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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0/28 20:00:30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 <노트북> 단평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노트북> 단평



영화 <노트북>은 직선의 영화다. 놀이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앨리(래이첼 맥아담스)에게 첫눈에 반해 데이트를 신청하는 노아(라이언 고슬링)의 구애를 시작으로 뜨거운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의 감정은 신분과 거리의 벽을 넘어 서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간다. 서로를 향한, 그리고 관객을 향한 밀당을 배제한 이러한 정직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이 직선의 영화를 곡선으로 만들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앨리의 약혼녀 론(제임스 마스던)의 몫이다. 뻔한 멜로영화처럼 평면적으로 흘러가던 이야기의 흐름은 전쟁터에서 군인과 간호사로 만난 론과 앨리의 러브스토리가 추가되며 입체적으로 변모한다. 이 지점에서 이야기의 현실성과 극적 긴장감이 부여된달까. 론과 사랑을 나누는 앨리의 공간이 현실의 영역이라면, 이러한 앨리를 기다리며 홀로 집을 짓고 사는 노아의 공간은 판타지의 영역이다.

결국 멜로영화답게 판타지가 현실을 잡아먹는 전개로 흘러가지만 그 과정에서 앨리의 약혼남 론과 노아의 썸녀인 전쟁과부의 캐릭터가 두 주인공을 위해 너무 쉽게 소모되어버린다는 점이 아쉽다. 사실 론의 캐릭터는 관객의 눈길을 끌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결론, 즉 두 주인공의 사랑의 완성을 위해 소모품으로 전락하며 카메라 앵글에서 간단히 사라지고 만다. 나는 이렇듯 주인공 둘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그외 주변인들의 상처와 감정의 깊이를 무시한 채 가볍게 치워버리는 식의 연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나는 앨리가 결국 노아를 택하지 않고, 현실의 사랑인 론에게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어쩌면 이것이 현실의 연애이므로. 하지만 영화의 말미, 앨리의 선택은 내 기대와 달랐고 멜로영화다웠다. 그리고 이것이 어쩌면 <노트북>의 매력이자 한계라는 느낌이다. '다시 보고 싶은 로맨스 영화 1위'라던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정직함으로 승부하는 뜨거운 직선의 매력은 인상 깊었으나, 뻔한 멜로영화의 장르적 관습에 기대어 관객의 기대를 끝끝내 저버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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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Alive
16/10/28 20:10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마지막에 앨리가 노아를 선택한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에선 주변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테고 너무나도 판타지같은 선택이기에
영화에서만이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서요.
아이스해이즐넛
16/10/28 20:12
수정 아이콘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이게 왜 명작...???
같이 본 여자도 재밌긴한데 관객평만큼의 감동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16/10/28 20:29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몇 안되는 멜로 중 하나죠 흐흐
16/10/28 20:36
수정 아이콘
요즘 롯데시네마에서 재개봉 해서 마침 어제 보고 와서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영화관에서 봤는데 의외로 연로하신 분들이 많이 영화를 보러 오셨더군요. 그전까지는 생각을 안해봤는데 노트북 영화에서 마지막에 다 늙어서도 아내를 사랑하는 노아의 모습이 나이드신 분들에게도 많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여기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안보신 분은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10년이 넘었긴 하지만 크크--------


영화를 보면서 노아와 앨리에게만 초점을 맞추지만 마사하고 약혼남에게도 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약혼남또한 정말 앨리를 사랑하고 배려하고 따뜻하게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약혼남에게는 뭐가 모자라서 앨리를 잡을 수 없었을까.. 정말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없다는 앨리의 말이 이해는 갔지만 약혼남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다 가지고 태어난걸 어쩌라고 ㅠㅠ 노아와 앨리에게는 행복한 러브스토리이지만 그 나머지 약혼남이나 마사에게는 이보다 더 슬픈 아픔이 없지요. 사별한 남편에 이어 겨우 정을 붙인 사람을 떠나가야하는 마사 결혼식까지 잡아놨는데 거기서 팽당해버린 약혼남... 그들에게는 노아와 앨리가 나쁜boy와 나쁜girl이지요.
유스티스
16/10/28 20:47
수정 아이콘
저번주에 보고 다시 10년전 처음 봤을 때의 몽글몽글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네요.
자전거도둑
16/10/28 21:25
수정 아이콘
저 두 배우 지금도 좋아합니다.
BlazePsyki
16/10/28 22:12
수정 아이콘
전 이 영화를 군대에서 처음봤는데(올레 IPTV에 탑재되어 있더군요.) 확실히 뭔가 클래식한 로맨스 느낌은 나서 좋았어요.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야.... (스포일러). 또한 영화의 구조에서 액자식으로 되어 있던게 맘에 들구요.
Tyler Durden
16/10/29 01:00
수정 아이콘
한국형 로맨스 드라마같은거 좀 질색하긴 하는데, 이영화는 눈물?흘리면서 잘 봤습니다.
특히 노아가 앨리에게 한 말을 지킬려고 노력하는걸 보면서..
근데 미국에서도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로맨스적 영화라고 소문이 자자한것 같더군요.
비슷한 시기에 노트북보다 좀 뒤늦게 개봉한 영화(이름은 기억이 안남;)에 노트북 얘기를 그렇게 하더군요 크크
확실히 제가 봐도 좀 뭉클한데 여자가 보면 더 할 듯 싶었네요.
바나나맛슈터
16/10/31 01:29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이것이 어쩌면 <노트북>의 매력이자 한계라는 느낌이다.
정말로 공감합니다. 시간 내어 다시 영화가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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