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행정부는 대다수 국민의 요구에는 전혀 귀를 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구 자체를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알아도 전혀 그렇게 할 뜻도 없는 것 같습니다.
두 달 가까이 밤마다 촛불을 들고 외쳐도 컨테이너 박스 뒤까지 과연 이 뜻이 전달이나 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고, 더불어 서서히 지쳐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맨 앞에 서서 소화기를 맞고 물대포를 맞아오던 분들의 분노가 너무나도 이해가 갑니다.
"두 달 동안 떠들어서 얻어진 게 뭐 있느냐, 뒤에 앉아서 시민발언대나 하고 노래나 부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제는 광화문이 아니라 경복궁을 돌파해서 청와대로 가야 한다."
이런 외침들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함" 이란...
"더 센 물리력" 이 아니라 "더 큰 인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달 넘게 길바닥에서 촛불을 태워가며 얻은 것이 과연 아무것도 없을까요?
전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첫 번째 관보 게재를 막고 추가 협상 (가짜이긴 하지만)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명박의 지지율을 한자릿 수 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이명박 자신의 뻘짓이 무엇보다 큰 이유지만, 촛불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조중동이 먹고사는 것을 걱정할 만큼 그들에 대한 신뢰와 그들의 경제에 타격을 주었습니다.
(지금 조중동의 발악은 우리에겐 분노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흐뭇함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백만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소통했습니다.
(이건 정말 현대사회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이면 힘이 될 수 있구나... 뽑아놓으면 땡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한표" 밖에 없는 "천민"이라는 패배의식을 이겨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공부를 했습니다.
저같은 냉소적 386들은 초등학생 중학생들로부터 "용기"와 "신념"에 대해 20년이 지난 후 복습을 했습니다.
주부들은 "내 손으로 우리 지키기"에 대해 공부하고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청소년들은 내 목소리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일인지에 대해 배웠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된 게 뭐냐.... 라는 생각이야말로 패배주의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산성을 넘어, 경찰력을 뚫고, 한발자국이라도 더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조급함의 발로입니다.
정말 아무리 많이 아무리 오래 모여도 저들이 아무렇지 않을 것 같으십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의 피로 정권을 세우고 7년 동안 철권 통치를 해오고, 영구 집권 음모를 대놓고 세우던 전두환 정권도...
모여서 무너뜨렸습니다.
오래 모이는 것, 많이 모이는 것, 즐겁게 모이는 것....
이것이 우리의 힘입니다.
지친 사람은 며칠 쉬었다 모이면 됩니다.
내가 없어도, 수많은 "우리들"이 그 자리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으면 됩니다.
영화도 천만 관객이 넘으면 권력이 됩니다.
천만이 넘으려면?
1. 생전 영화 안 보던 놈들까지 "도대체 뭐길래 그래?" 하고 봐야 합니다.
2. 그 영화에 미쳐서 열 번 넘게 보고, 볼 때마다 친구들 바꿔서 데려가는 놈들이 있어야 합니다.
촛불도 이미 권력입니다. (좋은 의미에서 말이죠..^^)
더 세지려면?
1. 촛불에 미친 사람들이 친구들 데리고 자꾸 나가야 합니다.
2. 도대체 뭐길래... 하고 다들 구경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평화로운 것이 중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구경" 나와야 하기 때문이죠.
이제 여름입니다.
밤에는 더워서 잠도 안 옵니다.
거기다 방학입니다.
흥행은 지금부터입니다.
모이면 이깁니다.
지치면 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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