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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9/18 22:07:45
Name 토다에
Subject [일반] 그녀와 갔던 순댓국집
아주 오랜만에 자주 가던 순댓국을 먹으러 갔다. 작고 약간은 허름한 가게였는데, 어느새 리모델링을 했는지 넓어진 공간과 깔끔해진 환경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순댓국 먹고 싶을 때는 그녀와 같이 자주 온 곳이 였는데 혼자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는데 사장님은 같이 오던 사람은 어디 가고 혼자냐고 물었다.

멋쩍게 웃으며 이별을 말하고, 잠깐 티브이를 보며 넋 놓고 있는 사이에 순댓국 한 그릇이 나왔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게 입천장을 위협하는 듯했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는 반찬으로 나온 청양고추가 눈에 띄었다. 그녀가 하던 대로 다데기 말고 한번 청양고추를 뜯어서 넣어보기로 했다. 손으로 열심히 고추를 뜯어 넣고 국을 휘 져 한입 떠먹어보니 은근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열심히 국을 떠먹고는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 오는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연신 들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몇 안 되는 밥집을 놓치긴 아까웠다. 그렇게 밥을 먹는 사이 이마에 땀이 송골 맺히고는 땀이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습관적으로 손으로 눈을 비비는 사이 눈물이 왈칵 솓았다.

어!! 왜 이러지? 도대체 왜? 하염없이 눈물이 나고 지옥을 보고 있는 사이 아까 손으로 청양고추를 손으로 뜯던 기억이 플래시백처럼 지나쳤다 젠장!! 다시 왼손에 물 묻히고 매운기를 씻어내려 했다. 앗.!! 이번에는 불지옥이 보였다. '아까 오른손으로 고추를 잡고 왼손으로 고추를 비틀었구나.' 휴지에 물을 묻혀 눈물을 닦고 있는 사이 어느새 난 뭔가 사연 있는 남자가 되어 식당 안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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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Kid
16/09/18 22:38
수정 아이콘
짧고 굵네요.
아 순댓국밥 먹고싶다....
홍천터미널 옆에 순댓국밥 집들이 다 맛있는데..
cluefake
16/09/18 22:44
수정 아이콘
에구..그럴때는 칠레고추를 눈에 문지르면 확 달라집니다..
VinnyDaddy
16/09/18 22:45
수정 아이콘
10cm 노래 그게 아니고 가 생각나네요.
저그의모든것
16/09/18 22:4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어요.
돌아온 개장수
16/09/18 22:50
수정 아이콘
뭐라고?...혼밥하..는..피지알러 글이라..잘...흑.
매사끼
16/09/18 22:52
수정 아이콘
뜬금없이 빵 터졌네요 크크크
마나나나
16/09/18 22:53
수정 아이콘
탈리스만
16/09/18 22:56
수정 아이콘
순대국밥 오늘 점심으로 먹고 왔는데 또 먹고 싶어지네요!!
동네꼬마
16/09/18 23:11
수정 아이콘
고향 시장에 파는 순대국밥 먹고싶네요..
시래기 듬뿍 들어간... 서울에는 그런 스타일이 잘없어서...
언뜻 유재석
16/09/18 23:22
수정 아이콘
구리에 있는 강창구 진순댓국 본점이 제 인생 순대국집..
The Undertaker
16/09/19 19:40
수정 아이콘
저번 주 주말에 갔었는데 낮에 사람이 바글바글 하더군요. 맛있었습니다.
시케이더
16/09/18 23:51
수정 아이콘
무한도전에서 손에 묻은 캡사이신 빨아먹은 길이 생각나네요.크크크
16/09/19 00:11
수정 아이콘
리모델링보고 건대 고흥순대국인가 했는데 청양고추를 잘라 넣으셨다니 아니겠군요
제 인생 순대국집입니다. 제 입맛에는 보라매 서일순대국보다도 더 낫네요
16/09/19 07:22
수정 아이콘
이거 보고 새벽 다섯시에 24시간 국밥집 가려고 나왔는데 추석연휴에 붙은 휴일이라 그런지 문 닫았네요... 그냥 KFC먹고 왔습니다
강동원
16/09/19 08:34
수정 아이콘
광광 우럭따.. ㅠㅠ
힘내세요. 그렇게 울고 나면 다 괜찮아진답니다...?!?
열혈둥이
16/09/19 08:47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순대국집은 수원역 아다미집이네요.
깍두기가 별로인게 흠이지만 내용물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들이라 여긴 해장이아니라 식사하러 가능곳이죠 흐흐
칼라미티
16/09/19 09:00
수정 아이콘
이런거 좋아요 흐흐
정지연
16/09/19 10:12
수정 아이콘
예전에 순대 포장해와서 먹고 같이 넣어줬던 다진 고추를 부침개 만들때 넣어먹겠다고 손으로 집어서 반죽위에 뿌렸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부침개를 먹고나니 이게 청양고추인줄 알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맵더라고요..
그렇게 부침개를 먹고나서 별 생각없이 눈을 비볐는데.... 농담아니고 1분 정도는 눈을 못뜨겠더군요..
16/09/19 10:36
수정 아이콘
울고 나면 시원합니다..
차가운 온수
16/09/19 12:07
수정 아이콘
전주여행갔다가 남부시장에서 조점례집이 공사중이라 갔던 맞은편 순대국밥집이 제 인생 레전드 맛이었네요.
바보미
16/09/19 15:51
수정 아이콘
그래요. 청양고추의 힘을 빌어서라도 우는게 좋아요ㅠ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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