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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30 17:33:35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피교동해 - 폭주개시
손휴가 병으로 쓰러진 것은 큰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상황은 그것 이상으로 더 큰일이었죠. 위와 대항하던 촉이 멸망했고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서 육항까지 투입하면서 영안과 백제성을 공격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촉을 비롯한 사천지방이 넘어간 것은 오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경제력도 경제력이거니와 군사적으로도 사천에서 형,양주 지방으로는 장강을 통한 수륙 협공이 얼마든지 가능했거든요. 실제로 유비가 오를 공격할 당시 수륙협공을 통해 자귀까지 나아갔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는 매우 위협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후계문제였습니다.

손휴는 30살에 요절했는데 손휴에게는 아들이 넷 있었습니다. 손만, 손공, 손망, 손보의 네 아들이었습니다. 손휴는 죽기 전 측근인 승상 복양흥과 장군 장포에게 손만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손휴의 뒤를 이은 사람은 태자 손만이 아닌 손휴의 조카이자 손화의 장남인 손호였습니다.

당시 고명대신인 복양흥과 장포가 손만을 내버려두고 손호를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손호전의 기록을 살펴보면

좌전군 만욱은 과거 오정현의 현령을 지냈으며 손호와 서로 친했다. 만욱은 손호가 재능과 식견이 있고 성격이 영명하고 과단성이 있기에 손호를 손책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며 학문을 좋아하고 법도를 받들어 준수한다고 칭찬하였으며, 여러차례에 걸쳐 복양흥과 장포에게 말했다.

즉 만욱의 추천을 받아 손만을 폐하고 손호를 올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만욱이라는 사람 열전이 없는 것은 차지하더라도 이름대신 부르는 자 또한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관례를 치르면 자가 붙기 마련인데 이사람의 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만욱이라는 사람의 과거 행적을 알려주는 기록이 육개전에 나와있습니다.

"현재 재상인 만욱은 재능이 미소하고 평범한 자질을 갖고있고, 과거에는 노예로 있었는데..."

즉 만욱은 과거 노예로 있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임용되어 오정현령을 거쳐 좌전군까지 승진한 겁니다. 재능이 평범하다고 평가가 되었다면 군문에 투신한 것은 아닐텐데 이사람이 어떻게 출세했는가는 상당한 미스터리죠. 어쨌든 복양흥과 장포는 손휴의 비인 주비에게 손호를 후사로 할 것을 권합니다. 이에 대한 주비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나는 지아비를 잃은 과부인데 어찌 사직의 걱정을 알겠소. 단지 오가 멸망하지 않고 종묘가 의지할 곳이 있으면 되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주비는 배반감에 치를 떨었을 거라고 봅니다. 끝까지 그들을 감싸줬던 남편 손휴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고 아들을 폐한 뒤 손호를 세웠던 그들에게 배반감을 느끼지 않을수는 없었겠죠. 하지만 손휴가 없는 이상 주비 혼자서 복양흥과 장포가 주도하는 손호 책봉을 그녀가 혼자 저지할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결국 손호는 황제가 됩니다. 손호는 연호를 원흥으로 바꾸고 대사면을 실시하고 관제를 새로 정합니다.

먼저 상대장군으로 있던 시작과 대장군 정봉을 좌우대사마, 장포를 표기장군에 시중을 더했고 복양흥에게는 역시 시중을 더하고 청주목을 겸임시킵니다.
강표전에는 손호가 처음 즉위하자 나쁜 법령은 폐기한 이후 백성들을 구휼하고 곳간을 열어 이를 나눠주었으며 궁녀를 내보내어 짝이없는 이들에게 결혼을 짓게해주고 짐승들을 풀어주니 손호를 명군이라 칭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손호의 정책은 얼마 안가버렸죠.

손호는 이후 성격이 포악하고 교만해졌으며 주색을 좋아해 많은 사람들이 실망합니다. 이에 손호를 추대했던 복양흥과 장포가 이를 후회했습니다. 이에 그들에게 손호를 추천했던 만욱이 이를 알아내고 손호에게 고변, 손호는 11월 초하루 백관들이 입조했을때 복양흥과 장포를 한꺼번에 체포하여 광주로 유배보냈다가 도중에 사람을 보내 죽여버리고 삼족을 몰살시킵니다.  

강표전에는 후일담이 적혀있습니다. 손호는 등씨를 황후로 올린 이후 장포의 딸을 후궁으로 삼아 총애합니다. 어느날 손호는 장미인에게 물었죠.

"네 부친은 어디있느냐"

장미인은 아버지를 죽인 손호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 아버지는 도적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장포를 죽인것은 손호. 즉 손호를 도적이라고 말한것이죠. 크게 노한 손호는 장미인을 장살해버립니다. 하지만 그 미색이 아까웠는지 장인을 불러다 그녀와 닮은 조각을 만들었고 그것을 항상 곁에둡니다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측근들에게 묻죠.

"장포에게는 다른 딸이 있지 아니한가?

"장포의 큰 딸이 옛 위위인 풍조의 아들 풍순에게 시집가 있습니다."

이 대답을 들은 손호는 당장 풍순에게서 처를 빼앗고 그녀를 좌부인으로 삼은 뒤에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회를 엽니다. 또한 금으로 온갖 장식 수천개를 만들었고 이를 서로 부수니 매일 다시 만들게 됩니다. 결국 재정이 파탄나고 말았죠.

장포와 복양흥에 대한 진수의 평가는 복양흥은 재상의 위치에 있으며 국가 경영에 마음을 두지않고 장포의 사악함에 협조하였고 만욱의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의 일족이 주살당한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혹평을 내립니다. 진수의 평가에 비춰볼때 손휴의 측근으로서 출세를 했던 장포에 대한 평이 좋지 않은 것에 비해 진류의 명사이면서 이후 강북의 전란을 피해 강남으로 도주, 이후 장사태수까지 지낸 아버지 복양일과 이후 재능을 인정 받았고 점차 출세했던 복양흥은 좋은 평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내우가 또 하나가 생깁니다. 손휴가 죽기 1년전인 263년 5월 교지군의 관리였던 여흥의 주도로 교지태수 손서가 살해당합니다. 이는 교지군에 대한 오의 가혹한 수탈이 문제였습니다. 손서는 전에 규지의 수공예업자 1천여명을 징발해 건업으로 보냈는데 이후 건업에서 관리가 도착하자 여흥을 비롯한 교지의 유력자들은 재징용이 두려워 반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여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손서를 죽인 후 위나라에 사람을 파견해 태수와 병사를 요청합니다. 이때 촉이 멸망함으로서 촉과 남중을 통해 교지로 태수와 병사를 보낼수 있었죠. 위는 여흥에게 사지절 도독교주제군사 남중대장군 안정현후로 봉합니다만 이 조서가 도달하기 전 부하들에게 살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미 위가 보낸 병력과 태수가 교지에 도착하면서 교주지역이 위나라에 병합되게 됩니다. 이후 264년 12월 오의 항장인 서소와 손욱을 보내 손호에게 항복할것을 권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265년 3월 손호는 서소와 손욱에게 사자를 붙여 위에 편지를 보냅니다. 일단 편지의 내용은 공손한 편이지만 칭호는 나나 당신으로 말하는 표현은 공손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서 항장인 서소는 유수에서 다시 붙들려 오에 끌려가 살해되고 오에 남아있던 서소의 가족들은 건안지역으로 강제이주 당합니다.

이제 손호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에 태클을 걸 사람이 없으니 막나가기 시작합니다. 먼저 손휴의 비였던 주비를 핍박해 죽이고 이를 질병사로 위장합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주비의 시신을 정전에 두지 않고 정원의 작은 방에 두어 장례를 치르게 합니다. 주비를 태후로도 황후로도 인정치 않겠다는 것이었죠. 이를 안 백성들은 주비의 죽음을 알고 크게 애통해 하면서 손호를 미워합니다. 두려운 손호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손휴의 막내아들을 오군의 작은성으로 보냅니다. 사실상 유폐한 것이죠. 또한 나이가 많은 두 아들을 죽입니다.

손호의 방약무도한 행동은 그칠줄 모릅니다. 위의 선양을 받은 서진은 교지 지역을 손에 넣은 김에 이제 오를 공격하기로 결정하죠. 하지만 이렇게 난장판을 치는 손호의 사직이 10년을 넘게 버텨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독발수기능의 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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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30 18:03
수정 아이콘
마침 삼국전투기도 딱 이시기로 넘어갔던데 흐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5/10/01 00:20
수정 아이콘
이래도 될 놈은 10년이 넘게 버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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