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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06 20:13:14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최근의 사태를 보고 느낀 점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1955년생입니다.
어릴적부터 동네에서 신동으로 소문이 났었고,
그 당시 경남 최고 명문이라고 하는 부산 고등학교를 거쳐 국립 서울 대학교 법대에 가셨습니다.
(법대 내에도 여러가지 과가 있지만, 무슨 과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동네에서는 경사가 났고, 일가 친척들에게는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었죠.


하지만,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입니다.
아버지는 제 동급생 친구 여자애들을 성추행하려고 했고,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몇번은 건드렸을 겁니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박모 초등학교 교사도 알콜중독자입니다.
그 역시 보이는 여자는 다 건드려야 속이 시원한지 성추행 전력이 여러번 있습니다.
또 따른 친구인 윤모씨는 현재까지 결혼하고 33년동안 집에 돈을 단 한푼도 벌어다 주지 않았습니다.
저희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막말로 이런 쓰레기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고향에서 잘 나가는 유력인사(뭐..큰 병원 원장이나, 청년회 간부, 시청 고위 공무원)들은 다 저희 아버지를 좋게 봅니다.
심지어는 아버지가 그렇게 된 원인이 "니네 어무이가 모자라서 그렇다." 거나 "사람은 똑똑한데 운이 없어서 그렇다." 는 식입니다.
뭐.. 나이 지긋하게 먹은 큰집 어른들이야 말 할 것도 없죠.
"내 잘난 아들 니네 어무이가 저래놨다" 는 식입니다.


제가 굳이 저희 아버지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말입니다..
적어도 제가 자란 울산에서, 적어도 저희 아버지 세대는
[ 엘리트 ] 에 대한 관용이 지나칠 정도로 심합니다.
앞서 열거한 아버지의 친구들 역시 자칭타칭 울산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수재들이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 엘리트 ] 들을 보는 지역사회의 눈은 참 너그럽습니다.
최근에 보면, [ 저런 인간이 어떻게 저 자리에 있지? ] 하고 의문이 갈 때가 많은데,
하지만 저는 전혀 의문스럽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런 시대에 그런 사람들이 모여 그런 인간을 위로 올려보낸거니까요.

(저 개인만의 경험일까요.. 아니면, 당시 공부를 잘 한(또는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던) 사람들이 거의 다 학교 동문이라서
그런걸까요.. 비평준화가 당사자에게는 참 좋긴 좋다고 느꼈습니다. 자동으로 인맥이 줄줄 생기니 말이죠.)




위에 열거한 인간들은 낙오자입니다만,
속칭 성공한 인간들 역시 주위의 관용속에서 성공 이외의 것들을 제대로 배웠을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어렵고 가난했던 시기에 열심히 산 보통의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에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은 인간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위에 있습니다.
수십년간 가져온 선민의식이 머릿속에 꽉 차 제어조차 힘든 인간들이 말이죠..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그에 대해 잘못했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래서 이랬으니.. 니들은 이러지 마라.. 라고 알아주시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도 분명 부분적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의 엘리트들이 사회에 나와서 남들 위에 설 때,
그 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강력하게 외쳐야 할 것입니다.


[ 우리는 당신들 아래에 있지 않다 ]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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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6 20:34
수정 아이콘
엘리트 의식을 가진 대통령,장관들 때문에 현 사태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는것 같군요..
일정부분 인정하지만.. 그래도 사회에서 어느정도 엘리트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지도층들이 .. 좀 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줄 알고
"내가 우월하니깐 내 생각이 무조건 옳고, 다른 사람들은 내 말을 따라야 한다" 는 고집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켈로그김
08/06/06 20:40
수정 아이콘
pkcstar님//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엘리트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님의 말씀대로 소위 엘리트인 지도층이 선민의식과 아집을 갖게되면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좀 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게 하려면, 무조건적인 관용보다는
약간 과격한 말로 [ 사람들 무서운줄 ]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조금은 신변 잡기적인 내용을 담아 끄적거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왕성
08/06/06 20:42
수정 아이콘
아버지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네요.
위로를 드리며 언젠간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게될 날이 오길 바랍니다. (아버지께서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듯...)

본문 내용에 동의합니다.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을 구분지어 대우합니다.
공부 잘한다는 것도 결국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많은 특기 중 하나일 뿐인데 무슨 귀족처럼 대우해주죠.
어린 시절부터 그런 대접만 받아오던 사람 중 일부는 어긋난 엘리트 의식을 지닌채로 성장하기도 하고,
그런 환경에 너무 익숙해진 일부는 그런 엘리트들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는 것에 순응해버리기도 하죠.

엘리트건 엘리트가 아니건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민으로서 가지는 의무와 권리를 같지요.
'우리보다 똑똑한 사람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같은 이상한 자격지심은 이제 버렸으면 합니다.
戰國時代
08/06/06 20:45
수정 아이콘
pkcstar님// 저에게는 엘리트를 비난한다기 보다는 [껍데기만 엘리트인 못난 인간들이 엘리트처럼 행사하며 권력을 잡고 있다]라는 의미로 읽혔습니다만...
켈로그김
08/06/06 20:47
수정 아이콘
명왕성님// 저야 뭐 고생을 했겠습니까.. 어무이가 고생 다 하셨죠.
이혼한 이후에도 저는 가끔 아버지가 애들 가르치는 학원에 가서 대신 강의하기도 하고 얘기도 합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졌고요 -_-;;;
네.. 공부를 잘 하는건 벼슬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럴 수록 더 자기자신과 주위를 보아야죠.
그래야 별 탈 없이 인생 롱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켈로그김
08/06/06 20:49
수정 아이콘
戰國時代님// 제가 본문을 약간 혼동되게 쓴 것 같네요.
님이 말씀해주신대로 못난 엘리트를 더는 만들지 말자는 취지였습니다.
변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동아리 종강모임에 술빨러 가겠습니다 -_-;
08/06/06 20:55
수정 아이콘
[속보]HID(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시민과 칼라TV 카메라맨을 때리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Wanderer
08/06/06 20:57
수정 아이콘
진짜 때리나요? 이게 무슨일인가요. 오늘 현충일 맞긴 맞나요? 저 배후에 정부가 있다면 , 이건 도저히 좌시 할 수가 없겠네요.
장군보살
08/06/06 21:00
수정 아이콘
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한국 법의 부조리함을 파헤친 편이 기억에 남네요.. 하나티비로 재방송으로 몰아서 보다가...

우리나라 판사의 경우.. 같은 범죄자라도 고졸과 명문대졸업생의 판결이 다르다는 것 말이죠..

뭐 같은 절도죄를 지어도.. 고졸은 징역 3년... 명문대졸업생은 징역 2년... 이런식으로 학력이 좋으면 형량도 줄게 된다는 사실...

그 이유는 판사도 사람이고.. 명문대생이 범죄를 저질렀어도..필시 그럴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이유가 있을거라는 견해로 그렇다더군요.
戰國時代
08/06/06 21:09
수정 아이콘
장군보살님// 뭐 그거야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구요.
미녀가 가장 형량을 적게 받고 추녀가 가장 형량을 많이 받더라는 통계도 나온적 있죠.

미녀 < 보통녀 < 남자 < 추녀 순이었던 걸로 기억
이도훈
08/06/06 21:10
수정 아이콘
도와달라는 시민을 무시하는 경찰이라......세금이 아깝네요-_-
08/06/06 22:32
수정 아이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갖지 못한 엘리트는 리더가 아닌 도구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리더로 올라선다면 그것은 사회에 해악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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