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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22 02:43:02
Name Zelazny
Subject [일반] I.O.I를 보러 가려고 브로콜리를 사다
이 글의 주제는 I로 시작하는 걸그룹이 아니라 [헌혈] 입니다.


7월 12일 화요일
최근 폰을 바꾼 저는 이참에 사용 빈도가 낮은 어플들을 정리하다 살짝 고민에 빠졌습니다. 얘는 지울까 놔둘까.





저는 '사정이 되는한' 2~4주에 한 번꼴로 헌혈을 하는 '정기헌혈자'이지만 저 어플이 그닥 쓸데가 없습니다. 쓸만한 기능이라면 1. 헌혈 이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 전자 문진을 미리 할 수 있다. 3. 헌혈 예약을 쉽게 할 수 있다. 이 정도인데-

1 헌혈 이력은 모바일 데이타 사용량 마냥 수시로 들여다볼게 아닌지라 필요하면 그냥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가서 보면 그만이고 2 전자문진은 헌혈의 집 방문해서 작성해도 한 30초면 끝나며 (이미 수 차례 작성해 본 사람이라면 문항 10개를 무조건 '해당없음' 누르면 됩니다. 특히 5번 문항은 굳이 '해당없음'으로 마우스 커서를 옮기지 않고 바로 '다음'을 누르면 되는데, 임신에 관한 항목이라 남성은 디폴트로 체크가 되어있습니다.) 헌혈 예약은- 제가 이용하는 헌혈의 집은 아주 한적해서 아무 때나 가도 거의 대기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뭐 업데이트 된게 있나 확인을 해보려는데 워낙 오랜만인지라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납니다.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는 헌혈 이력-개인의 의료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지라 오래 전부터 비밀번호 조건이 까다롭게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체 평균이 올라가 거의 평범한 수준이지만.) 내친 김에 비밀번호 확인을 위해 아주 오랜만에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bloodinfo.net에 방문해 비밀번호를 복구합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ABO프렌즈 대상 이벤트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ABO프렌즈'란 헌혈을 독려하기 위해 운영되는 일종의 멤버십으로 헌혈 2번하면 가입 조건이 됩니다. 홈페이지에 종종 이벤트가 올라오는데 저도 도서 증정 등에 몇 번 응모해 봤지만 한 번도 된 적이 없었고 그 후 수 년간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런데 이런 이벤트가 있더라구요.


무심코 응모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대상이 아니라고 나옵니다. 자세히 보니 7월 1~19일 사이에 헌혈을 해야 자격이 되더군요. 조건을 확인한 순간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사정이 되는한' 헌혈을 한다고 했는데, 이 때의 사정은 주로 '철분 수치'에 달렸습니다. 헤모글로빈 HGB 지수가 12.5 이상이 되어야 '전혈'이 가능하고 12.0 이상이면 '성분 헌혈'이 가능합니다. 저는 가끔 수치가 부족해서 헌혈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바로 4일 전 금요일, 헌혈을 하러 갔다가 HGB가 11.7이 나오는 바람에 그냥 돌아와야 했습니다. 철분수치가 충분히 올라가기 전까지는 헌혈을 할 수 없는 상황 이었습니다. 기한은 19일까지지만 주중엔 시간이 안나서 금요일에 해야 하는데 불과 3일... 아무래도 무리였는데- 갑자기 오기가 생겼습니다. 아니 내가, ABO프렌즈는 소시적에 가입했고 올 상반기에만 9번 헌혈을 한 내가 조건이 안되다니! 

사실 이벤트 당첨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고 솔직히 그렇게 간절히 가고 싶은 공연 조차 아니었는데 반드시 응모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는- [도핑]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철분제를 먹는건데, 이게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음식으로 해결 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철분이 많이 든 음식들은 대충 알았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니-

- 철분은 대체로 흡수율이 낮다.
- 철분과 칼슘은 경쟁관계에 있어서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떨어진다.
- 특히 탄닌 성분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 비타민C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다소 올라간다.

커피가 흡수를 방해한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지만 카페인이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이러면 디카페인도 소용이 없고... 저는 하루에 커피를 최소 3잔 이상 마시는데, 며칠간은 '철분 음식'을 먹는 시간대를 피해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저녁에 집에 가는 길에 브로콜리를 2송이 샀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7월 13일 수요일
브로콜리를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마침 크림 스파게티 소스가 있어서 함께 먹기로 합니다. 면이 익는 동안 브로콜리를 적당히 자른 후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살짝 볶았습니다. 1송이를 다 썰어 놓으니 양이 꽤 많습니다. 3, 4 조각은 먹을만 했는데 물립니다. 너무 양이 많아서 생략한 양파와 파프리카가 한없이 그리워 집니다. 추가로 삶은 달걀을 2개 먹어 치웁니다.


7월 14일 목요일
개봉한 크림 소스가 남았기 때문에 또다시 '브로콜리를 곁들인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듭니다. 이번엔 맛을 좀 개선해보고자 데치기 과정을 생략하고 허브솔트를 뿌려가며 볶아 봤습니다. ...개선에 실패합니다. 그래도 억지로 먹어 치웁니다. 삶은 달걀 2개도.


7월 15일 금요일
마침내 D데이. 전날 저녁부터 커피를 끊고 아침을 비타민C를 곁들인 삶은 달걀로 해결한 후- 미리 계획했던 대로 비장의 수단을 쓰기로 합니다. 점심 때 떡볶이집에 가서 이렇게 주문 했습니다. "순대 1인분, 간만 섞어서 주세요." 원래는 간을 별로 안 좋아해서 이렇습니다. "...간 빼고 섞어서 주세요."


마침내 헌혈의 집. 순대 때문에 동선이 꼬여서 평소 다니던 헌혈의 집과는 다른 데에 예약을 하고 방문 했습니다. 늘 하던대로 '혈소판+혈장'을 한다고 하니 검사를 하기도 전에 준비를 한다고 해서 말렸습니다. 역시 수치 부족으로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혈소판+혈장 키트는 1회용이며 20만원 가까이 합니다. 누군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헌혈 도중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져서 키트를 그냥 버려야 했다는 도시 전설 같은 얘기도 간호사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헌혈할 반대쪽 팔에서 피를 조금 뽑아 담고 커다란 기계에 달린 바늘에 담그는 과정을 초조하게 지켜 보다가 마침내 결과가 나오자 제일 먼저 HGB를 확인 했는데- 12.6이 나왔습니다! 불과 1주일만에 0.9가 올랐습니다. 검사를 마치자마자 비치된 커피메이커의 커피를 가득 따라 마셨습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무사히 헌혈을 마치고 응모도 할 수 있었습니다.

...요새는 헌혈 하면 이런 것도 받을 수 있습니다.


(나눔이 피규어. 혈소판+혈장 헌혈자만 받을 수 있으며 총 6종 중 하나씩만 받을 수 있고 순차적으로 출시 됩니다.)



에필로그 (7월 20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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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edralWolf
16/07/22 02:59
수정 아이콘
결론은 자랑글.....이아니라. 그래도 평상시에 헌혈도 많이하시고 하니까 당첨된거라고 생각합니다~ 즐감하시고오세요~
예쁘면다누나야
16/07/22 03:00
수정 아이콘
아 헌혈...헌혈하고 싶다....
16/07/22 03:13
수정 아이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덕질이라니...!!
RookieKid
16/07/22 07:38
수정 아이콘
아 바람직하네요
김지연
16/07/22 08:11
수정 아이콘
오우 추천
카푸치노
16/07/22 08:16
수정 아이콘
아아.. 추천안할수 없는글이네요.
16/07/22 08:44
수정 아이콘
전 그냥 하고싶을때 가면 큰 문제없이 되서.. 이런 노력도 필요하다는걸 알고 갑니다.
괄하이드
16/07/22 09:36
수정 아이콘
아 미리 알았으면 헌혈하러갔을텐데 ..아쉽네요
16/07/22 09:42
수정 아이콘
허삼관매혈기 아이돌판 읽은 느낌이네요 크크
토다기
16/07/22 09:50
수정 아이콘
아 이 헌혈이벤트가 JTN이랑 맞물니는 거였군요...
16/07/22 10:34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ㅠㅠ
홍승식
16/07/22 13:47
수정 아이콘
착한 도핑(?)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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