 아이콘
꽤 옛날에 읽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당대에 기독교 라는 구체제 에 대해서 니힐리즘으로 대표되는 사상이 지식인 사회에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니힐리즘에 대한 반론으로써, 휴머니즘이라는 보편적 주제와 기독교적 구원으로 작품을 쓴거라는 제 나름대로의 기억이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누텔라에토스트
17/03/16 14:41
수정 아이콘
실제로 작가가 구체제에 저항하는 운동의 대표격인 사회주의 단체 생활을 하다 유배생활을 했으니까요. 댓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유배 이후 도스토예프스키는 극우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구요.그래서 말씀대로, 죄와 벌도 이후의 작품이니, 기독교적 구원을 관점으로 책이 쓰여진것도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구원에 앞서 무교인 저에게는 인간 자체의 존재이유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실제로 후기의 작품들과 '지하로부터의 수기'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실존주의의 서곡을 연 작가로 평가받기도 한다는군요. 본인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콘트롤 아티스
17/03/16 16:02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휴머니즘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고, 실존을 다루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남는 고전이 되었겠지요. 기독교적 요소는 하나의 방법론이겠지요 그래야 당대 독자들한테 이해가 되니까요
17/03/16 01:22
수정 아이콘
죄를 짓고 뉘우치는 것도 웃겨요.
아메리카에서 원주민을 학살한 선교사들도 설교시간에는 죄와벌 얘기를 하며 죄를 뉘우치라고 했겠죠

그리고 다음날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넓혔다고 뿌듯했을테고요.

원주민 죽이는 건 죄라고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어차피 죄라는 게 아무나가 정하기 나름이니까요.
누텔라에토스트
17/03/16 14:50
수정 아이콘
저는 작품의 주제를 '인간은 모두 아름다운 존재이며, 죄을 지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라고 생각 합니다. 작품의 주제 의식으로도 16세기 선교사들은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이 될테고요. 당시 하나님의 이름으로 벌어진 수많은 학살은 사실 제가 종교를 안믿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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