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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9/30 16:03:06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쓰레기란 소리를 들었다.

정확한 워딩으론 쓰레기 같은 색히 였나 그랬을 거다.

쓰레기나 쓰레기 같은거나 그게 그거니까 일단 제목은 그렇게 달아두었다.







게임 채팅으론 수없이 들었지만, 아니 뒷담화에선 수백, 수천번 나왔을지 모르지만 면전에서 듣기는 처음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론 "와, 쓰레기가 나한테 쓰레기라고 그러네. 기도 안차네" 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몇몇 좋은 기억을 준 친구라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쏘아 붙이는 말을 듣고만 있어 주었다.

당시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누군가의 핸드폰에 녹화되어 어느 누군가의 페이스북에 『님들 나 남자가 실제로 뺨 맞는거 첨봄』 이란

제목으로 나의 여린 육체가 노출되었을 것이다. 첫사랑 및 기타 등등 어린시절의 나를 알고있을 불특정 다수에게 M자탈모가 상당히

진행된 30대 중반의 이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참았다. 온라인에서 갈고 닦은 멘탈이(고마워요 라이엇)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영겁의 시간동안 욕을 쳐먹었다 생각했는데 시간을 보니 그녀의 언프리티 랩스타 디스랩은 약 2분만에 종료되었다.

불행중 다행히 관객들에게는 인상적이지 않았나 보다. 행인들이 손수건을 던지진 않고 제갈길 간걸 보면...




그녀는 라임따위 신경쓰지 않는 속사포 랩을 퍼붓고 그렇게 지하철 출입구로 내려갔다.  멘탈을 추스리고(데미지가 아예 없진 않았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 참았다. 2절이 시작될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에 터벅터벅 걸어오다 문득 6년전인가 사귀었던 친구가 생각났다. 다섯살 어린 친구였는데 인연이 길게 이어지진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잘 지내다 어느날 10일간 똥못싼 얼굴을 하고 있길래 무슨일인지 이야기해보라 했더니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고 했다. 생각은 개뿔 그냥 헤어지자 그러지...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젠틀맨이었으므로 얼마나 주면 될까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한달이라고 답했고, 여지없이 한달 후에 이별통보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도 몰랐다. 못생겼다 그러던가.. 후..또 열받네...

여튼 그렇게 이별을 했는데 문제는 그 이후로도 이 친구를 몇번 봐야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쿨하게 헤어졌으므로 이별후에도 쿨하게

모임같은곳에서 마주치곤 했다. 술이 거나하게 들어가면 그녀의 친구들이 오빠랑 왜 헤어졌냐고 묻곤 했는데 그녀의 대답은 모호했다.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였다. "오빠는 진짜 내가 만나 본 사람중에 최고로 착했어. 진짜 착했어"

그 말을 꼭 나들으라고 하는것처럼 하곤 했다.




착하다라.. 나 착하긴 하지..




그날 집에오면서 착하다, 착하다 되뇌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착한게 아니라 착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남한테 나쁜사람이란 소리 듣는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그동안 이유도 모르고 헤어짐을 통보받고,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 그러면서 호구처럼 손해보면서 살았구나...




그 이후론 그래서 최소한 남녀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착하지만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사실 나이먹으니까 피곤한 것도 있었다.

그 뭐야 그 썸을 타네 어쩌네 하는 과정도 귀찮아 죽겠는데 사귀고 나서도 밀당이니 뭐니 어휴.. 새누리당한테 받는 스트레스보다 더했다.

왜 이렇게 연애를 해야하는가. 혼자 살면 안되는가. 고추는 왜 있는가 등등..근원적인 질문만 늘어갔다.





그리고 그 수많은 근원적인 질문의 결과 쓰레기 같은 색히란 소리까지 듣게 된 것이다.















#. 10여년간 알고지낸 여자동생들과의 술자리..

  "오빠, 언니랑은 잘 지내?"


  "나? 아니~ 헤어진지 좀 됐는데"


  "아 진짜? 왜 헤어졌는데?"


  "여자처자해서, 이러쿵저러쿵, 쑥떡쑥떡 우당탕탕 얼씨구절씨구, 하다가 나한테 쓰레기 같은 색히라고 하고 헤어졌어. 그게 끝임"


  "헐 대박.. 오빠한테 쓰레기라고 했다고?"


  "응, 정확히는 쓰레기 같은 색히라고 했어"


  "와 열받네.. 언니 전화번호 알지 불러줘봐. 통화좀 해야겠어 내가"


  "크크, 니가 왜 임마"





  "오빠를 쓰레기랑 비교하다니..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하게.."







  




  『쓰레기님, 비교당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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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30 16:06
수정 아이콘
글 맛깔스럽게 쓰는건 참 여전하시네요. 그래요. 연애전선에 애로사항이 꽃피시는군요.
바보미
16/09/30 16:1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마지막 대화 재밌네요. 저도 비슷한 테크를 타고 있어서 추천했습니다.
테바트론
16/09/30 16:21
수정 아이콘
ㅠㅠ
16/09/30 18:0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대의 어느지점...그러니까 지금 와이프와 썸을 끝내는 시점에서 남녀관계에선 이기적인게 답이라고 결론내렸었지요.
누구 하나는 반드시 상처받거나 상처줄 수 밖에 없는. 그러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질러야지요.
배고픕니다
16/09/30 22:30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착하기만 한 사람..고추는 왜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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