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2/04 21:36:06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카페, 그녀 -42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좋은 일요일입니다. 출근...후..

- - -


새삼스럽지만, 소희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던게 아닐까?
운동신경, 힘부터 주량까지 웬만한 남자는 상대가 안될정도였다.


"캬아! 좋다."


혼자 최소한 소주 두 병은 마신 것 같은데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소희는 가볍게 소주 한 잔을 원샷하고 소주 잔을 머리위로 털어제꼈다.


"언니! 여기요!"


은성이가 잽싸게 안주하나를 집에 소희의 입가에 대령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기가 찼다.


"허."


누가보면 10년은 된 막역한 언니동생사이인줄 알겠다.


"제 것도 드셔야죠!"


연주 너 마저...
다시금 소희의 가공할 위력(?)에 몸이 으스스해졌다. 천하의 지연주조차 안주셔틀로 만들어버리다니, 그저 벙찔 뿐이다.
어느새 셋이 서로 그렇게 친해졌는지 웃고 떠드느라 술게임은 뒷전이 된지 오래다.
셋이 잘 노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나로서는 수영이가 굉장히 신경쓰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신없지?"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수영이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수영이는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까도 그랬고, 지금도 정말 재밌어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수영이는 날 따라하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예쁜 목소리와 함께 좋은 향이 스며든다.
수영이도 술을 꽤 마셨을텐데 어떻게 술냄새기 하나도 안 날까.


"이현우! 근데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잠시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소희가 치고 들어왔다. 소희는 슬쩍 자세를 바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왔다.
묘한 심리적 압박감이 느껴진다.


"내가 너 걸리게 하려고 그렇게 술병을 돌렸는데, 오늘 뭔 날인지 네가 한 번도 안걸렸잖아!"


그러고보니 오늘 운이 따랐는지 진실게임에서 한 번도 걸리질 않았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지 혼자 쏙 빼고! 남 비밀 듣고, 술 먹이고. 불공평하지 않냐?"


누가 들으면 내가 조작이라도 한 줄 알겠다. 그리고 애초에 게임하자고 한 건 소희야 너거든?


"뭘 불공평해. 그야말로 공평하고, 공정한 게임이었는데."


심드렁한 내 대꾸에 소희는 고개를 절레절레저으며 내 쪽으로 몸을 더 기울였다.
가까이서 보니 소희도 취기가 조금 올라왔는지 두 뺨이 발그레하다. 하긴 소희도 사람인데 술을 그렇게 먹고 아예 멀쩡할 순 없겠지.


"아냐 아냐. 어!? 그래도 이렇게 다 같이 게임을 했는데 한 번쯤은 재미로 걸려줘야지. 어! 안 그래?"
"맞아요. 맞아!"
"언니 말이 맞아요."


낸들 어쩌란 말인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을.


"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뭐?"


시야에 보이는 소희의 얼굴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뭔 말을 하려고 이러나 불안하다.


"질문 딱 하나만 하자!"
"대답해라 대답해! 혼자만 안 걸리고 치사하다!"
"..."


은성이 저건 내일 술깨고 오늘 일을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얄밉단 말야.
어쨌거나 소희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거절할 도리가 없다. 맞고 하냐 안하고 하냐의 차이지.
솔직히 질문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
"정말?"
"응."


내 승낙에 소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째릿한 표정을 풀고 미소지었다. 저렇게 표정이 순식간에 바뀔 수가 있다니. 놀랍다.


"그래서 뭔 질문을 하려고?"
"음... 기다려봐! 솔직히 이걸 알았다고 할 줄은 몰랐지. 딱 한 번인데 제대로 써야지."


몰랐긴... 거짓말도 참 표정하나 안 변하고 잘한다. 서로 몇 년을 봐왔는데, 매번 이럴때마다 내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 못하리란 것
쯤은 예상하고 있었을 거다.


"뭘 그렇게 또 생각해."
"좋아. 정했다!"
"뭔데?"
"여기에서 좋아하는 사람있어?"
"..."


소희의 외통수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도 모르게 수영이를 슥 곁눈질했다. 내 이상형에 가까운 외모. 거기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사교성. 마음 씀씀이까지. 얼마 전까지도 아무것도 모르던 남남에서 이렇게 술을 함께 마시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사람이다.
아직은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풋풋한 호감이지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
함께할 시간이 주어질 수록, 이 여자에게 점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조심스럽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수긍해도 괜찮지 않을까? 반대로, 수영이는?
이 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수영이가 된다면, 그녀는 내 감정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현우 오빠 갑자기 왜 이렇게 조용해졌어요. 이현우는 빨리 대답을...!"
"있어."
"딸꾹!"


펄쩍거리던 은성이가 내 대답에 놀랐는지 딸꾹질이 들렸다.
  

"연주야...!"
"은성아, 그만."


은성이는 놀란 토끼눈으로 연주를 바라봤다. 연주는 소희와 함께 날뛰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로 은성이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음... 역시 그런가..."


소희는 의외로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뭘까, 이 어색하고 미묘해지는 분위기는...


"다민아, 아이스크림이나 먹을래?"
"네? 네네."
"우린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갈란다."
"어어?"


무거워진 정적이 불편했는지 주찬이는 다민이를 데리고 나갔다. 은성이는 다민이와 나가는 주찬이와 조용히 앉아있는 연주를 번갈아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따라가 봐. 은성아."
"앗! 저도 같이가요 주찬 오빠!"


연주의 말에 은성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찬이 뒤를 쫓았다.


"..."


이거 내가 뭔가 크게 죄지은 기분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래...


"하하하. 형님들 저 다시 왔습..."


하얀이를 따라나갔던 현중이 녀석이 좋은 일이 있었는지 크게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려던 찰나
그대로 주찬이 녀석이 뒷덜미를 잡고 끌고 나간다.


주찬이 녀석. 현중이는 도대체 왜 데리고 나간거야.
현중이라도 들어왔으면 좀 나았을텐데. 어쨌든 이대로 계속 있기에는 수영이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소희야."
"왜?"
"내가 뭐 잘못한거라도...?"

살짝 소희의 말끝이 쌀쌀맞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갑작스런 소희의 태도 변화가 당황스럽다. 이런 소희의 모습은 나조차도 처음이었으니까.




42끝. 43에 계속...



- -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월요일 즐거운 출근입니다. 하하하하하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12/04 21:4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러니 다음편도 빨리빨리 내놓으시죠 (...)
16/12/04 21:4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티티님.
시간이 쪼들려 써서 조금 글이 거친데 죄송합니다. ㅠㅠ

다른 이런저런 소재들도 생각나서 다 적어놓는데 정작 써놓은 글도 마무리를 못하고 있으니... 필력도 후져서 걱정이네요. 그래도 매번 감사합니다.
날아라박해민
16/12/04 21:54
수정 아이콘
필력이 후지시다뇨? 오랜만이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다음편도 빨리 내어 주시죠? (2)
16/12/04 21:5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크크. 필력이 후져요... 피지알에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제 글을 제가 읽다보면 오그라드는 읍읍...

카페 그녀 끝내고나서는 구상해둔 소재로 완성도 있게 글 한 번 써볼까 합니다. 크크.
미카엘
16/12/04 21:59
수정 아이콘
삐진 소희와 연주. 하지만 수영이를 잡기 위해선 협공을 버텨내야 합니다.
16/12/04 22:08
수정 아이콘
취향 바뀌셨나요? 크크.
미카엘
16/12/04 22:08
수정 아이콘
네 수영이로 바뀌었습니다
16/12/04 22:15
수정 아이콘
연주팬은 이제 없는모양입니다. ㅠㅠ
16/12/05 05:52
수정 아이콘
여기 있습니다. 처음부터 한결같이 제 이상형입니다 흐흐
16/12/04 22:15
수정 아이콘
질문은 지가 해놓고 사람 죄인 만드네! 와플님 저 저분 극혐인데 리폿합시다.
16/12/04 22:26
수정 아이콘
여자의 미음은 어렵죠... 리폿은 아니됩니다..
self.harden()
16/12/04 23:29
수정 아이콘
으와 흥미진진 크크크크
16/12/05 07:0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한걸음
16/12/17 10:58
수정 아이콘
리폿 좀 어서ㅜ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9288 [일반] 독일 헌재, 내년 1월 신나치당 해산 여부 역사적 결정 내린다. [19] 테이스터5711 16/12/08 5711 1
69287 [일반] "수도권 신혼부부, 양육·주거 부담에 출산의지 약해" [16] 군디츠마라7624 16/12/08 7624 0
69286 [일반] 코리안 슈퍼보이 vs. UFC 베테랑 전사 [33] Neanderthal7785 16/12/08 7785 1
69285 [일반] 중국은 어떻게 친구와 외교적 영향력을 잃어버리는지에 대한 표본이다. [10] 테이스터10033 16/12/08 10033 4
69284 [일반] 이번 국정조사 최고의 스타 [67] ZeroOne15259 16/12/08 15259 3
69283 [일반]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가결 당일의 뉴스데스크 [38] 녹차김밥11840 16/12/08 11840 0
69282 [일반] 민주당 요즘 왜 이러나요? [98] MastaK15248 16/12/08 15248 61
69281 [일반] JTBC "최순실 태블릿 PC" 입수 경위, 취재 과정 모두 공개 [67] Neanderthal15196 16/12/08 15196 3
69280 [일반] 강아지 한마리가 불러 일으킨 엄청난 사태 [39] 어리버리12281 16/12/08 12281 4
69279 [일반] 대통령과의 거리 [42] 인사이더8605 16/12/08 8605 8
69277 [일반] 78.2% [22] The xian11307 16/12/08 11307 21
69276 [일반] 국민의 당은 왜 불협화음을 내는가. [27] 삭제됨6762 16/12/08 6762 6
69274 [일반] 우상호 "탄핵안 '세월호' 수정없다"..부결시 의원직 총사퇴 [177] aurelius14122 16/12/08 14122 24
69273 [일반] 리얼미터 12월 1주차 주중 조사결과 [34] ZeroOne8931 16/12/08 8931 0
69272 [일반] '김영한 수첩' 속 내용…판사 인사 개입 정황, 공작정치 민낯 [9] 대보름7624 16/12/08 7624 0
69271 [일반] 표창원 의원, 총선 당시 동성애 발언 해명 [123] 달과별9419 16/12/08 9419 6
69270 [일반] [피규어] 넨도로이드 수집 2년 3개월차 결산. [22] 김티모11229 16/12/08 11229 9
69269 [일반] 타냐 사비체바 [1] 이치죠 호타루5374 16/12/08 5374 16
69268 [일반] [짤평] <라라랜드> - 올해 최고의 영화 [85] 마스터충달10262 16/12/08 10262 9
69266 [일반] 9일 탄핵 국회 방청권 관련하여 김병욱 의원실에 전화하였습니다 [8] 삭제됨8317 16/12/08 8317 7
69265 [일반] IF 놀이 - 만약 그 때 맥아더가 [24] 삭제됨6077 16/12/07 6077 2
69264 [일반] 오늘의 국정감사 MVP [145] 킹보검22903 16/12/07 22903 26
69262 [일반] 12월 7일 김어준의 생각 - '정경유착의 좋은 예'(+내부자 둘) [4] 인사이더7244 16/12/07 724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