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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26 23:55:04
Name OrBef
Subject [일반] [본격 육아] 아이의 진로 선택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현재 미국 거주 중이고 한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서 지금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법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마음가짐은 현지화가 완료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저는 아이를 조금 놀리는 스타일이었어서 아이가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성적을 위한 사교육은 시키질 않았고 (외국인인지라 영어는 시켰고, 수영은 건강 관리 차원에서 시켰네요), 그러다가 어찌어찌 작년에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때를 전후해서 사교육을 주제로 글을 한 번 올린 적이 있었네요.[시험 답안지를 쓰다가 자기가 잘 못쓴 것 같으면 그냥 안 내버립니다 ㅠ.ㅠ 그냥 까먹을 때도 잦고요] 받았다가 해서 평균이 80점 나오고 그런 식이거든요. 해서 '에에잇 조금 신경 좀 쓰지?' 라고 핀잔 주면 '그게 쉽나? 아빠도 깜빡깜빡하잖소?' 라고 맞받아치는데, 사실 저도 조금 헐렁한 스타일인지라 더 강하게 뭐라고 하기도 조금 그래요.

사실 저 본인이 생각해봐도, 공부를 일정 수준 이상 잘하려면 센스같은 걸로는 안되고 덕력 대폭발! (저번 글에 기아트윈스님이 댓글로 달아주신: https://pgr21.com/?b=8&n=49348&c=1780889 이게 진짜 맞는 말이죠) 이 일어나야 하는 건데, 이 대폭발이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일어나 주는 것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자기 복에 가깝거든요 (저번 글에 사악군님이 달아주신: https://pgr21.com/?b=8&n=49348&c=1780661 에서 '본인이 하고 싶을 때라는 게 오긴 오는 것일까.. 그게 제때 오는 사람들을 천재라고 한다' 라는 말씀이 딱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아직 덕력 폭발의 대상을 찾지 못했으니 일단 닥치고 후드려 패서 공부를 시킬 거냐?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사랑이 영원하다고? 그 사람이 의사거나 법조인이면 그럴 수도 있겠지]


[물론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지. 니가 하고 싶은 공부가 의학이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야]

무서운 아시안 아빠 시리즈입니다. 무서운 아시안 아빠 시리즈는 미쿡놈들이 전무송 선생님 얼굴로 만든 MEME 시리즈인데요, 미국에서 아시안을 보는 편견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기도 하고, 실제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어느 정도 저런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물론 저는 부모의 역할이 저런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니 삶은 니가 알아서 하는 겁니다 아들님' 이라고 손 놓고 있는 것은 부모로서의 책임 방기라고 봅니다. 결국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을 때까지 이것저것 (형편이 닿는 데까지) 들이부어 보는 것밖에 없지 싶습니다. 해서 과학 경진 대회 같은 것에 출전시키고 뒤에서 좀 도와도 보고, 음악이나 미술도 조금 시켜 보고 (이건 제가 아는 게 전혀 없으니 그냥 학원 보내보는 게 다지요), 등등등 이것저것 시켜봤는데, 얼마 전까지의 잠정적인 결론은

'얘는 딱하니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였습니다. 사실 이것도 그다지 놀라운 결론은 아니었어요. 저부터도 지금 당장 하루하루 일하는 게 막 즐겁고 의미로 가득 차게 느껴지고 그렇진 않거든요. 모르긴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냥저냥 그동안 하던 대로 계속 살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수학 공부 하다 말고,

'아빠, 내가 학교 다니는 동안 수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나는 커서 과학자가 되고 싶진 않은 것 같아' 라고 하더군요.
'애초에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건 너잖아' 라고 했더니
'그건 아빠가 비슷한 일을 하니까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말한 거고, 근데 잘 생각해보니까 5년 10년씩 연구에 시간 쏟아붓고 그런데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 일을 하고 싶진 않아' 라고 하네요.
'세상에 성공이 보장된 일이란 건 없을 텐데?' 라고 했더니
'아니 실패하는 것 자체는 괜찮아. 근데 성공이랑 실패가 빨리빨리 정해지고 그다음에 새로 또 시작하고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난 말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어.'
'말하는 거로 돈 버는 직업이라는 건 저널리스트 같은 걸 생각하는 건가? 그런 거 하려면 아는 게 무쟈게 많아야 하는데?'
'그래도 그런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애'
'그, 그래. 그러든가.'

해서, 저야 뭐 이쪽으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으니 일단 동네의 debate team 에 참가를 시켜줬어요. 그리고


[제가 아는 유명한 저널리스트는 이 사람밖에 없어서 이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제가 조금 읽어보니까 도저히 12살짜리가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더군요]

해서 결론은,

저런 쪽으로 흥미를 보이는 아이는 뭘 어떻게 도와줘야 좋을 지가 궁금하다는 것임미다. 도움 좀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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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5/08/26 23:59
수정 아이콘
제가 도움은 못 드리고(나이상 OrBef님 글을 통해 제 아들 교육에 대해 도움을 받아야죠 ^^) 믿으실 지 모르겠지만 제목만 보고 OrBef님 글이란 걸 알았습니다 ^^;
근데 말하는 게 직업이면 대개는 방송국에 관계된 거니... 공개방송 보러 뉴욕 한 번 다녀오시는 게 어떨까요(막 던짐). 어린 시절에 뭘 하는 거도 좋지만, 경험을 해보면 인상이 깊게 남지 않을까요?
15/08/27 00:06
수정 아이콘
그렇잖아도 지난 번에 운 좋게 아틀란타 출장 갈 일이 있었어서 사비 좀 보태서 아이도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 CNN 본사가 있거든요. 투어를 시켜줬더니 좋아해서 저도 좋았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중학생이다보니 약빨이 오래가진 않더라구요 ㅠ.ㅠ
Je ne sais quoi
15/08/27 00:14
수정 아이콘
역시 제가 생각한 정도는 이미 실행을... ㅜ.ㅜ
Cliffhanger
15/08/27 00:06
수정 아이콘
전 기혼자도 아니고 아이도 없지만 중학생 아이가

'아니 실패하는 것 자체는 괜찮아. 근데 성공이랑 실패가 빨리빨리 정해지고 그다음에 새로 또 시작하고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난 말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어.'

이렇게 말한다는건 뭔가 스스로 생각을 하고있다는 거 같네요. 강렬한 동기가 없더라도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있고 거기에 orbef님께서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해주시니 제가 보기엔 충분히 좋은 방향 아닌가 싶습솊습.... 아무래도 최고의 방법은 지인찬스나 직업체험 같은 걸로 실제 종사자 분을 만나게 해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15/08/27 00:19
수정 아이콘
말씀대로 해당 직군에서 이런 저런 체험을 해보는 것이 최고일 듯 합니다. 다만 12살짜리 아이를 필요로 하는 곳은 있을 수가 없고, 16살이 되더라도 그게 크게 변하진 않기 때문에, 말씀하신 지인 찬스등이 아니고서는 그런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겠지요. 노력이야 해봐야겠습니다만....

흑흑 그래서 아이가 이공계열을 선택하기를 내심 바랬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제가 중고대~박사까지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본인이 싫다니 할 수 없지요 ㅠ.ㅠ;;
ohmylove
15/08/27 00:10
수정 아이콘
일단 orbef님의 지금까지 피지알에 올리신 글들에 감사드리며..

책을 읽는 법을 가르치고 여러 분야의 입문용 쉬운 책들을 읽게 하는 건 어떨까요?
15/08/2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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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love 님께서 책 읽기에 도가 트신 분인 것을 잘 압니다. 저런 분야에 입문하기 좋은 책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 까요? 물론 12살 아이라면 보편적으로 읽어야하는 책 추천 리스트는 이미 존재하지만, 무게 중심을 조금 저널리즘이나 시사 쪽으로 옮겨볼까 해요.
ohmylove
15/08/2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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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널리즘,시사 쪽을 모릅니다.

다만 제가 orbef님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정보를 정리하고 생각을 하는 법'이겠죠.

우연히 알게 된 분인데.. '나가타 도요시'라는 저자가 있습니다.

<비주얼 씽킹 : 그림으로 그리는 생각정리기술>
<그림문자 기술 : 기획서.보고서.메모가 달라지는 >
<55가지 프레임워크로 배우는 아이디어 창조기술 : 아이디어가 10배로 샘솟는 사칙연산 발상법 >
<생각의 법칙 : 상위 1%만이 실천하는 >

이 네 권을 권합니다.
저는 지금 시간이 없어서(전기기사 실기 시험 준비 중.. 필기는 붙었습니다;;) 피지알에 글을 못 쓰니, orbef님께서 이 책들을 읽어보시고 피지알에 서평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헤헤..
15/08/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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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서평은.... 저도 요즘 해고를 가장 두려워해야하는 조교수 5년차인지라...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질 정도로 정신이 없...
ohmylove
15/08/2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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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그렇군요

서평은.. 몇 달 후에 제가 쓰는 걸로..


orbef님께서 저번에 써주신 대니얼 데닛의 진화론 책에 대한 글, 정말 감명깊게 봤습니다.
대니얼 데닛이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 대니얼 데닛의 77가지 생각도구>란 책을 썼는데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흐흐
15/08/27 01:40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과는 별개로 테뉴어 기원하겠습니다.
15/08/27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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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ㅠ.ㅠ;;;; 젭알 젭알!!!
수면왕 김수면
15/08/2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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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경우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컴퓨터 게임 짱 좋아함 (중1) => 컴퓨터가 말을 안들음, 내가 고쳐봐야지 (하드웨어) => 컴퓨터는 잘 되는데 컴퓨터 게임이 버그를 냄. 내가 뜯어 봐야지 (코딩 독학) (고 2) => 뭔가 이상함. 아무래도 알고리즘을 배워야겠음 => 알고리즘을 배우니 수학적인 추산 (apporiximation) 의 원리가 궁금함. (이때가 대학 초년) 수학과 수업 들음 => 수학 수업 듣다보니 게임 이론이란게 있음. 신기해보임. => 법대에서 전과 => 대학원..........?

제 생각에는 그냥 지금 이 상태로 두고보셔도 아직 시간이 좀 남은 것 같으니 굳이 조바심을 내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여담이지만 제 아버님께서는 법대를 보내서 검사를 만드려고 계획했는데 왠 찌질한 대학원생이 튀어나왔냐며 자학 중 이시라는..
15/08/2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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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게 어려운 게, 말씀하신 삶의 궤적이 '돌이켜보니까' 그런 흐름인 거지, 고2 당시에 게임 좋아하는 아이가 게임 소스 뜯어보고 있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어엌!!!' 이라고 느낄 수도 있거든요. 인생은 진짜로 정답도 없고 예측도 불가능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수면왕 김수면
15/08/27 00:42
수정 아이콘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모님께서도 당시에 맞벌이를 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셔서 저를 반쯤 방임상태로 놓으신게 그야 말로 [운빨]로 잘 풀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요. 다만 보통 남자들의 덕력이 고양되어 폭발하는 시기가 중2니 (괜히 중2병이란 말이 있겠습니까요) 그 시기에 "지켜보고 있다" 만을 시전하시는 것만으로도 아드님이 엇나가는 부분은 마음을 놓으셔도 되지 않을까 싶셒습셒....
보리굴비
15/08/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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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짧게 적어주신 걸 보면 마음에 두고 있는 특정 진로가 있는 것 같은데요... 다만 자기도 막연한 호감 말고는 별다른 생각도 확신도 없는 상태고, 한번 던져보기에는 아빠가 들으면 실망할까 걱정되는 직업이고 해서 그냥저냥 넘긴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본인들로부터 아이가 압박을 얼마나 받는지 사실 전혀 모르니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보세요. 무서운 늦바람도 일찍 불면 둘도 없는 기회죠...
15/08/27 00:48
수정 아이콘
예 저도 '나 정도면 이해심 많은 아빠지' 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얼마 전에 제 어머니, 아들, 저 이렇게 세 명이 차 타고 어디 가다가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그래서 xx 는 공부 잘 하고?
저: 공부야 뭐 그럭저럭 하죠. 이 정도면 충분해요, 어차피 저는 xx 가 자기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 꼭 무슨 명문대 가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라고 했더니 뒷자리에 있던 아이가
xx: 아빠 정말? 나 명문대 안 가도 돼? 거기 안 가면 아빠가 굉장히 슬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라고 말하더라구요. 저는 살면서 단 한번도 너는 무슨 무슨 대학 가야한다라는 말을 한 기억이 없는데, 그래도 무언의 압박같은 것이 있었나봅니다. 굉장히 미안했었고,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조금 더 조심스럽게 & 편 들어주면서 접근해야겠습니다.
보리굴비
15/08/2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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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참 재밌는 부분이... 아빠들은 대체로 '내가 부담주지 않으면 아이가 부담갖지 않겠지?' 라고 생각을 하는데, 정작 아이는 아빠가 그런 쪽으로 단 한 마디도 내뱉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상당한 부담을 그냥 줍니다. 근거없는 망상인 경우도 있고 근거있는 눈치인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그래요. 정말로 아이에게 그런 기대를 갖고 계시지 않는다면 진심을 실어서 대놓고 직접적으로 말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아예 확신을 할 수 있도록요. 오글거리더라도요. 그렇게 한 번 마음이 닿으면 뜬금없이 어느날 아이가 굉장히 예상외의 상담요청을/선언을 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처음 듣기에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일지도 모르지만 OrBef님 정도라면 현명하고 자상하게 대처하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아이도 훨씬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테고요.
15/08/2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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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게 또 그럴 수 있겠네요!! 아이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일테지만, 그게 꼭 공부는 아닙니다. 본인이 동물이 좋아서 동물원에서 일하겠다면 그것도 좋고 커피가 좋아서 바리스타가 되겠다면 그것도 좋지요. 다만, 다른 자리를 못 잡아서 밀리고 밀려서 직업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서 해당 일을 했으면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직업이 요구하는 사고 능력 정도는 갖춰야 하니까 공부도 그럭저럭 했으면 좋겠다는 그 정도지요.

말씀하신 '대 놓고 말해주기' 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안암증기광
15/08/2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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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저런 쪽 진로로는 정말로 전혀 아는 것도 없고..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 나이 때에 생각해 보는, 또는 흥미를 가지는 진로는 정말 쉽게, 변덕스럽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막상 부모 입장에서는 (전 아직 부모는 아니지만) 아이의 진로를 어느 한 방향으로 밀어주기가 참 힘들 것 같아요. 아무리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밀어준다고 해도, 그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방향 자체가 너무 쉽게 변하거든요. 물론 신문 같은걸 읽다 보면 정말 어릴 때 우연한 계기로 벼락 맞듯이 자신의 '천직'을 알아보고 그 방향으로 쭉 정진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범한 99%는 그런 얘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게 다분히 저의 삶이 그래서;; 제 사례를 들어보자면, 초등학생 때 동물원 사육사가 꿈이었음 (분기점 1) -> 그러다가 중학교 때 대학 부설 과학영재원(?) 같은 걸 다니면서 갑자기 대학 교수가 되고 싶어짐 (과학자 아님;;) (분기점 2) -> 고등학교 땐 역시 의사가 멋져보임. 의과대학 진학을 위해 이과를 택해 열심히 공부. (분기점 3) -> 그러다가 수능에 한 번 실패하고 재수하면서 썡뚱맞게 문과로 바꿈 (분기점 4) -> 영문학과 교수인 친척을 보고 갑작스레 영문학이란 학문에 필이 꽂힘. 그러나 목표였던 S대 영문과에 논술전형 실패로 미끄러지고;; 차선이였던 K대 경영학과에 진학 (분기점 5) -> 군대 갔다와서 탱자탱자 놀면서 학교 다니던 중 과톱이였던 동기보다 재무관리 강의 하나가 성적이 잘 나옴. (그 과목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과목은 그 친구가 잘 봄 ;;) 아! 내가 재무 회계 이 쪽에 적성이 있나부다! 하고 착각에 빠짐. 그래서 뭐 써먹을 길을 찾다가 회계사 시험(CPA)을 준비하게 됨 (분기점 6) -> 시험 자체는 또 엉겁결에 1번에 합격함. 그러나 깊은 사고 없이 준비했던 것 답게;; 정작 합격하니까 그 쪽 진로에 흥미는 사라짐.-> 그러던 중 공대생 여자친구를 사귐. 가끔 여자친구랑 같이 공부하다가 여자친구가 과제를 하고 있으면 의외로 내가 아는 내용이 가끔씩 튀어나오는 걸 목격. 심지어 여자친구가 막히는 부분을 내가 아는 경우도! 야 내가 공학 쪽에 재능이 있나부다! 어차피 등록금 똑같으니 공학 쪽도 공부하고 졸업하자! -> 딱 2학기 공부 후 그로기 상태 ㅡㅡ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닌데 ㅡㅡ -> 그러던 중 여러 강의를 듣다 보니 내가 의외로 영어로든 한국말로든 프리젠테이션 하나는 정말 남들보다 잘한다는 걸 깨닫게 됨.(사실 착각이었지만 하여간에 그땐 그랬음)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이걸로 써먹어볼까 하고 찾던 중 프리젠테이션 매주 하는 학회에 들어감 ;; (분기점 7) -> 학회에 있는 나이는 동갑, 학번은 위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됨. 그리고 그 여자친구를 징검다리 삼아 소개 받아 친해진 형을 따라 별생각없이 투자은행 계열 인턴을 시작하게 됨 (분기점 8) -> 그리고 이제까지 쭉 뿌리 박음 ㅡㅡ;; 엥;; 동물은 안 다루며, 대학은 벗어나있고, 병원은 아플 때만 가며, 뭐 그나마 회계사와는 접점은 조금 있지만 겹치지는 않고, 프리젠테이션 같은 것도 별로 안하는 직업;;;

이래서 저는 과연 나중에 자식을 가지게 되면 그 자식이 나처럼 변덕스럽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요? 그래서.. 계획이란 건.. 아무 쓸모가..
15/08/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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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렇습니다. 저도 꿈이 문방구 주인 - 초등학교 선생님 - 과학자 - 공대 진학 - 공학이 과학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음 - 흥미 잃음 - 역사 학과로 편입해볼까하고 휴학 - 흥미 잃음 - 공대 대학원 진학 - 이제 또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 - 지금까지 뿌리 박음 테크를 탄 지라.... 제 아버지도 사회 초년생때부터 10년 동안 직장을 15번 옮기셨다더군요.

대부분이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대로 계획이란 무쓸모..... 그래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슾셒슾...
焰星緋帝
15/08/2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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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간이 좀 있는 거 아닌지요... 전 미술 재능은 누가 봐도 있다고 할 정도였어요. 초딩 5년 때까진 당연히 미대가 꿈. 그러다 6학년 때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편을 보고 불문과를 꿈꿨죠. 중학생 때까지도 딱히 뭐가 되고 싶다거나 한 건 없었고... 고등학생 되어선 수학도 못하는 주제에 이과에 갔어요. 그때 생각은 '난 문과 과목 잘하니까 이젠 수학을 좀 해보자'...망했죠. 하지만 이과 나온 자체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암튼 일단 물리학과 들어갔다가 뜬금없이 의상디자인과 졸업;;미대입시 치러봤는데 낙방( 그 후로도 절 만나는 사람들마다 미대 간 줄 알더라고요;; 못 갔어 이 사람들아....ㅜㅜ 미대 들어가면 원장님이 학원 내준댔는데...)어찌저찌 하다 보니 지금은 출판업계에서 굴러먹고 있죠.
재능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내 흥미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교정교열은 진짜 해 보지 않았으면 재능이 있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이게 직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요.
뭐든 여러 가지를 접해 보는 게 포인트 아닐까 싶네요.
혹시 압니까? 자녀분께 의외로 발레리노의 재능이 있을지요?!
15/08/27 01:43
수정 아이콘
위의 안암증기광님 댓글에도 동의했지만, 정말로 '인생 몰라요' 는 맞는 말 같습니다. 예 결국은 이것 저것 많이 접해보고 하나 얻어걸리기를 바라는 건데, 문제는 시간과 돈이.....

'예, 예산과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웃기지 마라!!'
'어엌!'

그래도 뭐 더 나은 선택지가 없으니 그렇게 가야겠지요. 말씀대로 아직은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요.
15/08/27 01:47
수정 아이콘
Nature vs Nurture 와 Blank slate가 저에게 시사한 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세종 같이 말잘듣고 똑똑한 2세
우리가 얻을지도 모르는 것: 태종 같이 통제 불가능한 2세

호부 밑에 호자가 태어날지니 우리는 잠재적인 호랑이 새끼들을 양육하고 있는바, 우리의 throne간수를 잘 해야 한다는 결론...
아니아니 제가 말하려던건 그게 아니고 Orbef님이 느끼셨던 성취감의 비전을 아이에게 살짝 전수해 주신다면 길찾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과업-해결 루틴에서 나오는 도파민 맛을 어릴때 많이 봐야 엔터프라이징한 싸나이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저 혼자만의 리퍼런스 없는 가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현실인식은 나랏님네들 끌어올 계제가 아닙지요...
나 자신: 김 대감댁 돌쇠(세경이 밀려있다, 죽창을 꼬나잡을까 고민중이다.)
나의 2세: 개똥이(돌팔매질을 잘한다, 동네 애들 골통을 터뜨리고 다녀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15/08/27 02:12
수정 아이콘
영혼을 불사르기 - 강렬한 성취 의 악마같은 사이클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게 되면 그 맛이 워낙에 좋은 지라 벗어날 수 없긴 합니다..... 는 잘 풀려야 그런 거고, 현실은:

제가 자리잡은 곳이 학군이 좀 좋아요. 아마 미국에서 공교육이 제일 강한 학군 뽑을 때 탑 10 안에는 거의 확실히 들어갈 겁니다. 뭐 이걸 다 알고 자리잡은 것은 아니고, 직장 근처에 아이 키우기 좋고 교육 강한 동네가 있다길래 눌러 앉은 건데, 하여튼 여기 아이들은 정말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공부와 특별 활동들을 합니다. 집에서 성적 떨어졌다고 아이를 때리는 집이 많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미국은 안 때린다? 에이 선수끼리 왜 이러세요), 최우수 학생들의 상당수가 그런 케이스죠. 그러다보니 제 아이같은 아마추어가 낄 여지가 거의 없더라고요.

해서 1. 나도 타이거 맘이 된다 와 2. 우린 쉽게 가자 에서 2 번을 택했는데, 지금도 종종 이게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이 들곤 합니다. 그래도 중간에 바꾸면 큰일 나겠죠. 기왕 이렇게 했으니 앞으로도 그냥 이대로 갈 수밖에.
15/08/27 04:12
수정 아이콘
국가시책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이지요. 하물며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에 감놔라 배놔라는 어불성설이오니...
본진 주변 가정들의 주류 정책이 스파르타식 공부전사양성으로 기울어 있어서 정책입안과정에서의 번뇌가 이만저만이 아니시겠지만 오히려 그런 환경에서도 교육정책의 당사자인 아드님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침을 잡으셨다는 것이 저에겐 참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는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한다는 극현실주의자도 아니고 반듯한 과정만을 중시하는 도덕론자도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신념으로 돌파하는 '관철'과, 막힌 길이면 반자이돌격을 그만 둘줄 아는 '우회' 사이의 적절한 판단력을 적절하게 길러주고 싶어요.

이것저것 한참을 쓰다보니 좀 두서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아래 쓰던 내용은 전부 쳐버리고 세 줄 요약으로 디투어-

1. 성공과 실패는 흑백으로 완벽히 나뉘어지지 않습니다. 5만 가지 그림자의 그레이처럼 갖은 해석이 난무하지만 최종 판단자는 자신입니다.
2. 과정에서의 완벽한 변수 통제는 망상입니다. 결과는 양자역학적으로 요동중입니다. 따라서 타이거 맘들은 50%의 확률로...
3. 오히려 실패에서 얻는 경험치가 더 많습니다. 맛이 좀 쓸 뿐인 영양가득 꿀단지를 우리는 두려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 사족으로 Art of War의 金句를 따오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 무릇 전투란 正으로 맞서고 奇로 승리하는 것이다.
힘세고 강한 교육이 정이라면, 너거들이 모르는 오리엔탈 5천년 비급의 기이한 책략이 우리들과 함께 하나니 어찌 niche가 없을쏘냐?
15/08/27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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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맘의 자녀와 칭찬/보조형 부모의 자녀를 놓고 학업 성취도를 비교했더니 후자가 '약간' 도 아니고 '월등히' 우수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물론 이건 '잘난 자녀를 둔 경우 혼낼 이유가 없으니'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보는 것이 맞긴 한데, 그래도 타이거 맘이란 것이 크게 도움 안된다는 이야기도 되지요. (아 다행이다. 어차피 타이거 맘은 성격에 맞지도 않는데 효과도 없다니 이 아니 좋을 쏘냐 응?) 해서 저도 육아와 교육에 있어서 완벽한 통제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습니다. 正 과 奇 를 적절히 섞고 반자이 돌격할 때와 꼬리 내릴 때를 적절히 가려서 행동하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죠. 그러다보면 본의아니게 위선자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음하하하;;;
헤칼트
15/08/2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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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벺님 자제 분이 중학생이시고, 제가 고등학생이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정말로 진로에 대한 덕력이 폭발해서 요즘은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옛날에 공부 안했다는 사실이 후회가 되더라고요. (물론 아주 안한 건 아니고 좀 게으른 정도였습니다만...) 이게 까딱하면 "내가 그때 뭘 안다고 공부를 안했겠어! 그때 나좀 싫어해도 시키지!!"라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으로 변하게 됩니다. 머리로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을 통제하기는 어렵죠. 혹시 그것까지도 아이가 감당해야하는 몫이라 여기신다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가 아무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해도 그냥 밀어부쳐 시켜버리시는 편이 나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쪽과 미국 사정은 많이 다르겠지만,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든가.. 하는 건 저도 중학생 때부터 고1때까지 경험한 거라.. 저처럼 될까봐 걱정되네요.
15/08/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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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현역이 나타났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위험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저 역시도 '왜 내가 천문학과 간다고 했을 때 공대 권했어요!' 라고 2 년 정도 부모님께 성질낸 기억이 있거든요. 문제는, 이게 뭐가 어떻게 흘러갈 지 미리 알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죠. 닥치고 일단 공부해! 했다가 아이가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는 거고 정작 하고 싶었던 공부는 못할 수도 있는 거고.... 방임은 방임 대로, 강요는 강요 대로 각자 위험성이 있긴 해요. 이게 결국은 결과론일 수밖에 없고, 잘 풀리면 '우하하하 내가 현명했지!' 하는 거고 잘 안 풀리면 '으윽 역시 나는 틀렸어' 하게 되는 지라....

하여튼 현역분의 조언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당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말씀듣고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펠릭스
15/08/27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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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 독서. 독서. 한국에서 입시로 성공하고 싶으면 그냥 애 끼고 앉아서 부모가 책을 읽는 수 밖에 없습니다.
펠릭스
15/08/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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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학원 강사의 조언입니다. 책 읽히세요. 그럼 공부도 따라잡습니다. 억지로 읽는 책은 효과가 약하고 지가 읽고 싶어서 읽어야 합니다. 그럼 일단 공부할 기본 체력은 갖춰집니다. 그 다음은 하늘에 빌어야지요. 그런데 솔직히 부모가 고학력 전문직이면 그래도 자식들 동기부여는 되더군요. 기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솔직하게 하는 이야기인데 방임하는 부모들 자식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한계가 있습니다. 최소한 영어 수학은 기본은 하게 조정해야 나중에 일발 역전이라도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저희때랑 달라요. 애들 진짜 열심히 공부합니다.
15/08/27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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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좋지요. 근데 얘가 왕좌의 게임, 파리 대왕, 유년기의 끝 이런 좀 어둡고 강렬한 책만 좋아해요. 뭐 그거야 취향이니까 존중하는데, 그 부작용으로 겉멋이 잔뜩 들어가지고서는 학교에서 숙제로 내주는 책은 주제가 순진하다는 식으로 막 무시하고 잘 안 읽고 갔다가 시험 망하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정말로 동년배보다 수준이 높냐? (즉 객관적인 독해력과 사고력이 우수하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닌데, 허파에 바람이 좀 들어갔지요. 해서 책 골라주는 것도 노동입니다.

애들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거 완전 동감입니다. 방과 후 운동이나 악기 등등 특별 활동도 몇 개씩 하면서 공부도 잘 하고, 어디서 그럴 시간을 짜내는 건지 진짜 신기해요. 저도 요즘 태어났으면 절대로 예전만큼 못할 것 같습니다.
펠릭스
15/08/2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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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미쿸이시네요. 그럼 뭐 걱정 있겠습니까. 아시안이 공부를 못해서 걱정입니까. 말싸움을 못해서 걱정이지.
15/08/27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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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하필 말하는 직업을 가지겠다고..... 그냥 수학이나 하지! 그래도 뭐 지가 좋다면 해야죠 별 수 있나요.
나이스데이
15/08/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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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고난과 역경이 만들어낸 부적절한 성장동기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상 아드님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뭐가 되고 싶다'보다 당장의 고등학교 선택이 더 고민일겁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도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대다수의 한국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꿈과 무관한 '사회적 강요'에 의한 공부를 무려 '3년'이나 하게 됩니다. 그 결과조차도 '성적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것이구요. 제가 처한 환경은 위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좋아 하는게 뭘까'라는 것이지요. 대학생이 된 이후로 노력은 했으나, 싫어하는 것들만 잔뜩 알게되어 사고관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아드님이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말씀하심 취미나 흥미를 다양하게 접하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자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소개시켜 주는건 사교성을 위함이지만 혹시 모릅니다. 더불어 교육적인 측면에서 컴퓨터를 좀 더 깊게(씨쁠기초나 자바입문), 혹은 박람회를 조사해보시고 문학이나 미술 등과 관련된 곳에 같이 가는 것은 어떨까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에 모든 것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은 아버님께서 직접 인도해주신다면 아마 아드님의 롤모델은 아버님이 되지 않을까요?
제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은 못이긴다는 말처럼, 혹시나 아드님이 하고싶은 것이 생긴다면 진정성을 꼭 물어본 뒤, 시켜주시길 바랍니다.
15/08/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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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지한 조언 감사합니다. 아이와 친하게 이것 저것 같이하는 것은 저도 원하는 바이니 말씀하신 활동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습니다.

부모는 자식 못 이긴다는 말은 대체로 사실인데 제 경우에는 120% 진실입니다. 고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범죄가 아닌 이상은 다 밀어주려구요.
퐁퐁퐁퐁
15/08/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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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이라면 더더욱 아무 책이나 읽게 내버려두시면 좋을 거 같네요. 드러누워서 귤이나 까먹으면서 보고싶은 책을 볼 수 있게 해 주시면, 기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글쓰기는 확실히 늘 거예요. 저널리즘에 대한 이론이라던가, 기자가 되기 위한 글이라던가 하는 것은 아이가 좀 더 큰 뒤 입사를 준비할 때 알아서 하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기자도 분야가 여러가지니까, (과학기자라던지, 사회부기자라던지, 스포츠기자라던지) 다양한 분야를 접한 뒤 본인이 푹 빠질만한 걸 찾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굳이 기자와 관련된 활동이라면, 어린이 기자단 활동 정도 시켜주시면 되겠네요, 크크.
15/08/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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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렇습니다.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지 말고 일단은 일반적인 독서량을 늘리기만 해도 성공이겠네요. 그래도 설령 저 본인은 이 놈이 원하는 것이 또 변할 가능성을 열어두더라도 일단 아이한테는 '우와 그런 걸 한다고? 놀라운데??' 라는 식의 반응은 조금 보여야하니 말씀하신 학교 신문사같은 것은 조금 알아봐야겠습니다.
사악군
15/08/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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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별로 승패가 갈린다
미국은 배심원제라서 말이 많이 필요하다

변호사가 딱인데..
15/08/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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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문에서는 빠졌지만 저도 '변호사나 저널리스트?' 라고 물어봤어요. 근데 저널리스트라고 하네요. 물론 나이 먹으면서 또 바뀌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습니다...
남극소년
15/08/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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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버님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럽더라고요.
저는 00년에 의대에 입학했는데 16년동안 의사라는 직업은 나랑 안맞는거 같다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했습니다. 이제 전문의따고 어느정도 공부는 갈무리되는 시점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일을할수있을까, 인생이 과연 즐거울까, 하는 고민은 여전히 저를 괴롭힙니다.

제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아드님의 경우는 관심분야가 있으니 좋군요. 다만 그 일에대한 선행경험을 통해서 일의 장점과 반짝반짝한 부분을 강조하여 열정을 생산해주는것도 좋지만 힘든부분과 단점을 미리경험해 볼 필요도 있는것 같습니다. 저도 기자라는 직업에 매료되어 대학교때 학교내 신문사 활동을 했었는데 비록 동아리 활동이지만 기사를 쓴다는것과 편집이라는것에 질려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15/08/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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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진짜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하는 일이 확 마음에 드는 건 아니거든요. 뭐... 99% 의 사람들은 다들 이런 케이스 아닐까 싶어요. 힘 내자구요!!!
15/08/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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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문제라.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는 계속되는 고민이겠어요.
OrBef님의 글을 보면서 저도 랜선으로(?) OrBef님의 아이를 키우는 듯한 묘한 감정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애도 없고 경험도 없는 저도 첨언을 좀 해보자면...

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가 저널리즘으로 이어진 것은 재미있는 생각인 것 같아요.
여기에서 OrBef님의 아이가 생각하는 것은 방송 저널리즘인가 싶네요.
그런데 말하는 게 좋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말하는 게 좋으냐는 걸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좋은지, 내가 남들에게 새로운 정보나 물건을 소개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는 다 다른 말하기 방식이거든요.
예를 들어, Debate Club을 언급하셨는데 말하기를 좋아해도 Debate Club이 즐겁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물론 제가 아는 Debate club의 형태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클럽이 보통 대회를 준비하는 그런 활동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계속 여러가지 정치, 사회의 논쟁적 쟁점들을 가지고 임의로 나누어진 찬/반의 팀이 되어서 논리적인 말하기를 연습하는 형태이지 않을까 해요. 물론 그 과정에서 논리력도 함양되고 내가 수긍하지 않는 의견이라도 이런 논리에서 지지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되는 것 같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내 의견이나 포지션은 중요하지 않은 활동이라서 심드렁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논쟁에 어울리는 말하기가 취향에 맞아야 하고요.
(옥스포드에서 하는 걸 구경해보면 대강 이런 스타일...)
https://youtu.be/BtWrljX9HRA
https://youtu.be/TWDfVMc-_Fo
이런 저런 기우를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실 Debate Club은 자신이 잘 맞기만 한다면 좋은 과외활동이긴 합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도 Debate Club을 좋아하던 두 친구는 (예상가능하게) 한 명은 로스쿨에, 한 명은 방송 저널리즘쪽에 가 있네요.

그렇지만 좋아하는 말하는 방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어떤 주제를 다루는 게 좋은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에 말하기는 기술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고, 원하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 연습하는 것이거든요.
그 부분을 잘 들여다 보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

참, 글에서 CNN을 언급해주셔서 생각났는데, CNN의 얼굴인 Anderson Cooper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죠. 이 분 자서전도 좋고, 이 영상의 경우에는 변화하는 저널리즘 매체상에 대한 부분도 살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네요.
https://youtu.be/FdmkBxguucA
15/08/2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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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트 관련한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북클럽 (성적을 위한 거 말고 진짜 북클럽) 같은 것으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비슷한 독서 취향 가진 사람 찾는 것이 힘들더군요.

링크해주신 영상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히 앤더슨 쿠퍼 영상은 저부터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꼭 아들놈에게 보여주겠습니다!!
ThreeAndOut
15/08/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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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은 아직 자기가 정말로 뭘 좋아하는지 찾기에는 이르다고 보고요...
저는 고딩 딸이 있습니다. 제가 자유 방임으로 자란만큼 제 딸도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 가만 놔뒀어요.. 그랬더니 허구헌날 방에 처박혀서 유튜브로 귀여운 인형 craft하는거나 화장하는법, 드라마, 일본 만화 등등을 보더라고요.. 그래도 가만 놔뒀죠. 어느날 카메라랑 마이크 사달라고 해서 사줬죠. 한참후에 뭐하나 봤더니 유튜브에서 craft 채널을 운영하면서 가입자를 5천명까지 모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랑 얘기하면서 얘를 팬시 용품 디자인쪽으로 키울까. .아니면 판을 키워서 얘를 미끼로 공예재료 공급하는 사업을 할까 하면서 혼자 헛된망상을 햇었어요.
근데 얼마 안가서 관둡디다.
그리고는 새로 화장+먹방 비슷하게 하는 채널을 유튜브에서 부모 몰래 운영하면서 이번에는 가입자를 2만명을 모았어요 (깜짝!) 그래서 거 뭐냐 한국에서 유행하는 먹방같은거 해서 별풍선 받는거를 시킬까 아니면 심각하게 방송계로 진출 시킬까 혼자 헛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 초딩 아들은 게임을 좋아해서 그냥 게임하라고 놔두고 있어요. 제 희망은 아들놈이 커서 대박 게임 터트리는 겁니다. 그래서 수학(!) 열심히 하라고 하고 있는 중이예요.
아직은 계속 자유방임의 실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떻게 될지는 지들 팔자 소관이라고 쿨하게 생각하려 하지만 그래도 잘되었으면 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거 밀어주고 싶은 생각은 굴뚝입니다.
15/08/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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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자녀를 믿어주시는 정도가 저보다 훨씬 높으시네요!! 저는 소심해서 일단 대실패를 면하자는 쪽을 더 중시하는데, 역시 큰 성공은 큰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가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15/08/2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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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작은 것이라도 성취하는 즐거움에 대한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그 것을 제가 가진 시간과 돈에 근거하여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부모로서 그 계획을 심적으로, 혹은 물적으로 지원하여 성취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면 성취하는 즐거움을 아는 친구들이 자신감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밀고 나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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