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1/25 16:32:33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등가교환의 법칙


제가 서식하는 곳은 김제입니다.
김제에 어제 눈이 아주 아~주 많이 왔었지요.
이불 밖은 위험하니 최대한 눈을 뜨지 않으려 용을 쓰는데, 아내가 말씀하십니다.

- 오늘 아침에 눈 치우자고 아파트 밴드에 떴는데.. 아직 눈꼽도 안 뗀 자기한테 말하기 미안하긴 하지만,
어서 나가서 눈을 치우도록 하여라.


그래서 정말 눈꼽도 안 떼고 바로 나가서 세시간동알 제설작업을 했습니다.

- 끗 -


...이면 좀 허무하겠죠?


---------------------


치우기 시작한 시점의 적설량이 28cm + 치우는 동안 추가로 12cm가 쌓여서 총 40cm의 눈을 치웠더니 언덕이 몇 개 생겼습니다.

그걸로..



이러고 놀기도 하고,



즉석 눈썰매장 만들어서 이러고 놀기도 하고,

애들과 사모님들에겐 소풍날이 되었습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일요일 아침부터 눈 치운다고 늦잠을 포기한 10여명의 남정네들의 마음에도 훈훈한 꽃이 피었습니다.


---------------------------


훈훈함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우리는 아파트 눈을 치우고 호랑이같은 아내와 하이애나같은 자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했다.
우리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저녁에 모여서 술을 빨아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
그 것이 기브앤 테이크고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야..
대상포진 환자 제외, 아이 3명 이상 재워야 하는 집 제외, 선약이 있는 집 제외, 몸져누운 집 제외한,
사나이중의 사나이, 정예중의 정예 4인이 모여 따땃한 청주를 오손도손 나눠먹었다는 진정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뜨끈한 청주 :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이웃과 함께 한 잔 기울이면 참 좋은 술로서
700ml 에 5천원 1,800ml에 1만원정도로 가격도 매우 착하다.
도수는 13도로 4인 기준 2500ml정도 먹으면 한두잔 먹을 때 보다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한 컷.



때로는 하얀 똥도 약에 쓸 데가 있구나..


--------------


그렇게 훈훈한 일요일이 지나고
진짜 등가교환의 법칙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걍 마눌님 말 듣고 조신하게 일찍 잤어야 했는데..
숙취 + 몸살로 끙끙대는 중... ㅡㅡ;;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지나가다...
16/01/25 16:39
수정 아이콘
데운 청주 참 좋지요. 가게에서는 사정상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도 하지만, 역시 브루스타 놓고 중탕을 하면서 마셔야...
그나저나 정말 눈이 무시무시하게 왔네요. 치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16/01/25 17:07
수정 아이콘
비슷한 나이또래 아이들이 있으면 부모들끼리 친해지기 참 쉬운거 같아요
그보다...
단지내 주민들께서는 켈로그김님의 전설에 대해 혹시 아시는지 궁금해지네요 ;;
강동원
16/01/25 17:27
수정 아이콘
아,아 경비실에 알려드립니다...
하고싶은대로
16/01/25 18:52
수정 아이콘
모두 책상서랍을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16/01/25 17:11
수정 아이콘
고생해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사르르 녹기마련인데 뜨끈한 청주도 한잔 하셨으니 밤에는 완전 녹으셨겠네요
날도 추운데 수고 많으셨어요~
추대왕
16/01/25 17:16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모처럼 흐뭇한 글이네요.
16/01/25 17:24
수정 아이콘
영원히 고통받는 유부남...고생 많으셨네요!
16/01/25 17:27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글 다 읽고 나니 청주가 자꾸 생각나네요.

세상이 저에게 관대하지 않으니 저라도 스스로에게 관대해야겠습니다.
오늘 저녁엔 반주 한잔을...
루카와
16/01/25 17:45
수정 아이콘
어? 똥가교환이 아니네??
지나가다...
16/01/25 17:57
수정 아이콘
저는 닉네임을 보자 제목이 응가교환으로 보였....
키위새
16/01/25 19:55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적절한 보상이 없었다면 책상서랍이 위험했겠죠.
16/01/25 20:46
수정 아이콘
켈로그김님// 언젠가 한번 꼭 뵙고 싶네요.
16/01/25 21:38
수정 아이콘
글 참 깔끔하고 맛있게 잘 쓰시네요.
저도 다음에 청주 한번 마셔봐야... 먹어 봐야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433 [일반] 이쁘다도 이제 표준어입니다. [198] 성동구14369 16/02/05 14369 3
63432 [일반] 손학규 중앙일보 인터뷰, “한국이 러시아 과소평가…남북 대화·통일에 활용해야” [69] 니지10368 16/02/05 10368 3
63431 [일반] [역사] 15세기 르네상스가 음악에 기여한 점 [6] aurelius3800 16/02/05 3800 4
63430 [일반] 사내정치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28] 찍먹파11963 16/02/05 11963 4
63429 [일반] 새로운 직장에서의 적응과 그에 따른 고민 [25] TACS5766 16/02/05 5766 0
63428 [일반] 허각x브로맨스/손승연/노라조 MV, 브레이브걸스/AOA CREAM/뉴이스트 티저 공개 [5] 효연덕후세우실4100 16/02/05 4100 0
63427 [일반] 바둑, 연극, 파나소닉.. 아버지. [16] Demicat5214 16/02/05 5214 43
63426 [일반] 댓글부대 [39] yangjyess8086 16/02/05 8086 6
63425 [일반] 소소했던 다섯가지의 덕 이야기 [12] 박루미3875 16/02/05 3875 0
63424 [일반] 배가아파서 응급실 혼자 찾아갔다가 마비온썰(과호흡 증후군 아니랍니다 추가) [66] 하고싶은대로10206 16/02/05 10206 0
63423 [일반] 생애 첫 노래를 만들었어요. [31] 트린4327 16/02/04 4327 14
63421 [일반] 아들에게 일반인의 삶을 알리고 싶은 임우재씨 [43] KOZE11346 16/02/04 11346 6
63420 [일반] 걸그룹 역대급 데뷔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트와이스 [62] evene13830 16/02/04 13830 5
63419 [일반] 러시아, 저유가에 재정난 심각 "국영기업 민영화로 자금 조달" [26] 군디츠마라9237 16/02/04 9237 0
63418 [일반]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SBS 극본공모작 표절시비 [18] 지포스28220 16/02/04 8220 0
63417 [일반] [짤평] <검사외전> - 어깨에 힘을 쫙!!! 뺐다 [72] 마스터충달8628 16/02/04 8628 3
63416 [일반] 파파이스의 유니크한 영수증 설문 프로모션 [28] Zelazny8229 16/02/04 8229 1
63415 [일반] 대학원 나온 공항 협박범 "취업 안 돼 사회에 불만" [32] 카우카우파이넌스9411 16/02/04 9411 0
63414 [일반] 새누리당, 더민주 불참하면 원샷법 단독처리? "아니 국민의당 있잖아" [185] 에버그린14031 16/02/04 14031 9
63413 [일반] [요리] 라면물 500ml를 도구없이 맞추는 간단한 방법 [110] 삭제됨15323 16/02/04 15323 24
63411 [일반] [KBL] 역대급 패치..... [104] Snow halation10183 16/02/04 10183 0
63410 [일반] [MLB] 오피셜 이대호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 계약 [23] 김치찌개7770 16/02/04 7770 0
63409 [일반]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과 디지털화 - 셀 애니메이션은 뭐고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뭔가 [43] 드라고나14323 16/02/04 14323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