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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30 00:24:11
Name 이치죠 호타루
Subject [일반] 철도망으로 보는 우크라이나
이거 자칫 잘못하다가 내가 게임 게시판에서 선동에 장판파 더블 어그로를 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일단 머리를 식히고 주제를 전환하는 차원에서(...) 투고하고자 했던 글을 써 봅니다. 오늘은 좀 짧으려나요.

뭐 뉴스가 하도 많이 나왔으니 다들 기억들 하시겠습니다만 우크라이나에서 크림 반도가 떨어져나가 러시아에 가서 찰싹 붙은 것은 역시 2014년과 2015년을 아우르는 대사건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로 잠입한 러시아 특공대원이 페북에 글을 올려서 난리가 나네 마네 했던 일도 있었죠. 사실 근데,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와 도네츠크 - 루간스크 일대가 날아간 게 면적상으로도 그리 크지 않고(물론 한 국가의 영토가 날아간다는 시점에서 이미 대사건이긴 합니다만),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래? 날아가면 날아가는 거지 뭐... 역사성도 있다는데..." 하는 다소 심드렁한 반응을 당시에 보였었거든요. 그러다가 최근에 우크라이나 쪽의 지도 번역작업을 마치고 나니까 눈에 확 티가 나는 겁니다. 아 우크라이나 진짜 제대로 한 방 먹었구나.

잡설이 긴 건 좋지 않으니 이 분쟁의 배경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스탈린이 죽고 난 후에 일련의 권력 투쟁 과정을 거쳐서 장기간의 독재에 성공한 인물은 니키타 흐루쇼프였습니다. 옛날 책을 쓰신 분이라면 흐루시초프라는 이름이 좀더 익숙할 테구요. (이걸로 아재와 비 아재의 구분이 가능하려나요?) 이 사람이 출생한 곳은 황당하다면 황당하게도 러시아의 쿠르스크였습니다. 거긴 지금도 명백히 러시아 땅이죠.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위키백과를 두번 세번 확인해봤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그러나 확실하게 러시아 땅인 쿠르스크 오블라스티(우리로 치면 쿠르스크 도쯤 되겠네요)의 칼리놉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더군요. 왜 황당하다고 하냐면, 오늘날 이 사단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 인간이라서 그래요. 러시아에서 태어난 주제에 우크라이나에 뭔 제스쳐를 저렇게 크게 취했나 싶어서 말이죠. 아무리 우크라이나의 고위직까지 갔어도 그렇지.

이 양반이 권력을 잡고 1954년에 "내 우크라이나에게 선물을 주겠소" 하면서 크림 반도를 뚝! 떼어서 당시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에서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넘겨줍니다. 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한 몸이 된 지 300년을 기념하는 일이라면서 넘겼다나 어쨌다나... 자기가 우크라이나의 수뇌부에 있어서 애착이 있었다나 어쨌다나... 그 와중에 크림 반도에 정박해 있던 함대까지 넘겼죠. 아무튼 이게 뒷날의 불씨가 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인종 구성을 보면 우크라이나로 넘어 온지 50년이 되어 가는 2001년에도 크림 반도의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인의 비율은 70%를 넘었고, 인근의 대도시이자 현 크림 공화국의 수도인 심페로폴의 러시아 인의 비율도 2/3에 달했습니다. 그러니 넘어가기 이전, 더구나 거주이전의 자유조차 없던 시절에는 얼마나 많은 러시아 인들이 있었을까요.

안 그래도 가뜩이나 복잡하던 인종 문제에 우크라이나 자체의 지리적 특성 - 서쪽의 유럽, 동쪽의 러시아 - 까지 겹쳐져서, 우크라이나가 친서방파와 친러파로, 아예 반으로 쫙 찢어지려다가 동부 일부는 러시아로 넘어가고 일부는 제압당한 게 우크라이나 사태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크림 공화국의 경우는 러시아가 역사적으로 자기 땅이었다고 주장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기도 했고... HoI2로 치자면 National Province라는 느낌이죠. 그게 2014년의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Owned Province와 Controlled Province로 떨어진 거구요.

그 반도 하나 넘어가고 동부가 난리가 난 게 뭐 그리 대수냐 싶었는데... 다시 말합니다만 철도망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 이겁니다.



그러면 철도망을 봅시다.


자료출처 http://www.parovoz.com/maps/supermap/ (이거 사이트가 열리려나 모르겠는데 러시아발 IP로 우회하니까 접속이 되기는 되더군요)
아직 번역 작업 한참 남았으니 함부로 외부에 퍼 가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쓰고 보니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급한 대로 추가한 버전. (다른 지도보다 크기도 큽니다.)

좀 많이 복잡하실 겁니다. 그래서 부연 설명을 해 드리자면...

1) 우크라이나의 면적은 남한의 여섯 배에 달합니다. 그러니 우리 나라처럼 철도청 하나에서 모든 걸 관리하기는 사실 버거운 시스템이라, 소련 시절부터 내려오던 철도총국을 여섯 개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건 후술. 하늘색 굵은 선은 이 철도총국의 경계를 말합니다.
2) 지도에서 큰 동그라미는 차량기지가 있는 곳입니다. 차량기지의 입지 조건을 생각해 보면 웬만해서는 종점 혹은 큰 대도시에 있다고 봐도 딱히 무리는 없습니다. 즉 큰 동그라미면 대체로 높으신 몸들이라는 거죠(예외도 꽤 있긴 합니다만). 아, 예외적으로 세바스토폴의 경우는 차량기지는 없지만 해군기지가 있는 관계로 큰 동그라미를 쳐 놓았습니다.
3) 보라색 선은 비전철, 녹색 선은 교류 전철화, 파란색 선은 직류 전철화된 선로입니다.
4) 이중 선은 최소 복선 이상, 단일 점선은 멀티게이지 레일(표준궤도 러시아 광궤도 다닐 수 있는 단선 철도)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의 영향을 받았고 그 이전에 러시아의 영향도 받았기 때문에 러시아와 호환되는 1,520 mm 러시아 광궤를 채용합니다.
5) 색깔이 연한 것은 화물차만 다니는 선로...인데 여기는 딱히 별 거 없군요.

철도총국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1) 가장 서쪽의 노란색 - 리비우 철도국(Lvivska Zaliznytsya). 리비우 역 지휘.
2) 바로 옆의 회색 - 남서부 철도국(Southwestern Railways, Pivdenno Zakhidna Zaliznytsya). 키예프 역 지휘.
3) 남쪽의 보라색 - 오데사 철도국(Odeska Zaliznytsya). 오데사 역 지휘.
4) 동쪽의 청록색 - 남부 철도국(Southern Railways, Pivdenno Zaliznytsya). 하리코프 역 지휘.
5) 그 아래쪽의 노란색 - 드네프르 철도국(Near-Dnipro Railways, Pridnyprovska Zaliznytsya).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역 지휘.
6) 동쪽의 검은 박스 - 도네츠크 철도국(Donetska Zaliznytsya). 도네츠크 역 지휘.
7) 남쪽의 하얀색 - 크림 철도국(Krymskaya Zheleznaya Doroga). 심페로폴 역 지휘.
서쪽의 설명 안 한 부분은 몰도바입니다. 워낙 작아서 미리 번역을 끝낸 게 화근이었나... 하여간 나라가 다르니 패스.

하나하나 이야기하죠.
1) 리비우 철도국 - 이 일대가 바로 폴란드가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으로 삥 뜯겼던 바로 그 지역입니다. 리비우(리보프), 테르노필(타르노폴), 스트리, 코벨 등등... 총연장 4,521 km.
2) 남서부 철도국 - 왜 남서부냐면, "유럽의 소비에트를 놓고 봤을 때"(정확히 말하면 모스크바) 남서부라서 그래요. 주 도시는 키예프. 북쪽에 체르니히우(Chernihiv)라는 도시가 있는데 여기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선로가 그 유명한 체르노빌로 이어지는 곳입니다. 지도에서 보듯이 방사능 낙진이 남쪽으로 날아왔으면 키예프 자체가 박살날 뻔한 대위기였죠. 북쪽으로 바람이 불어서 망정이지(근데 이 때문에 엉뚱하게 벨로루시가 완전히 피봤죠). 총연장 4,668 km.
3) 오데사 철도국 - 항구 오데사가 있다는 점 빼고는 딱히 특기할 만한 점이 없군요. 굳이 따지자면 오데사가 희한하게도 우크라이나 인이 많으면서 친 러시아 성향을 띄고 있다는 점 정도? 총연장 약 4천 km.
4) 남부 철도국 - 역시 유럽의 소비에트를 놓고 봤을 때 남쪽이라 남부 철도국입니다. 하리코프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죠. 총연장 약 3천 km.
5) 드네프르 철도국 -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자포로제, 크리보이 로흐 등등 꽤 굵직한 도시들이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호이2에서 독일이 바르바로사를 발동했을 때 스탈린이 발전소와 공업단지 및 인프라 박살내고 튀는 도시가 바로 여기였을 겁니다. 총연장 3,275 km.
6) 도네츠크 철도국 - 아예 검은 박스로 두고 다른 곳에다가 따로 역명을 적어야 했을 정도면 얼마나 많은 철도가 뒤엉켜 있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가 아예 떨어져나가는 통에 철도국이 문을 닫았고, 러시아로 못 넘어가고 남은 떨거지 역들은 드네프르 철도국에서 관리 중입니다. 원래 2,927 km를 관리했었다는군요.
7) 크림 철도국 - 주의깊게 읽으셨으면 음차한 영문 표기가 여기만 좀 달랐음을 아실 수 있는데, 이게 원래 드네프르 철도국 소속이었다가 러시아로 넘어가면서 러시아에서 아예 철도국을 하나 세워버려서 그렇습니다. 일련의 사태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러시아에서도 이 일대의 표는 예매가 안 됩니다. 즉 올스톱 상태. 총연장 1,325km.

이제 실감이 가시는지요. 우크라이나에 버젓한 항구 도시라고 있는 게 오데사와 세바스토폴이었는데(케르치는 반대편이 너무 가까워서 패스) 그 둘 중 하나가 넘어갔고, 동쪽으로 갈수록 조밀해지는 철도망인데(각 철도국 관할 철도망 길이와 면적을 비교해 보시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바로 그 동쪽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게다가 하리코프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쪽은 친러시아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편이고, 실제로 하리코프도 러시아로 넘어가려다가 초기에 진압당했죠. 하리코프 -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라인 동쪽이 우크라이나 경제의 75%를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철도망으로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돈줄이 있어야 철도망을 깔죠.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얼마나 뼈아픈 손실이었겠습니까.

영토가 넘어가는 것 자체도 뼈아프지만, 그 영토에 기반 시설이 좍 깔려 있다면 그건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로 치자면 이런 격이에요. (물론 임나일본부설이 옳다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적절한 예시를 찾을 수 없어 별수없이 씁니다) 영남권에서 임나일본부설을 바탕으로 우리는 역사적으로 일본 땅이었으니 이제 일본으로 넘어가겠다 해서 부산은 아예 일본의 한 영토가 되었고 창원-울산-포항을 잇는 남동임해공업단지는 독립을 선언한 후 일본에서 이들의 독립을 승인해 봤다고 상상해 봅시다. 얼마나 골때리는 일입니까? 문제는 우크라이나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는 거죠.

당연히 이 일대는 죽고 싶지 않으면 가지 말라는 여행경보 3단계(크림, 도네츠크)가 떨어진 상태고, 나머지도 목숨 보전하기 쉽지 않을걸 정도의 뉘앙스인 여행경보 2단계(나머지 우크라이나 전 지역)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 해결이요? 지금 전쟁만 잠시 멈췄다 뿐이지 요원~한 일이죠. 가히 시한 폭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듯하네요. 어서 빨리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깊은 바램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2차대전 전쟁터 돌아보면서 세바스토폴 요새와 항구는 꼭 내 눈으로 봐야 하는데(...) 여기가 바로 그 먹어랏 구스타프의 현장 아닙니까.

헌데 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부분이 역사성, 구성 인종 문제에 먹음직스러운 돈줄까지 있다 보니 제가 나이들어 죽기 전에 해결되는 모습을 보기에는 영 그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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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시모
16/03/30 00:27
수정 아이콘
철도라는 게 어떤 식으로든 나라,국민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건데 그게 저렇게 절딴이 나버렸으니..--;설사 소요사태가 좀 진정된다 한들 그리 쉽게 일어서진 못하겠네요
이치죠 호타루
16/03/30 00:30
수정 아이콘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크림은 됐다치고 제발 도네츠크만이라도 이러고 있을지도 모르죠. 저거 그대로 러시아 손에 넘어가면 우크라이나는 금싸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은싸라기 정도는 되는 땅을 눈 뜨고 잃는 판인데요.
나이트해머
16/03/30 00:43
수정 아이콘
한방 먹었다... 는 러시아가 먹은 거죠. 현재는 루간스크 도네츠크 기반시설 초토화되고 경제는 리바우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라서.
우크라이나의 반러감정이야 대기근 이래로 언제나 있어왔지만 전략적 가치가 상당한 덕에 러시아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절제한 푸틴의 군사개입 결과 앞으로 한세대 정도는 키예프는 강력한 반러의 요새가 될 판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동서대립구조는 구소련 시절부터 중공업의 메카로 양성된 도네츠크-루간스크와 폴란드와의 강한 연결성을 토대로 IT기술 및 우크라이나 민족정신의 모태가 된 리비우(서부지역은 구소련 당시 의도적으로 공업화에서 배제되자 교육분야를 장악해 할리치-볼하니아 왕국을 시초로 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역사를 창시하다시피 해 가르친 게 지금의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정체성을 만듬)의 대립이었고 도네츠크-루간스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리비우의 압승으로 끝나버린 판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부통령 왔다가면서 쌈짓돈으로 20억달러씩 쥐어주고요.
이치죠 호타루
16/03/30 00:46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정치적으로야 아예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손에서 떨어져나가버리게 만든 판이니 러시아가 크게 먹은 거죠. 하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눈 뜨고 동쪽의 산업시설을 잃은 판이니 딱히 우크라이나가 남는 장사를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저는 미국이 돈을 쥐여줄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나이트해머
16/03/30 00:59
수정 아이콘
미국이 돈으로 때려박는 거 보면 좀 무섭습니다. 시리아에 시끄럽게 왁자지껄하고 최우선순위가 시리아인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돈 붓는건 우크라이나에 더 붓죠. 러시아가 30억달러 정도 빌려준 거 갚으라 외치는데 미국이 지원해준 게 그걸 넘습니다. 거기다 우크라이나는 결국 러시아에게 빌린 돈을 안갚았는데(거의 공공연하게 '돈은 있는데 왜 러시아에게 돈을 갚아야 해?' 이러고 강짜를...) 러시아가 이게 말이 되냐며 IMF보고 우크라이나에게 돈갚으라 하라고 항의했지만 IMF가 미국 눈치보면서 어물쩍 어물쩍 거리는 바람에 돈 떼이게 생겼다는 일도 있고요(2015년 겨울에 이상태였는데 아마 지금도 계속 그대로일 겁니다) 미국은 직접 돈 쥐어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바셰그리드 국가들(뭐 실질적으로는 폴란드와 아이들 레벨이지만)도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있는 등 간접적으로도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죠.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경제지원 댓가로 요구한 여러가지 조건들 덕에 보수적이고 종교적이라는 우크라이나가 동성결혼을 허용한다거나 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지만...

대충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공식적 입장은 크림반도까지 되돌려라,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실질적 입장은 크림은 별수 없지만 돈바스는 돌려놔라, 인데 이게 또 도네츠크는 몰라도 루간스크는 돌려줄 수도 있지 필요없어 하는 식의 협상놀음이 이어져서 어떻게 갈지는 모릅니다. 정말로.
이치죠 호타루
16/03/30 01:11
수정 아이콘
우크라이나가 디폴트 선언하네 마네 하던 게 이 이야기였나 보군요. 디폴트면 말 그대로 배쨰라 아닙니까.

이거 어째 마셜 플랜의 재림을 보는 듯하군요. 서방이야 뭐 애초에 동유럽의 주도권을 놓고 러시아와 다투던 판이었으니 우크라이나에 투자해서 별로 딱히 손해볼 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했던 이후로 25년인가 그렇다고 해도 크림 반도는 우크라이나가 독립하던 순간부터 함께했으니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공식적 입장에도 명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죠. 영문 위키피디아에도 de jure라고 되어 있더만요. 물론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내줄 리는 없다고 보고... 결국 현실적으로는 말씀하신 대로 내전으로 맛이 간 도네츠크-루간스크 땅이라도 받아내느냐 마느냐의 싸움이 될 테고 줄다리기를 하겠죠. 여기까지는 말씀하신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였구요.

넓이도 넓이거니와 흑해의 주도권, 좀 넓게 보자면 캅카스 일대의 주도권, 그리고 미국의 위상 등을 감안해 보았을 때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 쪽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뭐로 보나 시리아보다 얻어갈 게 훨씬 많죠. 돈이 그쪽으로 들어가는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미국은 모든 걸 돈으로 이야기하려는 판인 것 같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먹은 돈을 러시아 편에 붙으려고 반란 일으켰던 하리코프나 오데사에 주기는 싫으니 리비우 일대에다가 투자하는 게 실리도 있고 모양새도 그럴듯하고, 그렇게 동서간의 경제력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정말 걷잡을 수 없겠네요. 러시아 입장에서도 뭔가 좀 그럴듯하게 하고 싶긴 할 텐데 얘들은 현실은 크림 반도를 지원하는 것도 쩔쩔매고 있으니...
피아니시모
16/03/30 01:37
수정 아이콘
확실히 어떤 복서 말대로 세상이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만한 게 없다는 게 여기서도 드러나는 거 같아요(..)
거기다 러시아는 .. 저번에 자게에서 보니깐 여러모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못한 거 같던데 그게 크림반도에도 영향이 크게 미치려나요?
이치죠 호타루
16/03/30 01:43
수정 아이콘
애초에 그쪽에 돈을 못 쥐여주고 있습니다. 시설을 국유화를 하네 어쩌네 하면서 돈을 쥐여주지 않아서 크림 반도의 생활수준이 오히려 내려갔다는 이야기조차 나오고 있더군요. 게다가 영토가 떨어져 있는 게 의외로 골치로 작용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케르치 쪽에다가 다리를 짓네 마네 하는 모양이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 짓죠. 그렇다고 거기(크림 반도)에서 돈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거기는 우크라이나 지역치고는 희한하게도 평원이 아닌 구릉지 일대라서 흑해 휴양 관광업으로 먹고 살았던 동네거든요. 근데 전쟁이 났고 거기 가면 목숨이 간당간당한 판이니 어디 관광객이 들어올 리가요. 결국 러시아가 돈을 퍼다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러시아가 경제난을 겪고 있는 판이니 크림 지역은 두 배로 골치죠.
피아니시모
16/03/30 02:07
수정 아이콘
결국 크림사태 초기엔 뭐 푸틴이 오바마에게 한방먹였다 뭐다하면서 미국이 망신을 당했네 뭐네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였던거네요
러시아야말로 오히려 그로 인해 경제제재를 받았고 거기에 더해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잘못했다간 정말 큰일나겠네요 허허
이치죠 호타루
16/03/30 02:12
수정 아이콘
우크라이나만 불쌍하게 됐죠 뭐... 음모론 제기하려고 친다면 이거슨 우크라이나를 제물로 한 오바마의 빅픽쳐...
어차피 전쟁이고 냉전이고 모든 건 머니 게임이라는 교훈이 다시 한 번 나오겠구나 싶긴 합니다. 근데 또 모르죠. 미국 대선이 끝나고 뭔 일이 벌어질지...;
달과별
16/03/30 02:55
수정 아이콘
푸틴이 크림반도에 신경을 엄청 쓰고 있는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나 페테르부르크의 항공편 수를 보면 일일 심페로폴행이 소치행보다 5-10편가량 많을 정도입니다.

러-우크라이나 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우크라이나고 두번째로는 소치라는 이야기가... 나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며 시설 기반으로 관광객을 늘리나 했더니 갑자기 크림반도가 갑툭튀해서 푸틴이 밀어주니 찬밥으로 전락...
달과별
16/03/30 03:10
수정 아이콘
작년에 우크라이나 2번 다녀와서 느낀거지만 키예프 서쪽으로는 경보 2단계 국가는 아니라고 봅니다. 키예프 중심가에 영정사진이 쫙 깔려있는것부터 분위기가 다운되긴 합니다만... 리비우는 전쟁중인 나라라고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구요.

하리코프가 구소련 및 CIS 철도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던 도시였는데요. 중앙아시아 최대도시 타슈켄트를 비롯한 구소련 중앙아 수도도시들에서 철도로 직통이 되는 도시였거든요.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를 가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곳이었죠. 지금은 우회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치죠 호타루
16/03/30 07:23
수정 아이콘
하리코프의 경우는 소련 시절부터 공업도시로 육성된 도시다 보니 상당히 중요한 도시였다 할 수 있겠네요. 공산주의 유머 중에 "동무들이 비행기를 가지게 되면 이제 하리코프로 날아가 성냥공장에서 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뭐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하리코프가 중요한 도시라는 반증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Surrender
16/03/30 08:19
수정 아이콘
같이 일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친구가 하는 말이, 폴란드를 가려면 중간에 국경에서 협궤 변경(?) 작업이 있다고 하더군요. 흥미로웠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16/03/30 08:21
수정 아이콘
그 협궤 변경 작업이라는 게 진짜 협궤를 굴린다는 게 아니라 러시아 광궤(1,520 mm)를 표준궤(1,435 mm)로 줄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일 겁니다. 폴란드는 딱 한 노선을 제외하고 죄다 표준궤로 깔려 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한 몸이었던 탓에 러시아 광궤를 채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독소전 당시에 독일군이 철도가 호환이 안 되어서 엄청나게 고생했죠.
Surrender
16/03/31 06:12
수정 아이콘
네 오늘 물어보니까 뭐 엄청 오래걸리는 작업은 아니고 자다가 가면 모를 수도 있다고 말하네요 흐흐. 바르샤바에서 유학했던 친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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