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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21 13:27:43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시사] 유럽의 분열과 독일의 부상
좀 길고 재미없을 수도 있는 글이지만 관심 가지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서 날림 번역하고 올려봅니다. 

길지만 나름 재미있는 글이에요. 현재 유럽의 상황을 지정학적 관점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럽통합을 미국의 역사와 비교한다거나 

또는 유럽이 다시 여러 세력블록으로 나뉘고 있다는 주장이 신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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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유럽 국가들(The Divided States of Europe)


유럽은 여전히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6월 28일 그리스의 긴축재정안에 대한 회의에 세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가 긴축재정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2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것이고 이는 유럽의 경제위기를, 나아가 세계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그리스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는 유로존의 부채에 대한 것도 아니다. 결국 그리스는 유로존 전체 GDP의 2.5.%에 불과한 규모이며 유로존 전체의 재정은 총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 나쁜 수준은 아니다. 사실 유럽의 재정적자와 부채는 미국보다 나은 수준이다(미국의 재정적자는 2010년을 기준으로 GDP의 10.6%에 달하는 반면 유럽의 재정적자는 6.4%이다).


진짜 위기는 21세기의 유럽대륙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관련된 문제이다. 유럽은 냉전 당시 미국이나 소련을 받드는 처지에 있었다. 그리고 초강대국들이 후퇴하였을 때 완전한 독립을 성취했다. 러시아는 구소련의 영향권으로 후퇴했고 미국은 9.11 이후 중동에 집중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유럽은 제도적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경제적 통합을 추진하면서도 정치적 통합은 안건 밖으로 밀쳐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고 정치적 감독이 수반되지 않은 경제적 통합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의 경제위기는 유럽의 정치적 운명에 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이슈였다. 거의 100년 마다 유럽은 이와 같은 딜레마에 직면해왔다. 유럽은 다른 어떤 대륙보다도 국가 개수의 과잉에 시달려왔다. 물론 아프리카는 유럽보다 크고 더 많은 국가를 갖고 있지만, 다른 어떤 대륙도 유럽만큼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들이 포진해 있지 않다. 이는 유럽의 지리적 요인이 하나의 정치적 통합체의 출현을 막기 때문이다. 유럽의 산맥과 반도 그리고 섬들은 어느 한 국가가 압도적 우세를 점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유럽에는 여러 강이 있고 이는 수송을 원활하게 하고 여러 거점이 형성되는 것을 돕는다. 이는 대륙의 여러 지점에서 자본형성을 가능케 하는데 이를테면 베니스, 파리, 런던, 프랑크루르트, 로테르담, 밀라노, 투린, 함부르크가 바로 그 지점들이다. 따라서 유럽의 지형은 거대한 군대가 다른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것을 방해하지만 이념, 자본, 재화와 서비스의 유통의 경우 그 반대이다. 유럽이 부유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유럽을 부유하게 만드는 요인은 유럽을 분열시킨다. 현재 유럽연합과 나토(NATO)로 대표되는 유럽의 정치-안보 구조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이 독려한 것들이다. 다시 말해 이 기구들은 대륙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는 현재 문제를 야기하는데 왜냐하면 러시아가 더 이상 유럽에 위협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러시아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분열과 의심이 다시 부상하게 됨에 따라 유럽국가들은 이제 처음으로 진정 대륙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유로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그럴듯한 해결책은 일종의 “유럽합중국”을 건설하는 것일테지만 유럽의 지형과 역사는 이를 쉽게 허용할 것 같지 않다.


유럽연방?(A Euopean Confederation?)


유럽연합은 여러 일상적인 관리업무와 정책업무를 유럽집행이사회(European Comission)라고 불리는 관료기구에 위임하고 통화정책을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에 위임하는 연방이다. 그러나 안보와 외교정책 그리고 조세와 같은 중요한 정책사항들은 국가의 고유기능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국가들은 이와 관련된 문제를 여러 형태로 해결한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재정문제의 해결방식은 유로존의 모든 국가들의 해당 사안마다 임의로 합의한 방식으로 추진되며 이는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 또한 마찬가지이다. 모든 중요한 결정들은 모든 국가들이 서로 합의 가능한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현재 유럽연합에 비견되는 사례는 유럽역사가 아니라 미국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83년 미국 혁명 이후부터 미국헌법이 제창된 1788년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이 바로 그 사례이다. 이 5년 동안 미국은 연방조약이 명시한 법규에 의해 통치되었다. 당시 미국에는 정부도 군대도 외교정책도 없었다. 각 주(州)는 자기만의 육군과 해군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외교나 무역정책 또한 현재의 유럽의회보다 못한 권한을 지닌 대륙의회의 바람과는 별개로 수행하고 있었다. 대륙의회는 대륙규모의 군대를 창설하고, 혁명 베테랑을 위한 전역금, 그리고 유럽으로부터 받은 차관을 되값기 위해 각 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들은 이를 거부했다. 따라서 대륙의회는 화폐를 찍어낼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연방의 화폐가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


혁명전쟁의 비용은 이렇게 느슨한 연방구조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국의 독립을 막고자 하는 유럽열강들과 국제체제의 현실은 각 주의 독립과 제한된 정부의 이념을 포위했다. 당시 미국의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안보적 부담은 허약한 대륙의회나 각 주가 개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현실은 1787년 서부 매사추세츠에서 다니엘 셰이스가 일으킨 반란을 통해 자명히 드러났다. 그의 반란의 배경에는 경제위기가 있었다. 미국에 전쟁차관을 대준 유럽열강들은 돈을 되받으려고 미국을 독촉하고 있었고 각 주는 경제적 파산을 면치 못하고 이는 많은 소작농들의 삶을 파괴했다. 그리고 이들은 국가로부터 보상을 약속받은 전쟁 베테랑이었다. 각 주는 유럽의 채권자들에게 돈을 값기 위해 긴축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농민들의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셰이스의 혁명은 결국 대륙의회의 도움 없이 매사추세츠의 민병대에 의해 진압되었다. 비록 반란은 진압되었지만 미국의 무력함은 대내외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에게 유리했던 점은 모든 주들이 거의 동일한 지리적, 문화적, 언어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rjt이다. 비록 그들은 서로 다른 경제정책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는 궁극적으로 대서양 무역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무역이 다른 압도적인 해군력 또는 심지어 북아프리카의 해적들에 의해 저지될 수 있었다는 것은 현실적이고 분명한 위협이었다. 북부로부터 밀고 들어올 수 있었던 영국의 공격가능성은 남부의 몇몇 주들에게 존재론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뉴욕, 매사추세츠, 그리고 펜실베니아가 합락된다면 그들은 명목상의 독립밖에 유지할 수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무엇이 위협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일반적으로 - 적어도 집권 엘리트들 사이에는 - 유럽이 공동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안보와 관련해서는 사정이 다르다. 즉,  외부위협에 대한 합의된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막 유럽연합과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에게는 러시아가  위협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국의 안보우려를 덜기 위해 나토와 유럽연합에게 유럽대륙과 안보동맹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목격한 것은 오히려 프랑스가 러시아에 선진 헬리콥터 항공모함을 수출하는 것과 독일이 러시아에 군사훈련센터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유럽의 ‘지역화’(The regionalization of Europe)


유로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로존의 위기는 유럽연합 전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상징이며, 나아가 신뢰의 위기이다. 현재 유럽의 안보 및 정치 질서, 즉 나토와 유럽연합이 각국의 국익을 조화시키고 있는 것인가? 이들 기구에 속해있는 회원국들은 진정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그들은 18세기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공동의 경제 및 안보우려에 맞서 주권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만약 대답이 “아니오”(NO)라면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안보 측면에서 우리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다. 즉, 유럽안보기구의 ‘지역화’이다. 나토는 이제 유럽국가들의 국가안보 이해관계를 대변하는데 실효적이지 않다. 독일과 프랑스는 발틱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비제그라드(Visegrad)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동유럽 4국은(폴란드, 체코 공화국, 슬로바키아, 헝가리) 이 포럼을 일종의 동유럽전선을 만들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발트해 국가들은 북유럽 국가들과  군사 및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리투아니아는 에스토니아가 이미 회원인 북유럽 전선에 가맹할 예정이다. 한편 프랑스와 영국은 2010년에 강화된 포괄적 군사협력을 이미 결정한 바 있으며 다른 한편 영국은 다시 발트해-북유럽 군사협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화는 현재 안보영역에서 가장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이와 같은 흐름이 경제영역에서 재현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예컨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폴란드와 체코 공화국이 유로존 가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폴란드와 체코 양국은 유로존 가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같은 결정은 물론 현재 유로화의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독일이 이들의 안보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동유럽 국가들은 현재 유로존에 가입해있지 않지만(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를 제외하면) 정치적 및 경제적인 통합체로서의 유로존의 미래는 이들 국가들에 지니는 호소력에 달려있다. 물론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영국과 덴마크를 제외하면)은 언젠간 유로존에 가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독일의 관점에서 유럽의 주변부 국가들보다 폴란드와 체코 공화국의 가입이 더욱 중요하다. 독일의 대 폴란드 및 체코 무역이 독일의 대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무역보다 크기 때문이다.


유럽의 안보 지역화는 유로존의 미래에 부정적이다. 안보의 불협화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화폐통합을 공고히 하는 것은 힘들다. 특히 유로존의 위기에 대한 해답이 보다 긴밀한 통합이라면 그러하다. 폴란드는 독일과의 안보합의 없이 독일에게 예산편성권에 대한 거부권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이는 매우 단순한 논리이다. 조세권은 국가의 주권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며 다른 정치, 경제, 안보적 이해관계를 지닌 국가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다른 어떤 국가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유로존 위기에 대한 해답이 더욱 긴밀한 통합이라면 회원국들은 경제문제를 넘어선 영역에서도 합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18세기 미국의 경험은 특히 교훈적인데, 당시 미국의 각 주들은 현재 유럽보다 상이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이들을 통합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외부위협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것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해 유럽이 기진맥진해졌을 때였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결국 이와 같은 외부위협이 사라진 상태였을 때 발발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례의 시사점은 유럽이 보다 강한 통합을 원한다면 재정적자에 대한 3퍼센트 상한선 합의결정 이상의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편성권은 국가 주권의 핵심적 사안이며 이들의 안보 및 정치적 이해관계가 고려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유럽국가도 이와 같은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이 세력권(Europe's Sphere of Influence)


따라서 우리는 여러 지역그룹으로 나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그룹들은 안보와 경제와 관련해서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한 국가가 복수의 그룹에 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멤버십은 주로 해당 국가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이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다른 핵심 국가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또는 오는 10년 동안이라도) 현재 상태로 유로존을 유지하는 데 큰 이해관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 위기의 전염은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지역그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독일이 핵심 유로존 국가들과 중부 유럽과의 관계가 주변부 국가들과의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결정한다면 그러하다.


유럽은 4개의 서로 다른(그렇지만 서로 상호배타적이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독일 세력권(German Sphere of Influence: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루크, 체코 공화국, 헝가리, 크로아티아, 스위스,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핀란드)


이들 핵심 유로존 국가들은 독일의 경쟁력으로 인해 제약 당하지 않으며 독일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독일과 러시아 간의 협력을 위협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핀란드의 경우 나머지 유럽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러시아에 매우 가깝기 때문에 러시아의 부상에 열광하지 않지만 스웨덴이나 폴란드와는 달리 독일이 (러시아에 대해) 협조적인태도를 갖길 선호한다. 헝가리와 체코 공화국은 러시아와 독일 간의 관계에 우려를 표하지만 폴란드나 발트해 국가들만큼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경제적인 의존도로 인해 독일 세력권에 남을 이유가 있다.


2. 북유럽 그룹(Nordic Regional Bloc: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스랜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이들은 대부분 비(非)유로존 국가들이며 러시아의 부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발트해 국가들은 북유럽 세력권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러시아와 관계를 껄그럽게 한다. 독일은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지만 부담스러운 경쟁국이기도 하다. 그리고 핀란드는 사안에 따라 이 그룹과 독일 그룹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3. 비제그라드-플러스(Visegrad-plus: 폴란드, 체코 공화국,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여기에 속해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복수의 다른 그룹에 속해있기도 하다. 체코 공화국,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러시아의 부상을 폴란드나 루마니아만큼 걱정하지 않지만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태도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폴란드는 스웨덴이 북유럽을 리드하고 있는 것처럼 이 그룹을 리드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안보영역을 제외하면 비제그라드 국가들은 현재 다른 것을 제시할 수 없다. 이번에 유럽연합 의장직을 맡은 폴란드는 이와 같은 상태를 새로운 회원국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제적 리더십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4. 지중해 유럽(Mediterranean Europe: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사이프러스, 몰타)


이들은 유럽의 주변부에 해당한다. 그들의 특수한 안보우려는 북아프리카와 터키를 통한 불법이민에 의한 것이다. 지리적으로 이들 국가는 주요 무역루트로부터 고립되어 있으며 이탈리아의 포(Po) 강 지대를 제외하면(그리고 이 지역은 사실상 독일 세력권으로 볼 수 있다) 북부 유럽과 같은 자본형성 거점들이 부족하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낮은 경쟁력과 높은 부채와 같은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국가들은 그 어떤 그룹에도 속해있지 않다. 이는 (비록 현재 영국이 북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실 대륙과 관련해서 영국의 전통적인 입장이었다. 한편 프랑스는 독일 세력권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프랑스는 독일이 지배하고 있는 화폐블록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동-시장 법규와 사회보장정책을 개혁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지중해 국가이기도 하며 독일을 포위하기 위해 중유럽 국가들과의 동맹을 추진한다. 최근에는 독일에 대한 균형책으로 영국과 양자 군사협력을 맺기도 했다. 만약 프랑스가 독일과의 파트너십을 끝내기로 마음먹는다면 어쩌면 영국과 미국의 지지를 받으며 전통적으로 지중해에서 보유하고 있었던 세력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사르코지가 이전에 논의했던 “지중해연합(Mediterranean Union)”은 이와 같은 미래를 염두에 둔 정치적 균형책이었다.


지역패권에 대한 대가(Price of Regional Hegemony)


이러한 지역화 경향에 대항하는 또 다른 대안으로는 보다 긴밀한 정치적/경제적 통합을 위한 강력한 독일의 리더십이다. 만약 독일이 주변부에 대한 구제금융에 거부감을 표하는 반(反)유로 포퓰리즘을 극복할 수 있다면 유럽연합과 유로존을 보호하는 노력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또한 중유럽 국가들에게 몰도바(Moldova)를 둘러싼 협상을 통해 자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유럽 국가들은 이미 독일의 리더십과 노력을 시험하고 있다. 7월 1일에 유럽연합 의장직을 맡는 폴란드는 유럽연합 신가맹국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기로 약속했고 유럽연합의 국방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 두 정책들은 모두 독일에게는 일종의 도전이며 또한 현재 유럽의 ‘지역화’를 되돌리기 위한 제안이기도 하다. 독일이 만약 새로운 회원국들을 위한 지원 확대를 거부하고, 또는 유럽의 안보협력 확대에 거부반응을 보인다면 폴란드, 체코 공화국, 그리고 다른 중유럽 국가들은 제각기 살길을 모색할 것이다. 결국 독일이 진정 유럽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지 또는 이를 위해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문제이다. 만약 독일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위에 둔다면 중유럽 국가들은 독일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유럽의 안보질서의 분열을 의미한다. 또한 중유럽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심화시킬 것임을 의미한다.


국가들 간의 공유된 안보인식은 이들이 공동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이해에 바탕을 둔다. 미국의 13개 주들은 18세기 말에 이를 이해했고 이에 따라 주권을 포기하고 통합된 미국이 초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도록 하였다. 유럽인들은 - 적어도 현재까지는 - 이런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실시한 것은 이들이 독일과 공동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독일의 은행들이 독일의 납세자와 운명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구제하는 것은 독일의 납세자들에게 불쾌한 도전이다. 유로존으로부터 비정상적으로 큰 혜택을 누리는 것은 독일 납세자들인데도 말이다. 독일 정부는 유로존을 보호하는 것이 이득임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을 구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리를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국민토론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독일은 여전히 유럽에서 독일의 역할과 독일의 미래가 무엇인지, 특히 대륙단위의 규모로 자원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국가들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역 리더십을 위해 지불할 대가는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모두 같은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일관된 이해 없이는 그리스 경제위기는 보다 강하고 심화된 통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 대신 계속되는 ‘지역화(분열)’가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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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1 13:40
수정 아이콘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할 만큼 쉬운 주제가 아닌 지라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15/08/21 13:40
수정 아이콘
회사라서 일단 추천하고 이따가 퇴근해서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빛
15/08/21 13:4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안암증기광
15/08/21 13:48
수정 아이콘
실제로 저도 그리스 사태를 보고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의외로 사태 이전에 이미 유럽연합의 지속 불가능성을 논한 경제학 담론들을 상당히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정치학 관련도 많았으나 제가 그 쪽에 전문성이 없는 관계로..) 그 중에선 연합 단위의 통화정책과 국가 단위의 정책적 이해관계 충돌을 든 것이 많았으나 한편으로는 연합이라는 이름 하의 경제적 종속화 및 기간산업 점유에 따른 정치불안을 든 것도 있구요 오히려 본문의 필자가 거론한 그런 일관된 이해라는게 가능해 보이지 않더군요

이 글은 유럽이라는 대륙의 안보 관계에 근거하여 유럽연합이라는 아이디어의 취약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전 개인적으로 유럽연합의 가장 큰 강점과 가장 큰 취약점은 모두 안보나 정치 이슈가 아닌 경제 문제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에 대해 유럽연합이 단일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개인적으로 안보와 관련된 전쟁이나 전투는 단지 갈등의 표면적 모습일 뿐 밀리터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며 모든 배후는 경제사에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와는 별개로 유럽에 관해 올려주시는 좋은 글 항상 잘 보고 갑니다
LoNesoRA
15/08/21 14:34
수정 아이콘
생각 보다 안보가 중요한 요소내요,

전쟁 같은거 담 쌓아놓은 시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 하면 욕먹을려나요 크크그
꽃보다할배
15/08/21 14:39
수정 아이콘
내부적 시각에서의 분석은 훌륭하나 사실 이 담론에서 빠진건 아시아입니다
중국의 부상은 싫던 좋던 당분간 유럽이 하나인 상태를 유지할겁니다
게다가 일본의 재건이나 인도양 세력 동남아 권은 잠재적 경쟁상대이거나 현재의 경쟁상대입니다
미국도 더 이상 유럽의 지원국일수 없는게 러시아 중국 등 견제할 세력이 늘다보니 오히려 환태평양에 특히 일본 한국 대만 인도 이란으로 이어지는 방어 블록 구축에 더 신경쓰는 입장입니다
당분간 유로가 분열할 일은 없습니다 독일의 패권주의에 대한 영프의 견제만 있을뿐
더 큰적은 오히려 다문화일지도 이게 20c 세계대전과는 가장 큰 차이지요
꽃보다할배
15/08/21 14:43
수정 아이콘
만약 실현 불가능이겠지만 동아시아가 하나로 묶인다면 미국을 초월할 수퍼파워 탄생인데 한중일 관계와 김정은을 보면 제 생애에선 불가능할듯
리비레스
15/08/21 15:22
수정 아이콘
저번 유럽에 관한 글도 그렇고 정말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원문링크 남겨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리비레스
15/08/21 15:26
수정 아이콘
사실 대한민국입장에서도 굳이 단단한 결속관계를 가진 강한 국가가 나타나는 게 (비록 저 먼 곳일지라도) 이득이라고 보긴 어렵겠지요.
저 역시 유럽의 ongoing regionalization을 지지합니다.
신중함
15/08/21 15:57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Je ne sais quoi
15/08/21 16:17
수정 아이콘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로열젤리파이리
15/08/21 17:14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기쁨평안
15/08/21 17:29
수정 아이콘
이것을 크킹 식으로 해석하자면

신성로마제국의 데쥬레와 헝가리-오스만제국의 데쥬레와
합스부르크 왕가의 데쥬레와....기타 등등의 데쥬레가 격돌하는 게 아닌가요?
아이군
15/08/22 00:21
수정 아이콘
1. 유럽연합이 가장 잘 나갈때 유럽연합은 무려 6자회담(!)에 한자리를 차지 하려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허허허 뭐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는 오지랖...

2. 유럽연합에 부정적인 사람(저도 약간 그런 면이 있습니다.)이 지적하는 문제는 비단 경제 뿐만 아니고 안보에서 마저도 니일내일 따진다는 겁니다.
예전의 아랍 민주화 사태 때에도 http://sonnet.egloos.com/4561312 , 우크라이나 사태 때에도 결국 유럽연합은 엉거주춤했고 이 두 사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특히 본글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아직도 마그레브 지역에서 이탈리아로 난민이 쏟아들고 있는 지경입니다.)

3. 사실 여러번 나온 이야기지만, 현재의 엉거주춤한 유럽연합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더 강력하게 연계되던가(유럽 합중국?을 목표로) 아니면 그냥 흐지부지(유럽 회의... 정도)되던가 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죠.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계속되면 계속 될 수록 상황은 안 좋아 지겠죠. 무려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을 예시로 현 상황의 타파를 촉구한 글도 있습니다.

4. 뭐 좀 씁쓸한데 이건 결국 남일-_- 인지라 저희 같은 호사가의 씹을 거리 정도 밖에 안되죠. 결론은 유럽연합의, 특히 독일의 결단이 중요합니다. 뭐 결단을 내리면 어느쪽이건 데미지가 커서 미적미적하기는 한데, 늦으면 늦을 수록 데미지가 클 수 밖에 없죠
15/08/22 05:06
수정 아이콘
2011년 글이네요.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읽어도 상당히 의미 있는 글인 것 같습니다.
결국 어느 기간 안에 유럽연합은 결론이 나게 되겠죠. 옛날엔 유럽의 많은 산맥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여러 국가들이 형성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런 지형적 장애물은 큰 문제가 아니니까요. 결국 여기서 더 통합되느냐 아니면 그냥 분열 되느냐 인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전쟁이나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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