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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17 19:12:21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잘 살아야 할텐데..

안 지잡대 글을 읽고 저도 제 자랑 좀 해 보겠습니다.


중학교 성취도는 내내 전국 1%였고,
고등학교 입학시험은 200점 만점에 194점을 받고, 특목고를 제외한 경남 최고의 비평준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공대에 대충 원서를 넣고 다니다가,
재수해서 SKY의 일반학과들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지방대 메디컬계열에 다니고 있고, 현재 졸업반입니다.


어떻습니까 -_-
스펙만 보면 꽤 괜찮지 않습니까?


물론, 저도 약점은 있습니다.


술 좋아하고, 잘 취해서 집에 멀쩡히 걸어가지 못합니다.. 거의 기어가거나 굴러가죠.
잘 씻지도 않아서 검은 티를 입으면 어깨만 하얗습니다. 발에 무좀도 있고요.
중학교 때 부터 눈두덩이가 부어올라 얼굴 상태도 영 아닙니다.
옷차림도 반은 노숙자에 헤비 곱슬러라 항상 형,누나들로부터 외모에 대해 지적받곤 합니다.
(수업시간에 찜질방 반바지를 입고 갔다가..)


그런 주제에 여자친구는 있지요.
오로지 저를 구제하려는 마음으로, 또는 "아, 이 놈은 어디 갖다놔도 절대 바람은 못 피겠구나..." 하는 믿음으로 사귄거죠.
어쩌면, 주말의 번화가에서도 서슴없이 바지를 내리고 노상방뇨를 하는 저의 호연지기에 반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운 좋게도 공부의 시기를 잘 잡아서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공부, 학벌로 인한 불평등이나 어려움 없이 잘 살아왔고,
가진건 없지만, 관리약사로 시작하여 나중에 애가 생겨서 클 때 쯤에는,
집과 붙어있는 작은 약국 하나 여는게 제 목표입니다.

저와 공부의 시기는 다르지만, 정말 살벌하게 노력하는 많은 분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저는 그런 큰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적절한 시기의 공부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일 할 수 있는 직능과, 평화로운 가정이 최종적인 결실이 되겠죠.


반면, 저는 아예 꿈을 가져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릴적엔 축구가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형편이 되질 못했고,
한 때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실력이 되질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컴퓨터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때 마침 imf에 이은 IT인력 공급과잉 시기인지라
그 무한경쟁을 뚫고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집구석을 끊임없이 피폐하게 만드는 분이 계셔서 학교 편하게 다니는게 소원인데, 어학연수에 대학원은 엄두도 못 냈죠.
고3때부터 아르바이트는 원없이 했습니다.
고등학생때만 PC방, 막노동, 고기집, 자동차공장, 룸싸롱 딴따라를 하고 이후에는 거의 공장 + 막노동으로 갔습니다.
그러다가 큰 맘 먹고 3년이나 다닌 과를 자퇴하고 재수를 했죠.
집에서 나오고 싶기도 했고, 가난이 슬슬 짜증나기도 해서 돈을 많이, 편하게 벌 수 있는 과로 가려고요..


말씀드리자면,
저에겐 앞으로 가질 저의 직업이라는게 성공의 증거일 수도 있지만,
무엇 하나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 패배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 친구들은 그냥 보통의 실업계 졸업한 애들이 많은데요..
학벌로 인한 좌절도 겪었고, 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여 서러워하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그걸 다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잘 찾고있는 그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가 학벌(학벌도 아닙니다만..)이 괜찮다고 해서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나름 [ 편하게 ] 살 기회가 있어서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만,
저는 지금, 당장,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충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사람을 보면 더 부럽습니다.

-------------------------------------------------------------------------

직업 적성 검사를 하니 저는 [ 서비스업 ] 에 잘 맞는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맨날 손님들한테 샤바샤바하고 주인 잘 보라고 부지런 떠는게 몸에 베였으니까요.
(뭐.. 안 볼 때는 잘 '욱' 하고 게으릅니다.)

결과적으로 적성에 잘 맞는 일을 택하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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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17 19:31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켈로그김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켈로그김
08/06/17 19:33
수정 아이콘
홍군님// 자랑글에 칭찬리플을 달아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끄적거려놓고 나서 지울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여자예비역
08/06/17 19:47
수정 아이콘
켈로그김님// 멋지십니다용~
켈로그김
08/06/17 19:55
수정 아이콘
여자예비역님// 사실 저도 나쁘진 않은 놈이라는 생각은 해요 후후..

아.. 당분간 pgr자게는 접속하지 않을 생각으로 말씀드린겁니다 -_-;
WizardMo진종
08/06/17 19:56
수정 아이콘
간지쟁이 >.<
임개똥
08/06/17 20:00
수정 아이콘
머..멋쟁이 김간지!
질풍노도
08/06/17 20:05
수정 아이콘
글에서 호랑이 기운이 넘치네요..덜덜덜;;;
08/06/17 20:42
수정 아이콘
이분 좀 간지인듯?
세상속하나밖
08/06/17 20:52
수정 아이콘
김본좌(응?)!!
고드헨드
08/06/17 20:54
수정 아이콘
와..멋지세요..진짜.. 생각이 아주 뚜렸하신데요..부럽습니다.
아우디 사라비
08/06/17 21:11
수정 아이콘
뭔가 리플을 달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다른건 모르겠습니다... 그냥 켈로그김님은 앞으로 잘 사실것 같습니다
꾹참고한방
08/06/17 21:44
수정 아이콘
아.. 이미 캐리어 가신 분이네요...
08/06/17 21:46
수정 아이콘
살아온 인생에 자부심을 가지실만 하네요.
세상 살면서 그러기 쉽지 않답니다. 부럽네요...^^
너구리를 형으
08/06/17 22:21
수정 아이콘
세상속하나밖에님//누가 감히 김본좌에게 돌을 던지랴....!! 인거죠?^^;;
Minkypapa
08/06/17 22:32
수정 아이콘
그래도 한때 공부를 잘했던 경험(즉 자신감)이 있어서 새로 시작해도 뭔가 될줄 알았다는 건가요.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 일어날수 있습니다. 인터셉터 뽑으시면 될듯...
Mr.Children
08/06/17 22:42
수정 아이콘
남은것은 인터셉터 업그레이드와 공방업이로군요 ^_^
Wanderer
08/06/17 23:56
수정 아이콘
너구리를 형으로둔 곰님// 아... 그 경찰서내의 형사들이 숙연해졌다는 그 전설의 이야기 말인가요...? 그럼 pgr김본좌님을 위해 pgr자게도 한번 숙연해져볼까요?(타-앙!)
너구리를 형으
08/06/18 00:44
수정 아이콘
Wanderer 님//글을 보고 순간 생각 난 건데....바로 앞에서 사정청취조사를 하시던 분은 하드가 아니라 시디로 보관하시던 분이었을까요?
혹시 내막을 아시나요?^^;;;;
08/06/18 00:56
수정 아이콘
글에서 호랑이 기운이 넘치네요(2)
멋지십니다.
남자라면스윙
08/06/18 01:07
수정 아이콘
좀 전에 삭제된 글들중에 굉장히 황당한 글이 있었죠. 지잡대 나온사람은 그런 대접 받아야 마땅하고 '안지잡대'는 대우받아야 한다는 요지의 글. 보고 굉장히 퐝당했었습니다.
08/06/18 02:13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스윙님// 헐... 저 밑에 고드헨드님 글 댓글에서 안보는게 좋다던 '안지잡대'글 이 그거였나 보군요. 이 글 첫줄에서도 안지잡대글이 어딨지? 생각하기도 했고 음? 밑에서 말한 '안지잡대'글이 이거구나 하고 보면서 괜찮고 좋은글 같은데?라는 생각했었는데 딴글이 있었군요 -_-;; 아마 있었으면 버닝했을거 같네요 (...)
미남자군
08/06/18 12:25
수정 아이콘
휴~ 제가 켈로그김님보다 나은 건 얼굴 뿐이군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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