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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30 23:41:15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1차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 이야기 (8) "그는 나의 왕이 아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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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크에서 대승을 거둔 에드워드는 당연히 이 참에 성가시게 구는 스코틀랜드의 반 잉글랜드 파를 아주 쓸어버리려고 생각했었지만, 폴커크 전투 이전 그를 괴롭혔던 보급의 문제 때문에 영 쉽지가 않았다. 병참이나 군대를 따라다니는 상인들에게 구매도 해보고, 아예 약탈도 해봤지만 대규모 원정군을 계속 유지하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휘하 백작들 역시 적이 크게 당하고 나자 여유가 생겼는지 에드워드에게 개기기 시작했다.



"전하~ 우리 병사들이 너무 피곤해하거든요? 더 싸우기는 곤란합니다~"



물론 이런 소리는 떡고물 좀 더 달라는 소리다. 



"아 글쎄, 알았다니까."



에드워드는 자기가 때려잡은 스코틀랜드 귀족들의 땅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스털링 브릿지 전투 이후 스코틀랜드 인들의 수중에 있던 스털링 성 등이 함락되었고, 대략적인 평정이 끝났다 싶자 에드워드는 잉글랜드로 돌아갔다.



물론 그 집념의 에드워드가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고 돌아가려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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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크 전투가 치뤄진 1298년 중후반부터 1300년 5월까지, 에드워드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일단 지금 돌아갔다가 요번 겨울에 다시 올 거다? 기다리고 있어라, 알긋냐?"


"그냥 가라 좀. 제발 다시 오지 말고. 응?"



에드워드는 한 템포 쉬고 다시 준비해서, 폴커크 전투 다음 해인 1299년의 겨울원정을 통해 스코틀랜드를 정복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12월까지 무려 16,000명이나 되는 보병을 출병시키려고 했지만...


"뭐야? 왜 고작 이것 밖에 안 모였어? 얼마나 모인거야?"


"그게... 2,500명 밖에 안 모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에드워드도 스코틀랜드 원정을 좀 더 미뤄야 했다. 물론 오래 미룰 생각은 없었다. 잉글랜드의 군주는 언제든 다시 스코틀랜드를 불바다로 만들기 위해 돌아올 것이었다.





220px-William_wallace.jpg


외교가로 활동한 윌리엄 웰레스



한편, 왕국의 보호자직을 반납하고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어진 이 시기 월레스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은데, 한동안 그는 투쟁의 중심인 군사분야에서 떠나,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던듯 하다. 



윌리엄 웰레스가 반납한 '왕국의 보호자' 직에 새롭게 임명된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존 코민이라는 인물로, 과거 스코틀랜드 왕국이 멀쩡할 당시 유력했던 코민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은, 훗날의 '로버트 1세' 가 되는 로버트 브루스 7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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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분명히 이 사람 저번 글에서 폴커크 전투에서 잉글랜드 편에 서서 웰레스를 쳤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1차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의 양대 영웅이 바로 월리엄 웰레스와 로버트 브루스인데, 웰레스가 꾸준히 투쟁한 것에 비해서 로버트 브루스에 대한 기록은 브루스가 '돌아오지 못할 다리' 를 건너기 전까지는 애매모호하다. 어쩔떄는 스코틀랜드 편에 들었던것 같다가, 어쩔때는 잉글랜드 편에 서고, 다시 어쩔때는 스코틀랜드로 돌아온다.



이건, 기본적으로 웰레스와 로버트 브루스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웰레스는 잉글랜드로 잡혀간 스코틀랜드 국왕, 존 1세를 추종하는 열성적인 기사였다. 반면에, 로버트 브루스는 '스스로 왕이 되려는 남자였다' 




File


별 비중도 없이 연재글 2화만에 잡혀간 인물이지만 영향력은 남아있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독립적인 스코틀랜드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로버트 브루스나 윌리엄 웰레스 모두 잉글랜드 왕의 영향력을 스코틀랜드에서 쫒아내야한다는 점에선 목표가 일치한다. 그런데, 웰레스는 그 '독립을 회복한 스코틀랜드 왕의 자리' 에 잡혀간 존 1세를 복귀시키려고 하지만, 로버트 브루스는 스스로가 왕이 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브루스에겐 에드워드 뿐만 아니라 웰레스도 어쩌면 경쟁자가 된다. 이런 묘한 상황 때문에 브루스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독립파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양측 역시 로버트 브루스 가문 정도의 힘을 가진 유력자라면 서로가 필요로 했을테니, 그때문에 이러한 행동이 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로버트 브루스가 존 코민과 스코틀랜드 대표직에 있고 웰레스가 외교가로 활동하던 무렵, 잉글랜드에 잡혀가 있던 그 존 1세의 처우를 놓고 외교문제가 발생했다. 다름 아닌, 교황청에서 잉글랜드의 스코틀랜드 침입을 따지고 나섰던 것이다.



"야, 잉글랜드! 너 임마, 누구 허락맡고 스코틀랜드 쳤어? 스코틀랜드는 교황권에 종속된 땅인거 몰라? 거 분쟁이 있으면 우리 교황님이 알아서 해결해줄텐데 누가 깡패질 하래?"



"거 상관도 없는 인간들이 참 말 많네... 그럼, 우리 잉글랜드가 잡아두고 있는 존 1세를 교황에게 인도할 테니까 늬들이 알아서 하쇼."


에드워드는 가지고 있어봐야 성가시기만 한 존 1세를 교황 쪽에 인도하고, 대신 혹시라도 이 존 1세가 이제와서 문젯거리를 만들것을 우려해 대성당과 수도원에 '명분 쌓기' 작업을 시켰다.



"그 놈이 나중에 딴 소리 못하게, 늬들은 '스코틀랜드에 대한 잉글랜드의 상왕권 소유의 증거' 가 될만한 항목들을 잘 정리해 둬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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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왕을 우리가 쓰자!



그렇게 잉글랜드 왕과 교황 사이에 스코틀랜드의 '전' 왕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스코틀랜드 쪽에서도 목소리가 나온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웰레스와 같은 '존 1세 지지파' 들은 존 1세 복위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이고 우리 전하, 이역만리에서 그 고생을 다하시고.... 왕을 우리에게 돌려줘, 이놈들아!"


"스코틀랜드는 존 1세의 복귀를 위하여 굳게 단결한다...! 야, 로버트 브루스! 너도 우리 편에 붙기로 했으면 같이 외쳐, 단결 EE!!!!!!"


"거 왕할 사람이 어디 그 사람 밖에 없다고, 떠난 사람만 무지하게 찾는구만."


"뭐야?"


"아니, 그냥 해본 말이오……그보다 여기도 오래 있을 곳은 못 되겠군."



존 1세의 복귀 운동이 절정이던 시점에 로버트 브루스는 '또다시 입장을 바꾸고' 잉글랜드 쪽으로 편을 갈아탔다. 역시 그로써는 존 1세 복위 운동에 적극 협력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쳇! 그 놈은 그럴 줄 알았어. 떠난 놈은 상관 없고, 나라도 움직여야겠군."


월리엄 웰레스는 이 무렵 스코틀랜드를 떠나 프랑스로 이동하여, 최소한 그곳에서 1년간 이상 체류했다. 프랑스의 영향력을 이용해 교황청에 존 1세 복위 문제를 비롯한 편지를 보내고, 동시에 프랑스의 군사적 지원을 꾀하려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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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사이에 에드워드의 추진력이 다 모였다





웰레스가 떠나 있던 1300년 여름, 에드워드는 거의 2년만에 다시 스코틀랜드에 대한 군사공격을 개시한다. 존 코민이 이끌던 군대는 눈깜짝할 사이에 끝장이 나버렸고, 로버트 브루스도 배신하고 에드워드 쪽에 붙어버렸다. 에드워드는 잠깐 몇달 동안 스코틀랜드와 휴전을 맺기도 했찌만, 1303년 5월 20일 프랑스와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드디어 스코틀랜등 전력을 쏟을 형편이 되었다.



"내가 떠나있던 동안 상황이 이렇게 안 좋아졌다니! 이럴수가..."


"이제 어떻게 하죠? 프랑스도 도와주지 못할테고..."


"언제나 그랬지만 전면전은 전혀 승산이 없어. 셀커크 숲을 근거지로 세력을 모으면서, 게릴라전을 벌이기로 하자."



1302년에서 1303년 무렵 스코틀랜드로 귀환한 윌리엄 웰레스는 다시금 군사 지도자로서 부대를 이끌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스코틀랜드 전체를 규합하는 대세력은 되지 못했지만, 개별적인 세력으로라도 전투를 벌이며 잉글랜드 북부의 컴벌랜드 국경지대를 계속해서 교란해갔다.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웰레스는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계속해서 안 좋아지고 있었다.



"시몬 프레이저(Simon Fraser)는? 그 쪽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그 쪽도..."


"……결국 변절하건가."



로버트 브루스, 존 코민, 데이비드 그레함, 존 멘타이드, 시몬 프레이저 등. 과거 스코틀랜드 독립 세력으로써 잉글랜드와 싸우던 거의 모든 동지들은, 웰레스를 배반하고 잉글랜드에 항복했다. 잉글랜드를 직접적으로 교란할 수 있는 유일한 타국인 프랑스도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스코틀랜드 대부분은 다시 잉글랜드의 통제하에 들어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홀로 남은 웰레스는 악착같이 버티며 포기하지 않았다.



"스코틀랜드가 해방되거나 내가 죽거나, 그 둘 중에 하나가 오기 전까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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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웰레스에 대한 에드워드의 증오와 분노가 깊어진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웰레스 그 놈을 잡아오는 사람에게는, 300 마르크의 현상금을 주겠다! 그리고 너희, 스코틀랜드 출신 떨거지 놈들아!"


"네, 네!"


웰레스의 동지였다가 그를 배신하고 에드워드에게 비굴하게 붙은 무리들에게, 에드워드는 엄포하듯 말했다.


"예전 너희의 동지였던 저 놈이 저렇게 행패를 부리고 있는데, 당연히 그 놈과 한패였던 너희들도 모두 추방령을 내려야 하겠지만,"


"헉! 그, 그것만은."


"뭐, 나도 악마는 아니니 기회는 주도록 하지. 20일 줄테니까, 그 놈을 잡아서 내 앞에 대령만 해라. 그러면 너희들을 용서해주겠다. 알긋냐?"


"무, 물론입지요."




윌리엄 웰레스로서는 그런 음험한 속사정을 전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1305년, 홀로 남아 힘들게 투쟁하게 있던 그에게, 작년 무렵 잉글랜드에 항복했던 옛 동지, 존 맨타이드(John of Menteith)가 보낸 편지가 당도했다.



"맨타이드가? 무슨 일이지?"



편지의 내용에는, '로버트 브루스가 스코틀랜드 왕위를 바라고 있으며, 현재 잉글랜드 왕궁을 떠날 구실만은 찾고 있다. 브루스는 글래스고에서 웰레스와 만나고 싶어한다' 고 써져 있었다.



"로버트 브루스가 스코틀랜드 왕이 되고 싶어 했다는건 사실이야. 존 1세 전하 대신 왕위를 탐내는건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에 와서 그가 다시 이쪽에 붙는다면 그것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겠군."


"하지만, 이 정보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멘타이드는 한번 배신한 놈이라구요."


"멘타이드는 배신했지만 멘타이드 누이의 아들은 내 측근으로 있다고. 그리고, 멘타이드도 사정이 좋지 못해서 일단 투항한거지 진심으로 배신하려는 건 아닐거야. 옛 동지를 팔아먹을 녀석은 아니야. 그리고 약속한 만남 장소가 글래스고인데, 글래스고 주교인 로버트 위샤트(Robert Wishart)는 열성적인 독립 지지파라고. 글래스고면 안심할 수 있어."


"하지만... 뭔가 불안한데...."





웰레스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여러날밤을 달려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빠르고 은밀하게 회담에 나서려던 참인지, 그는 호위병도 거느리지 않고 온 듯하다. 그런데, 정작 글래스고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로버트 브루스가 아니라 존 멘타이드였다.


"웰레스, 이것 참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멘타이드, 브루스는 어디에 있나? 여기서 만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좀 늦는 모양이야.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도록 하게."


"어쩔 수 없군. 그러면 나는 이 근처의 숙소에서 한 숨 돌리겠네. 급하게 오느라 피곤하군."


"푹 쉬도록 하게. 후후...."




그리고 바로 그 날 밤, 



존 멘타이드는 60명의 병사와 함께 웰레스의 숙소를 습격, 



과거의 동지이자, 스코틀랜드의 영웅이던 사나이를 체포하였다.




"에드워드 전하에 대한 반역 음모를 꾸미는 월리엄 웰레스를 이 자리에서 체포한다."


"멘타이드! 네 놈이 이럴 줄은... 네 조카도 내 측근으로 있었는데."


"후후후, 이렇게 됬으니 알려주지. 그 녀석도 사실은 내가 보낸 스파이였어."


"뭐라고!"


"덕분에 네 움직임도 파악 할 수 있었고, 이번 일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거지. 원망하진 말라고, 나도 살기 위한 거니까."



체포된 웰레스는 400마일이나 떨어진 런던으로 이송되어 8월 22일 저녁에 도착한 후, 바로 다음날인 8월 23일 웨스트민스터 교회에서 재판을 받았다.




File


재판을 받게 된 윌리엄 웰레스



월레스의 재판 과정에 대한 기록은 아주 명확하진 않지만, 적어도 신사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웰레스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월계수를 쓰워진 채 재판에 나왔고, 형식적인 재판을 받게 되었다. 반역자로 몰린 웰레스는 법익권(法益權) 박탈자로 간주되었기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변호할 기회는 주어지지도 않았으며, "예", 혹은 "아니오" 로 답변하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재판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재판 절차는 사실상 생략되었고 남은 것은 그저 잉글랜드 왕의 의중이 반영된 판결 뿐이었다. 재판관인 존 세그레이브(John de Segrave)는 반역, 선동, 살인, 약탈, 방화 및 다른 중죄로 체포된 흉악범 윌리엄 웰레스가 법정에 출두하고, 재판관들이 어떻게 스코틀랜드의 법과 관행에 따라서 에드워드 1세의 평화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행하여야 하는가를 낭송하였다. 윌리엄 웰레스의 죄목에 대하여 재판관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윌리엄 웰레스는 에드워드 1세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저버리고, 그에게 대항하여 여러 중죄를 범하고, 다수의 중죄자들을 규합하여 국왕의 수호자들이나 그의 대리인들을 공격하고, 라나르크의 주지사를 살해하였다. 그 후 다수의 무장한 자들을 규합하여 에드워드 1세의 도시들과 성들을 공격하였으며, 그의 동료들이 잉글랜드 왕국의 노섬버랜드, 컴벌랜드, 웨스트모어랜드 등에 침입하여 살인, 선동, 방화를 자행하고 교회를 황폐화시켰다. 이로 인하여 잉글랜드 왕국이 왕권과 왕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약화되어 에드워드 1세는 결국 거대한 군대를 이끌고 스코틀랜드를 침입하여, 굳건한 평화를 세워야만 했다." 




"월리엄 웰레스, 군중 선동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는가?"


"인정한다."


"잉글랜드 왕국에 대한 방화를 인정하는가?"


"인정한다."


"라나르크의 주지사를 살해하고 사람들을 죽인 일을 인정하는가?"


"인정한다."


"그리고, 에드워드 전하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저버린 것을 인정하는가?"


"아니, 그건 인정 할 수 없다."


"뭐야?"



어차피 형식적인 절차에 가져다대면 그만인 다른 모든 죄목에 대해선 담담하게 인정을 한 웰레스 였지만, 웰레스는 안광을 빛내며 이 부분만은 맹렬하게 부정하였다. 


"나는 잉글랜드 왕의 반역자가 아니다. 그는 나의 왕이 아니다! 나는 그에게 존중을 표하지 않고, 그가 나의 충성의 예를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나의 생명이, 이 박해받는 육신 속에 갇혀 있는 한!" (I can not be a traitor, for I owe him no allegiance. He is not my Sovereign; he never received my homage; and whilst life is in this persecuted body, he never shall receive it.)



"무엄한! 감히 저, 저 놈이..."



웰레스의 이 말은 애버딘의 유니언 테라스에 옮겨져 있다. 웰레스의 이 말은 사실이다. 던바 전투 이후에 에드워드에게 충성 서약을 한 귀족 지주들의 이름에서, 월리엄 웰레스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월레스는 결코 배반자가 아니다. 그저 전쟁 포로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주심 피터 멜로리(Peter Malory)는 재빨리 판결문을 낭독했다.



"잉글랜드 왕국과 스코틀랜드 땅에서 모반, 선동, 방화, 강도, 살인 기타 중죄를 범한 윌리엄 웰레스를 교수형에 처한다. 그리고 법익권이 박탈되었기에 그는 참수되어야만 한다. 한편 그는 잉글랜드 왕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인민들에게 선동, 방화, 살인, 강도 등의 중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그의 시체를 사지 절단할 것이며, 그의 머리는 런던 브릿지에 효수하고, 사지는 뉴캐슬 온 타인, 버웍, 스털링, 퍼스에 효시하여 인민들에게 교훈으로 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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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참혹한 영웅의 최후




윌리엄 웰레스는 런던의 거리로 내몰려 교수형이 집행될 스미스필드까지 질질 끌려갔다. 그리고 먼저 교수형에 처해진 후, 질식하여 죽기 직전에 끄집어 내려졌다.


그리고 아직 숨이 멎지 않는 웰레스의 배를, 잉글랜드의 형리들은 잔혹하게 찌르고 갈라 살아있는 사람의 창자를 끄집어내 불에 태워 지졌다. 최후엔, 머리를 참수하여 베고 다른 사지육신도 갈갈이 찢어 토막을 내버렸다. 




월리엄 웰레스는 뜨겁고도 뜨거운 가슴으로 투쟁해왔고, 몸을 일으킨 이후 단 한번도 현실에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해왔다. 그만큼 뜨겁고 용기있는 저항가는 당대 스코틀랜드에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그 육신은 처첨하게 난도질 당하고 말았다. 스미스필드의 소식은 여러곳으로 전해졌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뒤흔들었을 것이다.



난도질당하고 찢겨진 월레스의 머리는 런던 다리에 내걸려 런던 시민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으며, 나머지 시체의 육신들은 잉글랜드 북부, 그리고 웰레스가 태어난 스코틀랜드의 도시들에까지 보내져, 사람들에 대한 경고의 표시가 되었다.



"이제 또 함부로 개긴다면, 전부 다 이렇게 될 거다. 알았냐?"



그러나, 이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실상 행동의 지도자는 모두 뽑혀나간 것이 아니었다. 



스코틀랜드에는 아직 로버트 브루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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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5/08/30 23:55
수정 아이콘
로버트 브루스같은 경우 유력가문이기때문에 굳이 존1세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고 에드워드에게 갈아타는 것만으로도 자기 세력을 지킬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정도 유력가문이라면 자기 위에 왕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기도 하구요.(봉건제도의 특성상...)

반면에 윌리엄 웰레스는 자신이 직접 왕을 '옹립'하는 정도의 공을 세우지 못하면 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잉글랜드파가 스코틀랜드를 지배하게 되면 먹잇감이 될만한 위치이니 죽어라고 뛰었으리라고 봅니다.
아름다운저그
15/08/31 00:01
수정 아이콘
교황님 무슨 미디블 교황도 아니고 오지랖이 참 넓으시네요... 머나먼 섬까지 디스를 거시다니..
최종병기캐리어
15/08/31 00:07
수정 아이콘
스콜틀랜드의 존왕 지지자들이 구명활동을 했겠죠. 거기에 잉글랜드왕을 견제하려는 프랑스쪽에서 같이 입김좀 넣어주고...
아름다운저그
15/08/31 00:11
수정 아이콘
근데 에드워드의 대응도 너무 쿨하네요 ,저는 미디블에서 항상 잉글로 cpu 스콧 밀려면 교황님 디스가 참 짜증이 났었는데....짜증을 참고 교황청과의 관계도 안까일려고 최대한 야전에서 몰살 노린 소심한 저에 비하면 말이죠..
신불해
15/08/31 00:12
수정 아이콘
잉글랜드 내에 있는 '교회의 영향력' (성직자 임명권 같은거)이 교황쪽에 많이 있다가 이걸 왕의 쪽으로 돌리려고 이 문제로 수대에 걸쳐 잉글랜드 왕가와 교황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에드워드 시기는 왕이 거의 우세를 가져간 시점이라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었는데, 한참 격렬하던 헨리 2세 때는 헨리가 "내가 임명했으니까 내편 해줘." 라며 대주교로 임명한 베켓이라는 주교가 정작 교황편 들자 열 받아서 기사들 시켜 암살했다가 욕먹고, 헨리 2세 본인이 수도사들에게 매질 당하는 사죄의 퍼포먼스를 한적도...


그때 헨리가 암살 명령 내리며 했던 말이 제 기억으로는 토탈워에서도 대기 화면 같은데서 나올 겁니다.

"이 말썽많은 성직자를 처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Will no one rid me of this turbulent priest?)"
아름다운저그
15/08/31 00:18
수정 아이콘
저 문구의 뒷 이야기는 관심이 없었는데 결국 이렇게 강력한 후폭풍을 맞게되었군요 헨리는...
눈뜬세르피코
15/08/31 01:19
수정 아이콘
퇴마록에서 박신부에게 강력한 아이템(준후의 벽조선에 필적하는)인 베케트의 십자가의 그 베케트죠 흐흐 헨리2세와의 일화도 살짝 등장.
15/08/31 00:31
수정 아이콘
잘보고 있습니다. 월리엄은 리얼 사나이네요. 프리덤!
lupin188
15/08/31 00:39
수정 아이콘
잘 보고 갑니다.
근데 민족의 반역자 맨타이드는 어떻게 되었나요?
신불해
15/08/31 01:27
수정 아이콘
https://en.wikipedia.org/wiki/John_de_Menteith

20년 가까이 더 살다 죽은걸로 나오는군요.
lupin188
15/08/31 09:4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눈뜬세르피코
15/08/31 01:19
수정 아이콘
캬아 멋진 남자!
그러지말자
15/08/31 01:23
수정 아이콘
정신이 잠시 아득해질 정도로 빡치네요. 맨타이드.. 네이놈..
스웨이드
15/08/31 01:28
수정 아이콘
영웅의 최후군요 ㅠㅠ
15/08/31 02:39
수정 아이콘
아아 내 이럴 줄 알았지 ㅠ.ㅠ;;
다크나이트
15/08/31 12:00
수정 아이콘
신불해님 글 엠팍 불펜에서도 본것 같은데 여기서도 쓰시는군요.
또 다른데도 쓰시는데 있나요?

재밌어서 다른 쓰신 글도 좀 찾아보려구요.
크리스토퍼 놀람
15/08/31 15:51
수정 아이콘
오래전에 '브레이브 하트'를 볼 적에는 누워있는 멜 깁슨의 위에서 광대가 끈을 잡아끄는 것이 'hanged, drawn, and quartered" 를 묘사한 것인지 모르고 봤었네요. 알고나서는 참 영국놈들 잔인하네 싶었습니다. 사형도 곱게 보내주지는 않겠다는, 죽는 순간까지도 최고의 고통을 느껴야 보내주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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