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면 서양 중세에 대한 비판 글 보면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종교가 과학을 탄압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피해자 중 한명에
꼭 코페르니쿠스가 들어 간다는 거죠.



도대체 왜 코페르니쿠스가 들어 가는 걸까요? 사실 이 사람 신분을 보면 오히려 당시 종교와 과학이 극명하게 대립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에 대한 증거에 더 가까운데 말이죠.

그런데 찾아보면 알게 되는게 이런 글 적는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직업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는 성직자입니다. 그냥 듣보 성직자도 아니고 폴란드 주교단 중 유력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권력면에서도 나쁜편이 아니라 폴란드 국왕의 가신 중 한명이기도 했죠. 전투에 참전도 했구요. 외교관이기도 했습니다.

성직자이자 당시의 르네상스적 인간의 특성 역시 가지고 있었는데, 수학, 천문학, 나름 기초적 형태의 통화에 대한 개념 발명, 번역가이자
철학자이고 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성직자로써의 코페르니쿠스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종교에 의해 핍박받은 과학자적 이미지만
클 뿐이죠.

하나 그가 정말 핍박 받았다면 주교가 될 일도 당시 폴란드 왕 지기스문드 1세 밑에서 튜튼 기사단과 싸울일도 없었을 겁니다. 당시
그는 발트해 연안에서 프로이센의 튜튼 기사단과 폴란드 간의 대립에 깊게 개입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애초 그의 모계가 종교적으로
명문가였다는 점에서 그냥 한낫 수도사는 아니었던 것이죠.

사실 그가 잊혀진 아리스타르코스의 지동설을 재발견 한 건 당대에도 엄청난 충격이긴 했지만 그의 당대 업적에 비하면 일부분의
일이었겠죠. 지금이야 종교적 탄압을 이긴 영웅상이었겠지만 그걸 당시에 그의 입장에서는 좀 어이 없는 그에 대한 평가였을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지동설에 대한 책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의 출간을 미룬 사실도 어떻게 보면 이해 될 만한 것이었습니다.
1515년 지동설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된 그는 그 후 관측을 더해 이 책을 집필 했지만 이책을 내기에는 그의 정치적 입장이라는게
존재했기 때문에 성급하게 이런 급진적인 책을 낸다면 위험에 빠지기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조금씩 그의 생각을 흘리던 끝에 나온 결과는 우리가 알던 것과 반대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가톨릭- 교황 클레멘테 7세와 추기경들은 그의 생각이 상당히 흥미로운 학설이라고 여겼습니다.]
[반대로 여기에 대해 가장 열받아 한 쪽은 세속의 천문학자들이었습니다. 비전문가 뭘 아냐는 식으로 강력 반발했습니다.]

특히 카푸아 대주교이자 추기경 폰 쇤베르크 같은 사람은 상당한 흥미를 드러내며 이에 대해 논하고 싶다는 편지까지 보냅니다.

물론 교계 일부는 이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 나타내면 반대편 천문학자들을 지원하게 되는데 이런 행태는 뒤의 갈릴레이 사건 때도
이와 유사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결국 생각보다 교계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코페르니쿠스는 우선 자기 제자 이름으로 출간한 다음 인기를 얻자
자기 이름을 책을 내게 됩니다. 물론 신화에 따르면 이 책은 바로 금서로 지정되었다곤 하지만 이는 뭐 계몽주의 시대의 신화인 것이고
사실 금서로 지정된 건 갈릴레이가 자기 빽 교황 우르바노8세를 믿고 너무 가톨릭 보수파와 그의 사람들을 공격해대자 이에 앙심을
품은 보수파의 역공에 재대로 당한 후 덤으로 금서가 지정된 것입니다.(1616년) 이는 무려 출판된지 70년이나 지난 이후의
일이죠.그후 4년 후 1620년 다시 교회로 부터 출간이 허락되었고 1758년 베네딕트 14세때 아예 금서목록에서도 삭제 되게 됩니다.
이 갭은 왜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이즈음 되면 완전한 지동설이 승리한 시점인지라 더 이상 여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이
완전히 사라져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마테오 리치의 사례를 보듯이 이미 그전에 수도사들도 지동설을 믿는 판국에
의 해제 조치가 중요하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코페르니쿠스는 탄압이고 뭐고 관해 성공적인 종교인이자 성공한 저서의 저자로써 일생을 마쳤습니다.
1543년 푸라우엔브루크 대성당에서 말이죠.

하지만 이럼 사실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이 원하던 [종교 vs 과학]이라는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았고, 그의 일생에 대한 온갖
왜곡과 날조가 가해지게 됩니다. 그 대표적 부분이 바로 종교인인 코페르니쿠스의 삭제였습니다.
또한 종교 때문에 핍박받는 과학자로써의 모습도 집어 넣어야 했기 때문에 받은 적 없었던 박해가 강조되고 금서였다는
사실도 강조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 계몽주의자들의 뜻대로 성공적으로 종교인이 아니며 종교에 핍박받는 과학자 코페르니쿠스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