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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12 18:28:58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강유에 대한 제 짧은 소견 & 왕평이야기
강유 백약.

일단 강유가 조위에서 무슨관직을 지냈고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정사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강유는 자가 백약이고 천수 기 사람이다. 소싯적 고아가 되어 모친과 함께 살았고 정현의 학문을 좋아했다. 천수군의 상계연으로 임관하였는데 주에서 벽소하여 종사로 삼았다. 강유의 부친인 강경이 예전 천수군의 공조를 지내다 강족과 융족의 반란을 만나 태수를 지키다가 전장에서 죽었으므로 강유에게 중랑의 관직을 사여하고 천수군의 군사에 참여하게 하였다.

강유의 아버지 강경은 이민족의 반란때 상관인 천수태수를 전장에서 지키다가 죽었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후한에는 향거리선제와 함께 벽소라는 그 능력을 인정하여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아버지의 관직으로 추정되는 중랑직과 천수군의 군사업무에 참여 그리고 상계연은 지역의 인구와 특산물의 통계를 내 중앙정부에게 보고하는 직책이고 종사는 주의 각 군현에 있는 인물들을 현지 정보 입수차원에서 채용할때 주는 자리인 만큼 강유의 위치는 천수 인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거기에 당시 옹주자사대리로 있던 사람은 곽회였습니다.

강유의 인생이 확 바뀐 사건이 발생하니 227년 제갈량이 북벌에 나서서 228년 제갈량이 이끄는 촉군이 기산으로 진격합니다. 당시 천수태수로 있던 마준은 옹주자사대리인 곽회와 함께 이 일대를 순행하고 있었고 종사인 강유, 공조 양서, 주부 윤상, 주기 양건은 마준과 곽회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대대로 마초의 일가가 자리를 잡고 영향력을 행사하던 지역이었고, 강족과 저족이 살고 있으면서 촉과 가까웠던 만큼 당연하게도 촉군의 진격에 호응하게 되죠. 낙문까지 순찰하던 둘은 기현이 서쪽에 치우쳐 당연하게 관리와 백성들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까봐 곽회가 임지인 상규지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합류합니다. 그러나 천수태수로서 치소가 있는 기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한 강유에게 강유와 부하 관리들이 배반하려고 한다 여겨 밤중에 곽회와 함께 상규로 가버립니다. 이를 안 강유와 부하들은 그를 뒤쫓아 갔지만 상규성은 성문이 닫혀있고 그들을 거부했고 기성 역시 이들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촉군에 투항합니다.

여기서 주로 인용된 위략을 살펴보면 마준의 발언이 상당히 의미심장 합니다.

마준은 그의 치소인 기현의 지형이 서쪽에 치우쳐있는 점을 염려하고 관리와 백성들이 난을 일으키려 할까 우려하여 곽회를 따라 상규로 떠났다. 이때 강유가 마준에게 말합니다.

강유 : 태수께서는 응당 기현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마준 : 그대들 또한 믿기 어렵다. 모두 적이다.

마준은 아예 자신의 관리구역인 천수군의 사람들을 죄다 적에게 이반한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따라온 관리들까지 적으로 낙인을 찍어버린겁니다. 강유는 어쩔수 없이 집이 기현에 있었던 만큼 군리인 상관자수라는 사람과 함께 기현으로 돌아가죠.

마준이 이 일대의 관리와 백성들을 적으로 낙인찍었다는 소식을 안 사람들은 즉각 촉군에 항복하기로 하고 강유와 상관자수를 추천해 제갈량을 만나보게 합니다.

여기서 기현과 천수 지역사람들이 강유와 상관자수를 자신들의 대표자로 뽑아 제갈량과 협상하려 한 것이죠.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 기현에 입성하기 직전 마속이 가정에서 대패하자 이 지역의 사람들은 다시 조위쪽으로 돌아섭니다. 결국 촉군은 강유와 항복한 이 지역의 대표자들을 데리고 한중으로 퇴각하고, 위군은 기현에 살던 강유의 모친과 처자식을 붙잡았지만 이들을 처벌하지 않고 감옥에 가두어 둔 뒤에 강유를 다시 불러들이려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보면 강유는 천수군이 촉에게 항복할때 조건을 합의하기 위해 보낸 천수군의 대표였지만 이 합의가 끝나기 전 가정에서 마속이 대패하고 촉군이 한중으로 후퇴할 당시 어쩔수 없이 촉으로 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조위의 경우 장특이 말했던 100일이 지나기 전에 항복하면 가솔들을 처형한다 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유의 가솔들이 처형당하지 않고 단순이 투옥된 정도를 감안하면 강유가 이 지역에서 가진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조위는 강유의 어머니의 명의로 당귀를 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데 이는 다시 조위로 돌아올것을 종용하는 것이었습니다만 강유는 이에 대해 원지만 있을 뿐 당귀는 없다고 하며 조위 복귀를 거부하죠. 왜 강유가 거의 반 강제로 천수지역을 대표한 정치대표자로 보내졌지만 상황이 어그러졌음에도 위로 돌아가지 않은 점을 생각해보면 촉에서의 그에 대한 평가나 대우가 무척 두터웠던 데다가 마준과 곽회로 대표되는 위 중앙조정에서 파견된 인사들이 이 지역 향토인사에 대한 관점이 매우 적대적이라는 것이라는 이유였을 겁니다.

여기서 연의에서 비롯된 마속의 "강유질투설"을 논파하는 것이 가능한데, 강유가 항복한 이후 그에 대한 대접에서 마속이 강유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졌고 가정 전투에서 패한 원인이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강유는 당시 투항한 것도 아니었고 단순이 이 지역의 대표자로서 제갈량과 협상하기 위해 간 것이었기 때문이었죠.

자 일단 강유가 27살에 창조연 봉의장군 당양정후를 시작으로 정서장군 행후호군이 되죠. 그런데 일단 여기서 좀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과연 이 직위들이 낙하산 지위라는 것인가?라는 점이죠.

장무 원년인 221년 유비는 한사람을 표기장군 영 양주목 태향후로 올렸고, 이전인 한중왕이 된 219년에는 이 사람을 좌장군 가절로 임명합니다. 이사람은 다름아닌 서북의 군벌이었던 마초 맹기입니다.

물론 221년은 마초의 나이가 46세였습니다. 27살인 강유에 비할바가 아니냐고는 하지만 실제로 마초의 전적을 살펴보면 강유와 많이 닮은점이 있는데 마초는 서량과 무위지역 그리고 익주지역, 강유는 옹주와 천수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특히나 단순이 20대에 불과한 강유가 이러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다는 점을 보면 그 아버지인 강경뿐만 아니라 그 윗대부터 주욱 천수 지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호족이었고, 배신자임에도 조위가 쭉 그 가족들을 처형하기는 커녕 가족들을 이용해 다시 조위로 복귀할 것을 종용한다는 점을 본다면 강유가 이 지역에 가진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지역은 이후 위군이 항상 상주하면서 위압하고 있었지만요. 실제로 촉은 이 둘에게 이러한 거창한 작위를 내리면서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지역을 회유하려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극도로 합리적이고 법가적인 제갈량이라는 인사의 개인적 인물평을 배제해도 말이죠.

인물층이 얇다고 해도 굉장한 능력자들이 많이 발탁되었던 제갈량 시대에서 단순히 능력없이 고위관직을 맡을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뱀발1. 왕평이 단순히 글자를 몰랐기 때문에 출세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왕평의 출신은 위를 지지했던 한중의 호족인 두호와 박호의 세력권 내에 있던 중소호족이었고 한중공방전 당시 조조를 버리고 유비에게 항복했던 항장 출신이죠. 거기에 왕평은 거기장군 오일을 보좌에 한중에 있었고 한중태수가 되었고 후에는 오일을 대신에 한중독이 되었고 이후 장완이 대장군이 되어 면양에 주둔하자 장완이 없는 한중의 대장군부를 대리하던 사람은 왕평이었으며 장완이 부성으로 돌아가자 이를 대신에 전감군에 진북대장군이 되어 한중을 통솔하고 낙곡대전 당시에 유일하게 요격을 주장해 흥세산에서 호군 유민과 함께 위군을 요격해 패퇴시킨 사람 역시 왕평이었습니다. 왕평이 고위직으로 나아가지 못한 이유는 왕평이 주요 방어거점을 지키던 장수였던 점도 분명합니다만 왕평의 성격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말하는 직설적인 사람이었던 탓에 많은 사람들이 왕평이 자신을 깔본다고 생각해 그를 폄하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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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진
16/02/12 18:46
수정 아이콘
국가목표가 북벌인 촉에 있어서 서량 출신에 능력까지 겸비한 강유는 중요한 인재인데 낙하산취급 받는건 억울하지요
트와이스
16/02/12 20:08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흐흐~ 감사합니다
16/02/12 20:29
수정 아이콘
하... 그러게 산은 왜탔냐... 그짓만 안했으면 기현이랑 천수랑 다 먹었겠네...
스푼 카스텔
16/02/12 21:26
수정 아이콘
후추통님은 전공이 삼국시대이신건가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Eirena Enchantress
16/02/12 21:51
수정 아이콘
왕평의 성격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말하는 직설적이라면 글자를 모르는 것은 더 큰 약점이 되었겠네요
스웨이드
16/02/12 23:36
수정 아이콘
역시 가정밖에 모르는 등산가만 까면 되는군요
파인애플빵
16/02/13 04:28
수정 아이콘
병법상 높은 고지에서 요새를 짓고 수성전을 유도 하는 책략은 정석에 가깝 습니다
문제는 적진 한가운데 들어가서 보급도 안되는데 왜 그런짓을 했는지 마속은 역시 까야 제맛
지니팅커벨여행
16/02/12 23:52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강유도 매우 뛰어나지만 역시 왕평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가 없네요.

근데 갑자기 궁금한게, 비의의 능력이 어느 정도였을까요?
제갈량은 장완, 비의, 동윤 등을 거느리고 내정을 처리했고, 위연, 왕평, 오의, 장억, 마충 등 당시 특급 무장들을 부렸으며, 장완은 동윤과 비의가 있었고 왕평, 장억 등이 건재한 상태였는데, 비의는 기껏해야 강유, 요화, 장익 말고는 뛰어난 무관이 없었던 데다가 문관은 전무(?)했을 정도인 암울한 상황에서 장완 사후 7년 동안 어떻게 촉을 아무 탈 없이 이끈 것인지 궁금하네요.
공허진
16/02/13 01:28
수정 아이콘
비의는 북벌에 회의적이라 강유의 지휘병력을 1만으로 제한했습니다. 촉나라의 병력누수가 거의 없었지요
게다가 위나라도 사마씨들과 조씨일가의 세력다툼이 심했습니다.
선비욜롱
16/02/13 00:33
수정 아이콘
언급하신 강유의 투항과정은 위략이 전적으로 출처로 배송지 말대로 좀 걸러서 읽어야 합니다. 본전과 괴리있는 내용이 상당해서 왜 강유가 제갈량에게 충성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내용이 상당량 함유되어 있는 것이라 추측합니다.
선비욜롱
16/02/13 00:51
수정 아이콘
그리고 마초와 강유를 비교할 수 없는게 마초는 한때 유비보다 더욱 큰 세력을 구사했던 제후로 산양공재기에서는 아예 유비의 자를 부르며 무례하게 굴었다는 기록이 존재할 정도로 위세를 부렸던 인물로 강유보다는 하후패가 비교대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투항할 무렵의 강유에 대해 배송지는 필부에 불과했다고 언급하는데 만약에 본문에서 언급하는 거물이었다면 그리 언급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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