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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14 22:31:37
Name 말랑
Subject [일반] 그녀는 어디에(이 글은 4월은 너의 거짓말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4월은 너의 거짓말 마지막 장면에는 츠바키와 코세이를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가 있다.
그걸 몇 번 돌려보다가 우연히 거기서 카오리의 눈빛을 보았다.
작별하는 카오리가 코세이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진짜 PS. Tsubaki.

내 여자친구는 츠바키처럼 살다가 카오리처럼 갔다.
소꿉친구로 오래오래 사랑하다가 훌쩍 갔다.
나는 만화주인공마냥 예술적 감수성이나 손기술 따윈 없는 놈이라
그냥 펑펑 울기만 하다 끝났다.
네가 없는 봄. 3월은 무서운 달.
명작을 보면서 후유증을 논하지만 참으로 지독하다.
한동안 모든 노래가사를 까 뒤집었더랬지.
내 입은 그러지 않아도 인중이 짧은 탓에 잔뜩 찡그렸는데
길 가다가 가끔 터져나온 서러움이 동네 식당의 유리창에 비치면
넌 저렇게 지독히도 못생긴 놈이랑 사랑했었구나 싶다.

그때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가 말하고 다니는 꼴도
왠지 늦게라도 위로받고 싶은 어린애 감성 그대로
지금 나는 내가 아는 가장 넓은 광장에 너의 늦은 부고를 친다.
유치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이런 넋두리는 터져나올 때 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놓친다.

어쩌면 인연이 나타난 뒤에야 너도 고양이처럼 슬쩍 보고 사라지려나.
하지만 어린 시절 그대로 편안하게 어리광부리던 사랑은
이제 와서 연애의 정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친구들이 연애이야기를 하면 난 한 마디도 거들지 못하는데.
붙잡은 사람을 놓지 않는 거라면 너무너무 해 줄 말이 많은데.

잊지 못하게 했으면 부끄러움을 감수해주라.
어디서 보고 있을 사람. 언제부터였을까.
우린 끝났는데, 난 미련이 넘쳐서 네 시선을 찾아 살기로 했다.
그래. 우리는 서로에게 남겨줄 새로운 인연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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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4 23:17
수정 아이콘
아, 몰랑. 해, 행복하기를.
산악왕트래킹
16/05/14 23:58
수정 아이콘
지금 나는 내가 아는 가장 넓은 광장에 너의 늦은 부고를 친다.
한들바람
16/05/17 09:04
수정 아이콘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작품을 보셨다면 휴유증이 얼마나 크련지 상상도 안 가네요. 세월이 답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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