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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30 23:42:54
Name 토다에
Subject [일반] 18세기 영국의 남해회사
18세기 들어 영국은 바깥으로는 뉴턴 같은 과학자가 나타나 학문적 발전을 이루고, 증기기관과 방적기 등이 발명되면서 커다란 발전이 되는듯했다. 하지만 실상은 아일랜드 내란과 에스파냐 왕위계승 전쟁 등으로 재정이 고갈되었다. 게다가 지난 17세기 말 경제공황의 여파는 여전히 영국을 괴롭히고 있었다. 돈이 궁한 영국 왕실에 어느날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전직 재무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할리(버블 한 뚝배기 하실례예) 백작이 찾아와서 기가 막힌 제안을 했다.

1711년 남해회사를 세운 할리 백작은 영국 정부의 채권을 가져오는 투자자들에게 자기 회사 주식을 내주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물론 잉글랜드 은행이 중간에 개입됐지만 왕실은 이를 애국적인 행위로 간주했다. 국가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겠다는 남해회사에 왕실은 남아메리카 지역의 무역 독점권을 주기로 한다. 이에 할리백작과 남해회사는 쾌재를 불렀지만, 정부의 공치사였음이 밝혀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에스파냐가 남아메리카 대륙을 장악한 지 오래였고, 잠재적인 적성국인 영국의 교역을 반길 이유가 없었다. 나중에야 이익금의 25%를 에스파냐 국왕에게 귀속된다는 조건으로 1717년에야 한번 교역을 했을 뿐이다. 계속 남해회사는 자본금을 까먹어 들어갔다. 게다가 이듬해 에스파냐가 영국 선박의 입항을 금지 했다.

그렇게 자본금만 까먹은 채 남해회사는 200만 파운드라는 거대한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이런 위기에 순간 남해회사는 더욱 대담한 제안을 한다. 전환사채(만기 8년에 연이율 5%)를 발행해 3,100만 파운드의 국채를 전액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엄청난 특혜를 부여했지만, 그때의 시각은 국채의 인식과 신뢰도는 매우 낮았다.

투자자들은 효과를 저울질했고, 의회에서는 논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남해회사는 요새 말하는 찌라시와 로비로 논란을 넘어 섰다. 의원들에게는 로비하면서 한편으로는 에스파냐와 조약을 맺어 남아메리카 주요 항구에 대한 통상권을 확보하였다며 루머를 퍼트렸다. 그 결과 남해회사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위기에서 벗어났다. 심지어 에스파냐의 은 약탈 지인 포토시 광산의 운영권까지 따냈다는 소문이 돌며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 그러자 주가가 더 오르면 남해회사 주식과 국채와의 교환비율이 떨어져 정부가 손해볼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러 1720년 4월 남해회사가 제안한 법을 통과시켰다.

법이 통과되자 남해회사의 주식을 더 많이 발행해도 주가는 날로 상승했다. 설립 이후 9년 동안 주당 100파운드대에 머물던 주가는 세 배 할증발행이라는 신규 공급에도 불구하고 890파운드까지 치솟았다. 소문은 널리 퍼져 "남해 회사 주식을 못 가지면 바보, 해마다 몇백 퍼센트씩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식"이라는 소식에 우리가 아는 뉴턴,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대니얼 디포까지 남해회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상투권을 의식해서 매물로 내놓은 주식을 남해회사는 몰래 사들이며 주가 방어를 했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에스파냐로부터 남아메리카 지역 전 항구에 대한 기착권을 따냈으며, 새로운 금광을 발견했다`라는 루머가 돌며 8월 초 1,000파운드까지 오른다.

이러한 급등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를 끌어올린 재료가 루머로 확인됨과 이웃 프랑스에서 주식투자 광풍을 낳았던 `미시시피 회사`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영향이 겹쳐 9월 주가는 150파운드로 추락을 한다. (템스 강물은 따뜻하려나) 진상 조사에 나선 의회는 관련자를 처벌하는 한편, 이듬해 1월 중간조사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때 `버블`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쓰였다.

뒤늦게 의회는 거품 방지법을 입안했지만 이미 개미들은 템스 강 수온을 확인하고 있었다. 당시 런던 조폐국장을 지내던 뉴턴은 한때는 평가 이익을 7,000파운드를 올리기도 했지만 끝내 2만 파운드를 날리며 이런 명언을 남겼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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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헤헿
16/08/30 23:51
수정 아이콘
흥미롭네요. 버블이 이렇게 나온 말이군요
요르문간드
16/08/31 00:08
수정 아이콘
그리고 역사는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반복되겠죠
토다에
16/08/31 00:10
수정 아이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그렇겠죠.
Jedi Woon
16/08/31 01:38
수정 아이콘
의외로 버블의 역사(?)가 오래되었군요.
하긴....네덜란드의 튤립 버블도 있고...
정말 인간의 역심은 끝이 없고 시대를 구분하지 않는군요.
토다에
16/08/31 01:41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예전에 끝없는 욕심으로 테마주 건드렸던적이 있네요 하하하. 그때만 생각하면...
IRENE_ADLER.
16/08/31 03:12
수정 아이콘
다음글은 미시시피인가요? 거품 트릴로지인줄... 크크. 잘 봤습니다.
전기공학도
16/08/31 03:28
수정 아이콘
애초에 욕심을 적게 가지기로 다짐합니다.
무무무무무무
16/08/31 12:33
수정 아이콘
저도 개잡주 뛰어들어서 두시간만에 30% 먹고 그걸 다른 개잡주들을 거치면서 결국 다 잃었던 기억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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