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모욕 등 개인의 외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를 명예범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명예범죄 관련해서는 법리적으로 몇가지 복잡한 쟁점들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중 전파가능성에 관해서만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구체적인 사례에서 전파가능성이 어떤 기준으로 인정되는지가 중점이 될 것입니다.
(그 외의 모든 쟁점은 일단 무시하고자 합니다)
2. 명예범죄 기본체계
명예범죄는 크게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나뉩니다. 양자의 구성요건은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1) 명예훼손: 피해자특정+공연성+사실적시+명예침해+고의
(2) 모욕: 피해자특정+공연성+사실적시 아닌 표현행위+명예침해+고의
명예훼손에서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 경우는 허위명예훼손이 됩니다.
(3) 허위명예훼손: (1)+허위성+허위적시 고의
또한 출판물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로서 비방목적이 있는 경우는 각 출판물 명예훼손, 정통법 명예훼손이 됩니다.
출판물 명예훼손, 정통법 명예훼손을 한 자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는 각 출판물 허위명예훼손, 정통법 허위명예훼손이 됩니다.
(6) 출판물 허위명예훼손: (3)+(4)
(7) 정통법 허위명예훼손: (3)+(5)
3. 공연성, 그리고 전파가능성
위에서 보신대로 '공연성'이라는 것이 모든 명예범죄의 기본구성요건이 됩니다.
즉 공연성이 없으면 명예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연성의 의미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이 당해 표현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입니다.
공연성이 없는 가장 원칙적인 경우가 피해자 본인에게만 말을 한 경우입니다.
가령 가해자가 피해자하고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피해자가 여러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음을 적시하며 걸레라고 말을 했다면
공연성이 없어 명예훼손, 모욕 모두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피해자가 스스로 떠들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래에서 이 문제를 다룹니다.)
그런데 만약 가해자가 한명 또는 소수의 제3자에게 위의 얘기를 해버린 경우는 어찌 되는지가 문제됩니다.
학계 통설이 취하는 '직접인식가능성설'는 표현행위 그 자체가 직접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의 인식가능성(즉 공연성)을 유발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특정한 3자에게 저렇게 얘기를 한 경우는 그냥 공연성이 없다고 보게 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가 취하는 '전파가능성 이론'에 의하면 그렇게 딱 잘라 단정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단 한명에게만 말했더라도 입에서 입을 타고 온 세상이 이 사실을 알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능성이 인정되는 한 공연성도 있다고 보게 됩니다.
통설에 의하면 한명 또는 소수의 특정인들에게 발언을 한 것은 그냥 무죄가 됩니다.
그러나 판례에 의하면 위 특정인들이 입을 닫아줄만한 사람인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면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공연성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게 됩니다.
반면 어떤 식으로든 입을 닫아줄만한 사람에 해당한다면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과연 누가 그런 사람에 해당하는가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4. 구체적 사례
(1) 피해자의 가족, 친척
피해자의 가족은 가장 대표적으로 입을 닫아줄 만한 사람에 해당됩니다.
단적으로 피해자의 남편(89도886), 피해자의 어머니(2010도7497) 등에서 이런 사례가 발견됩니다.
한편 피해자의 친척 한명에게 피해자의 불륜사실을 말해준 경우(81도1023)에서도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친족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습니다.
한편 일가친척끼리 모여 말다툼을 하는 경우에도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본 사례도 발견됩니다.
가령 결혼생활이 파탄나서 양가가 모여 말다툼을 하는 도중
남자 측 부모가 여자측 친척들이 보는 앞에서 여자 측 부모에게 험담을 한 사건에서 전파가능성이 부정됬습니다.
(83도49. 유사한 사례로 82도371도 참조.)
(2) 피해자의 친구
피해자의 친구도 입을 닫아줄만한 사람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령 피해자와 이혼소송중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써준 피해자의 친구에게 사실을 알리려고
명예훼손적 사실을 담은 서신을 보낸 경우(99도4579) 위 서신은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소개받은 친구에게 피해자 험담을 했으나
위 친구는 이 사실을 10달 간 함구했다가 피해자에게만 귀띔해준 사건(2006도4407)에서도
가해자의 험담은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3) 피해자와 같은 세력
정치, 종교 기타 이유로 피해자와 같은 세력 등에 속한 사람의 경우도 위와 같게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구원파에 적대적인 신학과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는 구원파 신도들이
신앙상담을 받겠다며 위 교수로부터 일부러 구원파를 공격하는 발언을 유도한 경우(94도3309)
구원파 신도인 위 사람들만이 그 발언을 들었던 이상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신임 조합장인 가해자가 전임 조합장인 피해자의 측근에게
조합 이사회가 피해자를 불신임하게 된 이유로 여자관계 문제가 있었다는 발언을 한 경우(89도1467)
가해자의 위 발언엔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4) 기자
소위 신채호 친장손 사건(99도5622)에서 대법원은 기자에게 발언한 경우는
기자가 기사를 쓰지 않는 한 공연성이 없음이 원칙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소위 '특종'을 터뜨리기 위해 기삿거리를 숨겨두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참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판결에 대해선 학계의 비판이 강합니다.
쉽게 말해 기자도 사람이니 술자리에서 까발린다든가 할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당해 기삿거리가 어느 정도의 물건인지(따라서 기자가 말을 아낄 유인이 있는지)가 부가적인 기준이 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5) 별 관계 없는 경우
앞서도 언급된 89도886 판결 사안에선 피해자의 남편 외에 피해자와 별다른 인간관계가 없을법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 사람들에 대한 가해자의 발언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외 66도787 판결에서도 위와 유사한 설시가 보이는데
이건 마치 대법원이 피해자와 별 관계없는 3자에 대한 발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연성이 없다는 태도를 취한 듯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의 주류는 별 관계 없는 3자에 대한 발언의 전파가능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네사람 두명에게 피해자가 딴 놈과 약혼하기 전 자기하고 가까웠고 같이 자기도 했다고 발언한 경우(68도1569)
피해자와 같은 교회를 다닐 뿐인 3인에게 발언한 경우(85도431)
같은 교회를 다니는 15인에게 명예훼손적 출판물을 나눠준 경우(83도3124)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자가 전과가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 경우(92도455)
블로그에 연재중인 꽃뱀이란 소설의 주인공이 누군지 귓말로 물어보면 알려주겠다고 한 뒤 실제로 독자에게 알려준 경우(2007도8155) 등이 있습니다.
(6) 특수 사례
1) 83도2222
가해자가 피해자의 시어머니 및 동네사람 1인에게 피해자의 불륜 사실을 발언한 사안입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는데 동네사람이 1명 끼어서 그런지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불륜사실을 입다물어줄 사람이 아니란 것인지 판결문 내용만으론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굳이 따지면 동네사람이 1인 끼어서 그랬다고 보는 것이 좀더 정합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2) 2010도8265
가해자가 아파트 운영과 관련하여 피해자와 분쟁하던 중 이를 중재하려던 이웃주민 1인과 만난 자리에서
위 이웃주민에게 피해자가 전과자라고 발언했던 사안입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는데
원심이 나열한 사실관계를 보면 위 이웃주민 1은 대체로 중립적이면서 오히려 피해자 측에 기울어 있었던 점에서
평범한 동네 이웃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81도2152
가해자가 어떤 과부를 유혹하려고 멘트를 치는 중
피해자 같은 유부녀도 불륜을 하는데 과부가 서방을 두는게 뭐가 잘못이냐고 발언한 사안입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부정하였던 바 있습니다.
과부가 저런 남새스런 얘기를 굳이 떠들고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과부가 피해자와의 어떤 신뢰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입니다.
4) 85도2037
한 여자가 강간을 당한 뒤 자기 남편과 함께 범인을 찾아가서 욕설을 한 사안이었습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부정하였는데
이 사건에서 남편은 피해자인 강간범과 어떤 신뢰관계가 있다 볼 수 없고
오히려 가해자인 자기 아내와의 관계 때문에 입을 다물 경우였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입니다.
5) 2004도2880
가해자가 피해자가 딴 남자와 붙어먹었다고 피해자에게만 귓속말로 발언하자
피해자가 스스로 3자에게 이를 알려 도와달라고 하고 이에 그 3자가 가해자에게 항의를 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연성을 부정했습니다.
피해자 본인만 발언을 들은 뒤 스스로 타인에게 전파해도 없던 전파가능성이 생기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6) 2010도7497
이 판결은 위에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사실관계가 제법 복잡합니다.
요약하면 학교폭력 사건이 터져 피해학생이 입원한 상태에서
가해자 부모가 피해학생 모친, 모친의 친구, 또다른 가해자 부모가 듣고 있는 중에
피해학생이 정신장애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연성을 부정하여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피해학생 모친은 피해자와 가족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둘에 대한 발언도 공연성이 없다는게 의아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모친의 친구는 모친과의 친분이 두터웠고 실제로 위 발언을 밖에 떠들고 다니지도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고
그리고 또다른 가해자 부모는 합의를 하려고 찾아온 상황인 점에서 이를 밖에서 떠들고 다니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5. 결론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명예범죄는 특정 표현행위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있어야 성립한다.
(2) 판례법에 따라 이러한 가능성은 단 한명에게 발언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3) 단 그 발언을 접한 상대방이 피해자와 가족, 친구 등 친밀한 관계이거나 기타 사정으로 입을 다물 이유가 있을 때는 부정된다.
오늘 뉴스에 나온 장성우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면
피해자 치어리더와 장성우 여자친구 간에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었고
위 치어리더의 남자관계 관련 사건이 터진 이유 자체가 장성우 여자친구가 올린 글 때문이라는 점 때문에
기존 판례에 비추어 장성우에게 공연성이 인정되리라는 것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이었습니다.
달리 다퉈볼 점이 있지도 않았고요.
양형도 둘 다 저지른 만큼 나왔다고 보입니다.
장성우는 명예범죄로 구공판절차를 거친 것 치고 보통 내지 약간 센 처벌을, 여자친구는 아주 센 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 처리에는 무엇보다 피해자 치어리더의 명예 침해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이 주된 고려사항이었을 것입니다.
(참고로 명예범죄는 대부분 구약식절차로 처리되므로, 구공판절차로 처리된 자체부터 죄질이 별로 안좋은 경우로 묶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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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스스로 게이라고 전파할 가능성은 낮기때문에 명예훼손과는 무관합니다. 게이라는게 명예훼손의 대상인지도 애매하고요.
업무방해의 위력으로 보기도 어렵고, 업주가 게이라는 사실이 업무방해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부분도 입증이 애매할겁니다,
결국 그나마 협박죄 정도를 검토해봐야 할듯합니다.
일단 쪽지를 보낸 행위 자체가 형법 상 협박에 해당하고
저런 행위가 계속되면 정통법 상 공포*불안유발 문언 반복전달죄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동네에 까발리는 행위를 실행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업무방해는 허위사실을 적시해야 하므로 해당이 없겠습니다. 그렇다고 저런 행위를 위력의 개념에 포섭하기도 어렵고요.)
만약 그런 글을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올리면 정통법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이런 죄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다 모이면 실형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범죄행위들은 모두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등의 불법행위를 계속하는 경우
중단하는 날까지 매일 일정액의 간접강제금을 부과하는 식의 간접강제명령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는게 정말 충격적이네요.
법을 바꿔야할 사안인거같습니다.
전 학계 통설이 더 맞다고 생각이 되네요.
추가로 사실적시에대한 명훼는 좀더 완화되는게 좋지않을까싶습니다.
저대로라면 예전에 본 어느 이야기중
어느 남녀가 결혼하는데 사실 신부가 성매매로 돈을 벌었던 사람이라고 신랑에게 알려줘서 신랑이 파혼을 요구했다라는게 있는데
이건 법적으로 엮으면 신랑에게 알려준 사람은 신부에대한 명예훼손죄를 범한게 되버리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