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5/08 09:41:26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702426600
Subject [일반] 해운업 제왕 머스크의 경영상태 그리고 국제적 치킨게임

최근 해운업과 조선업에 대한 뉴스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FT에서는 2016년 5월 5일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AP Moller-Maersk)의 손익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어서 다른 참조 기사들을 엮어서 소개해 봅니다. 

덴마크의 머스크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머스크 그룹에서 해운업을 담당하는 머스크 라인은 컨테이너 선적료 하락과 저유가로 2016년 1분기 순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95%나 감소한 3,700만 달러에 그쳤다고 합니다. 

 

* 머스크 그룹의 사업 영역

 

머스크는 1분기 컨테이너 수요 증가(세계 교역량 증가의 대용 지표이기도 한)가 단 1%에 불과했답니다.  

그나마 해운업과 함께 터미널 사업, 에너지 사업(유전 시추) 등을 병행하고 있는 머스크 그룹의 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 하락에 그친 22,400만 달러로 나왔는데 이는 마켓 추정치 5,600만 달러를 초과한 기대 이상의 성과로 덕분에 지난 수요일(2016.5.4) 주가가 6%나 반등했습니다.   

머스크 그룹의 이익이 급감한 데는 해운업 불황 이외에도 오일 시추를 담당하는 머스크 오일이 2,900만 달러의 손손실이 발생한 것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머스크 그룹 측에서는 2016년 전망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매우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는데 계절적 요인이 얼마나 클지는 잘 모르지만 아래 순이익 그래프를 보면 최악은 2015년 4분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머스크 순이익 추이와 세계 교역량 증가율 추이

 

혹독한 구조조정과 이어지는 치킨게임

 

머스크는 컨테이너 당 운송료가 100 달러 떨어지면 연말까지 8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1분기 컨테이너 운송료는 2,493 달러에서 1,857 달러로 주저앉았습니다. 

그럼에도 머스크 라인의 경쟁력은 아직 타사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2015년 말 시점으로 머스크 라인의 영업마진율은 경쟁사 보다 5% 포인트나 높다고 합니다. 물론 머스크 라인의 상대적 우위는 유가 하락에 보다 취약한 구조로 인해 최근 거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답니다. 

머스크 라인은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4천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선박의 크기를 대형화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편 머스크 라인의 경쟁사들인 일본의 Kawasaki Kisen Kaisha Ltd, Mitsui O.S.K. Lines Ltd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대규모 적자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두 회사들은 WSJ의 기사에서는 정부 손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머스크의 최대 컨테이너 선인 Triple-E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기 비교

 

개인적 생각이지만 머스크 라인의 입장에서는 경쟁력에서 밀린 해운회사들이 퇴출되어 세계적 과잉 공급이 해소되면 이 지독한 불황의 끝이 보인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까지 선발주자를 쫓아오면서 보조금이라는 반칙을 마다하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이 과연 세계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에 순순히 동참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사회적 충격이 클 것이 뻔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의 퇴출보다는 보조금을 통해 어떡하든 버티다가 세계 교역이 되살아나면 다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떨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어쩌면 보조금까지 총 동원한 극한의 치킨 게임 속에 덴마크판 재벌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머스크 가문이 더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각국을 기술혁신 기여도(X축, R&D 투자, 특허, 법인세 등)와 기술혁신 잠식도(Y축, 진입장벽, 보조금, 지적재산 도용 등)로 표시한 산점도를 그려보면 아시아 공업국가들은 기술혁신 기여도가 높지만 보조금 지급이나 지적재산 도용 등으로 인해 기술혁신 잠식도도 높은 편입니다. 일본과 대만이 그나마 기술혁신 잠식도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이들도 국가주도의 경제가 다시 강화되는 느낌입니다. 


* BDI 추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초보저그
16/05/08 10:36
수정 아이콘
기술혁신 기여도 잠식도에서 우리나라 위치가 눈에 띄네요. 기술혁신 기여도에서 top급이면서도 잠식도에서도 상당히 나쁜 점수를 받고 있군요.
띵크앤액션
16/05/08 10:39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영원한초보
16/05/08 11:02
수정 아이콘
한국은 참 특이한 케이스네요
우리는 공적 자금 투입 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한진해운은 정말 아닌 것 같고
일단 책임의식 없는 업주들은 다 퇴출 시켰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자금 투입 명분이 생기죠.
전원책 말로는 정부 컨트롤 타워기 없다는데
박근혜는 또 한번의 골든 타임과 실패시 해체를 이야기할지 궁금하네요
16/05/08 11:08
수정 아이콘
보조금이 높을수록 잠식도가 큰 건가요?
기술 혁신 기여도는 기술 혁신을 위해 국가가 어느 정도의 혜택을 제공하는지인 것 같은데
잠식도의 측면에서 보조금이 높은 것이 혁신을 잠식한다고 봐야하는지 아니면 보조금 지원이 없는 것을 잠식이라고 봐야 하는지가 파악이 안되는 군요.

대부분 1,3 사분면에 위치해 있는데 잠식의 의미를 알아야 이 해석을 국가의 정책이 혁신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 아니면 잠식을 막아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택일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기술혁신에 있어서의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으로 볼 것인지를 알 수 있을 듯 해서요.
santacroce
16/05/08 11:19
수정 아이콘
기술혁신 잠식도 지표의 취지는 보조금, 지적재산 보호 등에서 취약할 수록 기술혁신잠식도의 값은 하락합니다. 한국 그리고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일본, 대만 등은 보조금을 주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선진국 기술을 베끼는 등 기술혁신을 방해하는 면이 강했다는 분석입니다.
Arya Stark
16/05/08 11:15
수정 아이콘
요즘하는 생각중에 자본주의를 통한 경제의 성장의 원인이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경쟁을 부추겨 이루어 진것이라면

더이상 자본주의가 경쟁에 의한 욕구충족을 보장하지 않는 다면 결국 다른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데 마지막 그래프와 설명에서 봤을때

우리나라의 상황이 제가 생각하는 시점에 이미 도달해 있는것 같네요.
RedDragon
16/05/08 11:49
수정 아이콘
제가 종사하는 분야의 글이라니 반갑네요. 일단 추천 한방~!
개인적인 생각으로 해운업의 불황은 각 해운업 경영진들의 전략 실패도 한몫 한다고 봅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선박 운영의 주요 비용인 유류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거죠. 그런데 과잉경쟁으로 인해 유류비 감소로 인한 이득보다 운임비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줄은 생각을 못한 것 같습니다.
치킨게임이 시작됬고, 그 여파로 세계 1위의 머스크조차 지표가 좋지는 못하네요.
물론 국내의 2대 선사는 심각할 정도의 손상을 입었지만요..
santacroce
16/05/08 12:06
수정 아이콘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다만 글 맨 밑에 추가로 올린 BDI 추이를 보면 과연 누가 이런 급변동(고점 대비 95% 히락)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듭니다. 물론 경영진이 잘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RedDragon
16/05/08 12:14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결론을 가지고 비판하는건 쉬우니깐요. ^^; 다만, 해운업은 반도체 산업처럼 침체기와 호황기가 번갈아 가며 오는 특징이 있(었)는데, ~08 년 쯤까진 호황기였다가 약 5년여정도 침체기를 겪는 와중에 유가가 하락하는 등의 반등지표가 있자 선박을 발주하는등 무리수를 두는 선사가 많았죠... 이리 될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마는 결과가 폭망이라.. ㅜㅜ
16/05/08 12:37
수정 아이콘
엌... 옛날에 제가 항구에서 작업해 본 배네요 카르스틴 머스크... 저 배 한번 들어오면 24시간 작업이 강제보장되는 지옥같은 때가 있었는데...
16/05/08 13:31
수정 아이콘
믿고 보는 santacroce님~
대치동박선생
16/05/08 13:36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조선업에선 중국이 상당히 발달한 걸로 알고 있는데 해운쪽에선 주요 순위권 기업이 없는 이유가 있을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109 [일반] 이 할아버지들의 노래가 슬픈 이유: Aberfan 참사 50주년 [2] santacroce5207 16/10/24 5207 9
67292 [일반] 프리다, 도망쳐! 나르비크에서 온 소녀 이야기 [3] santacroce5885 16/08/28 5885 11
65970 [일반] 브렉시트(Brexit): 런던의 패배, 나홀로 번영의 비극적 결말 [80] santacroce14047 16/06/26 14047 45
65605 [일반] 기본소득제의 활발한 논의를 위하여 [58] santacroce11328 16/06/06 11328 26
65053 [일반] 덴마크와 스웨덴의 정실자본주의는 왜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24] santacroce9884 16/05/08 9884 5
65047 [일반] 해운업 제왕 머스크의 경영상태 그리고 국제적 치킨게임 [12] santacroce10936 16/05/08 10936 20
64853 [일반] 지금 영국 의사들은 전면 파업 중(응급실, 중환자실 포함) [215] santacroce17744 16/04/26 17744 5
64780 [일반] 나우루 공화국 이야기: 어떤 공동체의 타락과 그 이면 [27] santacroce8876 16/04/22 8876 50
64756 [일반] 왜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은 끝없이 추락할까? [16] santacroce10105 16/04/21 10105 15
64734 [일반] 금수저 국가들의 어두운(?) 미래: 동아시아 환상과 의사라는 직업의 한계 [30] santacroce10222 16/04/20 10222 19
64714 [일반] 쉽지 않은 이슈: 합리적 잔혹, 존엄사 허용 [4] santacroce5054 16/04/19 5054 10
64706 [일반] 15배 대박 투자의 비밀: 엘리엇의 아르헨티나 투자 이야기 [11] santacroce6348 16/04/19 6348 9
64683 [일반] 소득 양극화의 이면 세금의 양극화: 점점 부자에 의존하는 정부 [8] santacroce6092 16/04/18 6092 7
64658 [일반] 샌더스 후보의 의료개혁 고찰: 중산층 연대가 가능할까? 2 [5] santacroce3834 16/04/17 3834 12
64657 [일반] 샌더스 후보의 의료개혁 고찰: 중산층 연대가 가능할까? 1 [2] santacroce5610 16/04/17 5610 8
64652 [일반] 의료비 급증의 시대 [23] santacroce10178 16/04/16 10178 3
64647 [일반] 폴란드 추가 소식: 스파이가 된 바웬사와 인종주의 물결 [14] santacroce5092 16/04/16 5092 6
64646 [일반] 복수는 나의 것! 과거사와 음모론에 빠져버린 공화국 2 [12] santacroce4060 16/04/16 4060 12
64645 [일반] 복수는 나의 것! 과거사와 음모론에 빠져버린 공화국 1 [1] santacroce5652 16/04/16 5652 7
64634 [일반] 세상은 정말 좋아졌을까? 저개발국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 [7] santacroce6661 16/04/16 6661 13
64619 [일반] 경제성장을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 이야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106] santacroce12788 16/04/15 12788 54
64610 [일반] 부자가 가난한 자보다 15년을 더 오래 사는 나라 그리고 뉴욕 [14] santacroce9464 16/04/14 9464 14
64593 [일반] 만약 스웨덴이 미국의 한 주가 된다면? 더욱 발전하는 미국 그러나... [24] santacroce9790 16/04/13 9790 2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