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0/05 22:33:35
Name 토다에
Subject [일반] 엘리 네슬러 사건
1993년 4월 2일 미국 제임스타운 어느 한 예심 법정에서 다섯 발의 총성이 들렸다. 엘리 네슬러라는 여자가 피의자 신분에 있는 데니얼 드라이버라는 기독교 여름 캠프의 지도자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 였다. 엘리가 쏜 총에 머리를 맞아 데니얼은 즉사를 했고, 엘리는 재판을 받아 과실치사로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3년간 복역한 후, 배심원 한 명의 직권남용에 근거한 항소심에서 석방되었다.

엘리는 11살 난 자기 아들 윌리엄을 여름캠프로 보냈다. 하지만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여름 캠프를 보내고 나서 윌리엄은 정신없이 행동하며, 구토를 하는 등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윌리엄에게 캐묻자, 윌리엄은 캠프 지도자 대니얼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고백을 한 것이다. 그 후 대니얼은 윌리엄과 다른 세 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법정에 섰고 엘리에 의해 죽게 되었다.

엘리는 대니얼이 혹여 무죄로 풀려나거나, 성범죄 범죄자가 죗값을 치르지 않고 활개를 치며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게 두는 무능한 사법 제도를 믿을 수 없어 자신이 직접 심판을 내렸다며, 자신의 행위를 변호했다.

부모라면 엘리의 분노와 행동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며, 동정심을 느끼고 성폭행을 당한 당사자나 부모 입장이라면 엘리와 같은 상상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아동 성폭행범들을 보며, 사람들은 분노를 느끼며 재판과정에서의 허술함과 죗값의 경중에 많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시민들은 두 가지 이유에서 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단념한다. 국가의 막강한 힘에 대한 두려움과 사사로운 폭력보다는 사법체제가 적어도 이론적으로 공정하다고 인식되고, 모든 시민의 신체와 재산을 지켜주고, 타인의 안전을 침범한 이들을 범죄자로 분류하여 처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이런 역할 해내지 못했다고 판단한 엘리는 사사로운 정의를 행한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엘리처럼 법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닌 개인적인 욕구에 따라 행동한다면 정부는 붕괴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국가 사법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개인적인 정의 행사를 강제로 대신하는 대안을 제시하여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 윌리엄에게 적절한 치료와 보상이 이루어졌는가를 보면, 그는 1993년 이후 청소년 교도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무려 18차례나 강도, 마약 혐의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 받아 23살이 되던해 살인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 후의 진술에서 "평생 나쁜 짓도 하긴 했지만 나는 미국의 형법 시스템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며 죄를 뉘우치기 보다는 자신의 환경을 원망했다.

성폭행 같이 인격을 말살하는 범죄에 대해서 처벌 역시 중요하지만, 피해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 지고 있는지 살펴 보면 그게 안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10/05 22:49
수정 아이콘
엄마의 사적 제재로 아들이 한이 풀려서 잘 살았으면 그나마 나름대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제일 안타깝게 진행된 경우네요.
토다에
16/10/05 23:07
수정 아이콘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사회가 좀 더 보살펴 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16/10/06 09:51
수정 아이콘
엄마가 사적 제재 하고 그 대가로 감방살이 하는데, 아들이 잘살수가 없었겠죠.. 슬픈일입니다.
이쥴레이
16/10/05 23:26
수정 아이콘
아.. 뭐라 할말이 없네요.

모범시민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고...
어리버리
16/10/05 23:29
수정 아이콘
http://www.latimes.com/local/obituaries/la-me-nesler30-2008dec30-story.html
이분이 2008년 12월에 돌아가셨군요. 기사보니 3년 복역하고 풀려난 이후에 마약(필로폰) 제조하기 위해 슈도에페드린 구매한 죄로 다시 2002년에서 2006년까지 징역 사셨군요. 아들이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간 해는 2005년이고요. 이 집안도 참 기구하네요.
16/10/05 23:42
수정 아이콘
기사 보니까 저 성폭행범은 이미 전력이 있는 사람인데도 캠프에서 일한 거네요. 아니 도대체 성폭행 전력이 있는 사람을 아동 캠프 가디안으로 두면 어쩌자는 건지.
살려야한다
16/10/06 08:59
수정 아이콘
피해자 지원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면왕 김수면
16/10/06 09:08
수정 아이콘
덕분에(?) 90년대 중반이 넘어가는 와중에 미국 형법에서 성폭행 범죄에 대한 관리, 처벌이 상당히 강화되었죠. 꼭 엘리 네슬러 사건 외에도 몇가지 유명한 사건들이 더 있다고 하더라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0039 [일반] 성폭력 무고죄 적용 유예, 그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56] Marcion8469 17/01/17 8469 4
69855 [일반] 심리학으로 '별' 따기: 고통스러워도 연구를 계속 하는 이유 [35] 윌모어6708 17/01/06 6708 17
69198 [일반] 세상의 양면성에 대한 난잡한 생각. [31] 와인하우스7644 16/12/05 7644 57
68038 [일반] 서울 번동에서 총격전으로 경찰관 1명 사망 [34] 光海8299 16/10/19 8299 2
67838 [일반] 엘리 네슬러 사건 [8] 토다에6762 16/10/05 6762 4
67085 [일반]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운영위원의 메밍아웃 [68] 유리한9082 16/08/19 9082 1
66614 [일반]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사이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23] 세인트7121 16/07/27 7121 48
66593 [일반] 양성평등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것일까? [85] 다빈치5362 16/07/26 5362 3
66516 [일반] 펌) 지금 인터넷을 흔드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펌글 (장문) [176] Bernardeschi14934 16/07/23 14934 13
66487 [일반] 메갈4의 사기 행각 [101] luvletur19061 16/07/22 19061 42
66252 [일반] 영화 곡성을 보고 어떻게 느끼셨나요? (스포 함유예요) [19] 몽쇌통통6837 16/07/09 6837 1
65932 [일반] 메르켈 난민수용정책의 나비효과... EU의 붕괴? [140] 에버그린17605 16/06/24 17605 15
65813 [일반] 성폭행 피소 박씨, 상대 여성 3명 무고죄로 고소 (+ 그외 잡담) [95] Anastasia 14698 16/06/18 14698 12
65553 [일반] [스포] 사돈의 팔촌 보고 왔습니다. [5] 王天君6761 16/06/03 6761 1
65436 [일반] 반기문의 무능을 실토한 외신들 [44] 달과별24360 16/05/28 24360 31
64780 [일반] 나우루 공화국 이야기: 어떤 공동체의 타락과 그 이면 [27] santacroce8786 16/04/22 8786 50
64543 [일반] 남미를 뒤흔든 어떤 전쟁 이야기: 루쏘에서 니체의 여동생까지 [16] santacroce8026 16/04/10 8026 29
64533 [일반] 바운티 호의 반란과 뒷 이야기...문명의 의미 [15] santacroce8082 16/04/09 8082 41
64510 [일반] 고대 의대 성범죄자가 성대 의대에 입학했습니다 [292] renoma21911 16/04/07 21911 6
64049 [일반] 남녀 성비 불균형은 사회적 재앙을 초래할까? [51] santacroce13411 16/03/12 13411 39
63966 [일반] 논쟁과 입장에 관하여 [46] 글자밥청춘5180 16/03/09 5180 40
63384 [일반]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199] 에버그린21079 16/02/02 21079 43
63150 [일반] 독일의 난민수용 정책 이후 분열된 독일사회 [60] 에버그린11089 16/01/17 11089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