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0/25 01:34:58
Name 카나페
Subject [일반] 히든싱어(라운드 스포, 결과 스포는 X)보고 나서 드는 추억을..
1. 어렸을 때, 프로게이머분들 앨범인 G.G에서 날아라 병아리 듣고..
가사가 절절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때가 중1 때 였습니다. 정신이 성숙하지도 않고 철 모를 때 들었던 음악이었는데..
어떤 음악을 들어도 안 울었던 제가 그 가사에는 펑펑 눈물 쏟을 정도로 울었습니다.
그 노래로 알게 되었습니다. 마왕님을 처음 알게 된 게 날아라 병아리였습니다.
그 때 저희 집 강아지가 죽은 지 얼마 안된지라 가사가 절절하게 제 심장에 박히더라고요.
그 음악이외에도 그대에게 등을 들으면서 점점 감성이 풍부해져가고 있었습니다.

2. 한창 고등학생 시절에..
저는 사람들에게서, 선생님에게서 모범생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인사도 잘하고 공부도 그럭저럭 하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반항같은 거 안 하고..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고스트 스테이션을 처음 듣기 전, 제가 기억하는 그 분의 모습은..
'감성적이고, 정말 저음 낮게 싹 깔아서 잔잔하게 진행할 거 같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정 조금 넘어(자정에 들을라 했더니 저희 동생과 맞짱 좀 뜨다 와서) 좀 늦게 틀었습니다.
그 때 저를 반기던건..
'삐-' 비프음이었습니다.
이건 또 뭐지? 라는 느낌으로 듣는데 쏟아져나오는 오만가지 성인의 세계, 디스의 향연과 뭐라 할 수 없는 아스트랄함..
벙찐 채 끝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날 다시 또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락음악 관련한 얘기더라고요. 메탈관련 얘기였는데 저는 그 때 메탈보다는 사실 펑크를 좀 듣는지라..
그래도 공중파 라디오방송에서 이런 방송 해주는게 락 팬 입장에선 꽤 반갑더라고요.
계속 계속 끊지 못했어요.. 너무 중독되니까요.
진지한 상담이야기부터, 어른의 세계, 인생이야기..
교과서에 없는, 모범적인건 하나도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교과서만 달달 외우고 살아 응용은 못하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모범적이라고 사람들이 얘기해 마지않던 저에게, 보수적이고 갑갑한 프레임의 집에서 살았던 저에게, 인생의 반항거리가 될 수 있는 커다란 한 교과서를 선물하셨던 그 분..

3. 불후의 명곡과 히든싱어를 보고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특히 히든싱어에서 완벽하게 그 분의 대화와 목소리를 내셨던 모창능력자분을 보니까 더더욱 그리워졌고..
마지막 앵콜 송이었던 Welcome to the real world는 제 눈에 다시 한 번 최루탄을 쏟아냈습니다.
안 그래도 '날아라 병아리'인 2라운드에서 펑펑 쏟고 '그대에게' 3라운드에선 안 그래도 적게 남은 휴지를, 다 쓰냐고 엄마한테 욕먹어가면서 3라운드에서 휴지를 울면서 다 써버렸고 4라운드 '우리 앞의 생이 끝나 갈 때'는 10대의 저와 현재의 저를 비교하니까 다시 한 번 울 수 밖에 없더라고요. 안그래도 울면서 힘이 다 빠졌는데 Welcome to the real world 들을 때 더더욱 울었어요. 다 큰 애가 우냐는 엄마의 잔소리는 덤.
[히든싱어는 이번에 보고 제 주관적 입장에선 역대급이라 느꼈습니다.]

4. 저에게 있어서는..
저는 평범한 취준생입니다.
솔직히 만났다는 접점 하나 없고 노래만 들어온, 위트있는 오만가지 명언만을 들어온, TV에서 밖에 볼 수 없었던 사람이지만..
오늘 불후의 명곡과 히든싱어를 보면서 맥주만 3캔 뜯었습니다. (원래 저 적게 마시는데..) 정말 그리웠기에..
땅콩과 맥주를 함께 하니까 더 절절하게 그리웠습니다.
많은 영향을 받았던, 하지만 지금은 많이 옅어진 10대를 다시 더듬으며 오늘 짤막한 후기를 적습니다.

다시 한 번, 영원한 마왕, 故신해철씨의 명복을 빕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포카리
15/10/25 01:43
수정 아이콘
오늘 아침 오래간만에 신해철 노래를 듣다가 길위에서 중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진 않은 나의 길..'를 듣고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히든싱어도 현실적으로 너무 적은 곡만 다룰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더군요. 참으로 인생이 덧없음을 느끼며..신해철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친절한 메딕씨
15/10/25 01:47
수정 아이콘
저도 너무 울어서 눈이 팅팅 부었네요....

불후의 명곡 부터 히든싱어까지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이순간까지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하아~~~~!!!!
후따크
15/10/25 01:52
수정 아이콘
오늘 히든싱어 역대급이었죠. 비록 미션곡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사이사이 나오는 곡들이 너무 좋았어요. 히든싱어 늘어지는 편집에 방송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간 좀 별로였는데 오늘은 하나도 길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정말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저도 중간중간 훌쩍이며 봤네요. 다만 음질에서 차이가 나서 구분이 확 됐던게 아쉽습니다. 마지막에서 모창자분들 정말 잘하셨는데 말이죠.
15/10/25 12:42
수정 아이콘
4라운드는 딱 시작하자마자 음질차이 때문에 아 여기가 신해철씨 자리구나 하고 바로 느낄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감탄이 나게했던 목소리가 똑같던 그 분...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334 [일반] 국가별 기억나는 음식들 - 유럽 편 [10] 오징어개임4238 25/06/17 4238 7
104333 [일반] 심리와 사회 :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14] 번개맞은씨앗4928 25/06/17 4928 11
104332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목사 고시+ 안수 [36] SAS Tony Parker 5180 25/06/17 5180 1
104330 [정치] 부동산 정책은 과연? [318] DpnI19171 25/06/16 19171 0
104329 [일반] 국가별 기억나는 음식들 - 아메리카 / 아프리카 [15] 오징어개임4808 25/06/16 4808 5
104328 [일반] 중고 패밀리카 구매 후기(with 케이카) [28] 유인촌6545 25/06/16 6545 21
104326 [일반] 국가별 기억나는 음식들 - 아시아편 [25] 오징어개임4759 25/06/16 4759 4
104325 [정치] [속보] 김건희, 서울아산병원 입원(지병악화) [83] 제논12150 25/06/16 12150 0
104323 [정치] 오늘 윤석열이 기자에게 한 말 [59] a-ha12238 25/06/16 12238 0
104322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5 [10] Poe3050 25/06/16 3050 32
104321 [일반] 요즘 AI가 내 말에 '오구오구' 해주는 이유 [44] 좁쌀6501 25/06/16 6501 3
104320 [정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기본계획의 안이 나왔나 보네요 [184] 윤석열10267 25/06/16 10267 0
104319 [정치] [속보] 법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보석 허가 [119] 물러나라Y10039 25/06/16 10039 0
104318 [일반] 이성과 도덕 [30] 번개맞은씨앗5135 25/06/15 5135 0
104317 [일반] 페인터즈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時雨2932 25/06/15 2932 0
104316 [정치] 나는 얼마나 대단한 교통강자인가? [123] 럭키비키잖앙9409 25/06/15 9409 0
104315 [일반] [핫딜]3개월만에 재등장한 로청 입문용 가성비 끝판대장 [32] 길갈9400 25/06/15 9400 1
104314 [일반] 중고거래 당근중독 지수 알아봐요 [19] 오디세우스5848 25/06/15 5848 0
104313 [일반] 미국 미네소타주 민주당 주의원 노린 총격 발생 [34] Croove6042 25/06/15 6042 3
104311 [일반] 광무제를 낳은 용릉후 가문 (11) - 뒤늦은 깨달음, 경시제 유현 (3) [8] 계층방정3039 25/06/14 3039 3
104310 [일반] 반도체 특별법(주 52시간제 예외)의 포인트 [50] 라울리스타8669 25/06/14 8669 16
104309 [정치] 새 정부 인사 검증에 대해서.. (오광수, 이한주, 김민석...) [319] 달푸른14110 25/06/14 14110 0
104307 [일반] 숭고와 아름다움 번개맞은씨앗3144 25/06/14 314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