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1/11 03:14:35
Name Marcion
Subject [일반] UN 난민인정기준 상 탈영병, 병역기피자 처리지침
양심적 병역거부가 또다시 떡밥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우리나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외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음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프랑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5593.html
캐나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0429.html)

UN 산하 국제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는 1992년에 소위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과 1967년 의정서에 의한 난민 지위의 인정기준 및 절차편람"(이하 '난민인정기준')을 발간했는데
위 난민인정기준 제5장 아래에 '탈영병과 병역기피자'에 대한 장이 따로 있습니다.
(http://sladmin.scourt.go.kr/common_new/util/commonBank.jsp?functionCode=2956 이 링크 '난민재판의 이해' 중 281~285pp 참조)

이 책자에 의하면 탈영병과 병역기피자에 대한 난민판정기준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1. 원칙: 탈영병, 병역기피자≠난민
-> 기소, 형벌에 대한 공포≠난민사유'(B. 167)
-> 병역에 대한 혐오, 전투에 대한 공포≠난민사유(B. 168)

2. 예외: 탈영병, 병역기피자=난민
가. 인종, 종교 등의 사유로 동일한 병역법위반에 대해 더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경우(B. 169)
나. 본국의 특정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경우로서 그 군사행동이 인류 보편적 가치에 반할 경우(B. 171)
다. 진정성 있는 종교, 양심상 신념+체약국의 재량(B. 172, 173)
-> 최근 세계 각국이 대체복무제를 도입했고 국제기관이 이를 권고하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함(B. 173)
-> 신념의 진정성에 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증명되어야 할 것임(B. 174)



이 지침의 내용은 그 자체로도 재밌지만 주된 쟁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련 문제에 집중해보면
일단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난민으로 인정할지는 난민조약 가입국의 재량에 맡겨져있음이 명시되어 있으나
그 판단에 있어 세계적 추세가 대체복무제 도입임을 염두에 두라는 지침을 분명히 주고 있습니다.

결국 실제 소관부서나 법원실무에서 난민인정여부의 핵심은 결국 '박해 공포' 요건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론 해당 신청자의 주된 동기가
'기소, 형벌에 대한 공포, 병역에 대한 혐오, 전투에 대한 공포' 정도에 불과한가
아니면 '진정성 있는 종교, 양심 상의 신념'에 해당하는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입니다.
사람 마음속을 열어볼 수 없는 이상 이 요건의 판단은 결국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추단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대법원은
종족 간의 학살로 이어지는 콩고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의 내전에 반대하여
강제징집거부와 반전운동을 주도한 목사가
정부군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뒤 이를 피해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 사안에서
목사의 박해의 공포가 근거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던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3930 판결)

말하자면 우리나라 대법원은 위 난민인정기준에서처럼
탈영병, 병역기피자도 난민이 될 수 있는 예외사유(구체적으론 B. 171.)가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였으나
대법원의 배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난민(B. 172.~174.)이라는 데까지 나갈 일은 당분간 없겠지요.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격이니....


덤으로 캐나다는
'동성애자로서 병역거부자'인 한국인의 난민신청을 받아준 예와
(http://www.mhrk.org/download/?no=110)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병역거부자'인 한국인의 난민신청을 받아준 예가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8&aid=0000257185)
이 중 결정문 내용까지 알려져있는 윗 사례의 경우 군내 따돌림, 군내 동성애자의 열악한 처우가 주된 사유로 인정됬는데
사실 여호와의 증인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실인정을 했는지가 흥미로운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달과별
17/01/11 04:21
수정 아이콘
결정문은 저 외에도 상당히 많이 공개되어 있긴 합니다. 특히 항소심까지 올라가면 재판 기록이 공개되는 편이라서요. 한국인은 주로 호주와 독일 등지에 난민 신청을 하는 편입니다.
www.austlii.edu.au/cgi-bin/sinodisp/au/cases/cth/RRTA/2010/433.html
접하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결정문인데요. 여호와의 증인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미 병역거부로 실형을 살았던 사람에게 사회적 시선을 증거로 난민 인정한 판결입니다.
17/01/11 09:46
수정 아이콘
호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외국 문헌을 찾아볼 생각까진 안해봤는데

인용해주신 호주 판결은 본인진술을 아주 중요한 증거로 채택하면서
한국 진보진영(박노자, 민변) 등이 생산한 관련 문헌들을 보충적으로 인용한 뒤
특히 신청인이 장기적으로 입을 불이익에 주목해서 난민 자격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가령 신청인이 당장 입는 고용상 불이익만으론 난민으로 인정하긴 부족하지만(부모 지원 등 대체수단이 있음)
부모가 더이상 신청인을 보호해주지 못할 시점이 되었을 때는 문제가 될 것이고
신청인이 느꼈다는 공포가 그 자체만으론 난민사유에 못미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배척, 반감이 누적되면 난민의 요건인 '박해'를 구성할 수 있으며
특히 최근(2010년 당시) 한국사회의 정치적 긴장도에 비춰 신청인이 즉시, 또는 가까운 장래에 귀국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캐나다 결정문에 비해서는 훨씬 읽어볼 만한 내용입니다.
사악군
17/01/11 09:22
수정 아이콘
반복된 실형을 받은 예가 아닐까 추측해보는데 그건 아닌가보네요.
17/01/11 09:54
수정 아이콘
솔직히 캐나다 결정문은 행정청 단계에서 끝난 사건이라 그런가
절차가 3년이나 진행된것 치곤 조사가 좀 부실하게 이뤄진게 아닌가 싶은 인상이 드는데
암튼 우리나라는 대놓고 계간을 처벌하고 있는 등
외국의 관찰자들이 보기에 동성애자가 군대를 가면 큰일날 상황으로 보일 정황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달과별
17/01/11 10:09
수정 아이콘
절차가 3년 걸렸긴 했지만 실제 재판과정은 3달이 안되었을 겁니다. 캐나다의 경우 워낙 밀린 난민 신청이 많았어서 최근 개혁 후 한국을 비롯한 지정 국가들은 난민 신청일로부터 한달 내에 모든 진행이 끝나게 바뀌었습니다. 비지정 국가의 경우 3개월이구요.

이런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데에는 캐나다 난민부가 직접 외교채널을 통해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캐나다 난민부가 수집한 한국의 트렌스젠더 인권에 관련된 자료입니다. 상당히 깊게 들어가고 있어요.

http://www.irb.gc.ca/Eng/ResRec/RirRdi/Pages/index.aspx?doc=456451&pls=1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0193 [일반] 최순실의 사자후 [152] z2325117824 17/01/25 17824 0
70192 [일반] 국제신문 - PK(부산 울산 경남) 각종 여론조사 결과 [28] 킹보검11272 17/01/25 11272 0
70191 [일반] 오늘자 알앤써치 대선 지지율 조사 [79] Lv313591 17/01/25 13591 0
70190 [일반] 탄핵안 선고가 3월 13일 전에 내려질 것 같습니다... [40] Neanderthal10015 17/01/25 10015 2
70189 [일반] 박원순, 김부겸 "이런 식이면 대선 경선 불참할수 있다" [125] ZeroOne14353 17/01/25 14353 5
70188 [일반] [삼국지] 관우 상관湘關의 쌀 천취擅取 문제 정리. [41] 靑龍7833 17/01/25 7833 0
70186 [일반] 여론 참여 심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2] OrBef5258 17/01/25 5258 2
70185 [일반] 2017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정리 [30] 자전거도둑9628 17/01/24 9628 0
70184 [일반] 빅데이터로 본 뉴리더십 / 대선주자별 7가지 리더십 조건 적합도 [28] 로빈9811 17/01/24 9811 2
70183 [일반] 전리품은 승자에게 귀속된다(Marcy) [49] 이순신정네거리10184 17/01/24 10184 3
70182 [일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룰 확정 [163] 어리버리19990 17/01/24 19990 1
70181 [일반] 서울특별시 경전철 추진상황.jpg [50] 군디츠마라14475 17/01/24 14475 2
70180 [일반] 박근혜의 정신수준은 아직도 예전에 머물러 있네요 [89] ZeroOne15115 17/01/24 15115 7
70178 [일반] 오늘자 정치 유우머 [41] 삭제됨11168 17/01/24 11168 2
70177 [일반]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공동정부 추진 합의 [163] 그러지말자13929 17/01/24 13929 1
70176 [일반] 반기문 전 총장, 한기총 방문 (동성애 관련 질문 본문추가) [289] jjohny=쿠마15004 17/01/24 15004 2
70175 [일반] 반기문 조카 10여년 병역기피 ‘지명수배’ 드러나 [86] ZeroOne11826 17/01/24 11826 0
70174 [일반]  <단편?> 카페, 그녀 -44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6] aura5332 17/01/24 5332 2
70173 [일반] [단독] 롯데-이대호, 4년 총액 150억원 최종 합의 [41] 킹보검9247 17/01/24 9247 1
70172 [일반] 전안법이 시행된다고 합니다. [48] 김율13678 17/01/24 13678 1
70170 [일반] 30대의 옷 구매 노하우 [31] 바람과별13869 17/01/23 13869 2
70169 [일반] '후쿠시마의 김치아줌마' 정현실 교수 전주 방문, 주민 50명 후쿠시마 초청 [10] 군디츠마라9276 17/01/23 9276 0
70168 [일반] 무너진 김기춘,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 시인. 그런데....? [52] 독수리의습격12872 17/01/23 12872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