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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22 17:44:22
Name 네로울프
Subject [일반] 내가 사랑한 슈퍼히어로(SuperHero)
슈퍼히어로.(SuperHero)! 지난 주 씨네21에 'All about SuperHeroes' 란 특집 기사가 났다.
대략 50여페이지에 걸친 슈퍼히어로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기사다.
그래서 2년여만에 씨네21을 사서 집어들었다.
슈퍼히어로란 대체로 극히 미국적 베이스를 가진 개념이다. 특히 마블과 DC로 대변되는
미국 코믹스 문화에 그 바탕을 철저히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초월적 영웅에 대한
소구는 어느 문화권에나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도 홍길동이나 전우치, 일지매 등 전통적인
초월적 영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토종 슈퍼히어로가 현재의 우리 문화에
안정적으로 계승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의 우리들 대부분 역시 미국 코믹스에서
비롯한 슈퍼히어로에 길들여지고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왔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슈퍼히어로란 유소년 시절의 환상에서 부터, 성년이 된 지금의 유희적 대상으로
까지 우리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욕구의 한 부분인 것은 분명한 것이다.
슈퍼히어로의 개인적 의미, 사회적 함의 등에 대해서 논할 부분은 많겠지만 각설하고
내가 사랑했던 슈퍼히어로들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본다. 다만 취향에 대한 이야기지만
때로 그 이상의 것이 베어날 것도 같다. 언제 기회가 되면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 보고
싶은 이야기 거리다.


* 스파이더맨(Spiderman)



어린 시절 누구나 저마다의 슈퍼히어로를 한 명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슈퍼히어로는 스파이더맨이었다.  마블 코믹스에서 시작해 최근  샘 레이미의
영화 3편까지, 스파이더맨은 가장 대표적인 슈퍼히어로의 표상 중에 하나다.
물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도 환장하긴 했지만, 내 마음속 영웅 스파이더맨의
시작은 1977년판 미국 외화 시리즈스파이더맨에서 비롯됐다.
MBC에서 방영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우리나라 TV에 방영된 것은 대략 82~4년 사이 쯤이었을 것이다.
과학실험을 하다 방사능에 노출돼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거미줄 발사기를 만들어 손목에 차고, 스파이더맨 복장을 직접 재단해
만들어 입고 도시의 뒷 골목으로 뛰어든다.  



TV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은
코믹스나 최근 영화시리즈에서 만큼 그렇게 압도적으로 강력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 거미줄을 쏘다가 내장된 거미줄이 다 떨어져 위기에
빠진 에피소드도 있었던 것 같다. 방사능 노출을 통한 어느 정도의 초인적 능력과
과학기술이 혼용된 슈퍼히어로였고, 그래서 상당히 인간적이었다. 난 대체로
슈퍼맨 같은 절대 파워의 슈퍼히어로보단 인간적 결함과 능력적 한계를
내포한 그래서 어찌보면 때로는 좀 나약한 슈퍼히어로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TV 시리즈 스파이더맨을 처음 나의 슈퍼히어로로 가슴에 간직한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 날아라 슈퍼맨 (The Greatest American Hero )



앞 서 말했다시피 슈퍼히어로의 대표격이랄 수 있는 슈퍼맨은 사실 내겐 별로 감흥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빛의 속도로 날며,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는 절대 파워의 슈퍼 히어로는
왠지 어린 시절 나에게도 너무 비현실적이었나보다. DC코믹스는 물론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영화 시리즈, 최근 슈퍼맨 리턴즈, 그리고 수많은 TV시리즈를 포함해서 슈퍼맨은 언제나
나에겐 너무 강력해서 정감이 안가는 슈퍼히어로일뿐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내가 딱 하나
좋아하는 슈퍼맨이 있다. 과연 이 슈퍼맨을 앞에 언급한 슈퍼맨 라인업에 넣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슴에 영어 'S' 대신 한자 '中''을 새긴 슈퍼맨이라니. 더구나 타이즈도 파란색이
아니라 빨간색이다.  80년대 초반에 MBC에서 '날아라 슈퍼맨'이란 제목의 외화 시리즈로
방영됐고, 원제는 'The Greatest America Hero'이며 찾아보니 81년에서 83년까지 ABC에서
방영됐다고 한다.



아줌마 파마의 소심한 고등학교 선생이 어느 날 외계인에게 납치돼 여러가지 실험을
당한 후 위 사진에 보이는 촌스런 빨간 내복 같은 타이즈 옷과 함께 다시 돌려보내진다.
저 옷을 입으면 엄청난 슈퍼 파워를 낼 수 있게된다. 날 수도 있고, 벽을 깨고 쇠기둥도
으스러 뜨리는 슈퍼파워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어리숙한 주인공은 외계인에게서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질 때 저 슈퍼 의상을 사용하는 메뉴얼 책자를 잃어버린다.
그 덕분에 정말 어설픈 슈퍼맨이 탄생한다. 하늘을 나는 법을 알지 못해 이리저리
연습해보지만 못해내다가 연습하던 골목에서 만난 어느 꼬마 소년의 조언을 듣고
날 수 있게 된다. '하나 둘 앞으로 뛰어나가며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요~' 슝~~~~
그런데 나는 것은 성공했으나 착지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언제나 늘 착지라기
보다는 추락한다. 벽 몇 개를 뚫고 겨우 말이다. 이 어설프고 인간적인 슈퍼맨을 참
많이 좋아했었다. 역시 여기서도 나의 결함있고, 인간적으로 나약한 슈퍼히어로
취향이 드러난다. 진짜 슈퍼맨은 필요한 순간 옷도 순식간에 갈아입었지만 이 어설픈
슈퍼맨은 옷 갈아 입는 것도 정말 인간적이었다. 옷 갈아입느라고 쩔쩔매던 장면이
항상 나오곤 했다.


*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나이트 샤말란의 요상한 슈퍼히어로 영화 언브레이커블. 강력한 힘과 절대 상처
나지 않는, 글자 그대로 깨지지 않는 육체를 가진 슈퍼히어로의 탄생에 관한 영화다.
스스로의 능력을 자각하지 못하고 별볼 일 없는 중년의 나이로 늙어가는 경비원.
그런 그를 찾아내고 능력을 자각시키는 이가, 앞으로 그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될,
'유리왕자'라는 건 참 역설적이다.



자각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안, 불신.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에 대한 혼란. 슈퍼히어로라고 하기엔
너무나 나약한 정신 세계를 가진 이 답답한 슈퍼히어로에 영화를 보면서 나는 홀딱
빠져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물에 대한 뿌리깊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일어서던
시큐리티맨. 인간적 슈퍼히어로의 탄생은 정말 이러해야하지 않겠는가!!!


* 가장 최근에 내가 사랑하게 된 진짜 슈퍼히어로.




시청앞에서, 광화문에서, 종로에서 나는 매일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만나고 감동에
빠진다. 한 명 한 명 절대 파워를 갖지도 못했고, 인간적 나약함을 빠짐없이 가진 이들.
하지만 그 어떤 슈퍼히어로보다 더 큰 힘과 더 깊은 가슴울림을 전해주는 슈퍼히어로.




어린 시절 가슴에 품었던 슈퍼히어로들은 어쩌면 나약한 자신의 한계를 상상속에서나마
뛰어넘어보고 싶은 열망의 전이였을 것이다. 미약한 나라는 개인으로선 어쩔 수 없으니
강력한 절대 파워를 가진 슈퍼히어로가 적을 무찌르고 나를 구해주기를.
그런면에서 슈퍼히어로는 정신적 자위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촛불을 들고 직접 거리로 나선 수많은 슈퍼히어로를 직접 만난다.
나약한 자신을 딛고 일어선, 권력에 대한 공포의 트라우마를 걷어내고 일어선,
그 어떤 슈퍼히어로들 보다도  삶과 정의에 대한 깊은 열망을 치켜들고 일어선, 그런
진짜 슈퍼히어로들을 매일 매일 광장의 한 가운데서 만난다.

"이 진짜 슈퍼히어로들은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진짜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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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22 18:02
수정 아이콘
영화계에 식스센스가 있다면 PGR 게시판에는 네로울프님이 있다.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식스센스 볼 때와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슈퍼히어로물을 좋아해서 흥미롭게 글 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끝날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08/06/22 19:11
수정 아이콘
길게 말 않고, 처음으로 말해보렵니다. 추게로~!
08/06/22 19:3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08/06/22 19:48
수정 아이콘
언브레이커블을 저와 같은 관점으로 보신분이 여기 또 계셧군요 반전물이 아닌 슈퍼 히어로물의 관점으로 봤을때 참으로 감동적이고 멋진 영화엿지요.
戰國時代
08/06/22 20:17
수정 아이콘
추게로....!
마술사
08/06/22 20:57
수정 아이콘
추게로
재수니
08/06/22 21:35
수정 아이콘
뜬금없는 소리같지만 그래소 저도 슈퍼로봇게열보다 리얼로봇을 사랑합니다.
자유로운영혼
08/06/22 22:24
수정 아이콘
추게로....! (2)
순모100%
08/06/23 09:47
수정 아이콘
언브레이커블은 마지막부분만 조금 손봤다면 정말 걸작이 되었을 겁니다.
방황하는 중년의 슈퍼영웅이라...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런데 그런 메인 스토리보다는 너무 막판 반전에 치중해서 허둥지둥 끝냈었죠.
그 서사적인 슈퍼 영웅의 이야기를 마지막에 와서 얼렁뚱땅 나레이션으로 떼우다니....;;;

마지막부분에 이르러 악당이 밝혀진 후 최후의 결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혼자 상상을 해보는 영화입니다.
유리악당이 마지막에 총으로 인질하나를 잡고 자기를 꺽어달라고 최후의 테스트를 합니다. 자살위협정도랄까요?
윌리스가 구하러 다가가는 순간 되려 총을 모조리 그에게 쏘며 고난을 강요하죠.
총에 맞으면서도 한발자국씩 걸으며 다가가 인질을 구합니다.
인질은 물론 유리악당마저 구하려는 찰나 그는 그걸 거부하고 죽죠. 원래 악당은 최후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그리고 엄청난 출혈에 쓰러지는 윌리스.
죽는 것처럼 보여준 후 마지막에 재활원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살짝 보여줍니다. 의사들은 정말 기적이라고 말하고...
그리고 마지막 영화씬 윌리스는 모두가 잠든 비오는 밤 몰래 우의를 입고 밖으로 나서다 아들에게 들킵니다.
아들은 씨익 웃으며 아버지 의상(?)을 챙겨주며 잘 갔다오라고 하죠.
그리고 윌리스는 어두운 밤을 나서며 멀리 보이는 화려한 도시의 불빛속으로 천천히 들어갑니다. 롱테이크로 잡아주며 엔딩.
저 혼자만의 엔딩인데... 보면 볼 수록 언브레이커블은 정말 소재만은 괜찮은 영화입니다.
샤밀란은 영화소재는 잘 뽑는 거 같아요. 식스센스이후 그걸 마지막까지 제대로 풀어내는 꼴을 못봐서 그렇지.
릴리러쉬
08/06/24 11:36
수정 아이콘
추게로..
세이시로
08/06/24 20:2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로그인했습니다.
이게 정말 추게로 가야 할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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