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0/16 11:17:33
Name 알파스
Subject [일반] 김문돌 이야기 -8-
'미안한데 돈 좀 빌려줄수 있겠나?'

오랜만에 그 녀석의 카톡이 왔다. 하지만 그 녀석은 형식적인 안부조차 묻지 않고 바로 본론부터 애기한다. 물론 정말 다급하고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문돌이는 카톡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답장을 하지 않고 폰을 내려 놓는다. 카톡은 상대방이 읽었는지 확인이 가능하기에 왠만하면 읽고 씹진 않는다. 그래서 내용만 보고 싶다면 알림창에 뜨는 메세지를 읽어보거나 톡방에 미리보기 되는 글만 읽어본다. 읽었다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하지만 문돌이는 일부러 그런것처럼 '1'을 지워버렸다. 마치 '나는 니가 한 말에 대답도 하기 싫다'는 것을 어필하듯이. '1'이 지워졌음에도 답이 없는걸 안 그 녀석 역시 더 이상 카톡을 보내지 않는다. 다행히 문돌이의 어필을 눈치챈거 같다.
문돌이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나지막히 읊조린다.

'에이 x바 아침부터 짜증나게'

그 녀석과 문돌이는 무슨 안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한가지 확실한건 그 녀석이 문돌이의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친구가 이 세상의 전부고 우정은 변함없이 영원할꺼란 뽕에 잔뜩 취해 살았던 20살때로 돌아간다.
남자 20살. 술집 프리패스를 발급 받고 당당히 길빵을 할 수있게 국가에서 허락한 나이. 신분증 좀 보자하면 당당하고 허세에 가득찬 몸짓으로
누가 보면 암행어사가 마패 꺼내듯이 민증 까는 나이. 그 당시 나온지 좀 된 영화 '친구'의 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으면 누가 누가 친구 많이 부르나 대결하던 나이. 친구가 시비 붙었다하면 우미관에서 노닥거리다가 뛰쳐나가는 김두한패처럼 피시방에서 한창 스포 하다가 뛰쳐나가는게 멋있다고 느끼던 그런 나이. 하루 이틀 정도 밤새고 놀아도 몇 시간 자고 일어나면 체력 완충 되던 나이.

한마디로 철 없고 덜 여문 머리에 신체는 지나치게 왕성하고 이제 어른이라고 하는짓은 어른들 그것도 나쁜 어른들 따라하기에 바쁜 혼란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런 스무살의 문돌이는 오늘도 소주 한잔 마시며 친구들과 참된 우정과 멋진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야 진짜 우리 인생애서 우리같은 친구들을 만난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안 그렇나? 진짜 우리는 우정 변치 말고
죽을때까지 보자"
"당연하지 x바 우리는 절대 서로 배신하지 말고 친구끼리 미안한짓 하지말고"
"마 니 '친구' 안봤나? 친구끼리 미안한거 없다. 친구 아이가?"
"자 짠치고 한잔 시원하게 빨자"
"짠 치고 다같이 '영원하자' 제창하는거다이"
"영원하자!!!"

아마 저때 나눴던 말을 녹음해서 지금 그들에게 들려준다면 늙어죽을때까지 주기적으로 이불킥을 시전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저 자리에 함께 있었던 문돌이 제외 6명중 한명이 그 녀석이고 두명은 아직 연락을 주고 받고 있으나 나머지 3명은
군대 갔다온 후 현재 생사도 불투명하다. 아마 길에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너무 어색해서 그냥 모른척 지나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정과 인생 그리고 소주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계산을 하고 나가야 될 시간이 됐다. 호프집에서 생맥은 안먹고 소주만 처먹었음에도 17만원이라는 돈이 나온다. 뭔가 계산이 안맞는거 같아 술에 취했음에도 소주병을 일일이 세보고 안주도 메뉴판과 하나 하나 대조 해본다.

"아 원래 17만 5천원인데 사장님이 5천원 까주신거구나.... 감사합니다 사장님"
"야 얼마 나왔노? 17만원?"
"그럼 우리가 7명이니까 한사람에... 17 나누기 7은.... x바 얼마고?"
"2만 5천원씩 뿜빠이하면 되겠네. 남는건 가다가 하드나 사묵고"

그때였다. 그 녀석이 입을 연다.

"됐다 됐다. 오늘 내 알바비 받았으니까 내가 오늘 쏠께"
"마 니 괜찮겠나"
"괜찮다. 어차피 느그한테 술 한잔 살라고 했다. 오늘은 그냥 내가 낼께"
"그라몬 무리하지 말고 10만원만 내라. 그것만 해도 충분히 고맙다"
"그래 10만원도 크다. 그럼 나머지는 내가 2만원 낼테니까 느그는 만원씩만 도"
"아 진짜 괜찮은데. 알겠다 그럼 일단 십만원 내고 나가서 뭐 한개 더묵자"

문돌이는 그 녀석이 친구로 정말 괜찮아 보였고 같은 남자로 정말 멋있어 보였다. 사실 문돌이의 지갑에도 십만원 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한창 유행했던 리x이스 타입원을 사기 위해 모으는 돈이라 그냥 조용히 있었기에 십만원이란 거금을 아무렇지 않게 내는 그 녀석을 보며 왠지 모를 동경심과 질투심 마저 가지게 되었다.

'아 x바 그냥 내가 10만원 내고 가오 잡을껄.....2차 가서 내가 쏠까???....... 아이다. 그냥 가만히 있자'

그렇게 문돌이는 친구들과 그 녀석을 따라 호프집을 나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10/16 11:24
수정 아이콘
진짜 쭉쭉 읽히네요, 꿀잼 크크크크크크
계속 집필 부탁드립니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혹등고래
15/10/16 11:24
수정 아이콘
점점 흥미로워지네요 흐흐
어떤날
15/10/16 11:46
수정 아이콘
쓸데없는 디테일함..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크크
15/10/16 12:13
수정 아이콘
암행어사 마패꺼내듯크크크크크
후천적파오후
15/10/16 12:26
수정 아이콘
리바이스 터입원 추억이니요 크크크
리듬파워근성
15/10/16 13:46
수정 아이콘
어엌 이 시리즈 너무 재밌네요 크크크
사람의아들
15/10/16 15:03
수정 아이콘
요즘 이거 보러 옵니다 크크크크크
품아키
15/10/16 15:11
수정 아이콘
찌질의 역사 텍스트 버전 같아요 크크크
오마이러블리걸즈
15/10/16 18:43
수정 아이콘
재미있어요 크크크
15/10/19 09:27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 누르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1644 [일반] [농구] 불법도박혐의선수들 불기소처분 [12] 이홍기5857 15/10/23 5857 0
61643 [일반] [축구] K리그 챌린지 간략 소개 [27] 잠잘까7715 15/10/23 7715 15
61642 [일반] 재계가 최저임금에 제동을 걸자고 합니다. [132] 라뷔17198 15/10/23 17198 9
61640 [일반] 위대하신 대통령님의 업적 중 하나를 알려드립니다. [42] 블루라온13606 15/10/23 13606 7
61639 [일반] 아이유 새 앨범 CHAT-SHIRE 감상평입니다. [16] 이카루스6353 15/10/23 6353 1
61638 [일반] 가요계 최초로 대박친 실제 NTR 배경 노래 [44] angk14492 15/10/23 14492 0
61637 [일반] 아이폰6S를 구매하게되었습니다(구매후기) [81] Basquiat10102 15/10/23 10102 0
61636 [일반] 한국금융에 삼성전자같은 기업이 있을 수 없는 이유 [26] 타임트래블10091 15/10/23 10091 3
61635 [일반] [야구] 히어로즈 구단의 다음 네이밍 스폰이 정해졌습니다. [203] 렌 브라이트13060 15/10/23 13060 0
61634 [일반] 그런데 쓰라고 있는 머리가 아닐텐데?... [7] Neanderthal6912 15/10/23 6912 4
61633 [일반]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와 f(x)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24] 효연덕후세우실6441 15/10/23 6441 1
61632 [일반] 우리가 바라보는 여론은 과연 어떤 여론일까? (3) [5] 수면왕 김수면4403 15/10/23 4403 5
61631 [일반] [WWE] 겁나 재미없는 RAW 멍청한 로만레인즈 노망난 빈스맥마흔 [40] 피아니시모8537 15/10/23 8537 1
61630 [일반] 최근 동사무소 쪽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환수 문제. [4] bluff7456 15/10/23 7456 0
61629 [일반] 우리는 테란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59] 짱세11087 15/10/23 11087 2
61628 [일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리뷰 - 주요인물소개(2) 수도원 사람들 [6] 몽키.D.루피5270 15/10/22 5270 6
61627 [일반] 29살 어린 강사의 학원 개원기 [57] 억울하면강해져라15003 15/10/22 15003 2
61626 [일반] 국정교과서 내용에 대한 JTBC 토론 [259] 위르겐 클롭13000 15/10/22 13000 1
61625 [일반] 왜 트위터는 죽어가는가 (번역, 펌) [33] 헥스밤17620 15/10/22 17620 15
61624 [일반] [잡담] 여러분의 루틴은 무엇인가요? [79] 동해원짬뽕밥8391 15/10/22 8391 0
61623 [일반] 게임뉴스게시판의 허용범위는 어디까지 일까요? [10] 5523 15/10/22 5523 0
61622 [일반] 구두 통 들고 집 나간 이야기 -上- [9] 퐁퐁퐁퐁5052 15/10/22 5052 10
61620 [일반] 간추린 연봉, 대기업 이야기 [126] 예루리25740 15/10/22 25740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