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3/05 20:41:11
Name 물탄와플
Subject [일반] 제가 좋아하는 인디가수 - 신현희와김루트
어제 쓴 글이 아직 페이지를 떠려가기도 전에 글을 하나 또 쪄왔습니다. 역시 잉여로울 땐 뭘 해도 재밌…

오늘 소개할 팀은 ‘신현희와김루트’ 입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김현희와신루트’로 착각하시더라구요. 아마 영어 이름이 ‘SEENROOT’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사실 제가 신루트를 알게 된건 일주일도 안됐습니다. 꽤 전부터 음원 차트에 올라와있었다고 하는데 문제는 제가 음원 차트를 잘 안봐서(…)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친한 형의 차에서 듣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 나란 놈은 이런 갓-밴드를 이제야 알게 된건가’ 하고서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그 정도로 굉장히 좋은 노래를 하는 어쿠스틱 듀오입니다.

신루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기타치는 신현희와 베이스치는 김루트로 구성된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 입니다. 실제로 본인들이 자기들을 소개할 때 저렇게 얘기합니다. 왜 저런 수식어가 붙었는지는 나무위키에 들어가 보시면 나와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빠야’라는 곡이 역주행을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게 됐는데요, 이 곡이 어떻게 역주행했는지는 밑에서 곡소개랑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신루트의 음악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빠야’ 같이 익살스런 가사와 통통튀는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곡과 ‘날개’ 처럼 깊고 터져나오는 가창력이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금단발에 독특한 패션을 한 신현희와 장발에 똥그란 선글라스를 낀 김루트를 보면, 첫인상만으로 바로 ‘아 뭔가 딱 인디스러운(?) 노래 할거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미지에 잘 부합하는 게 전자의 곡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구 출신인 신현희의 사투리 억양과 김루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까지 가세해서 부르니 굉장히 노래가 재밌고 찰집니다.
하지만 이런 간질간질하고 가벼운 노래도 신루트의 시그니쳐이지만, 힘 있고 깊은 맛이 있는 신현희의 보컬은 묵직한 감정이 터져나오는 곡에도 역시 어울립니다. 이런 매력이 터지는 후자와 같은 곡들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 특유의 발성이라고 할까요? 판소리나 창에서 느낄법한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곡들이 앨범을 구성하고 있으니, 마치 단짠단짠을 맛보듯 앨범을 계속해서 들을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신루트를 역주행시켜준 바로 그 곡, ‘오빠야’ 입니다. 지금 멜론에서 13위를 지키고 있네요. 이 곡이 유명해진건 한 여성 BJ분이 노래에 맞춰 리액션을 한 영상이 SNS를 돌면서라고 합니다. 덕분에 차트도 역주행하고, 최근에는 유스케에 다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인기 덕분에, 벌써부터 아이돌의 애교 관문으로 쓰일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빠야에 맞춘 케이 애교 보고 가시죠 (찡긋)




신현희와김루트 미니앨범 수록곡인 ‘날개’ 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입니다. 신현희는 20살에 음악을 하기 위해 대구에서 홍대로 환상을 가지고 상경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었고, 힘들고 지쳐 집에 가고 싶을 때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한이 묻어나는 듯한 목소리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유스케에서 짧게 라이브 했던 영상을 같이 올려드립니다.

[나는 어리고 집이 그립고 따뜻한 사람의 손이 어색했지
나는 여리고 늘 불안하고 차가운 말들에 상철 받았었지
휘청대고 흔들려도 난 무너지고 넘어진대도 나 괜찮아
상처나고 피가 나도 나 부서지고 떨어진대도 나 괜찮아 괜찮아]








신현희가 가장 처음으로 만든 노래라는, ‘캡송’ 입니다. 돈이 없던 시절에는 옷을 살 돈이 없어서 비슷한 옷을 입어도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모자를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가서(…) 이제는 그만 사야지 다짐을 하지만 또 다시 무너지는 자전적인 노래입니다. 중간중간에 모자 가게 사장님으로 나오는 김루트 목소리도 재밌습니다.

[아저씨 이거 좀 써볼께요 (어)
아저씨 이거는 얼마에요 (만원)
아저씨 저 이거 마음에 들어요 제발 좀 싸게 좀 해주세요 (안되는데)
그 옆에 걸로 주세요 (어)
포장은 됐고요 쓰고갈게요 고맙습니다
많이 파세요]






정규 1집 수록곡 ‘홍대 부르스’ 입니다. 신현희의 한국적 목소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입니다. 음.. 가사도 목소리도 정말로 판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머니 말하길 누구나 외로운 삶
슬퍼도 아파도 아무도 모른다네
내가 무엇을 하고 내가 무엇이 되어
내가 어떤 세상에 무얼 할 수 있을까]





정규 1집 수록곡 ‘왜 때려요 엄마’ 입니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마 아빠한테 나쁜 짓 하다가 들켜서 혼나는 우리네 이야기입니다(…) [나쁜 길 안 빠질게 내버려둬요] 라는 가사가 중간에 있지만 가사 들어보면 자습서 산다고 속여서 돈 타내기, 클럽 가서 흔들다 늦게 귀가, 학교에서 담배피다 걸린거니.. 묘하게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왜 때려요 엄마 왜 때려요 엄마
엄마도 그럴 때가 있었잖아
왜 때려요 엄마 왜 때려요 엄마
난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야]





정규 1집 타이틀 ‘그 와 나’ 입니다. 좋아하는 상대와 사귀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한 달달한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나오는 일렉 기타 소리를 참 좋아합니다. 곡 전체에서 두근두근함이 느껴집니다.

[룰루랄라 노래하며 내가 너의 손을 잡고
넌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고
우리 걷는 걸음걸음 길목마다 아름답게 흩날리는 꽃잎]







사실 인디 가수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마주하는 아쉬움은 두 가지입니다.
(1) 이거 너무 자기복제 아닌가..? 노래가 슬슬 다 비슷비슷하네..
(2) 너무 색깔을 바꾸려고 한거 아닌가..? 괴리감이 드는데..
아마 가수 본인들도 이 둘 사이의 긴장을 가져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디스코그래피를 이어가는 가수는 참 드물지요. 하나의 미니와 정규를 낸 신루트는 아직까지는 이런 긴장을 마주하기에는 조금 이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둘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해결할 지 기대되는 팀입니다. :)





제가 좋아하는 인디가수
(1) 안녕하신가영 : https://pgr21.com/?b=8&n=68469
(2) 랄라스윗 : https://pgr21.com/?b=8&n=68505
(3) 볼빨간 사춘기 : https://pgr21.com/?b=8&n=68535
(4) CHEEZE : https://pgr21.com/?b=8&n=68559
(5) 스웨덴세탁소 : https://pgr21.com/?b=8&n=68602
(6) 가을방학 : https://pgr21.com/?b=8&n=68616
[번외] 2016년, 나와 함께한 노래들 : https://pgr21.com/?b=8&n=69730
(7) 바닐라 어쿠스틱 : https://pgr21.com/?b=8&n=70925
(8) 신현희와김루트 : https://pgr21.com/?b=8&n=70943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하심군
17/03/05 20:47
수정 아이콘
진짜 매력적인 대구아가씨죠. 저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여자는 대구여자지 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PC에 위배되는 발언이라고 까이겠죠(...)

여튼 신현희 이 아가씨를 보면 나르가 떠오르더라고요. 평소에는 귀엽고 애교있어서 깨물어주고 싶고 머리를 쓰다듬으려는데 노래를 부르면 어느 순간에 헐크처럼 커져가지고 제 따귀를 왕복으로 3바퀴 돌리고 다시 작아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즘 음악 시장에서는 보기드문 자두나 비쥬를 잇는 혼성 듀오더라고요. 사실 딱히 자두나 삐삐밴드와도 크게 차이가 안나는 것 같은데 요즘 음악 시장은 이렇게 운좋게 웨이브를 타지 않는 한 이런 친구들이 인디에서 노는 건 안타깝습니다.
17/03/05 20:48
수정 아이콘
어떻게 진짜 제 취향의 인디가수만 올려주시는지 흐흫...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흘레바람
17/03/05 20:50
수정 아이콘
오빠야 듣고 귀여워서 다른 노래도 들었는데 서정적이고 쓸쓸한 노래들도 짱좋더군요
하심군
17/03/05 21:00
수정 아이콘
진짜 평소에 이야기 하는거랑 노래가 너무 차이가 나요. 뭐 이리 힘이 쎄 싶어가지고...힘이 쎄니까 슬픈노래도 감정 전달이 절절하게 다가오고요.
빅픽쳐
17/03/05 21:01
수정 아이콘
오빠야밖에 몰라서 오빠야만 들어보고선 병맛컨셉?으로 승부보는 밴드인줄 알았는데
다른영상들 하나하나보니까 여성분 노래실력도 상당하네요
17/03/05 21:30
수정 아이콘
왜 때려요 엄마는 유노알파가 불렀을 때 처음 들어보고 도원경 원곡을 들어봤었는데 원곡이 화끈해서 좋은 곡이었습니다.
근데 신현희와 김루트 버전은 뭔가 유쾌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네요.
17/03/05 21:36
수정 아이콘
이번주 요팟시 로스트 스테이션 게스트로 나와서 빵빵 터뜨리고 가셨습니다.
매력적인 음악과 사람!
유지애
17/03/05 21:36
수정 아이콘
오빠야 밖에 몰랐는데 다른 곡들 진짜 좋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03/05 21:41
수정 아이콘
취향저격 인디가수들을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멜론100선에 있는 오빠야만 듣다가 이렇게 소개받고 다른 곡을 찾아서 들어보니 매력적인 그룹이네요
Paul Pogba
17/03/06 00:08
수정 아이콘
역주행 시켜준 bj 는

다른 의미로 역주행중...
gallon water
17/03/06 17:36
수정 아이콘
무슨 일 있나요??
gallon water
17/03/06 17:40
수정 아이콘
어우 검색해봤더니 난리났네요 달덜
문정동김씨
17/03/06 21:27
수정 아이콘
오빠야 노래들을때마다 뭔가 오래전 가요 생각이 나는데 그 노래 제목이 기억 안나요. 혹시 저랑 비슷한 느낌받으신분 있나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458 [일반] 영화 '더플랜' 후기입니다(스포만땅) [129] 김재규열사13738 17/04/16 13738 9
71350 [일반] 사드배치 성주에 고속도로·경전철 들어서고 ‘성주참외’는 군부대 납품 [149] 군디츠마라15683 17/04/05 15683 1
71324 [일반] (수정) 최근 학원가에서 뿌려지고 있는 것 [121] 밴더20964 17/04/03 20964 6
71137 [일반] 대구지법,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효력정지 신청 인용 결정 [188] 타테이아8200 17/03/17 8200 7
70943 [일반] 제가 좋아하는 인디가수 - 신현희와김루트 [13] 물탄와플8149 17/03/05 8149 1
70862 [일반] 朴대통령 "최종결정권자는 대통령…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게 아냐 [110] 아라가키17295 17/02/27 17295 4
70730 [일반] 양자대결, 안희정 45.0% vs 문재인 42.8% 역전 [135] ZeroOne15148 17/02/21 15148 3
70677 [일반] 개연성 있는 영화를 원하는 당신에게 [25] Jace T MndSclptr10822 17/02/19 10822 21
70556 [일반] 고소는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 - 인실X를 해보자- [33] 토노시키18691 17/02/13 18691 21
70528 [일반] 셀프 웨딩 후기입니다. [37] sensorylab14054 17/02/11 14054 79
70524 [일반] 오늘자 그것이 알고 싶다 '작전; 설계된 게임 - '디도스 사건'의 비밀' [37] ZeroOne12811 17/02/11 12811 4
70350 [일반] 한국갤럽 대선 후보 지지도 & 정당 지지도 [47] 어리버리10679 17/02/03 10679 1
70234 [일반] 박근혜 대통령 성명 이후 대구에서 애국보수들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36] Crucial10996 17/01/27 10996 4
70138 [일반] 오늘 아침, 지하철 2호선 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 [24] The xian8746 17/01/22 8746 4
70135 [일반] 잠이 안 와서 둘러 본 몇 가지 뉴스 [12] The xian5813 17/01/22 5813 5
70088 [일반] 반기문 “일본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머리 숙이고 사과할 필요 없어” [54] ZeroOne12874 17/01/19 12874 17
69644 [일반] 국내 철도역 이용객 순위 (2015) - 드디어, 철도연감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76] D.TASADAR12820 16/12/27 12820 4
69591 [일반] [국정조사관련] 주갤 1루타? [63] 좋아요11923 16/12/23 11923 1
69452 [일반] 새누리당은 과연 분당이 될 것인가? [55] wlsak6855 16/12/16 6855 0
69438 [일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40%…98년 DJ 취임 이후 처음 [97] ZeroOne11553 16/12/16 11553 6
69432 [일반] [짤평] <나, 다니엘 블레이크> - 나는 인간이로소이다 [39] 마스터충달5807 16/12/15 5807 7
69374 [일반] 박근혜 레퀴엠 [80] ZeroOne17035 16/12/12 17035 16
69364 [일반] 오늘자 리얼미터 여론조사 [56] ZeroOne10690 16/12/12 1069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