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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08 21:08:01
Name Frodo
Subject [일반] 촛불집회 한 달,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3) 내 마음 속의 공공성
이번에는 조금 더 장기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1) 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프레시안에 김규항씨가 기고하신 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음을 미리 밝혀 둡니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527124058&s_menu=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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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대선 승리와 지지도 급락의 공통 원인

취임 직후 20% 밑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유례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떨어지려면 처음부터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야겠죠.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몇 번의 대선 중 가장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선에서의 압도적인 승리와, 최근 수십일 간의 지지도 급락에는 공통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개인적 이해'입니다.

대선 후보 이명박은 국민들 개개인에게 경제 활성화의 꿈을 안겨주었고, 그 결과로 압승하였습니다.
대통령 이명박은 국민들 개개인에게 광우병 발병의 꿈을 안겨주었고, 그 결과로 기네스북에 남을 지지도 급락을 겪었습니다.


II. 장기전에의 위험요소 : 광우병 같은 건은 드물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일이 이뤄진다면, 지지도를 국정 운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되돌리는 건 쉽습니다.
광우병 공포를 외관상 희석시키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을 각개격파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번 세금 환급을 보면서 현 정부가 그런 방식으로 일을 꾸려 나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면 제가 너무 앞질러 나가는 것일까요?

생각해 봅시다.
광우병은 국민 모두의 이해가 일치하는 상당히 드문 사안입니다. 앞으로 남은 사안 중 상수도 민영화 정도가 그럴까요.
대운하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기업 민영화도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 제도 개편도 그렇지 않습니다.
광우병처럼 찬반 중 어느 한 쪽의 우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분명 양식있는 분들 대다수는 어느 한 쪽을 지지합니다만, 다른 쪽도 나름의 논거와 사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이 불리해질 수록 불리한 편은 뭉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시나브로 지지율은 20%, 30%를 회복해 갈 것이며, 어쩌면 다음 총선도 뜻대로 풀려 나갈지 모릅니다.


III. 가능한 하나의 미래 : 한국의 일본화

그렇게 되면 모처럼 촛불시위를 통해 분출되었던 열기는 사그라들고, 국민들의 노력은 환멸과 무관심으로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그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입니다.
보수파의 장기집권과 국민들, 특히 젊은 계층의 무관심 내지 무기력함이 맞물리는 것입니다.
사회 저변의 역동성이 정치의 후진성으로 인해서 발휘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저번 대선의 결과로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촛불시위에서의 여러 성숙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 보았습니다.
그 희망이 지금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는 것 같은 안타까움에
이 3편의 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V. 가능한 또다른 미래 : 내 마음 속의 공공성

이러한 길로 접어들지 않기 위한 유일한 길은, '공공성'이라는 단어를 되살리는 것입니다.

대운하는 일부 국민들에게 단기적으로 이득을 가져다 줄지도 모릅니다.
공기업 민영화도 그럴지 모릅니다.
교육 제도 개편도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국가 전체로 볼 때,
우리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 볼 때,
'공공성'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소통을 통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 봤자 안 돼'라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V.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

촛불시위가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그래서도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촛불시위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시위를 통해서 국민들 대다수가 공통의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으며,
모처럼, 정말 오랜만에 '무엇이 공익이고, 무엇이 공공성에 부합하는 것인가'를
모두가 생각하고, 논의하고, 무엇보다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광장이, 공공성이 필요한 일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갑갑한 마음에 경찰차량에 분풀이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이 촛불을, 이 광장을 좀 더 오랫동안 지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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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세토의귀신
08/06/08 21:33
수정 아이콘
이 글 읽으면서 몇가지 시가 떠오르는군요...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안타까운건..
진보대 보수의 첨예한 대립이라는 점이죠..
좌우 대타협이 있어야지만 나라는 발전하는데 말이죠.
힘이 빠진 좌에게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서 저도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08/06/08 21:40
수정 아이콘
팔세토의귀신님//
말씀하신 부분에 동감합니다. 다만 진보대 보수의 첨예한 대립이라는 점에서는 조금 달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회창씨의 자유선진당이 반대를 명확히 한 것이나,
원희룡씨가 사실상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코멘트한 것이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것을 봐도 단신히 진보대 보수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죠.
조금 넓게 보자면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측면에서는 좌우 대타협이 이루어져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기와집만 빼구요.
Wanderer
08/06/08 22:13
수정 아이콘
사실 자유선진당의 행보는 약간 놀랍긴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건, (글 중에서 광우병에 대해선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하셨다고 하셨는데) 아직까지도 4~50대 분들, 특히 영남권 이시거나 조중동을 매일 아침마다 보시는 분들은 광우병에 대해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 가지고 계시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르신 몇분이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더 간단한 문제로 치부하고 계셨습니다. 별로 위험하지도 않은데 진보 언론에서 선동하는 거라구요. 심지어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아직 확인된 것도 없지 않느냐.'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본인의 소신에, FACT에 자신을 갖지 못하고 본인이 판단하고 있는 본인의 '성향'-즉,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편가르기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가슴 속으로는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시면서도 '난 보수니까. 한나라당 찍어왔으니까.'하시면서 말이죠. 어떻게든, 보다 많은 분들께 '진실'을 가르쳐 드리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형식
08/06/09 00:02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쭉 읽어보니 3 부분으로 나누신 의도도 이해는 됩니다만,
pgr 첫 화면의 자게 부분 3줄 있는 것을 한 글이 차지해버리는 모양새도 약간 어색하네요.
08/06/09 00:13
수정 아이콘
정형식님//
쓸 때 시간이 좀 걸려서 중간에 하나씩 올라올 줄 알고 그냥 썼는데, 쓰고 보니 좀 어색하긴 하네요. 그렇다고 다시 올리기도 좀 그렇고... 음 리플달다 보니 꼭 유명하신 어느 분 입장 같네요^^;
정형식
08/06/09 00:16
수정 아이콘
Frodo님// 이제는 괜찮네요;;. 리플 지우기도 뻘쭘하고^^
하여튼 글 잘 읽었습니다.
오소리감투
08/06/09 12:47
수정 아이콘
촛불은 계속돼야 합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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