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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30 20:49:20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유럽은 왜 세속화할 수 있었고 이슬람은 못했는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유럽은 18세기에 이르면 상당히 세속화되었는데, 이슬람권은 왜 오늘날에도 별로 세속화되지 못했을까요?

프랑스의 계몽주의자 볼테르는 기독교가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교였던 시절에 이미 기독교를 맹렬히 비판하고, 십자군은 기독교의 만행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은 기독교 교회가 아니라 이성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으로 치면 사문난적으로 찍혀서 능지처참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주장을 서스럼없이 내뱉고 했는데 그의 생명은 위협받지 않았고, 오히려 유럽의 유명한 군주들과 서신도 주고 받고 했습니다.

아니, 그는 당대 프랑스의 제일가는 명사였지요. 

게다가 영국의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쇠망사>를 집필하면서 로마멸망의 책임을 모두 기독교에 전가하는 대담함을 선보입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당대 유럽의 사회적 분위기가 종교를 더 이상 제1가치로 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유럽의 군주들도 종교에 대한 견해로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종교과 기독교에 대한 불신이 이렇게 커진 것은 분명 30년 전쟁, 구교와 신교가 대립하여 30년 동안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치렀던 것에 연유하는 것입니다. 당시 독일의 인구 1/3가 죽었다고 하지요. 

교황의 권위는 이미 추락할대로 추락했었고, 그렇다고 해서 개신교가 국가의 일에 간섭하지도 못했습니다. 반대로 개신교는 오히려 독일 세속군주들의 비호 하에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철저히 개인의 영역에만 머무르게 되었죠.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랑스 혁명>

프랑스 혁명은 왕에 대한 혁명이었을뿐만 아니라 <가톨릭 교회>에 대한 반란이었습니다.

성직자들의 땅을 몰수하고, 이들을 처형하고 그리고 나아가 가톨릭 교회를 완전히 부정하고 <이성을 위한 신전>을 건설합니다. 
(물론 교회를 허물고 인간의 이성을 위한 신전을 건립하는 행위는 정말 똘기의 산물이었고, 이를 추진하는 로베스피에르를 본 일반 민중은 쟨 무슨 뻘짓을 하고 있나라며 혀를 찼습니다....)

반면 이슬람 세계에서는 <종교>가 아직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15년 현재까지 대다수의 무슬림 국가에서는 종교법, 즉 <샤리아>가 국법입니다. 그리고 <종교를 모독하는 행위>는 심각한 중범죄로 처벌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것도 결국 로마의 유산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서유럽에서는 비록 중세 동안 교회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일상생활을 간섭했지만 어쨌든 국가를 다스리는 법은 <로마법>에 근거한 <일반법>과 <교회법>이 나누어져있었습니다. 

즉 예수가 말했다고 하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라는 구절이 중세에도 사실 유효했다는 것이죠.

세속권력과 교회권력 간의 다툼이 중세 내내 계속되었고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vs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황),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교황의 간섭 그리고 황제의 간섭을 참지 못한 독일의 영주들이 총봉기 했던 사건이 30년 전쟁이었죠.

30년 전쟁 당시 프랑스의 추기경이자 재상이었던 리슐리외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깁니다.

<인간의 구원은 내세에 있지만, 국가의 구원은 지금 아니면 아니다, the salvation of man is in the afterlife, but the salvation of the state is now or never> 

30년 전쟁 후 유럽 각국은 종교적 가치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각자도생하기 시작합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세에는 국익이란 개념이 없던 게 아니지만...).

그런데 이슬람권에서는 그러한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세속권력 = 종교권력이었기 때문에 이에 반기를 들 수 없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그나마 세속주의를 추구했던 19세기말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의 칼리프는 주류 이슬람 이맘들로부터 이단 취급당했고, 제1차 대전 당시 그가 칼리프의 자격으로 영국/프랑스에 대한 지하드를 외쳤을 때 아무도 그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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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삼각형
15/11/30 20:57
수정 아이콘
18 세기 유럽이면 이미 종교개혁운둥이 널리퍼지면서 기존 가톨릭과 신교사이에 무력충돌까지 벌어지고 난 다음입니다.

그 이후 전통적인 가톨릭국가는 이베리아반도와 프랑스 그리고 신롬황제국인 오스트리아 정도만 남아있고, 중부와 북유럽은 신교로 갈아탄 상황이지요.

말씀하신 볼테르는 프로이센의 국왕의 비호 아래 아기리 파이트를 하던중이구요...
하심군
15/11/30 21:17
수정 아이콘
사실 이 부분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죠.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대표되는 오스만 제국과 중동의 각 부족간의 분열도 있을 거고요. 이 이후로도 영국->미국,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석유를 가지고 있는 부족들에게 무기를 쥐어줌으로서 이들이 뭉치지 않고 계속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사람들은 산업화->민주화 테크는 꿈도 못꾸고 현재의 부족사회에 머물렀던 거고요.

언제나 제가 주장하는 것에 팩트를 물고 오지 않아서 매번 무시당합니다만(...) 중동의 문제는 이슬람 종교 자체의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종교 밑에 있는 토착민들의 문제죠. 이들이 뭉치려 할 때마다 영국과 미국, 러시아는 매번 이들이 흩어지고 지리멸렬하도록 뒤에서 조종했고 그동안은 그들의 고통이 드러나지 않았죠. 하지만 이 외부에 의해 저지된 잘못된 시행착오가 이 사회를 점점 한 방향으로 몰아갔고 그게 극우화, 근본주의화로 넘어간 거죠. 사실 미국과 영국이 만들어 낸 괴물이 지금 유럽을 중심으로한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겁니다. 더 슬픈 건 우리가 이것에 대해 몰랐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에게 책임을 묻기도 힘들다는 것이죠. 마치 지금 우리나라 시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받는 외노자들이 나중에 우리나라에 몰고 올 재앙에 우리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없는 것 처럼요.

물론 이 시각도 일부에서 본 시각이며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이 있기도 합니다. 중동 사람들 특유의 호전성이라던가...
aurelius
15/11/30 22:27
수정 아이콘
사실 말씀하신 부분은 상당히 옥시덴탈리즘(오리엔탈리즘의 반댓말로 모든 악행과 책임을 서구에 전가하는 시각)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아랍부족들이 먼저 영국에 손을 건낸 거지 그 반대가 아니었거든요. 영국과 아랍부족 간의 관계는 제1차 세계대전의 필요 때문이었지 아랍반도나 메소포타미아에 영국이 어떤 거대한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19세기 동안 아랍부족들이 딱히 고통받는 입장도 아니었고요
하심군
15/11/30 22:41
수정 아이콘
1차세계대전 때 부터 영국은 드레드노트로 시작되는 거함을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영국이 석유를 탐내기 시작했으니까요. 그게 아니더라도 1차세계대전은 프랑스와 독일의 참호전쟁 이면에 오스만제국을 찍어낸 것이 큰 의미가 있던 전쟁이었죠. 우드로 윌슨이 주장한 민족자결주의가 누구를 향해 있고 어떤 목적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아랍부족이 먼저 영국에 손을 건낸 것이 또 다르게 다가올 수가 있죠.
15/12/01 11:38
수정 아이콘
? 지엽적인 부분인데, 드레드노트급은 석탄을 쓰지 않았나요??
그리고 위에 외노자 이야기는 좀 이해하기가 힘든게 우리나라에서 외노자를 탄압하거나 못살게 굴고 있는지요...
비유하시려는 의도는 이해합니다만 지금 우리 사회가 이들을 대하는 것이 제국주의 시절 영국이 했던 짓과 비슷한가? 싶기도 하구요
하심군
15/12/01 11:53
수정 아이콘
초기 드레드노트급은 석탄을 썼지만 이후 1차세계대전 당시 처칠 해군장관이 드래드노트급 전함을 모두 석유로 전환했습니다. 이 행동이 후일 영국이 중동을 석유기지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죠. 외노자의 경우 시골의 식당이나 공장에서 보이지 않게 학대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시골의 특성상 이런 걸 사람들이 알기가 쉽지가 않죠. 저도 시골의 한 식당에서 이러는 걸 본 적이 있고요. 그리고 이런 현실을 행하는 영국과 우리가 비슷한 게 아니죠. 그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몰랐지만(혹은 외면했거나) 그 행해진 악습이 곪아 터져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피해를 당하는 현재의 프랑스와 우리의 미래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들을 보듬어준다면 우리의 미래는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정도?
하심군
15/11/30 21:31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칼리프의 권위는 오스만제국에 와서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하는 게... 오스만 제국과 원나라의 포지션이 같거든요. 오스만과 정통 이슬람은 좀 동 떨어져 있다고 봐야합니다. 터키가 세속주의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고요.
aurelius
15/11/30 22:29
수정 아이콘
오스만 제국의 칼리프 참칭은 사실 처음부터 기반이 취약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무함마드 부족 출신이어야만 칼리프를 칭할 수 있는데 투르크족은 무력으로 칼리프를 자칭했었기에... 그래서 오스만 칼리프의 전성기 때도 오스만 술탄의 칼리프 참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꾸준히 존재했었다고 합니다
하심군
15/11/30 22:43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원나라죠. 한족이 황제여야 하는 중국대륙에 만주의 이민족이 천하를 탈취해 황제라고 칭하니까요. 근데 사실 칼리프의 의미는 엄밀하게 말하면 우마이야때부터 퇴색되기 시작했다고 봐야죠.
카우카우파이넌스
15/11/30 21:36
수정 아이콘
사실 우리가 '이슬람'이라고 부르고 있는 집단에
동남아시아부터 서아프리카까지의 엄청나게 넓은 영역이 포함되고
이들이 모두 '이슬람 특유의 불관용'과 '정교 미분리'를 공유하고 있다기에는
서로간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또 주목할만한 것은 오히려 20세기 즈음 주로 군부를 중심으로 세속화를 추진하던
이라크, 시리아 등의 국가들이 현재 극도의 사회적 위기를 경험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의 기지가 되고 있는데 비해
보수적 왕조체제가 지속중인 사우디 등은 세속적 부와 이슬람적 가치를 모두 취하면서 사회적 안정을 누린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과거로부터 전거를 찾긴 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자체는 현대의 현상인 셈입니다.
오늘날의 현실에서 뿌리내릴 공간이 없다면, 과거의 경구들이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긴 어렵지요.

그런 과점에서 이슬람 세계의 극단화는 분명히 몇몇 왕조국가를 제하곤 안정적인 국민국가가 등장하지 못한 것과 연관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국민국가는 무엇보다 강제력을 안정적으로 독점하면서 사회로부터 자원을 추출하면서
일정부분 사회세력들에게 의사결정과정으로의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를 갖춰야 정착할 수 있는데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슬람 세계에선 그것이 실패한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됬다고 보입니다.
하심군
15/11/30 21:45
수정 아이콘
여기서 살짝 덧붙인다면 '그럼 IS에 동조하는 왕족들은 뭐냐?'라는 질문에는 현재 IS에 동조하는 왕족은 크게 많지 않으며 이들이 미국과 영국에 협조하면서 왕족들이 귀축영미(...)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한다면 답은 나오는 거죠. 하청에 재하청이라는...
무식론자
15/11/30 22:00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독재자들이 세속화 과정에서 권력에 방해가 되는 종파들과 부족들을 가혹하게 박해했기 때문에, 그 반발로 이슬람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린다는 분석도 많죠.
aurelius
15/11/30 22:33
수정 아이콘
문제는 그 왕조국가들마저 근대국가러 보기엔 무리가 따르죠. 사우디아라비아도 사실상의 신정국가이고요. 사우디의 왕가가 와하비즘에 반하는 정책을 입안하면 그의 정권자체가 무너질 것입니다. 하지만 중동지역이 근대국가를 수립하지 못했다는 의견에 백번공감합니다. 문제는 이슬람과의 타협이 아니라 이슬람을 극복하는 방향(동아시아나 서유럽이 근대국가를 만든 것처럼... 전통과의 타협이 아닌 극복)으로 가야하는데 이것이 참 요원합니다.
15/11/30 21:49
수정 아이콘
현재 이슬람 국가들 중 독재자들이 오히려 세속화 된 상태인데요..? 시리아 정부만 봐도 뭐..
15/11/30 21:52
수정 아이콘
영국이나 프랑스 정도가 세속화된 거지, "유럽이 세속화되었다" 라던지 "기독교 세계가 세속화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시에도 서유럽 일부를 제외한 상당히 많은 기독교 국가들은 여전히 종교적이었죠. 이슬람권만 그런 게 아니라요 .

오스만 제국 시기쯤 되면 이슬람권 국가들에서도 세속권력과 종교권력은 거의 별개였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예시로 드신 오스만 술탄이 칼리프 운운한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세속권력이 종교권력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봐야죠.

18세기쯤 되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지의 여러 나라들도 열심히 세속화, 산업화를 추구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그런 세속화된 정권들이 부패나 독재(보통은 둘 다)로 이어졌고, 열강의 압박에 그대로 굴복해 버렸다는 거죠. 기실 지금 중동의 많은 근본주의 종교세력들이 이러한 세속화된 정권과 서구 열강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고요. 이런 세속 세력들은 중동에서 꽤 오래 남아있었고, 지금도 있긴 합니다.. 보통은 군부 독재라고 부르죠.
하심군
15/11/30 22:06
수정 아이콘
그리고 사실 이슬람교가 80년대에 헐리웃 스타들이 많이 개종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종교이긴 해요.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랑 이란이 너무 빡세게 교리를 강조해서 정이 확 떨어져서 그렇지...
lemonade-
15/11/30 22:07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르네상스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요?

과가 영문과이다 보니 셰익스피어에 관한 수업을 듣게 되는데 거기서도 교수님이 유럽 문화의 두가지 뿌리로 강조하는 것이 유대문명과 그리스로마 문명이거든요.
비록 기독교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그리스로마문명도 분명히 유럽 문명의 커다란 기둥의 하나이고 그런점에서 르네상스 운동을 통해서 신이 아닌 인간에게로 다시 초점이 옮겨간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르프세주
15/11/30 23:03
수정 아이콘
근데 그 르네상스 문화로 가는 결정적 역할을 한 아리스토텔레스 저서 등을 이슬람 문명에서 역수입했다는게 여러모로 함정이죠 크크. 줘도 못해!
무식론자
15/11/30 23:49
수정 아이콘
기독교부터가 발전 과정에서 그리스-로마 문명을 흡수했고 융화되었기 때문에 둘을 딱 나눠서 바라보는건 무리입니다. 르네상스도 무슨 획기적인 시대의 변화가 아니라 그저 전통에 대항하기 위해 더 오래된 전통의 이름만 빌려온쪽에 가깝고요.
루트에리노
15/11/30 22:50
수정 아이콘
이슬람이 이미 세속화된 채로 출발한 종교인 탓이 크다고 봅니다.

마치 함무라비 법전이 지금 보면 야만적이지만 당대엔 대단히 진보했던 것처럼, 이슬람은 날 때부터 세계의 종교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생활밀착적인, 다시말해 세속종교의 성향이 강했습니다. 모함메드 역시 종교적 선지자보단 국가지도자의 성향이 강했죠.

이러다보니 매우 샤리아로 대변되는 생활에 대한 세심한 지도가 포함되어 있고, 이는 쉽게 말해 "착하게 살아라"는 다른 종교보다도 훨씬 더 자세한 규율을 지니게 된거죠.

저는 이것이 이슬람의 개혁을 어렵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날 때부터 세속주의라 세속주의적 개혁에 대한 압력이 적은 탓도 있습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닙니다.
피아니시모
15/11/30 23:54
수정 아이콘
글도 읽고 댓글도 읽고나니 참 문제가 복잡해도 너무 복잡하네요
IS야 당연히 빨리 쳐부숴야할 개쌍놈들임에 분명하지만 그들을 부순다해도 이슬람극단주의가 사라질 일이 없다는 게 참 씁쓸합니다..
6년째도피중
15/12/01 01:49
수정 아이콘
여러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크게 볼때... 그냥 간단하게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세상에 두려운게 없어지면 사고가 관대해집니다. 반대로 누구나 강력한 적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고가 편협해집니다.

15세기의 오스만은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집단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세속화된 집단중 하나였지요.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들은 범이슬람주의가 아닌 다종교, 다민족을 포용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 그들이 역으로 교조적으로 변한 것은 유럽의 영토를 잃게된 후부터입니다. 잊혀져가던 이름인 칼리프가 되살아났지요.
윗분이 옥시덴탈리즘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만... 이슬람 교조주의의 득세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며, 이들의 득세가 외세에 대한 반발이 발화점이었음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싶습니다. 백여년 전 케냐의 수녀들을 잔인하게 난자한 무슬림들이나 요 근래의 나이지리아 무슬림들이나 과연 그 기저에 무엇이 있었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지요. 서구인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그들에게 종교란 정통의 일부로서 동양의 유교나 불교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무슬림 '형제들'이란 말이 강력한 울림을 지니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물론 말씀하신 내용도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정교의 분리. 그 차이는 매우 크지요. 거기에서 종교로부터 분리된 개인의 등장까지 나오게 되니까요.


한 가지 더 첨언해보겠습니다.
저는 케말 아타튀르크가 칼리프제를 폐지시킨 일도 양자간에 굉장히 큰 차이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즉 크리스토교의 교황과 같은 구심 역할을 하는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 그것도 이슬람권에서 가장 서구화된 투르크에 기반을 뒀던 칼리프가 소멸된 것이 교조주의의 난립을 불렀다고 생각해서요. 구심점이 없는 속에서 결국 외부의 침입은 점점 강대해졌습니다. 율법을 민족주의나 분노의 철학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적의 힘이 강해질수록 결국 힘을 얻는 자들은 강경파가 되는 것이지요. 결국 스스로가 약하고 억압받고 있다는 의식을 통해 이슬람교는 현재 원시적인 형태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적어도 ISIS에게는 그런 것 같습니다.
보리굴비
15/12/01 06:08
수정 아이콘
Gesammelte Aufsätze zur Religionssoziologie
15/12/01 11:23
수정 아이콘
1950년쯤까지만 해도, 이슬람교는 세속화 혹은 자유주의를 추구했지만,
이슬람 세계가 서구와 단절한 이유를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동영상 링크합니다.
https://www.ted.com/talks/mustafa_akyol_faith_versus_tradition_in_islam
콜라중독 북극곰
15/12/01 18:08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잘봤습니다! 유익한 영상이네요 흫
-안군-
15/12/01 14:28
수정 아이콘
글쎄요... 지금의 IS 및 중동지방은 확실히 이슬람 근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같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만 해도, 상당히 많이 세속화 되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몇 번 출장가서 느낀 점은, 여성들의 사회 참여도 활발하고, 히잡은 거의 패션아이템(...) 수준이며,
심지어는 제가 갔었을때는 라마단(금식월) 기간이라, 낮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데,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몰려나와서 맥주파티를(...)
15/12/01 21:15
수정 아이콘
6년째 도피중님 말씀대로 인도네시아도 잘나가는 국가에 속하잖아요.. 거기도 21세기를 이끌 나라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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