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1/29 14:10:31
Name 달과별
Subject [일반] 하루아침에 감옥에 갇혀버린 세인트헬레나 주민들



세인트헬레나섬은 남대서양 한복판에 위치한 영국의 속령입니다. 가장 가까운 육지는 아프리카 서해안의 나미비아로 2000km 떨어져 있는데요. 주요 도시인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3200km,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4000km, 영국 런던에서 7500km 거리에 위치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섬 중 하나입니다. 크기는 서울특별시의 1/5 정도죠.

이래뵈도 현재 영국령 식민지 중 두번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1659년 수도인 제임스타운이 동인도회사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동인도회사 나름대로 아프리카 항해의 중간기지로 이용하려고도 해 보았지만 위치와 크기가 안습이라 사실상 잊혀지게 되었는데요. 이 곳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나폴레옹이 백일천하 이후 1815~21년까지 6년 동안 감금이 된 사건이었고, 그 뒤로 다시 잊혀집니다.

모두가 잊었다지만 이 섬에는 동인도회사에서 고용되던 사람, 그 외의 이유로 이 외딴섬에 정착하게 된 영국과 중국계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여 1980년대에는 인구가 4000명대까지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 섬 주민들에게 갑자기 날벼락 같은 소식이 1982년 전해집니다.
["이제부터 당신들은 이 섬에만 살 권리가 있소!"]
케이프타운에서 1주일이 걸리는 배로만 바깥세상과 통행이 가능한 이 대서양 절대고도에 감금(?)이 시작된 거죠.


이런 일이 벌어진 연유는 14500km 떨어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로 결정된 합의문 덕인데요.
마거릿 대처 총리는 700만 홍콩인들이 영국 본토로 몰려들까봐 노심초사에 빠지시게 됩니다.
그리해 영국 식민지와 속령 주민의 영국 거주권한을 박탈해 해결을 보기로 합니다.

하루아침에 세인트헬레나 섬 주민들은 영국 본토로의, 타 영국 식민지로의 거주권리까지 빼앗깁니다.
세인트헬레나 식민지는 본섬 외에도 1300km 북쪽의 어센션 섬, 2000km 남쪽의 트리스탄다쿠냐 제도를 포함합니다만,
어센션 섬은 군사기지로 민간인의 이주가 금지되어 있으며, 트리스탄다쿠냐 섬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유인도"(인구 300명)이자 1년 252일 비가 내리는 처참한 장소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세인트헬레나 본섬 말고는 갈 곳이 없다고 봐도...



실업률이 20%가 넘던 세인트헬레나섬 주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영국은 1982년 막 전쟁이 끝난 아르헨티나 근해의 포클랜드 제도의 영유권을 위해 세인트헬레나 주민들에게 취업비자를 내주기 시작합니다. 해고가 되면 다시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돌아가야 하는 조건이긴 하지만요. 섬 주민들이 대거 포클랜드 제도로 취업을 나가 현재 포클랜드 제도 인구(약 3000명)의 1/4 가량이 세인트헬레나 출신입니다.


P.S. 2002년 홍콩 반환이 끝나고 나서 드디어 영국은 식민지 주민들에게 영국 본국 국적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이로써 20년간의 감금이 끝나게 됩니다.




세인트헬레나 항구

나폴레옹 유배지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통로 - RMS 세인트헬레나 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CV처럼삽니다
16/01/29 14:13
수정 아이콘
범영국령 이외의 국가로는 이동이 가능했던건가요. 그럼 감금정도까진 아니지 않을지...
달과별
16/01/29 14:18
수정 아이콘
합법적 이민은 가능했습니다만, 한국인이 영국/미국 등에 이민하는 것과 같은 조건을 요구받았습니다. 주로 농업에 종사하던 섬 주민들은 특별한 능력이 없으므로 받아주는 나라를 찾기가 어렵죠.
16/01/29 14:28
수정 아이콘
저는 이런 글들이 참 좋네요. 제 넓지만 보잘것없는 지식욕이 충족되기도 하고, 뭔가 생각할 볼 수 있는 점도 있고요. 잘 읽고 갑니다.
Re Marina
16/01/29 14:28
수정 아이콘
어센션에 개인농장 짓고 살면 되는데...(이상 대항해시대 온라인 유저)
어제내린비
16/01/29 14:58
수정 아이콘
대항온 항해시간 변한게 없나요?
아직도 인도에서 유럽 오려면 한시간 반 걸리나요?
게임은 재미있는데 항해시간에 지쳐 그만둬서.....
Re Marina
16/01/29 14:59
수정 아이콘
캐쉬템 안 쓰면 비슷합니다. 애초에 게임 나온지 10년이 되어가는데 지금와서 바뀌길 기대하기도 어렵겠죠...
어제내린비
16/01/29 15:36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하죠. ㅠ.ㅠ
간디가
16/01/29 15:26
수정 아이콘
요즘은 배랑 돛이 좋아서 유럽에서 동아시아까지 1시간이면 갑니다.그래도 항해시간은 지루하지만요...
어제내린비
16/01/29 15:38
수정 아이콘
동아시아까지 1시간이면 인도는 4~50분 정도면 가겠군요?
제가 하던때에 비해 절반정도 밖에 안걸리네요.
이정도면 복귀 해볼만 하겠네요.
간디가
16/01/29 15:27
수정 아이콘
디에고가르시아가 더 좋습니다만?
어리버리
16/01/29 15:10
수정 아이콘
https://www.google.com/maps/@-15.9588438,-5.6461192,2470m/data=!3m1!1e3
구글 지도로 뒤져보니 활주로가 있기에, "비행기도 다니는거 아닌가? 배가 유일한 통로는 아닌거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좀 더 뒤져보니 저 활주로는 지금 건설중인 곳이군요;; 나무위키에는 올해 오픈 예정이라고 나와있네요. 주위랑 몇천km씩 떨어져 있는데 아직까지 공항이 건설 안 된게 신기하긴 하지만 수지타산이 안 맞으니까 건설되지 않았겠지하는 생각이 드네요.
16/01/30 01:22
수정 아이콘
전에 공항에 대해 좀 찾아봤었는데, 구상은 10년도 넘었습니다. 암튼 여러 번 엎어졌다가 다시 짓기를 반복해서 오래 걸렸어요
공항 시설 완공은 했습니다. 비행장 수준이긴 하지만... 시험비행 정도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구요
정식 개항이 올해입니다
어리버리
16/01/29 15:14
수정 아이콘
오늘 오전에 잉여짓하다가 일본의 "오가사와라 제도"에 대해서 좀 뒤져봤는데 이 글 보니까 반갑네요. 오가사와라 제도는 그나마 도쿄와 1,00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여기도 내륙(도쿄)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가 1주일에 한번 왕복하는 편도 25시간짜리 배가 유일하다네요. 공항도 없고.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hit&no=13205&page=1
어떤 용자가 작년 말, 올해 초에 여기로 1주일간 여행 떠난 후기를 디씨에 올리셨는데 참 좋은 동네인거 같습니다. 나중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네요. 가면 무조건 최소 1주일은 있다 올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게 너무 맘에 듭니다. 크크.
16/01/29 23:12
수정 아이콘
오가사와라 제도여행기 저도 얼마전에 참부럽게 읽었던기억이...
16/01/29 15:27
수정 아이콘
음.. 무식한 질문이겠지만 우리나라 소록도 같은 환경과 감정은 아니겠지요? 우째든 사진만으로는
살기좋고 아름다워서요.
달과별
16/01/29 16:52
수정 아이콘
타의로 섬에 이주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섬에 있는 유일한 괜찮은 일자리는 공무원인데 영국 본토에서 총독이 내려오다보니 뒷담화 잘못 하면 일자리가 날라간다는군요. 섬 주민들과 한 인터뷰를 보면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주민이 4천명 정도니 누가 누군지는 금방 소문나죠.

아름다워보이지만 너무나 고립되어 있고, 또한 1982-2002년 사이는 섬 밖을 나갈 가능성마저 없어진 심리적인 고립감까지 더해져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합니다.
지니팅커벨여행
16/01/29 19:52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봤습니다.
덕분에 세계의 오지를 여러군데 더 찾아봤네요.
Skywalker
16/01/29 21:49
수정 아이콘
이곳도 여행이 가능한가요?
달과별
16/01/30 08:25
수정 아이콘
네. 그동안은 1주일간 케이프타운에서 배를 타고 도착을 했는데요. 아쉽게(?)도 곧 공항이 개장을 할 모양이라 케이프타운이나 런던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406 [일반] 블루스크린과의 전쟁 [81] 카서스11280 16/02/03 11280 1
63403 [일반] 신입생 들어왔는데 공부할 교실 없는 단원고? [95] MC고란12011 16/02/03 12011 0
63402 [일반] [메이저리그] 이대호 시애틀행 [59] 탈리스만10309 16/02/03 10309 0
63401 [일반] 현재의 사회적추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봅니다 [108] AyuAyu8920 16/02/03 8920 5
63400 [일반] 태연/정준일/Reddy/임시완의 MV와 허각x브로맨스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1] 효연덕후세우실3669 16/02/03 3669 0
63399 [일반] [해외축구] 잭슨 마르티네스 42m 유로에 광저우 이적. [24] 미하라5983 16/02/03 5983 0
63398 [일반] 어머니가 야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144] 로빈14684 16/02/03 14684 85
63397 [일반] [영어 동영상, 외전] 트럼프 vs 트럼프 [33] OrBef7193 16/02/03 7193 5
63395 [일반] 내가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게 된 이유 [35] The Special One11087 16/02/02 11087 27
63394 [일반] [브금] 강원랜드 다녀왔습니다. [42] 王天君13798 16/02/02 13798 10
63393 [일반] '창원 성산', 전국적인 야권 연대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62] 여망8369 16/02/02 8369 3
63392 [일반] (단편) 한승의 마지막 날 [7] 글곰4174 16/02/02 4174 5
63391 [일반] 더민주당이 조응천 전 청와대비서관을 영입했습니다 [43] Igor.G.Ne9592 16/02/02 9592 2
63390 [일반] 경총에서 대기업 신입사원 임금을 깍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64] 수타군8740 16/02/02 8740 2
63389 [일반] 쿠팡 '로켓배송' 계속된다…가처분 신청 기각 [69] 몽유도원10551 16/02/02 10551 5
63388 [일반] 개꿈을 꾸었습니다. [23] 사도세자3879 16/02/02 3879 5
63387 [일반] 손혜원 더민주 홍보위원장의 설날 에디션 [78] 에버그린15095 16/02/02 15095 2
63386 [일반] 노래 잘하는 법에 대해서 연구해 봅시다 [70] RnR16685 16/02/02 16685 2
63385 [일반] 백지영/유승우/이영현의 뮤직비디오와 NCT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 효연덕후세우실2826 16/02/02 2826 0
63384 [일반]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199] 에버그린20961 16/02/02 20961 43
63383 [일반] 단통법 세상에서 사는법 (효도르 하편) [33] 삭제됨5394 16/02/02 5394 7
63382 [일반] [뒷북] 무한도전에는 '진짜 갈등'이 없다. [40] Vivims9275 16/02/02 9275 2
63381 [일반] 아이오와 코커스 초반 개표 상황입니다 [112] 리스키12450 16/02/02 12450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