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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21 12:43:27
Name 씨나몬
Subject [일반] 어제 미국내 서류미비자들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며 생각하게 된 여러가지 미국이야기
안녕하세요
어제 유게에서 올라왔던 미국내 불법체류자(서류미비자)에 관한 몇가지 사실을 검색해보고
제가 미국에서 살아왔던 십년정도의 기간을 돌아보면서 몇몇분들이 미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것 같아서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살아온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글이기 때문에 사실과는 다를수도 있고, 글 솜씨가 부족할수도 있는 점 양해부탁드려요 :)

1.
먼저 미국에 오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으로 고등학교 9학년 2학기 과정으로 오게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어린 것도 있었고,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 카운티로 가다보니 뭐 미국 한국과 별로 다른 것이 없는데?
고등학생인데 자유시간도 너무 많고 학교과정이 너무 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굉장히 즐겁게 지냈습니다.
10학년 때부터(고 1) 한국인 목사님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당시 목사님께서는 미국으로 초청을 받으셔서
한국에서  모든 생활을 정리하시고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넘어오셨는데, 사기를 당해서 불체자 신분으로 남게되셨습니다.
자식들이 미국내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 대학 입시를 앞두다보니 한국으로 다시 귀국을 못하시고, 어렵게어렵게 목사님 신분이신데도 불구하고 공사장 등을 다니시고, 사모님께서는 하루하루 일거리를 찾아다니셨던 기억이 있네요.
그 자녀들은 UC 버클리와,  UC 얼바인을 졸업하고 현재 영주권을 따고 시민권 절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별 생각이 없이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점은 한국인, 한국인 2세들, 한국인 1.5세들 그룹이 나뉘게되고 개인끼리는 친하는 경우가 꽤 있어도 그 그룹들이 생각만큼 사이좋게 지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2.
대학교를 일리노이주로 가게되어서 처음 시카고 공항에 내려서, 얼바나 샴페인으로 운전해서 가는 2시간 30분동안 정말 너무 깜짝놀랐습니다.
끊임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을 보면서 "이게 내가 알고있는 미국이 맞나?" 생각이 들면서 전혀 다른 나라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한국인들, 외국인들, 2세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곳에 살다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한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에서 살아가고있고, 앞으로도 미국에서 살 예정이었는데, 큰 맥락에서는 2세 한국인들, 그리고 한국으로 졸업 후 돌아갈 유학생 그룹이 있는 것을 보고, 제가 어디 소속인가.. 혼란도 오고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하다가 시카고 hood에서 온(흔히 한국에서 슬럼가라 하는) 흑인 랩퍼 친구와 같이 생활을 하게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그 때부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는 시카고에서 나고 양엄마와 아빠와 배다른 4명의 남매들과 같이 자란 친구였어요.
시카고에서 Talk of Chicago 라는 크루에 소속되어서 랩퍼생활을 하다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을 진학해서 항공우주학? 을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그 친구는 자기관리가 철저해서 마약, 술, 담배는 손도 안대고 공부, 운동, 랩메이킹, 공연등만 하면서 지내는 친구였어요.
재밌는 점은 얼마 안지나서 같은 크루에 소속되어있는 그 친구의 흑인친구들을 만나고부터였어요.
딱 처음 본순간 저에게 한말이 이 아시안은 뭐냐....였으니요 크크
덕분에 순수 시카고에서 자라온 흑인들 생활에 끼어보게되었습니다. 95%가 흑인들인 공연장도 가보고, 결혼식도 참여해보고, 흑인들 교회에도 가보고..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결국 그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들이었어요 크크 조금 많이 다른 점도 있었지만요. 다른 점들 몇가지를 몇가지만 말해보자면
같이 마트를 가면.. 아무렇지 않게.... 물건을 가져옵니다... 그냥 가져와요..... 왜 훔치냐고 물어보면.. 백인들이 우리한테 벌은 돈들이고 그래서 가져간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옆에서 허허허 그냥 웃게됩니다..
전자제품같은 경우도 그냥 친구가 배달하는 트럭에서 한두개씩 가져옵니다... 뜬금없이 찾아와서 50인치 티비가 생겼는데 100불에 사라고 해요.. 허허허..
배다른 형제, 남매들이 몇명이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많아요.. 정말 많아요.. 아빠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도 심지어 많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감옥에 가는 일은 흔합니다..... 그리고 총맞아 죽는 경우도 종종있어요.. 제 친구가 저와 사는 동안 장례식장에 몇번 갔다왔는지 세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친해지다보니 똑같은 사람이더라구요. 랩퍼였던 키가 190정도되고 150키로정도는 족히 되보이는 친구는 누구의 딸인지도 모르는 딸이 생기고 나서.. 같이 쇼핑을 가면 레고쪽에서 서성이면서 인형, 레고앞에서 떠나지 않던 모습을 보면.. 그 친구들도 똑같다는 것을 느끼게되더라구요.

3.
여튼 그렇게 일리노이 생활을 접고 북부 캘리포니아로 오게 되었습니다.
남부 캘리포니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환경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겨울에 비가 많이오고, 산이 많고 그래도 어렸을 적에 있었던 오렌지 카운티와 크게 차이가 없어서 적응이 딱히 필요가 없더라구요.
여기에 정착하면서 미국에 정착한 페르시안 친구 둘과 같이 살게되었습니다. 같은 이민자출신이라는 동질감도 있고,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고.. 지금까지도 공부를 한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하면서 같이 살고있어요.
제가 사는 동네는 중산층/부촌 근처라서 치안도 안전한 편이고요.
얼마전에 룸메이트와 같이 뉴스를 보면서 트럼프가 당선되었단 것에 서로 담배를 뻑뻑 피워가면서 있을 수 없는일이라고 밤새워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크크
제가 살았던 동네들은 아마 liberal 한 경향이 커서 트럼프 지지자를 실제로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4.
이 곳으로 이사오고 난 후 얼마전부터 여자친구 아버지 가게에서 일요일에 하루 가게를 보고 있는데 굉장히 재미난 경험이 되고있어요.
가게가 east oakland에 있는데, 오클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치안이 안좋은 도시중에 하나인 도시입니다.. 흑인 비중이 굉장히 높고요.
여하튼 가게가 흑인들 거주지역에 있다보니 오는 80프로 이상이 흑인들입니다. 저는 미국에 오랜 세월을 살면서 한번도 물건을 살때 가격표에 sales tax가 붙고 센트 단위로 계산되지 않는 곳을 본 적이 없는데요.. 미국에 큰 공식 대리점임에도..... 부르는게 값입니다... 크크 마치 한국 재래시장같아요.. 20불을 부르고.. 너무비싸다하면 그래 15불줘!! 이런식이에요 크크 물론 95프로 이상은 현금으로 결제하구요.
그리고 단 한번도 물건을 팔고나면 영수증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어서 충격이었네요.
가끔 가게에 들어와서 일이 잘 안풀리면 fucking asians.. 하면서 나가는 흑인들도 있긴합니다.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은 농담하면서 유쾌하게 지나가요.

5.
이런 저런 잡담을 늘어놓게 된 이유는 사실 저도 너무 헷갈리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미국인 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종류의 미국인일까요?
흔히 레드넥이라고 하는 중남부 지역의 백인일까요.. 어떻게 보면 자유롭고, 어떻게 보면 질서가 없는 생활로 보이는 흑인들이까요. 아니면 제가 살아온 지역같이 liberal 한 성향을 띄고 이민자들에 대해 딱히 거부감이 없는 이 사람들이까요..
트럼프가 당선 된 것이 과연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원하고 지금의 현실에 질색한다! 라는 메세지면 제가 미국인과 다른 사고를 하고있는 것일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는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고, 이민자들을 포용하며 커간 나라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나라인 것 같아요.
캘리포니아에서 세계 각국에서 문화와 지식을 들고 온 부유하고 정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큰 착각에 빠져 있었었고.. 민주주의는 저에게 큰 찬물을 끼얹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교육받지 못한 사회 하층민이라고 깎아내렸던 것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유색인종을 배척하는 혐오감정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많은 반성을 하게되었지만 트럼프가 공적으로 한 말때문에 몇몇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치 유색인종을 차별하고 혐오 하는 것이 정당화 되었다고 생각하고 hate crime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슬프게 느껴지네요.

두서없이 글을 쓰다보니 너무 정신없는 글이 되었다면 죄송해요. 많은 분들과 그래도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의견도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마지막으로 제 친구의 랩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남겨봅니다..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질문하시면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 남겨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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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1 13:09
수정 아이콘
외국에서 사시는 분들 글을 보면 이런 생각을 종종합니다.
혹시 그동네에 놀러가면 같이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 한잔 할 수 있을까요? ^^;
씨나몬
16/11/21 13:14
수정 아이콘
그럼요 :)
외국에 살다보면 항상 외로움은 달고살게 되는지라..하하
16/11/21 13:1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아스트란맥
16/11/21 13:12
수정 아이콘
종종 이런 글 써주시면 좋겠어요.^^
경험하기 힘든 이야기들이라 여러가지로 흥미롭네요.
씨나몬
16/11/21 13:1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으셨다면 감사합니다 :)
일각여삼추
16/11/21 13:20
수정 아이콘
미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지녔으며,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 미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16/11/21 13:23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말에 출국합니다. 저는 세인트루이스로 가족들을 데리고 가게되었네요.
2년정도 교환연구원으로 지내다 오려했는데, 요새 한국뉴스들 보니 이민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2편도 올려주세요.
씨나몬
16/11/21 13:54
수정 아이콘
제 대학교 첫 룸메이트가 세인루이스에서 왔던 2세친구였는데.
워슈로 가시나봐요? 미국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칸나바롱
16/11/21 13:29
수정 아이콘
저도 UIUC 다녔었는데 반갑내요. 저는 원래 시골동내 살았어서 시카고 처음가보고 엄청 신기했죠..
씨나몬
16/11/21 13:55
수정 아이콘
반가워요 :) 전 반대로 엘에이 근처에서 살다가 얼바나샴페인 가서 그 추위와 풍경에 7년동안살면서 적응을 못했습니다 ㅠㅠ
Je ne sais quoi
16/11/21 13:3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혹시 시간 날 때 시카고 시절 이야기 해주시면 더 좋겠네요. 캘리 이야기는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시카고 시절 겪으신 건 드물꺼잖아요 :)
씨나몬
16/11/21 13:55
수정 아이콘
네 :) 시간날때 시카고쪽 이야기로 다시한번 글써볼게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luefake
16/11/21 14:05
수정 아이콘
미국은 인종의 샐러드라 불리죠.
어느 한 부분만이 미국이 될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마치 '드레싱 없는 야채 온리 샐러드 드쉴?' '야채 빠진 드레싱만 있는 샐러드 드쉴?'같은 거랄까.
그나저나,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혐오와 지지자들이 보이는 혐오는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결국 그 질은 다르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지자들이 보이는 혐오는 뭐..자세한건 생략하죠. 다 아실거고..그런데 그들을 혐오하는건,그러니까 인종혐오주의자를 혐오하는건 혐오에 대한 혐오라 원칙적으로는 틀리지 않다,아니 옳고 올바르다고 해야겠군요. 어쨌든 그런게 멀쩡히 용납되는 사회가 오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힐러리가 진짜 급이 안되서 트럼프가 되었고..제 머리는 아프군요..
16/11/21 14:49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저는 초등학생 아빠인데요.
주변에 보면 남자애들의 경우 과학이나 수학에 재능이 있고, 숙제나 학교 공부, 암기는 잘 못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정말 미국가서 공부하는게 좋을까요?
간다면 언제쯤 가는게 좋을까요? 부모가 같이 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또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씨나몬
16/11/21 15:14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바로 말씀드리면 취업비자나 이민이 아닌한은 사립학교로 진학시켜야됩니다.
명문 사립학교는 고등학교부터(9학년) 기숙사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구요. 저같은 경우는 목사님 댁에 살면서 목사님이 제 가디언(보호자) 가 되주셨습니다. 물론 하숙 비용은 지불하고요.
어머니가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해서 미국에 거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어요.
저는 유학같은 경우는 정말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정말 공부에 뜻이있고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싶어한다면 유학은 엄청난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미국의 분위기와 한국과 비교하면 비교적 쉬운 고등학교생활, 그리고 주위 환경에 휩쓸리는 아이는..
음.. 대학 진학도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기 힘들뿐더러 대학에 진학해서 엄청고생합니다..
자세한 부분이 궁금하신게 있으시면 쪽지 주세요~
16/11/21 16:05
수정 아이콘
엄청난 재능이 있다 : 알아서 과학고 들어가서 알아서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나 포스텍, 혹은 그 이상의 외국학교로 가게 됩니다.
상당한 재능이 있다 : 미국 사립학교보다 차라리 국내 사립학교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이하 : 굳이 외국에 보내서 언어에 따른 스트레스+외지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를 추가로 줄 필요가 있을까요?
16/11/21 16:39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한 분야에 아주 뛰어나다 해도
다른 과목을 잘 못하면 내신 엉망되고 대학 잘가기 어렵죠.
여하간 좀 더 잘하는 분야로 진학하고 관련 일을 배우는 데 있어
한국의 사립고가 외국의 사립고에 비해 낫다는 생각은 안드네요.

그리고 대학이나 기업이나 연구환경이 넘사벽 차이가 나죠.
그러니 이공계나 연구직을 하려면 솔직히 미국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처럼 외국에서 혼자 그걸 해내야한다는 리스크가 있는거죠..
써니지
16/11/21 18:35
수정 아이콘
글곰님이 짧게 쓰셨지만 확실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듯 해서 조금 덧붙이면, 연구는 한 가지 재능으로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연구는 수많은 다양한 분야들이 있고 또 각자 요구되는 능력도 다릅니다. 물론 한 연구 안에서도 요구되는 능력들이 다양하게 있고요. 그냥 다양한 능력들이 요구되기만 하면 또 다행인데, 머리쓰는 것엔 일단 일반인들보단 뛰어난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연구 쪽에서 살아남으려면 글곰님이 보시는 것처럼 일단 머리쓰는 것엔 거의 모든 면에서 일반인들보다 확실하게 나은 상태에서, 그 중 어느쪽에 더 재능이 있는지 봐야할 겁니다. 단순히 수학 과학 좋아하는 것과 연구에 재능이 있는것과는 차이가 많이 있고요. 한국에서 이름있는 대학을 제대로 못갈 정도라면, 안타깝지만 애초에 연구 쪽으로는 재능이 없는 친구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억지로 해봤자 잘못된 길을 걸으면 본인이 지칠겁니다.

그리고 미국 대학이라고 연구환경이 넘사벽 아니고요. 대학이 돈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특정 몇몇학교들을 제외하곤 한국이 오히려 나을때도 많고요. 기업도 마찬가지고요. 어디 있는 대학이나 기업인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대학이거나 기업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런 특정 대학과 기업들은 들어가는 경쟁률이 말도 안되게 높고요. 제가 만나본 경험상, 그 정도 들어가는 친구들은 어디서 교육을 받던 알아서 갈 친구들이더군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님이 말하는 미국 기업이나 대학교 연구실엔 오히려 아시아에서 교육받고 미국으로 건너온 인재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디서 교육을 받던 될 사람은 되더군요.
16/11/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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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잘하는 애들은 어디서나 잘할거다..음.. 이해가 안가는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미국쪽 상황은 잘 모르니까 더 뭐라 하긴 어렵네요
다만 요새 한국 입시가 거지같아서..
나가면 잘 할 것 같은 애들이 여기서 입시나 내신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써니지
16/11/21 18:50
수정 아이콘
나가면 잘할거라는 판단은 어떻게 갖게 된건지 좀 궁금하네요. 어디든 결국 경쟁이죠. 나가면 외국 아이들과의 경쟁에선 이길수 있을 거라는 판단인가요? moqq님이 언급하신 연구 분야는 일반 교육과는 차이가 있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가는 길입니다만... 예체능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타고난 게 있어야 한다는 말 흔히 듣곤 하는데요. 공부도 최상위권에선 같다고 믿습니다. 타고난 머리가 없으면 단순히 좋은 교육과 남다른 노력만으로 갈수 있는 길은 아닌듯합니다.
16/11/21 22:55
수정 아이콘
나가면잘할거라기보다는 나가서교육받는게좋을것같다는표현이더적합하겠네요. 잘할지는모르는일이니까요. 아이의재능은부모와현재상황으로포텐을판단할수밖에없긴하지만..적성에제일맞는일이그쪽일것같구요..
설령평범하다해도군인이되려할때한국군대를가느냐미군을가느냐정도의차이는있을것같은데요?
여하간 한국의교육이입시위주로쓸데없이사람을피곤하게만드는것같다는거죠.
16/11/21 23:00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공부도못하는애가미국만가면성공할텐데라고말하는게아니라 환경의차이가있음을인정하고같은포텐이라면미국이더낫지않은가하는얘기입니다..다만외국생활의리스크가있는데그게감당할만한가가생각인거죠.
써니지
16/11/22 02:11
수정 아이콘
마냥 두리뭉실한 생각을 갖고 계신게 아닌지요. 위에서는 연구직을 이야기 하셨다가 밑에서는 또 말이 변하셨네요. 입시 교육이든 아니든 결국은 제한된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경쟁이 있고요. 그게 다른 형태로 나타날 뿐입니다. 님이 생각하는 좋은 자리들은 누구나 탐내는 자리들입니다. 님이 그 정도인데 가난한 국가 사람들은 오죽 더 원하겠습니까? 이렇게 미국은 올라갈수록 전세계에서 경쟁자들이 몰려오는데,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라면 경쟁에서 신분적으로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각국에서 님이 언급한 혹독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아이들과 또 다시 경쟁해야 합니다. 님이 말한 그 미국 군대도 영주권자 이상이 아니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미국도 바보가 아니기에 그 밖에 대부분의 님이 쉽게 생각하는 자리들을 자국인 제쳐두고 유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진 않습니다. 즉, 연구직이나 엔지니어 혹은 의사 같은 아무나 할수 없고 뛰어난 사람들이 요구되는 자리들에만 유학생들에게 일부의 기회를 열어줘서 유학생들끼리 경쟁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님이 처음 언급했던 연구직이면 모를일입니다만, 그냥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생각하시는 대부분의 자리들은 유학생에게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때 유행했던 두가지, 조기유학과 도피유학은 윗분처럼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면 좋은 결과가 잘 안 남더군요. 코리아 타운 가보시면 젊은 한국애들이 하는것도 없이 불체자로 짱박혀서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갈데가 없고 한국엔 군대가기 싫어서 그냥 거기서 불체자로 사는 겁니다. 미국 교육을 받아서 미국 사람처럼 생각하고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불체자 신분 때문에 일을 제대로 잡을수 없어서 힘겹게 살아가고요. 만약 이 친구들을 고용하다가 걸리면 고용주가 큰 벌금을 감당해야 하거든요. 이 친구들의 대부분이 조기유학했던 친구들입니다.

한국 (중국도 비슷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이 스트레스가 큰 건 맞습니다만, 지식의 습득에 있어서는 효율적이고요. 아시아애들이 그런 경쟁들을 경험해서 그런지 스트레스와 경쟁에 강합니다. 아이가 매우 뛰어나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아니면 오히려 아시아 교육을 받은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질 겁니다. 한 예로, 미국 아이들은 수학이 부족하고 교육은 평균에 맞춰져 있기때문에 수학 교육 수준이 낮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학생들에 비해 수학이 뒤쳐지죠. 영주권자 이상이면 위 이유로 별 상관없는 일입니다만, 유학생이라면 그 정도 수학 교육으론 이 후 아시아 학생들과 경쟁이 되질 않습니다. 문이 좁은데 그 문을 뚫고 나가고 싶다면 경쟁과 스트레스를 피하며 할수는 없고요. 이건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은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뜻에서 글곰님이 윗글에서 말씀하신거라고 생각하고요.

조기 유학 붐의 시작이 정확하게 님과 같은 생각(잘은 모르겠지만 선진국이니 더 낫겠지 하면서요)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위 이유 혹은 아이가 엇나가곤 하는 다른 이유들로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죠. 그나마 아이가 엇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생겨난 게 기러기 아빠인데 이로 인해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겼고요. 기러기 아빠라 하더라도, 여전히 위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현실이 있고요. 덧붙이면, 유학원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진 마세요. 그 사람들의 목적은 아이의 성공이 아니라 아이를 유학보내는 겁니다. 절대 현실을 말해주진 않을겁니다.
16/11/22 12:00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제가 겪어본 일이 아니니 막연한 생각인 것 맞습니다.
근데 주위를 보면 특히 이공계쪽에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다 나가더라구요.
물론 나가사는 게 꼭 편한 건 아니고 힘든 구석이 있지만,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또 다 버티려하구요.

써니지님 말씀처럼 결국 어디서나 재능과 노력으로 승부를 보는 일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가는 것도 동문 전형이라든가 사회활동 전형같은 것은 어려울테니
아시아 계열 학생들이 성적 하나로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야하겠죠.
당연한 일이지만 어디나 쉬운 일은 없네요.

그렇다면 써니지님께서는 미국 유학의 장점이 딱히 없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혹시라도 이런 케이스라면 권할만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없으신지요?
써니지
16/11/22 13:07
수정 아이콘
moqq 님// 제 생각은 아이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면, 미국사회에서 빨리 정착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정도로 뛰어난 아이라면 글곰님 이야기대로 굳이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이후 자기가 알아서 하기에 굳이 어려서부터 힘든 적응 기간을 겪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고요. 제 경험상 뛰어난 사람은 어디에 있든 두각을 나타내고, 그리고 또 그런 뛰어난 사람을 애타게 찾고있는 사람들은 늘 있고요. 그래서 결국 서로가 연결이 되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더군요.

그 외 차원이 다를 정도로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다른 아이들보단 공부에서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라면, 이 후 무엇을 원하는 지에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어가 아이의 미래 직장에 중요(특히 비지니스 쪽)하다고 생각되시면 초등학교까진 아니더라도, 중.고등학교 조기 유학이 영어를 마스터 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이 경우는 스스로 비지니스 오픈을 한다면 모를까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한국 사람들 속에서 영어 잘하는 게 장점이 되지만, 영어 쓰는 사람안에서 한국어 잘하는 건 큰 메릿이 없거든요. 이미 이민자들이 너무 많아서 두 언어를 마스터 한 사람들은 너무 흔하기도 하고요. 인문계열 출신은 미국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이공계열 출신에 외국에서 연구원이나 엔지니어 잡을 원한다면, 한국에서 상위권 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본인의 의지하에 대학원 유학만으로도 충분할겁니다. 이유는 다양하게 있는데, 일단 학부까지는 미국 대학이나 한국 상위권 대학들이나 배우는 건 비슷합니다. 그리고 석사의 경우는 기간이 짧아서, 돈이 적게 들죠. 운 좋으면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는 Financial Assistantship을 딸 수도 있고요. 학계에 있는 분(교수님)들의 연줄이나 추천서들이 본인이 자리를 잡는 데 중요한데, 이런 인연을 외국 대학에서보단 쉽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아시안들이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에 비해서 약간이나마 우위를 찾지하려면, 그들보다 높은 학위는 일종의 필수이기도 하고요. 영어또한 다른 분야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요. 하지만 위에서 제가 말했듯이 인도와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 뛰어난 젊은 친구들이 이 방법으로 미국으로 몰리고 있기에, 그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경쟁이 어렵울 정도로 뛰어나진 않은 아이지만, 외국 학교에서 졸업정도는 할수 있는 정도라면, 외국 교육을 받고 한국에 다시 돌아오면 그래도 플러스 알파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하위권 대학 출신이라는 커리어보단 장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이건 일종의 도피유학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사회에서의 대우는 그런 대학 출신들보단 평균적으로 나은 거 같더군요. 하지만, 이 경우는 결국 돈으로 억지로 스펙을 사는 경우이기에, 투자 대비 아웃풋이 나올지 안나올지는 아이에게 달려있는 거 같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요. 좀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고 제 생각이 궁금하시다면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16/11/22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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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는 교수 뒤치닥꺼리 안 해도 되고 잡일 안 해도 됩니다. '낫다'의 기준이 학생 때 논문 몇 편 찍느냐라면 그건 다른 얘기겠습니다만, 같은 급의 교수라면 미국 교수가 무조건 낫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유학'이 되면서 가중되는 난관이 있기 때문에 유학 결정에 신중하게 되는 거죠. 미국인에게 미국 대학이 한국인에게 한국 대학보다 압도적으로 낫습니다.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을 동급--각 국가 내 랭킹 기준으로--비교하면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이 훨씬 낫습니다. 심지어 미국 내 동종 업계 한국 기업은 기업 문화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기피당합니다. 일례로 어느 코카시안 인종에 최고의 명문대 출신 교수가 자기 학생 가운데 최고였던 한국인 학생에게 삼성 지원에 관해 어떤 맥락에서 물어볼 때 "나도 삼성 분위기는 아는데 미국 삼성은 그래도 한국 삼성 같진 않을 거고"라고 운을 떼며 시작했습니다.

연구실에 아시안이 많은 건 아시안이 아시안 계 학생의 탁월성을 증명해 주는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교수들도 아시안을 선호해서 뽑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연구실에 아시안이 넘쳐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시안이 학위에 대한 demand가 훨씬 강하고, 대학 레벨에서 수입 때문에 아시안이 필요하고, 어떤 교수들은 펀딩도 안 해주면서 학생을 받고.. 이런 것들이 중첩된 효과로 보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아시안 계 학생들이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사실인데, 그게 (분야에 따라 다르겠으나) 연구에 긍정적이기만 할 것인지 저는 회의적입니다.
써니지
16/11/2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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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는 교수 뒤치닥 거리 안해도 되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대학도 교수마다 다릅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 시키는 교수들도 있습니다. 미국에도 열받으면 재떨이 던지는 교수도 있고요. 한국에도 뒤치닥거리 안시키는 교수들도 있고요. 그냥 교수 나름입니다. 박사과정은 도제식이라서 이건 어쩔수가 없죠. 물론 평균적으로는 미국 교수들이 그런 면에서 훨씬 낫긴 하지많요. 대신, 미국은 (연구실마다 다르겠지만) 학생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일하기에 혼자 엉뚱한 곳에서 헤메면서 연구를 못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비슷한 이유에서 아는 동생이 한국에서 연구실 생활하다가 미국에 왔는데 연구실 생활 적응을 못해서 돌아갔었고요. 한국 연구실에선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일하기에 처음에 배우기 좋다고 들었고요. 개인의 능력이 좀 부족해도 이런 문화로 어지간하면 졸업은 할수 있다고 들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기업문화에 관해서는 일반직이 아니라 연구직을 이야기 하는 거였기에 했던 답변이었고요. 사실, 한국 기업중에서 제대로 된 연구 조직을 가진 기업 자체가 별로 없죠. 근데 업종에 따라 다른 건 사실입니다. 일단 대우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가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전 생각하고요. 예를 들어 메모리 분야는 삼성쪽에서도 연구 투자가 많이 되고 있고, 타 기업들보다 더 어드밴스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LG화학 같은 곳도 미국 탑대학에서 박사 후에도 선택해서 가는 걸 보면 그리 못한 거 같아 보이지도 않고요. 해당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서 세계 탑 급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들풀님은 일반 직을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그건 한국 뿐이 아니라 일본 포함 모든 아시아 기업들의 공통된 문제죠.

제가 경험해봐도 그렇고, 미국 학생들도 뛰어난 학생들이 있습니다만, 대체로 아시아 학생들이 확실히 뛰어납니다. 미국 학생들은 대체로 말을 잘하고 토론을 잘하지만, 아시아 학생들에게는 그 특유의 스마트함이 있습니다. 교수 입장에선 페이퍼 라이팅 문제도 있고, 연구 펀딩 문제도 있어서 미국인 출신을 뽑는 게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학생들의 그런 우수함 때문에 뽑아서 쓰는 겁니다. 각국 탑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 약간의 경력만 받쳐주면 미국 탑 대학들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하고요. 수입문제 건은 학위 장사하는 걸 말씀하시는 듯 한데 그건 석사 레벨까지고, 미국 대학은 아시다시피 석사 레벨 학생들을 연구실에서 쓰진 않습니다. 연구실에서 쓰는 학생들에게 수입이라니요. 거긴 철저하게 연구 실적입니다. 그리고 들풀님이 경험한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경험했던 대학 중에서 펀딩 안해주면서 학생받는 교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수업의 일종으로 한학기 지켜보는 형식(학점 주면서요)으로 받는 거면 몰라도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에게 욕 바가지로 먹을 일입니다. 교수 뒤치닥거리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돈 가지고 장난치는 교수가 가장 더러운 교수입니다. 막장 교수들도 꽤 봤지만, 그런 교수들은 그래도 거의 못 봤습니다.
16/11/2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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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국 대학과 한국 대학의 환경이 별 차이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물타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재떨이 던지는 급의 교수는 딱 한 사람 들어봤고, 서울대 출신 한국인 노교수였습니다. 교수 사회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절대 흔한 일 아니죠. 그 정도면 그냥 경찰 불러도 이상하지 않고, 지도교수를 바꾸는 것도 "아직 젊고 모색 중이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 학생을 무슨 자기 소유물처럼 생각하지도 않고 이상한 암묵적인 카르텔을 만들지 않습니다. 서울대 기계과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고발했다가 지도교수는 감옥 갔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안 받아줘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된 게 불과 몇 년 전이죠? 미국 대학은 이런 일이 없습니다. 그냥 지도교수 바꿔도 되니까요. 이런 데도 '별 차이가 없다'는 큰 그림에 동의가 안 되신다면 저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펀딩.. 핵심은 아시안 학생들 얘기였죠. 학위 장사는 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아시안이 많은 건 박사 교육 '수요'의 문제지 아시안들이 더 똑똑해서만은 아닙니다. 미국 시민들은 굳이 박사 안 해도 잘 살 뿐만 아니라 리서치 아니라도 스트레스 한국처럼 미친듯이 받지 않습니다. 제 분야의 경우 인더스트리는 석사 출신에게 기회가 더 넓습니다. 미국 대학 교수인 제 친구 초봉은 제 초봉의 절반이안 되더군요. 학문 그 자체에 열정이 있지 않다면 미국 시민들은 박사할 유인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아시안은 '석사'만 하고 직장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박사 과정 중에 잡거나 박사 끝나면서 잡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보다 미국의 대우가 훨씬 낫고, 유학은 훌륭한 이주 절차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서 대기업 건실한 직장 다니다가 유학길에 오르는 게 사실인데 이유가 뭐겠습니까?

아시안 계가 학습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미국 내 아시안계로 좁혀놓고 얘기해도 심지어 사실이지요. 그런데 소위 한국식 교육이 효율적인지 그건 별개의 얘기입니다. 고등학생들 교육 성취도가 한국과 비슷한 핀란드를 보면 학생들이 훨씬 행복합니다. 창의력도 높고요. 학과 공부조차 못한다고 연구를 못 한다거나 두 가지가 같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 연구 성과가 가장 좋은 분은 설카포연고 출신이 아니라 한두 티어 낮은 서울권 대학 출신이고 학점도 썩 좋지 않습니다.

펀딩. 우선 한국 교수들 중에도 등록금을 안 대주는 경우는 너무 흔하고 stipend를 안 주는 경우 역시 드물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님의 표현으론 "돈 갖고 장난치는" 참을 수 없는 짓거리들을 서울대 정도의 학교에서도 왕왕 하고 있죠. 미국에서는 펀딩을 하는 게 기본입니다. 재떨이 날리는 교수는 거의 본 적 없지만 펀딩 갖고 장난치는 교수는 자주 들어봤습니다. 제 절친의 교수 하나도 펀딩을 안 줘서 제 친구는 내내 TA를 해야 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게 학생의 불리한 비자 상태를 악용하는 걸로 보입니다. 이런 짓을 하면 디맨드가 더 큰 아시안이나 인도 학생들은 그런 랩에도 남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학생들은 당연히 지도교수를 더 쉽게 바꿀 생각을 하거나 학교를 그만 두거나 하더군요.

직장.. 비교가 공정하게 되려면 한국과 미국 내 비슷한 위상을 가진 기업끼리 비교해야겠죠. 상위 1%대 상위 1%, 상위 50%대 50%, ... 이런 식으로요. 일반적으로 연구직의 환경도 교수 자리가 아닌 다음은 미국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한국 직장 문화를 잘 모릅니다만, 삼성 종기원이 삼성 기업 전체의 리서치 센터죠?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와 비교해서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탑 티어의 대학 박사 하고 한국 간 분 사례 얘기하셨는데, 제 경험으론 그냥 유학 나온 분들 만큼이나 한국서 직장 다니다 그만 두고 유학 온 분들 역시 많습니다. 이유가 뭐겠습니까?

미국이라고 완벽하진 않죠. 그런데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는 비교 불가고 외국인의 입장에서 봐도 여전히 진입 장벽과 리스크를 짊어지고도 한 번 모험을 고려해 볼 만한 격차가 실제로 있습니다.
써니지
16/11/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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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었고요.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제가 놓친 것들도 있네요. 물론 저와 다른 경험을 하신 것들도 많으신 듯 보이고요. 일단 미국이 한국보다 대체로 낫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단지, 위에서 재떨이 던지는 교수는 미국 교수였고요. 미국도 사립대의 경우는 있을수 없는 일이지만, 주립대는 드믈지만 저런 희안한 교수들이 좀 있는 거 같더군요. 그리고, 제 경험상 카이스트 출신은 잘 못봤지만, 서울대 출신들은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었고요. 뿐만 아니라, 북경대나 샤리프, 이 외 그 지역에서 최고 대학을 졸업했던 친구들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가끔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스마트한 친구들도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꼭 저런 대학들 출신이기도 했었고요. 단지, 연구 실적은 단순히 스마트함으로 결정되는 거 같진 않더군요.

모험을 이야기 하셨는 데, 전 그래도 어느 정도 한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에 한해서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대체로 한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친구들이 외국에서도 잘하더군요. 님이 말한 케이스는 극히 드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한국 이름 없는 대학에서 어떻게 오신 분이 랭킹이 조금 떨어지는 대학에서의 석사를 거쳐 박사를 하시는 걸 봤는데, 너무 심한 고생과 함께 박사를 10년 하시더군요. 여러 지도 교수들한테 몇 번이나 연구실에서 짤리기도 했었고요. 단순히 그 분 외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시는 분을 두 분 더 목격했었고요. 이런 경우는 결국 졸업 이후에도 취업을 또 못하시더군요. 이 외에도 대체로 한국의 학업성적과 미국의 학업 성적 및 연구 실적은 비슷하게 가는 걸 자주 확인했었고요. 전부 읽었습니다만, 답변을 전부 하는 건 힘들어 이만 줄이겠습니다.
16/11/23 03:18
수정 아이콘
잘 알겠습니다. 저는 말씀하신 한국 명문대들 중에 하나 나왔습니다. 그런 분들 저 역시 적잖게 봐왔다고 생각합니다. 평균적이고 기본적인 두뇌 기능만 놓고 말한다면 그런 학교 출신들이 다소 낫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인가, 저는 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분--설카포연고 등 어디도 아닌--은 전산 쪽 탑 컨퍼런스에 제 1 저자로 올라간 것만 세 개입니다. 박사 과정 중에요.

두 번째 문단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지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합니다. 많은 분들이 학과 공부와 연구 성취의 상관관계를 말씀하시는데 이건 실증 연구가 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팩터가 영향을 주는지 좀 세분해서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례만 갖고 얘기하면, 서울대 출신에 박사 8년 하다가 결국 못 마치고 겨우 호황기에 직장 찾아 나간 분도 한 다리 건너 압니다.

제가 주립대 출신입니다만 저는 그 한국인 교수 하나 말곤 들어본 적 없습니다. 두어 교수와는 개인적으로 친했는데 그 한국인 교수 매우 안 좋게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한국서는 재떨이 던지면 그냥 맞아야 되고 미국은 지도교수 바꾸거나 형사 고발 해도 되는 거라고 봅니다. 학교 당국과 일을 해결해도 되고요. 카르텔이 있긴 하지만 한국 같은 미친 카르텔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미국인 교수가 어떻게 여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네요. 말씀하신 내용을 보니 명문 주립대 교수인 모양인데요.

답변 감사드리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저는 자주 들어오는 편이 아니다 보니 답이 좀 늦었습니다.
16/11/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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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한 환경이시네요^^; 저는 San Fernando Valley 쪽에서 LA 쪽 살다가 가족이 San Jose살아서 와서 같이 살고.. 저도 10년 넘게 거주하면서 오클랜드 버클리 뭐 OC도 자주 가고... 말씀하신것처럼 사람사는곳 다 비슷한거 같아요. 특히 물건 훔치는건... 몰에서 알바 해본사람은 알죠. 인종차별 하기 싫지만 물건 가져가는 부류는 흑인들과 히스패닉이니 그들을 지켜보게 되고... 저는 중학교 1학년때 가서 24살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 오기전까지 불법체류자에 대해서 큰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그냥 사회의 당연한 일부라고 생각했었고, 시간지나면 미국에서 사면해주니까 뭐 좀 지나면 다들 똑같은 사람이겠지 했는데.. 한국에서 불법체류자 문제들 보니까 이건 또 다른 입장이라 신기했습니다. 전 아버지가 시민권자셔서 자연스럽게 미국에 갔지만 이게 시간 지나면서 얼마나 행운인지도 알았구요.. 그리고 정체성 문제 관련해서(많은 1.5세들이 경험할듯..)도 저도 고민 많이 했는데 역시 답은 없는거 같습니다^^;; 저도 두서없이 글 남겼는데, 힘든 미국 생활에서 화이팅 하세요!
서쪽으로가자
16/11/21 17:27
수정 아이콘
저도 북부 캘리포니아 거주중입니다. 슬슬 한국에 돌아갈지, 이쪽에서 좀 더 장기간 살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고민이 많네요 ^^;;
엣헴엣헴
16/11/21 20:1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아무개
16/11/21 23:45
수정 아이콘
알래스카 이민 갈려고 오억 모으는 중입니다.
Surrender
16/11/22 02:32
수정 아이콘
저는 단풍국 사는데 불체자가 대학 다닌다는 인터뷰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써니지
16/11/22 04:58
수정 아이콘
저도 놀랐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가 봅니다.
Surrender
16/11/22 05:21
수정 아이콘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불체자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거 자체가 굉장히 놀랐습니다. 기본적인 서류 체크(?) 같은건 당연할텐데 말이죠.
써니지
16/11/22 08:13
수정 아이콘
미국도 하는 데요. 저도 그래서 절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래 글들을 보면 그런 경우는 예외로 해서 받아주는 가 봅니다.
서지훈'카리스
16/11/22 03:00
수정 아이콘
미국은 주별로 전부 다른 나라라고 봐요.
EU = 유럽
주별로 다 다른 룰과 사고 방식을 갖고 있으니, 이번 대선과 같이 각 주별로 극명한 차이가 난게 아닌가 싶네요
16/11/22 06:47
수정 아이콘
선배님이시군요
F-1인 상태에서 졸업하고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국내 대기업은 수월하게 가고 미국 기업은 정말 가기 힘든 상태에서 대학원 선택을 많이들 하더군요. 저는 근데 대학원은 정말 가고싶지 않아서 고민중입니다.
자몽에이드
16/12/03 06:22
수정 아이콘
아이오와에서 대학나오고 시카고근처에서 직장다니는 사람이예요. 이달 중순에 히스패닉계 미국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글 읽으니 신선하고 재밌네요 =) 글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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