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이야기는 아버지가 설명하는 사춘기식 거리두기와는 좀 멀어보입니다. 이건 사춘기와 상관없이,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육체접 접촉이 여러모로 과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의 엉덩이나 허벅지는 아버지가 두드리거나 주무르고 싶다고 마음대로 손 댈 수 있는 부위가 아니지요.

이 부분을 보면서 이게 남 이야기 같지가 않더군요. 왜냐하면, 저희 어머니가 저에게 상당히 유사한 행동을 하셨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무뚝뚝한 편이라서 오히려 제 여동생이 뽀뽀하거나 포옹하는 걸 부담스러워하시다가 간신히 합의점...을 찾고 적응해나가시는 중입니다)

이 방송은 갈등이 일어나는 두 측의 실생활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형식이더군요. 처음에는 딸의 결혼식을 대비해 축가를 미리 연습하는 아버지의 처량한 모습으로 연출되어 딸의 냉담한 반응이 주로 강조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입장에서도 저런 식의 접근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고등학생 딸이 자기 방 자기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 옆에 허락없이 누우려한다....

저도 고향집에 있을 때 어머니가 제 옆에 눕는 게 정말 불편해서 아침마다 문을 잠그고 잔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옆에 눕자 딸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습니다. 뽀뽀하려고 해도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지요. 문제는 이게 "딸에게 다가가려는 다정한 아버지와 이를 밀쳐내기만 하는 딸" 이라는 아버지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딸을 사랑한다고 해도 끊임없이 따라다니고 뽀뽀를 하려하는 아버지가 정말 애정이 넘치고 딸은 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급기야 아버지가 돈으로 회유하려 하고 딸은 이 거래(?)를 받아들입니다. (스튜디오에서는 계속해서 아버지측의 시점으로 이 갈등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번째 컷을 보시면 자막 뒤에 딸의 친구들이 보일 겁니다. 딸의 친구들 앞에서 아버지는 뽀뽀를 요구하고, 딸은 마지못해 이를 하고 부엌에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뒤따릅니다. 아무리 딸을 사랑하고, 또 그 애정을 타인 앞에서 과시하고 싶다지만 사춘기 아니라 그 어떤 시기라도 부모 자식간의 스킨쉽을 타인 앞에서 펼치는 게 전 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아버지가 이를 항변하는 논리는 "지금 스킨쉽을 그만두면 거리감이 확 늘어나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이번 회차에서 서장훈씨가 딸의 입장을 가작 적극적으로 대변해주는 부분은 의외이기도 했고 그만큼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김구라씨와 상당히 많이 부딪히더군요. 김구라씨의 토론 태로는 말을 끊거나 상대방의 신변 잡기로 논점을 흐리는 둥 썩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저 정도면 가벼운 해프닝으로 이해해줘야 하는 김구라씨나 다른 게스트들의 질문에 딸은 아버지의 스킨쉽이 훨씬 더 심하다고 주장합니다. 



딸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일상의 모습에서는 공공장소에서도 딸에게 스킨쉽을 시도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옵니다. 

저런 경험이 정말 많았던 제 입장에서는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이용해 손을 주물럭거리거나 팔짱을 시도하시는 어머니를 떼낼 때마다 전 정말 힘들었습니다. 분노와 저항을 표출할 수 없는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본인의 애정을 추구하는 것은 좀 비겁한 짓이지요.



딸 측의 시점에서 재현된 일상 속에서 아버지의 스킨쉽은 위의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더군요. 특히 불편했던 것은 아버지가 힘을 써서 딸에게 강제적으로 스킨쉽을 시도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저보다 힘이 약한 어머니가 막무가내로 스킨쉽을 시도하는 걸 저지하는 것도 참 힘들었는데, 힘이 약한 딸이 아버지에게 저렇게 안기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리지 역시도 딸의 입장에서 설명을 하더군요. 허지웅씨도 아버지의 스킨쉽이 과도하고 강제적이라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저는 이 두분의 논리에서 딱히 지적할 부분을 못찾겠더군요.

오죽하면 딸은 이제 동성 친구들과의 스킨쉽에서도 거부감이 든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양 측의 이야기가 끝난 후 방청객들의 판정이 이어졌고 아버지는 "자신의 편이 너무 많으면 이를 어떡하냐"며 걱정을 하셨지만 대부분은 파란색 면으로 딸을 지지했습니다.



딸의 친구가 나서서 자신이 느낀 문제점을 지적합니다만, 아버지는 여전히 능청스럽게 이를 흘려넘기시더군요. 좀 답답했습니다.



리지도 정색을 하며 이를 지적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저 논리를 계속 쓰셔서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곤 했습니다. 후.

이쯤되면 너도 적응할 때가 되지 않았니, 이게 내 사랑방식이니 너가 받아들여라....

정말 큰 충돌은 아니었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던 갈등이 온 가족 앞에서 몇번이고 벌어져도 어머니가 이해를 못하셔서 갑갑하더군요. 심지어 저희 아버지도 저보고 어머니가 만지면 가만히 좀 있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해서 제가 부모님 두분을 상대로 반항하기 어려웠던 것도 있고..

이 방청객의 설명은 거의 모든 패널들을 납득시키시더군요. 사실 저분의 말씀은 굳이 부녀관계가 아니라 어느 스킨쉽, 그리고 어떤 식의 상호 교류와 그 반응의 형태에든 다 적용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내가 좋아한다는데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둘이 정말로 같은 반응을 나눌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과 상대방이 가깝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로 그러한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보는게 필요할 겁니다

오죽하면 아버지의 입장에 서있던 김구라씨도 아버지의 궤변 일변도로 이어지는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애정표현을 네비게이션으로 자꾸 비유하는 아버님의 말씀을 전 잘 이해하지 못하겠더군요.

딸은 진심을 담은 편지를 아버지께 읽어줬습니다. 아버지의 자존심이 세서 스킨십이 싫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는 건 안다, 그러니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신의 입장을 계속 고수하더군요. 마침내 패널들도 반발을 터트렸습니다. 허지웅씨는 정말 진지하게 아버지의 행태가 가정 폭력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진행하던 유재석씨도 가운데서 헛웃음을 터트릴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극적인 타협점을 서로 찾아가는 듯 보였으나, 또 다시 딸에게 포옹을 강요하는 이 아버지의 모습은 거의 절망적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렇게나 스킨쉽이 싫다고 하며 당분간은 육체적 접촉을 참아줄 것을 부탁하는데 그걸 이렇게 무참히 박살내는 아버지의 무신경함이란....

마치 맨 처음의 딸이 등장하던 씬과 겹쳐보일 정도입니다. 이럴 거면 뭘 그렇게 울고 편지 쓰고 읽어주고 했는지를 모르겠어요.

(저는 유재석씨가 여기서 개입을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아버지인 오솔씨 개인을 비판하는 건 큰 의미가 없겠지요. (또한 저는 이 방송 하나로 유재석씨나 김구라씨의 편협함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런 아버지의 애정 행각이 어떻게 생기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고찰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이라는 제도 안에서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절대로 평등하지 않습니다. 연령, 신체, 경제력 그 모든 것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는 아버지가 딸이 싫은 표현으로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문제가 없을까요? 저는 이 가정이 화목하냐 그렇지 않느냐, 아버지가 정말 성적으로 흑심을 품었느냐 아니냐는 우리가 흑백을 가릴 수도 없는 문제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애정이라는 의도와 명목 아래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표현이 이를 싫어하는 다른 한 쪽에게 받아들여지기를 강요당한다는 사실이고, 이를 거부하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당하는 쪽에서 굉장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가족,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는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개인이 존중되지 못하는 일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 굳이 가정 성폭력까지 가지 않더라도 게임, 학원, 진로, 연애, 결혼까지 수많은 예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식들은 솜털 하나 없이 위풍 당당한 깃털을 뽐내면서도 둥지 안에서 나는 방향과 세기를 결정하기 위해서 부모의 부리를 바라봐야 합니다. 아버지의 외로움과 애정 앞에서 딸이 진저리나도록 싫고 소름끼치는 감정은 과연 무시당해도 되는 것인지, 그것은 자식이 부모를 이해해야 하는 일인지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좋아해서 그랬어, 이 무신경한 변명은 누군가의 고통에 유효한 변호가 되지 않습니다.

@ 안녕하세요 등을 포함해 진지한 정신 상담이 필요한 고민들이 예능에서 얼렁뚱땅 화해로 퉁쳐지는 방송계 트렌드가 바람직한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방송을 보는 내내 전 허지웅씨의 표정을 가장 많이 지었고 그 표정을 김구라를 가장 많이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