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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29 19:49:40
Name 오빠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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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특별했던 제주도 49박 50일 여행기(4)




특별했던 제주도 49박 50일 여행기(1)  - https://pgr21.com/?b=8&n=61035
특별했던 제주도 49박 50일 여행기(2)  - https://pgr21.com/?b=8&n=61066
특별했던 제주도 49박 50일 여행기(3)  - https://pgr21.com/?b=8&n=61161

우리 부부가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세시간마다 유축을 해서 모은 모유는 그날그날 아이에게 배달되었다. 나는 미역국을 아주 잘 끓이게 되었고, 아내는 젖냄새가 많이 나게 되었다. 젖비린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처음엔 신경이 곤두서서 긴장되던 운전도 차차 편안해 지고 있었다.

제주도 생활중에 아내와 딱 한번 싸웠다. 뭐 별일이 있어 싸운건 아니었다. 서로 피곤하고 힘들때 한번 튕긴거지뭐. 속상해서 걸어서 바닷가까지 다녀왔다. 힘들었다. 길도 잃어버렸다. 역시 사람이 욱해서 뭘 하면 안된다는걸 다시 깨달았다. 다행히 별일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발에는 물집이 생겼다. ㅜㅜ  

다행히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웬만해서는 6주 전에 퇴원하기는 힘들 거라고 했다. 6주면 추석 즈음이 된다. 그래서 추석 전에만 집에 돌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행복이가 해냈다. 추석을 이주 가량 앞두고 퇴원오더를 받아낸 것이다. 아이는 퇴원준비가 다 되었지만... 당장 퇴원 할 수가 없는 사정이었다.

병원 -> 공항 -> 공항 -> 집  까지 여정이 아이에게 너무 무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고, (일반적으로 출생 일주일이 지나면 비행기는 탈 수 있지만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이기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와 엄마아빠가 서로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초보 엄마아빠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밥주고 기저귀갈고 안아주는 기본적인 것을 배워야했다.그리고 오피스텔에는 각종 아이용품과 생활용품이 쌓여있었다.  마침 꼬맹이 행복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제주도로 오시게 되어 할아버지 할머니의 힘을 빌려 무거운 짐들을 보내고 나머지는 셋이 나누어들기로 하고 아이는 할머니가 전담하여 안고 가기로 한 후 병원과 상의하여 퇴원날짜를 잡았다. 비행기 좌석이 없어 비지니스석으로 잡았다. 한 세배정도 비싸더라. 아마 앞으로는 탈 일이 없을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던 퇴원일이 되었다. 병원비를 정산하고 여러가지 잡일을 마무리하고 아이를 데리고 미리 젖을 충분히 먹게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공항으로 향했다. 먼저 택시를 탔다.  

"오늘 퇴원한 신생아가 있습니다. 공항까지 가야 하는데 오래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천천히 안전하게 가주세요."

할아버지 기사님이었다. 운전을 잘 해 주시면 한 만원 더 드리려 생각했다. 그런데 잘 못하시더라. 신호위반도 하시고..... 그래도 급가속 급감속은 좀 조심히시더라. 그래서 500원 거스름돈 안받았다.

공항은 참 시끄럽고 북적댔다. 아동휴게실에서 한시간 반 정도 쉬었다. 그래도 시끄러웠다.
비행기를 탔다. 비지니스석도 별거 없더라. 자리가 약간 넓은 정도? 이착륙할 때 소음과 진동이 생각보다 훨씬 심했다.
공항에 도착했다. 역시 시끄럽고 번잡하다. 바로 차를 타려 했는데 아이가 배고파해서 다시 밥을 먹였다. 조금만 먹였다.
할아버지 차를 타고 한시간 반 가량 걸려서 드디어....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훨씬 반갑고 아늑했다.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지 약 이주가 흘렀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고 피곤하다고 느꼈던 제주도 생할은 애들 장난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행복아 니가 곁에 있어 아빠는, 엄마는 힘들게 행복하단다.  

나중에 건강하게 자라면 엄마, 아빠 제주도 여행이나 한 번 보내주렴.

두 달이나 제주도 있으면서 한라산을 못가봤거든.




ps' 행복이를 처음 병원에서 만났을 때 사진과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을 첨부합니다. 초보라서 어떻게 사진을 편집할 지 모르겠어요. 양해 바랍니다 ^^ 그동안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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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티타임
15/09/29 19:52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행복이는 태어나면서 저렇게 큰 어려움을 넘겼으니 앞으로는 건강하게 잘 클것 같습니다.
오빠언니
15/09/29 20:03
수정 아이콘
덕담 감사히 받겠습니다^^
불편한 댓글
15/09/29 21:50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읽었습니다...아직 미혼이고 작년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 저에게 뭔가 남다르게 다기온 여행기 였어요... 세가족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후따크
15/09/29 22:49
수정 아이콘
대단원의 막이군요. 행복이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유리한
15/09/29 22:53
수정 아이콘
쌍커풀을 보니 한 인물 하겠네요 크크 퇴원 축하드립니다.
15/09/29 23:05
수정 아이콘
행복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도해요^^
Je ne sais quoi
15/09/30 00:49
수정 아이콘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한라산이야 몇 년 살아도 안(못) 가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흐흐
서쪽으로가자
15/09/30 02:04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네요. 지나고보면 추억이겠지만 당시엔 정말 힘드셨을듯;;;;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15/09/30 07:4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네요.
믹스커피
15/09/30 08:45
수정 아이콘
클릭하자마자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먼저글을 가슴아프게 봤었는데
아기사진 보는순간 '아, 아이구나..'하는 생각에요. 아이들 아빠다 보니..
행복이가 앞으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네요.! 가족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바라미
15/09/30 11:44
수정 아이콘
4편의 글 잘 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힘든일이 있었지만, 그만큼 행복이가 앞으로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줄거라 생각합니다.

P.s 한라산은 저도 아직 못가봐서 가보고 싶네요 (...)
오빠언니
15/09/30 13:02
수정 아이콘
심심해서 써 본 글인데 따뜻한 댓글 덕에 힘내서 끝까지 써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한화요일
15/09/30 14:40
수정 아이콘
집에 무사히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육아의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요..하하.
첫 글부터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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