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10 14:59:38
Name 진리는나의빛
Subject [일반] 이별에 대한 새로운 트랜드 부제 : 한달만에 차인 이야기
몇 달 전, 꽤 친한 친구를 만났었다. 자기 여자친구가 잠수를 타서 답답했다는 이야기를 나눈게 기억난다. 여자친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지금도 모른다니 내 친구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가 날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별은 기존 연애의 끝이자 새로운 연애의 시작이다. 끝과 시작이라는 정 반대되는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이별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잠수를 타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이별을 후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별을 전자의 관점에서 본다. 이별할 당시에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은 상태이고 심지어는 증오의 감정까지 느끼는 시점이다. 하지만 만나왔던 지난 시간동안 내 감정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진정으로 생각했고 좋아했었기에 최소한 이별은 지난날의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한다. 그래서 되도록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이별을 맞이하고자 한다. 똑같은 말이라도 카톡으로 하는 것과 만나서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가령,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단지 나와 너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별하는 것이야. 다음에는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와 같이 전형적인 이별멘트를 예로 들어보자. 저 말을 카톡으로 듣는다면 상대방은 저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근원적인 이유가 있지만 이를 구구절절 말하는 것이 불편하기에 그저 립서비스용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나서 위와 같은 말을 한다면 그래도 상대방은 저말을 그대로 믿어 줄 가능성이 더 커진다. 카톡보다는 전화가 전화보다는 만나서 하는 말이 더 호소력이 있다.

그런데 후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와는 정 반대로 이별을 바라본다. 어짜피 나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정말 싫고 빨리 잊고 싶을 뿐이며, 나가서 그 사람을 만나면 괜히 머리만 복잡해진다고 생각을 한다. 옳고 그름은 없으며 두 가지 관점 모두 일리가 있다. 단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할뿐이다. 이별을 나처럼 보는 사람들은 반대로 보는 사람들을 무례하다 생각을 한다. 반대의 관점에서는 나를 눈치가 없고 답답한 사람이라 생각을 한다.

뭐 구구절절히 친구 이야기도하고 이별에 대한 관점도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어제 차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애를 하면 최소한 100일 이상은 만나고 반년 일년까지는 만났는데 한달만에 차여서 뭔가 기분이 더 좋지 않다. 트러블이 있다면 서로 대화를 통해서 조율하고 해결할 생각을 해야하는데 전 여자친구는 이런 과정이 없이 그냥 바로 이틀간 잠수를 타고 다시 카톡으로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 심지어 수요일(오늘) 만나자는 약속까지 한 상태에서 잠수를 탄 상황이라 이틀간 난 걱정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통보를 받고 집앞까지 찾아갔지만 내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고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고 카톡으로 답장이 왔다. 뭐 결국 다시 전철을 타고 터덜터털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황당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 다른건 몰라도 난 여자친구한테 많은 관심을 가지며 애정을 표현을 잘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내가 이런 점이 부족하기에 헤어지자고 말을 했다. 이 말은 여태 여자를 만나면서 처음 들은 말이었기에 더 자존심이 상한다.  '자기는 이기적이다. 그렇기에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여태까지 남자친구들에게 많은 애정(정확한 단어가 기억이 안난다)을 받아왔다. 하지만 오빠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만나면서 계속 전 남자친구와 비교를 하게 되었다.' 만나서 대화로 해결할 생각을 안하고 저렇다해서 바로 헤어지자 말을 해버리니 기분이 몹시 나빴다. 차라리 내가 왜 별로였는지 적나라하게 말이래도 해 주었다면 속이라도 후련했을건데 저렇게 두루뭉술하게 말을 하니 더 답답할뿐..

근데 돌이켜보면 내가 여자를 찼을 때에도 뭔가 이유를 콕 찝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냥 나와 이 사람은 안 맞았을 뿐이라 생각하는게 편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차인 이유는 오직 그 사람만 알 뿐이며 혹시 안다 하더라도 내가 다시는 이 사람을 만날 일이 없기에 알 필요도 없다.

집에 돌아와서 키 크고 잘생긴 멋진 친구와 상담겸 통화를 했다. 이 친구는 잠수이별이 새로운 트랜드라고 했다. 뭐 잠수이별이 이별을 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편하고 쉬운 방법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쿨하게 이별로 받아들이지 못 하고 걱정하고 전화하고 찾아가는 사람을 두고 미련하다고 폄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8/10 15:29
수정 아이콘
똥 밟았다고 생각해야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연애 관계를 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예의 없는 사람한테 뭐라고 따져서 뭐하겠어요, 그냥 잠깐 나쁜 사람 되고 말면 내가 편하니까 그렇겠죠.
진리는나의빛
16/08/10 16:48
수정 아이콘
뭐 제 입장에서는 그렇죠 흐흐. 이젠 저도 많이 산전수전을 겪어서 그런지 예전만큼 맘이 상하거나 이런건 없네요.
유스티스
16/08/10 17:43
수정 아이콘
근 몇달내에 두번 한달정도 만나고 차서 뜨끔했는데 잠수는 안탔으니... 연락하기가 싫어지고 지겨운때가 오는데 그 때 잠수탈까싶어도 그게 더 찜찜해요.
진리는나의빛
16/08/10 19:03
수정 아이콘
혹시 그 상대분과 만나면서 알 수 없는 불협화음 같은걸 느낀적이 있나요? 콕 찝어서 이거다 할 순 없지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 경험 같은거요
유스티스
16/08/10 20:34
수정 아이콘
네. 총체적으로는 안맞는다, 는 느낌때문에 헤어지자고 했었는데 그 이유들을 생각해보니 조금씩은 나오긴하더라구요. 성장과정이나, 육체적 관계에 있어서 만족도라거나, 냄새나, 그녀의 친구나 등등 찾아지긴 하는데 그건 굳이 찾았을 때고...
터져라스캐럽
16/08/10 18:37
수정 아이콘
잠수이별이 트렌드라니..
진리는나의빛
16/08/10 19:01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몰랐는데 저렇게 잠수탄 사례가 최근 주변에 급격하게 늘긴했어요 슬픕니다
진리는나의빛
16/08/10 19:0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몰랐는데 저렇게 잠수탄 사례가 최근 주변에 급격하게 늘긴했어요 슬픕니다
흐르는 물
16/08/10 19:28
수정 아이콘
이별할 때 해코지 당할까봐 잠수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렇게 권하는 사람도 늘었고요
진리는나의빛
16/08/10 19:58
수정 아이콘
허허 제가 그런짓을 할 사람은 아닌데. . 신뢰를 못 줬나보네요
캐터필러
16/08/10 23:11
수정 아이콘
집위치 정확한직장부서명칭 같이 헤어지고나서도 나를 찾아올수잇는 정보는 안주는것이 좋고

만나서 이별하더라도 사람이 많은곳에서 만나는게좋을듯
단둘이 있는장소는 삼가는것이~

방어운전개념의 방어 이별이랄까
진리는나의빛
16/08/10 23:26
수정 아이콘
세상 무섭네요.. ㅠㅠ 그런 쪽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거라고는 전혀 예상조차 못 했습니다. 흉흉하군요 ㅠ
주머니속에그거..
16/08/11 02:19
수정 아이콘
대체 나를 어떻게 봤으면 잠수를 탈 정도 까지 싫어하나 혹은 그렇게 위해를 가할 놈으로 착각할 정도였는데 대체 여태 나는 왜 만났나 별별 생각이 다나죠. 그냥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 한 마디면 될 것을 아무 언질도 없으면 이쪽은 언제 끝내야될지 감도 못 잡고 말이죠.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안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대부분 썸에서 끝났으니 다행이면 다행이랄까요.
진리는나의빛
16/08/11 04:12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요 제 친구는 저런 사람을 보고 소시오패스라고 하더라구요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986 [일반] <삼국지> 관우가 상관의 쌀을 털게 된 전말. [58] 靑龍9940 16/06/27 9940 0
65984 [일반] 2016년 상반기 걸그룹들 안무 짧은 감상평 [19] 좋아요7448 16/06/27 7448 3
65983 [일반] 플레디스 걸즈 멤버 10명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41] Leeka8653 16/06/27 8653 0
65982 [일반] 김종인의 브렉시트 경제 강의 [37] 에버그린11403 16/06/27 11403 27
65981 [일반] 지난 금요일 브렉시트에 의한 주가하락은 어느 정도로 큰 하락이었을까? [6] 김승남6661 16/06/26 6661 14
65980 [일반] 안녕하세요 회원 가입했습니다! [21] 크로스번4382 16/06/26 4382 1
65979 [일반] [야구] 2016 프로야구 13주차 감상 外 월요일 1차지명 [22] 이홍기6006 16/06/26 6006 2
65978 [일반] 친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그 삶의 목표가 이해가 안갑니다 [104] 삭제됨12018 16/06/26 12018 2
65977 [일반] 애플이 독도를 일본땅으로 표기하고 있네요. [130] 종이사진16118 16/06/26 16118 14
65976 [일반] 칠레는 어떻게 코파를 우승 할 수 있었을까? [47] 토욜저녁축구와치맥캬10510 16/06/26 10510 1
65975 [일반] 특이점이 온 행위 예술 - touch my body [43] Anastasia 16362 16/06/26 16362 0
65974 [일반] 제갈량 사후 위나라의 대촉방위체제 정리. [3] 선비욜롱7429 16/06/26 7429 5
65973 [일반] 김성민, 뇌사 판정 끝 사망…향년 43세 [93] 시나브로16444 16/06/26 16444 0
65972 [일반] [야구] 해외원정도박혐의 삼성 윤성환, 안지만 소환조사 [24] 이홍기8037 16/06/26 8037 0
65971 [일반] 2016 리우 올림픽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 최종 로스터 [8] SKY925671 16/06/26 5671 1
65970 [일반] 브렉시트(Brexit): 런던의 패배, 나홀로 번영의 비극적 결말 [80] santacroce15351 16/06/26 15351 45
65969 [일반] [에이핑크 이야기] 보면 볼수록 아쉬움을 주게 하는 리더 박초롱 [18] 비익조6215 16/06/26 6215 3
65968 [일반] 인터넷 발 루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합니다. [24] OrBef6215 16/06/26 6215 0
65967 [일반] 외모보다는 사람을 본 제 연애는 실패한 건가요? [43] 삭제됨11038 16/06/26 11038 0
65966 [일반] 야밤의 시뮬레이션 - 유로 2016에서 3위로 16강 진출하기 위해 최소 몇 점이 필요했을까? [5] 이치죠 호타루4551 16/06/26 4551 1
65965 [일반] 르몽드지의 6월 25일자 사설 [18] 가장자리8971 16/06/26 8971 3
65964 [일반] 중앙일보 컬럼에 나온 pgr21 [13] 상상초월9645 16/06/26 9645 1
65963 [일반] 플디걸즈가 27일 디싱 & 뮤비를 공개합니다. [18] Leeka4552 16/06/26 455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