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1/03 11:37:45
Name 좋아요
Subject [일반] 환상없는 날개짓, 디아크
선정의 이유

아이돌, 조금 나아가서 연예인이라는 ‘상품’은 판타지를 파는 존재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여자아이돌에 한정지어서 이야기하자면 크게 청순판타지를 파느냐, 섹시판타지를 파느냐 정도의 큰 줄기가 있죠. 컨셉이라는 것은 그 판타지를 얼마나 먹힐만하게, 세련되고 독특하고 눈에 들어오게 만드냐의 문제일 테고.

그런 입장에서 2015년은 여자아이돌계 입장에서 ‘대세판타지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무수한 섹시걸그룹, 섹스판타지가 지나가고 청순계열의 신인걸그룹, 최소한 섹시계열은 아닌 걸그룹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이른바 2015년 올해의 ‘개룡돌’이라고 불리우는 마마무와 여자친구 역시도 ‘섹시컨셉’하고는 다소간의 거리가 있는 팀들이죠.

그런 와중에서도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디아크’는 여타 신인걸그룹들 하고는 다소간 차이가 있는 그룹입니다. 물론 데뷔곡 단 한곡만 내놓은 그룹이기는 하지만 데뷔 이후의 행보를 보면 걸그룹의 양대 컨셉이라고 할 수 있는 청순컨셉과 섹시컨셉 그 어느 쪽에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대중가요계의 단골손님인 남녀 간의 사랑을 소재로 하는 데뷔곡을 선택한 팀도 아니죠.

이러한 점은 필자에게 있어서 역으로 독특함으로 다가오게 되었는데요. 걸그룹의 런칭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한번 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노선 모두를 피하고 정공법 아닌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그들. 그래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러모로 ‘환상’하고는 거리가 있는 팀

1)이름과 상징

디아크
<걸그룹하면 떠오르는 로고와는 사뭇 다른 디아크의 로고>

대체로 걸그룹이 이름을 짓거나 로고를 만드는 것을 보면 사랑스러움을 표현한다든지, 섹시함을 어필한다든지, 최고가 되겠다든지하는 ‘무엇이다 내지 무엇이 되겠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들이 많습니다. 신인걸그룹 중에서도 좀 따져보자면 러블리즈 같은 경우에는 대놓고 이름에 러블리가 들어가는 그룹이고, 여자친구 같은 경우에는 '친근한 여자친구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뜻을 품고 있죠. 그러나 디아크의 경우에는 상징의 디자인에서나 팀의 이름에서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소 중세기사의 가문을 상징하는 듯한 디자인의 로고에 이름은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the 'ark'니 사실상 '세일즈포인트'라는 단어하고는 영 거리가 먼 느낌이죠. 물론 그덕에 팀의 정체성은 상징에서부터 확고히 다져진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남들이 자주 가는 길이 아니다보니 다소 의아스러운 점도 없잖아 있는데, 뭐 세상에는 '그런 멋'도 있는 법 아닌가 합니다.


2)노래와 뮤직비디오



사랑노래라서 멋진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이 한껏 사랑에 빠진 모습이 나오던가, 센언니 컨셉이라 양껏 센척을 하던가, 섹시걸그룹이다보니 많이 벗고, 뇌쇄적인 눈빛을 쏘든가 하는 것이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걸그룹의 컨셉,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팀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죠. 그녀들의 데뷔곡 ‘빛’은 ‘ 누군가 필요할 때 내가 옆에 있어주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뮤직비디오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통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가 걸그룹하며 떠올릴만한 컨셉과 뮤직비디오와는 엄연히 차이가 있죠. 여러 컨셉을 하는 그룹들이 있기는 하나 데뷔곡이 한팀의 전반적인 흐름의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라고 보았을 때, 분명 평범하지 않은 시작을 보여준 그룹이라 볼 수 있습니다.
  

3)퍼포먼스



여자아이돌이지만 안무를 격하게 잡는 그룹은 신인 중에서도 의외로 많은 편입니다. 러블리즈의 경우에도 하늘하늘한 컨셉과 달리 상당히 난이도 높은 군무를 구사하는 편이고 여자친구의 경우엔 ‘파워청순’ 이라 정의할 정도로 안무가 격한 편이죠. 2015년 그룹들보다 1년선배인 레드벨벳 역시 그러합니다. 디아크가 이 팀들과 다른 점은 ‘여자아이돌 춤이지만 격하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남성아이돌스러운 춤을 추고 진짜 남성아이돌의 춤도 춘다는 것입니다. 아예 여자아이돌로서의 환상 같은건 퍼포먼스 차원에서도 거리가 멀다는 얘기죠. 길거리 버스킹에서도 주로 커버한 댄스는 exo나 방탄소년단처럼 안무가 격한 남성아이돌 댄스가 주류인 팀이니 여자아이돌로서의 하늘하늘함과는 거리가 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뷔곡인 '빛'에서도 역시 템포가 그렇게 빠른 노래는 아니지만 아주 세밀한 잔움직임이 많은 춤을 구사하는 편인데, 청순컨셉이라고 하면 미모의 아름다움을 강조할 것이고, 섹시컨셉이라고 하면 신체적 관능미를 강조할 것인데 그런 것 없이 '오로지 춤을 열심히 잘추는 것' 그자체에 포커싱이 되어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걸그룹으로서는 확실히 특이한 노선이 아니라고 할 수 없죠.


<인트로 곡을 이런 노래, 이런 춤으로 선택하는 걸그룹은 무척 드물죠.>

무기는 오로지 진짜 자신의 모습과 실력 뿐


이렇다보니 야구로 치면 이 팀에게 있어 던질 수 있는 공은 오로지 묵직한 직구 하나 뿐인 느낌이 있습니다.
아주 열심히 훈련한 춤과 아주 열심히 훈련한 노래/랩실력 등등을 통해 실력파걸그룹으로 인정받아 성장한다-는 아주 입지전적인 노선이라고 할까요. 해낼 수 만 있다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 수는 있는 노선이죠. 물론 그만큼 쉬운 길은 아닙니다만.



한편, 강하고 남성적인 퍼포먼스를 무기로 하는 걸그룹이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모습에서는 또 그 나이 또래의 보통 여자아이들과 다를바 없는 그녀들이기에 실력외적인 그들나름의 어필요소라고 한다면 결국 솔직한 자기자신들 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에게서만이 볼 수 있는 솔직함과 발랄함, 유쾌함 같은 그런 것들 말이죠. 뭐 이런 것 또한 굳이 이름 붙이자면 판타지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것까지 판타지라고 하면 세상에 판타지라고 이름붙이지 않을게 없을 듯하니 이정도까진 눈감아줘도 될 것같네요.




그들만의 방식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많은 그룹들이 뭐가 되었든 ‘판타지’를 만드는데 고심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대표 대세걸그룹 중 하나인 AOA만해도 컨셉 자체는 ‘밴드와 댄스를 오고가는 트랜스포머형 그룹’이었지만 그녀들을 날아오르게 만든 것은 ‘흔들려’로부터 시작된 섹시판타지였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항해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강하고 남성적인 퍼포먼스로 여성팬들을 다수 확보하고, 실력파 걸그룹으로 인정받아 높게 날아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그런 일련의 과정이 평탄히 잘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죠. 어지간해서는 누구나 타기 마련인 섹시와 청순이라는 순풍을 타는 것도 아니기도 하니 어떤 의미에선 다른 그룹보다 더 험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배를 의미하는 그들의 팀 이름처럼 연예계라고 하는 세찬파도의 바다를 그들이 추구하는 바대로 잘 헤쳐나간다면, 그저 그들이 성공했다는 것 이상의 울림을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합니다. 무수히 많은 판타지를 소비하는 우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실한 노력과 진솔함이 주는 울림만으로 날아오르는 이야기야말로 인간이 가장 소비하고픈 판타지이기도 하니까요.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필자는 이 항해가 어떤 노선을 탈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순풍이 아닌 역풍과 거친파도를 이겨낸 배야말로 강한 배이며, 그런 강한 배의 이야기가 진짜 멋진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올해 연예계라는 바다에 뛰어들기 시작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그 누가 봐도 멋진 이야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11/03 11:45
수정 아이콘
곡 분위기가 투아이즈의 슈팅스타를 연상 시키네요.
방과후티타임
15/11/03 11:59
수정 아이콘
올 봄에 싱글 나왔으니 후속으로 미니앨범이라도 하나 나올법 한데 잠잠하네요. 수익이 별로였나....
좋아요
15/11/03 12:08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 보니깐 메인보컬 친구가 치료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거 아닐지..-_-a
*alchemist*
15/11/03 12:52
수정 아이콘
제대로 뜨기만 하면 성장 스토리는 괜찮을 수 밖에 없는 친구들이네요. 괜찮다.
王天君
15/11/03 13:0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어쨋거나 디아크라는 이름은 외우겠네요
류수정
15/11/03 13:48
수정 아이콘
한라 라는 친구 정말 깔끔하게 이쁜거같네요
싫어요
15/11/03 20:00
수정 아이콘
뮤비가 어떤 사고를 떠올리게 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네요
호이계속둘리됨
15/11/04 10:06
수정 아이콘
디아크라고해서 ..... 디지몬 생각을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646 [일반] 나만의 저전력(미니)PC 활용을 소개합니다. [15] 자루스14815 16/02/20 14815 7
63641 [일반] 헐리웃 영화의 매출로 보는 한국 (극장)영화시장의 크기 [39] Rorschach10698 16/02/20 10698 4
63469 [일반] 성소수자에 대해 아십니까! (인터섹슈얼, 트랜스젠더, 쉬멜의 용어정리) [58] 카랑카29866 16/02/09 29866 73
63428 [일반] 허각x브로맨스/손승연/노라조 MV, 브레이브걸스/AOA CREAM/뉴이스트 티저 공개 [5] 효연덕후세우실4112 16/02/05 4112 0
61822 [일반] 환상없는 날개짓, 디아크 [8] 좋아요5269 15/11/03 5269 1
61395 [일반] 심심한데 나스(NAS)나 만들어 볼까? [42] 라면13938 15/10/09 13938 8
60901 [일반] 기능 지상주의 시대의 정점에 섰던 무명의 제왕 '샤프아이' [8] Zelazny6409 15/09/13 6409 3
60833 [일반] 앤트맨을 봤습니다. [약혐 후기 추가] [24] 켈로그김8051 15/09/09 8051 4
60698 [일반] 나무위키의 위험성 [41] 이슬먹고살죠15733 15/09/02 15733 18
59357 [일반] [EPL]괜히 다음 시즌 기대하게 만드는 리버풀의 영입 [21] 린세3749 15/06/25 3749 0
58290 [일반] 역대 최다 스크린을 확보했던 국내 개봉 영화 Top10 [27] 김치찌개7647 15/05/19 7647 1
58231 [일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 액션을 끌어올리는 전희 [29] 마스터충달8660 15/05/16 8660 2
57886 [일반] <차이나타운>에서 아쉬웠던 점 몇 가지. [21] 파우스트6671 15/04/30 6671 0
57745 [일반] 어밴저스2를 보고 왔습니다. [25] godspeed5512 15/04/24 5512 0
56977 [일반] 아이언맨 팔, 의수가 되다. [7] Cliffhanger10189 15/03/13 10189 3
56899 [일반] 나는 취업준비생이다. [17] 렌즈7118 15/03/09 7118 5
55971 [일반] 제 4학년 전공강좌였던 [영화비평론]에 교재로 쓰였던 영화들 소개해봅니다. [33] 요한7238 15/01/15 7238 8
55619 [일반] 내맘대로 뽑아본 생활속의 전자음악 ABC [Part 0] [13] Dj KOZE4638 14/12/25 4638 4
55564 [일반] 우리집 냉장고에는 귀신이 산다. [43] Sheldon Cooper11209 14/12/22 11209 0
55332 [일반] 어째서 우리는 동성애 혐오에 맞서야 하는가 (feat. 반기문) [121] falling_down8706 14/12/09 8706 8
54531 [일반] [MLB] 카디널스 유망주 오스카 타베라스 사망 [34] GameFictionMovie6755 14/10/27 6755 0
53788 [일반] [계층] 만화 주먹에 산다 2부 이야기 [3] 王天君15621 14/09/15 15621 0
53589 [일반] 유럽 이적시장 요약 (EPL편) [69] Ayew6783 14/09/02 6783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